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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은 이틀 전에 했지만, 오늘이 광복절이라 이제 리뷰를 올린다.
8월 13일의 캐스팅. 위 이미지들은 전부 인팍에서 캡쳐했다. 인터미션 15분 빼고 120분의 공연인데, 흡입력 있는 스토리와 연출 덕에 내내 집중을 놓칠 수가 없었다. 1막에서는 울컥하는 감정을 잘 참았는데, 2막부터 걷잡을 수 없이 눈물이 줄줄 흘러서 막을 내리자마자 공연장을 뛰쳐나왔다. 1막은 일제강점기, 2막은 그 이후의 이야기다.
유투브에 1막과 2막 각각의 하이라이트 영상이 있어 가져왔다. 아무래도 편집본인 만큼 뚝뚝 끊기는 느낌이 없지 않지만, 극을 직접 관람하고 온 입장에서는 보면서 또다시 감정이 끓어올랐다.
이건 하이라이트 영상들에 제대로 담기지 않은 것 같아 따로 첨부한다. 뮤지컬의 핵심 넘버인 '꽃신'으로, 공연 전반에 걸쳐 여러차례 등장한다.
사뿐사뿐 가거라 / 어여삐 어여삐 가거라 / 좋은 길만 예쁜 길만 / 어여삐 가거라
그래도 이제는,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인식과 관심이 대중적으로 높은 편이다. 하지만 그 구체적인 이야기는 모호한 옛 사연 정도로만 인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 분 한 분의 그 잔인하고 끔찍했던 기억들을 듣노라면 분노와 미안함과 죄스러움으로 먹먹해지는 가슴을 치게 된다. 뮤지컬 <꽃신>은, 그 한스러운 인생들의 편린을 주워들고 극으로 만들어 무대에 올려준 고맙고 뜻깊고 중요한 공연이다.
내가 1막이 아닌 2막에서 눈물을 터뜨린 이유는, 당신들이 겪으신 당시의 그 끔찍했던 고통들에 대한 아픔보다도 '광복'이라는 한줄기 빛 속에서도 철저히 소외되어 그 아픔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하고 끝없이 괴로워해야만 하는 그 한(恨)이 더욱 아프고 절절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꽃 같은 청춘을 허무하게 빼앗겨버리고 수도없이 악몽에 시달리며 하루하루를 '살아내야만' 했던 당신들의 일생이 너무도 아프게 가슴을 찌른다. 그토록 당신들도 지치고 힘든 와중에도, 과거의 트라우마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어머니를 바로 곁에서 지켜보며 다른 맥락의 상처를 받고 아파하는 자식들에게 "우리가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그 모습이, 죄송하고 죄스럽다. 진심 어린 사죄를 받으셔야 하는 분들이 자신의 상처보다도 주위의 아픔을 돌아보며 사과를 건네시는 이 현실을 믿고 싶지 않다.
단편 애니메이션 "소녀이야기" 영상도 덧붙여본다. 두 영상이 다른 내용이다.
관람객의 연령층은 다양했지만, 빈자리가 꽤 있어 속상했다. 2층을 아예 막고 전부 1층으로 좌석을 변경했음에도 그랬다. 이번 일요일에 서울공연이 마무리되고 9월에는 성남과 대전에서 공연이 예정되어 있는데,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지고 "직접" 극을 관람하면 정말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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