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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을 뚫는 남자
in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2013.11.14 8시 공연
벽을 뚫는 남자, 뎅티율의 첫 번째 공연을 보고 왔다. 뎅드윅을 보러 가지 않은 한을 풀겠다는 일념 하나로 하루에도 수차례 그래24와 인.팍을 드나들다가 결국 괜찮은 자리를 잡았다.
주황주황한 네일은 패스하시고^^ 무대를 바라보는 방향에서 오른쪽인 C구역, op석을 제외하고 5번째 줄 맨 오른쪽에 앉았다. 너무 구석에 치우친 자리가 아닐까 걱정했는데, 아주 가깝고 아주 잘 보였다. 무대 양 사이드에 밴드...라기보다는 다양한 악기를 이용하여 음악을 깔아주는 부스가 있었는데 살짝 시야를 가리긴 했다. 하지만 내 자리에서는 거의 가리지 않았다고 해도 무방하고, 오히려 앞 줄의 4,5,6번 쯤이 조금 더 가렸을 듯하다. 이제 공연을 보러 가실 (뎅티율의 팬인) 분들을 위해 팁을 드리자면, 듀티율의 집은 왼쪽에 위치해 있지만 듀티율은 오른쪽에 쬐끔 더 많이 온 것으로 느껴진다. 그리고 한 노래에서 op석에 앉은 분들을 바라보며 말 걸듯이 노래해서 조금 부러웠음...ㅋ 초반에 서너번 등장하는 사무실 장면에서 듀티율의 자리가 오른쪽에 있기 때문에 깨알 같은 표정을 생생하게 볼 수 있었다. 듀티율이 대부분의 장면에 등장하는데, 뎅티율 나올 때마다 오빠얌만 쳐다본 건 안 비밀..... 다른 배우들 노래하시는데 뎅옵만 쳐다봐서 죄송함다ㅠㅠ
※아래부터는 내용적인 스포일러가 조금 있습니다. 유의하고 읽어주세요!※
대학로 아트센터에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큰 현수막. 매표소는 2층, 대극장 1층 입구는 3층, 2층 입구는 4층이다.
진짜 사진 잘 나왔다♡ 하지만 극 중의 듀티율은 잘생겼다기보다는 평범, 소심, 약간의 찌질함까지 갖춘 평범한 공무원인 '보통 남자'라는 거. 오빠얌의 '잘생김'만을 보겠다는 일념이신 분들은 얼른 목적을 바꾸세요.
오늘의 캐스팅. 닥터 듀블이 듀티율 정도의 비중이 있는 캐릭터인지는 조금 의문이다. 술주정뱅이 의사라는 임팩트 있는 성격으로 강렬한 인상을 주기는 하지만, 극의 내용 상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건 아닌 거 같은데.... 그나저나 조금 놀란 건 다들 노래와 연기가 굉장히 훌륭했다는 거! 대부분의 배우분들이 뮤지컬 경험이 있으신 건지, 뮤지컬 발성을 멋지게 소화하셔서 감탄했다. 캐릭터의 성격을 과장되게 살리며 유쾌함을 강조하고 호응을 유도하는 것도 즐겁게 관람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
송스루, 즉 노래로만 모든 대사를 소화하는 뮤지컬이기 때문에 걱정이 컸다. 뮤지컬 발성은 알아듣기가 힘들어서 (특히 한국어일 경우에 더 안들린다;;) 극 내용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으면 어떡하나, 하는 노파심까지 들었다. 그런데 뎅티율의 대사 전달력이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노래의 거의 모든 단어를 분명하게 발음하려 연습을 많이 했는지, 거의 모든 가사를 정확하게 들을 수 있었다. 듀티율이 독보적인 주인공인 만큼 노래도 많고 휴식 텀도 짧았음에도, 오빠얌은 지치거나 힘들거나 호흡이 딸린다거나 하는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고 안정감 있고 편안하게 노래했다. 하지만 나는 그대만 바라보고 있었기에 다른 사람들 노래할 때 오빠의 가슴이 숨 쉬느라 빠르게 오르락내리락 한 걸 목격할 수밖에 없었다ㅋㅋ
'나는 보통남자~'로 시작하는 노래는 서너번 반복 되어서, 마지막 커튼콜 때는 따라 부를 수 있었다. 이외에 기억에 남는 건 결말 부분에서 초반에 받은 약을 꿀꺽 삼키고 불안불안한 듀티율을 연기하며 부른 노래. 뮤지컬이 아니라 그냥 오빠얌의 노래를 듣는 것 같았다. 그리고 여주인공 이사벨에게 사랑을 갈구하며 '쥬뗌'이라고 말하는 부분도 너무 설렜다. 거의 마지막 곡에서 벽에 갇힌 채 노래하는 부분에서 정말로 울먹이며 물기어린 목소리로 노래하는데, 내용적으로는 하나도 공감이 안됐지만 그 목소리 하나 때문에 눈물이 핑 돌았다.
말 나온 김에 듀티율 위주 리뷰에서 잠깐 새서 내용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면, 이 뮤지컬이 결국 하고 싶었던 말이 대체 무엇인지 전혀 모르겠다..... 애초에 '평범한 공무원이던 남자가 갑자기 벽을 뚫는 능력을 갖게 된다'라는 것과 '프랑스 특유의 허무한 결말'이라는 평만 듣고 갔기 때문에 결말이 내 취향이 아니리라는 것은 각오했었다. 하지만 이건 허무한 결말이 아니라 그냥 이해가 안 되서 와닿지 않는 결말인 듯... 초반에는 듀티율이 뚫을 수 있게 된 '벽'이라는 것이 개인의 한계를 상징하면서도 동시에 그 틀 안에서 안주하는 자에게 안정감을 주는 집의 의미까지 가진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게 갑자기 사랑을 막는 장애물이라는 방향으로 전환되더니 결말은 벽에 갇.....혀?!? 뭐지 이거...;; 오빠얌이 커튼콜 후에 "여러분도 앞을 가로막는 벽을 뚫고 사랑하시길 바랍니다"(정확한 인용은 아님) 라고 마지막 멘트를 날렸는데, 이게 결국 이 뮤지컬의 주제였던 건가...? WWⅡ 직후의 조금은 어수선한 분위기의 프랑스를 배경으로 하고, 부패한 권력에 대한 나름의 비꼼도 존재하며, 심지어 파시스트와 공산당원도 등장시킨 이 뮤지컬이, 결국에는 벽으로 상징되는 그 모든 장애물들을 뚫어 버리며 궁극적인 사랑을 성취하라는 결론을 내고 있는 건가?? ...... 지금 이 멘붕을 담은 주절거림은 다른 벽뚫남 리뷰 혹은 설명을 전혀 읽지 않은 채 하고 있는 것이므로 나 스스로의 부족한 이해력을 증명하는 헛소리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집에 돌아오는 내내 결말의 의미에 대해서만 생각했는데도 제대로 이해를 못했다는 건 작품의 주제 전달력이 부족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내일 벽뚫남의 결론에 대해서 더 검색해봐야지.....
아무튼 이 리뷰의 중심 인물!!인 뎅티율로 돌아오자면, 중간중간 '듀티율'이 아닌 '김동완'이 슬쩍슬쩍 보여서 관객석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진짜 오늘 신창밖에 안 온 듯... 오빠얌이 펄쩍펄쩍 뛰면서 우스꽝스러운 포즈를 취할 때마다 팬들의 '푸핫-'하는 웃음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들렸다. 정확하게 어떤 부분이 '김동완' 같았느냐고 묻는다면 분명히 답하기는 어렵지만.... 아무튼 신창들은 가서 보면 이게 무슨 뜻인지 바로 납득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뎅티율이 재판 과정에서 왼쪽 검지를 코 밑에 대고 오른손은 위로 쭉 뻗어 나치를 표현하던 모습과, 어서 이사벨에게 가서 열렬히 사랑하라며 사람들에게 등 떠밀리는 모습이 제일 귀여웠다ㅎㅎ
관람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고 느꼈다. 보통 뮤지컬에서 노래 끝나면 박수가 나오는데, 인터미션 전 1막의 끝부분 무렵부터 박수가 많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듀티율 이외의 캐릭터들이 우스운 말이나 행동을 보일 때마다 웃음이 많이 터져 나왔고, 호응도 좋았다. 마지막 인사할 때 그런 독특한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들에게 정말 큰 환호가 나왔다. 야채장수와 화가, 검사, 그리고 신문팔이(이 분은 잘생겨서인듯ㅋ) 배우분들이 큰 박수를 받았다. 하지만 역시 뎅티율에게 쏟아지는 환호와 비명, 열광은 비교가 되지 않았다. 거의 콘서트인 줄ㅋ 하지만 위에서 잠깐 언급한 "~사랑하시길 바랍니다" 라는 오빠얌의 멘트에 한 분이 "오빠는 안 돼요!!"라고 하신 건..... 음...... 저격은 아닙니다만, 지난 번에 올린 결혼 관련 포스팅을 보시면 제가 굉장히 싫어하고 민망해하는 태도라는 걸 아실 수 있을 겁니다 흠흠.. 다른(=신화 팬이 아니신) 분들도 있는데 대체 왜 그러는걸까요?... 오빠얌은 못 들은 건지 그냥 달관해서 의연한 건지 완전 태연했다. 긴장했기 때문에 전자일 확률이 높을 것 같지만. 아무튼 커튼콜 때 너무 신콘 같았다는 것 말고는 평범하게 뮤지컬 보는 것 같았다. 이런 평가를 굳이 하는 것은 스스로가 팬이기 때문에 더 민감하게 느끼고 지적하는 것일 뿐이지, 팬덤 비난은 결코 아니라는 걸 분명하게 덧붙인다.
커튼콜 때 막이 내려오는 걸 따라 허리 숙이며 계속 손 흔드는 배우들은 많이 봤지만, 막 다 내려가자마자 일제히 모든 배우들의 손이 커튼 아래로 쑥 튀어나와 마지막 빠이빠이를 하는 건 처음 봐서 너무 즐거웠다. 정말 제대로 배웅 받은 기분이랄까. 배우분들 모두가 너무나 개성 넘치고 멋있었다^^b
1월까지 계속될 뎅티율의 벽뚫남은 오늘 무사히 첫 공연을 끝냈다. 너무나 멋지게, 안정적으로 공연을 해준 뎅티율에게 박수를 보내며, 앞으로의 공연들도 페이스 조절 잘 하며 오늘처럼 혹은 오늘 이상으로 좋은 공연을 해 주길 부탁한다. 오빠얌의 듀티율은 매력적이고 눈부셨다. 무대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그대에게 감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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