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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르담 드 파리 (Notre-Dame De Paris, 내한공연)
in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2015.01.23 8시 공연
2010년, 교양수업을 하나 들었다. 아마 그 즈음부터였다.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아주 강한 유혹을 느끼게 된 것은. 시발점은 딱 두 넘버의 영상이었다. Le Tempps Des Cathedrales 그리고 Belle. 불어 원곡 음원을 받아 생각이 날 때마다 듣곤 했다. 언젠간 이 무대를 두 눈으로 볼 날이 있겠지, 하면서.
그리고 5년 만에, 정말로 만났다. 두 눈으로, 두 귀로, 온 마음으로.
명불허전의 공연에 뭐라뭐라 말을 덧붙이는 것조차 사치스럽게 느껴질 정도라서, 후기를 쓰겠다고 덤비는 손이 자꾸 허공을 떠돈다. 넘버 하나하나가 끝나는 게 아까울 정도로 다들 노래를 정말 잘하더라. 보통 뮤지컬을 보고 나오면 그래도 누가 제일 좋았고 잘 불렀는지 되짚어보게 되는데, 오늘은 굳이 골라야 할 의미를 찾지 못하겠다. 다만 공연장의 음향이 제대로 그 실력을 뒷받침해주지 못했다는 것이 가슴 아플 뿐이다......
극 초반에 MR이 너무 작아서 당황스러웠고 한 넘버에서 클로팽이 노래하는데 삑삑 기계소리가 매우 거슬렸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정도의 클래스라면 당연히 극장 전체의 음향반사를 이용해서 모든 소리를, 더 나아가 무대 자체를 풍성하게 만들어야 하는 게 아닐까. 무대 앞쪽은 거의 쓰지도 않았고, 다른 공연에서도 활용하기 힘들 것 같던데 왜 그리 무대를 깊게 만들어 놓은 건지.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나아지긴 했지만 아쉬움은 가시질 않는다. 자리가 2층 사이드였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말이다.
1월23일의 캐스트였다. 맷 로랑(콰지모도 役), 스테파니 베다(에스메랄다 役), 리샤르 샤레스트(그랭그와르 役), 안젤로 델 베키오(클로팽 役), 이반 페노(페뷔스 役), 로베르 마리엥(프롤로 役) 스테파니 슈레져(플뢰르 役).
역시 Le Tempps Des Cathedrales(대성당들의 시대)와 Belle(아름답다)가 가장 마음을 흔들었다. 특히 Belle는 마지막 세 사람의 하모니에 울컥해서 눈물을 주륵주륵 흘렸다..... 처음 무대를 접했을 땐, 많은 이들이 욕망하는 대상이 되는 에스메랄다에게 동정을 느꼈을 뿐 다른 인물들의 상황이나 감정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아니, 이해하려 들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 공연을 보면서 격렬하게 내뿜어지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절규와 눈빛을 온전히 전달 받을 수 있었다. 그러고보면 원작자 빅토르 위고는 정말로 '인간'에 대해 깊게 고민했고 그 생각들을 고스란히 작중에 살려낸 위대한 작가다. 게다가 그 고찰의 밑바탕에는 인간에 대한 짙은 애정이 아주 선명해서 그의 말들이 더욱 강하게 가슴에 와닿는다.
아주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그랭구와르에게 자꾸 눈이 간다. 어떤 배우가 맡든, 이 캐릭터가 참으로 매력적이다. 오늘도 시선이 자꾸 파란 겉옷을 쫓아 움직이더라ㅎㅎ 이외에도 거리의 집시들은 다들 몸이 탄탄하게 무거웠다. 발레와 무용, 아크로바틱, 비보잉 등을 잔뜩 접목시킨 그들의 움직임이 어마어마하게 역동적이고 생동감 넘쳤다. 웅장함을 아주 좋아하기 때문에 규모가 큰 공연을 사랑하는데, 쉼없이 움직이는 배우들의 동작들이 무대를 한층 더 풍부하고 충만하게 만들어줬다. 프롤로는 성직자라는 직책으로 보이스를 굵고 장엄하게 하는 편인데 그래서 정말 매력 넘친다. 특히 '쥬뗌'이라는 소절 하나로 소리를 자유자재로 모으고 발산하는 발성이 어마어마했다.
기회만 된다면 한 번 더 보고 싶다. 마침 오늘이 월급날이라서, 며칠 전 생일날 스스로에게 주는 생일선물이라며 예매한 공연이었다. 취직이 결정난 다음, 무슨 일이 있어도 매달 적어도 한 번은 문화생활을 하기로 결심했었다. 당연히 영화는 제외다. 그래서 얼마 전 블로그 카테고리를 정리할 때 'stage'를 따로 신설했다. 결심을 실천하는 첫 포문으로 노트르담 드 파리를 보게 되다니, 뮤덕 새싹으로서 영광이다.
PS. 뜨겁게 박수 보내다 말고 급하게 찍은 커튼콜 영상. 퀄리티가 좋진 않지만, 기념으로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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