티스토리 뷰

아트

in 유니플렉스 2관, 2018.10.14 2시 공연



 

 

최재웅 세르주, 김재범 마크, 김지철 이반. 웅르주, 범마크, 철이반. 웅범철 페어세미막.



좋은 배우들이 많이 참여해서 궁금했는데 마침 초대권이 생겨서 보고왔다. 유플 2관 2층에서 마돈크 사연 범백작을 만났었는데 2년 만에 비슷한 자리에서 다시 만나서 신기했다. 시야는 좋은데 음향이 너무 작아서 살짝 답답했다. 범마크가 은근히 2층에 시선을 많이 둬서 소외감은 거의 느끼지 않았지만, 특별한 조명 연출이 없는 연극이기에 2층보다는 1층이 나을 것 같다. 극 제목이나 포스터의 이미지와는 다르게, 예술에 대한 깊이 있는 철학적인 고민을 유도하는 극은 아니다. 가치관이 다른 인물들의 주장과 근거와 갈등과 해결의 과정을 무겁지 않게 다루면서, 예술과 인간관계에 대해 생각해볼 여지를 남긴다. 웅범 페어는 배우 본체들이 서로 워낙 친한데다가 상황 대처 능력도 뛰어나서, 서로의 애드립을 기억해뒀다가 반드시 활용하고 되갚아주는 연기의 합이 극의 재미를 한층 끌어올렸다.



마크의 주장과 비슷한 맥락에서, 극에 등장하는 그림을 예술이라고 볼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보고 감동할 대상이 있어야 예술을 이해하고 나름의 방식으로 해석하여 받아들일 수 있는데, 그 대상이 부재하면 감상 자체가 어렵다. 그러나 그림에 대한 마크의 가치관에는 동의해도, 상대의 신념을 불편하게 비웃고 폄훼하는 마크의 태도에는 동조할 수 없다. 팽팽하게 대립하는 두 친구의 사이에서 줏대 없이 흔들리는 이반의 행동도 마찬가지다. 세르주와 마크와 이반이 용케도 15년 간 친구로 지냈다 싶으면서도, 각기 다른 생각들 사이에서 미묘한 균형을 잡으며 얄팍하게 유지될 수 있는 것이 인간관계임을 새삼 느꼈다. 애초에 세 사람은 예술에 대해 명확한 호오를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나름의 생각과 의견을 가지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기에, 그림 한 점으로 이렇게 갈등이 야기되고 심화되며 극단으로 치닫을 수 있었다.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은 다소 극단적이라고 느꼈지만, 그에 따른 세 인물의 마지막 독백이 아주 인상적이어서 그 전개를 납득할 수 있었다. 이야기 흐름이 아주 유려하고, 공감할 수 있는 감정과 유머까지 놓치지 않는, 어렵지 않은 연극이다.





애드립을 정리해볼까 했는데, 연극을 본 사람만 공유할 수 있는 소소한 디테일이 너무 많아서 그냥 생략하겠다. 막 내리기 전에 한 번쯤 보면 좋을 극이다. 세르주의 벽에는 모더니즘 그림이, 마크의 벽에는 베르사유의 풍경화가 걸려있고, 이반의 집 이젤 위에는 정물화가 놓여 있는 것이 세 사람의 서로 다른 성향을 명확하게 드러냈다. 마지막 장면에서, 알고 있던 세르주와 이해하게 되는 마크의 독백이 서로에게 혹은 스스로에게 어떠한 기만을 가하고 있는지 돌이켜보는 여운이 길다.


공지사항
«   2025/03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