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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rough The Door (쓰루더도어)

in 유니플렉스 1관, 2015.04.15 8시 공연





28일에 캣츠를 예매해두었건만, 그 한 달의 공백을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서 지난주 주말 아무 생각 없이 지르고 아무 생각 없이 결제한 뮤지컬, 쓰루더도어. 스포일러를 싫어하기에 대강 좋다나쁘다 정도의 평만 읽고 스토리에 대한 사전지식 없이 극장으로 향했다.





수요일 공연이라 할인이 많이 됐다. 그래서인지 공연장도 관람객으로 가득 채워졌다. 1열과 무대 사이의 간격이 거의 없다시피 했고, 좌석 간 간격도 그리 넓지 않아서 6열임에도 아주 가까웠다. 무대가 작긴 했지만, 이런저런 무대장치를 활용하여 넓게 사용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무대라는 네모난 프레임 속에서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이야기를 보는 기분을 느낄 수 있어서 굉장히 즐거웠다. 극을 보면서 '영화'와 '무대'의 차이점에 대해 고민하게 됐는데, 그 생동감의 차원이 전혀 다르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비싼 돈 주면서 무대를 보러 다니는 중독성에 대해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네, 여기 신생뮤덕 한 명 자기소개 중입니다......^_ㅠ





이날의 캐스팅은 샬롯에 유리아 씨, 레니에 정상윤 씨, 카일에 백형훈 씨였다. 


카일왕자가 처음 등장할 때의 탄성으로 보건대, 백형훈 씨 덕질하시는 분이 좀 있으신 듯ㅋㅋ 확실히 잘생긴데다 귀여운 허당미가 넘쳐서 매력적이었다. 제복 입은 태도 멋졌고. 다만 2막에서 진초록의 옷 위에 걸친 민트색(....) 겉옷이 엄청 거슬렸다. 의상 왜 그래여ㅠ 정상윤 씨는 무대 연륜이 돋보였다. 백형훈 씨의 보이스도 참 좋았지만, 뮤지컬 발성의 든든한 울림통은 정상윤 씨가 훨씬 듣기 좋았다. 특히 2부 절정에서 샬롯에게 말하는 파트가 정말 마음에 들었다. 그나저나 샬롯 역 유리아 씨는 엄청 사랑스러웠다!! 극을 보면서 여성에게 이토록 매력을 느껴본 적이 없건만, 보이스도 예쁘고 노래도 괜찮았던 데다가 연기 역시 발랄한 상큼함이 흘러넘쳤다. 배우분들의 합이 좋아서 정확한 타이밍의 개그나 농담들이 관객들의 빵 터지는 웃음을 유발했다.


다만 여러 명이 각기 다른 파트를 부르는 부분은 가사가 잘 안들렸다. 극장 음향의 한계인 듯 싶은데, 화음들이 많아지면 서로 상충되서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 듀엣까지는 괜찮았는데. 흡.   





극의 내용 자체는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독창적이지도 과하게 진부하지도 않은, 무난한 이야기였다. 어디선가 개연성에 대한 비판을 스치듯 읽었던 것 같은데, 이렇게 평탄하고 당연하게 흘러가는 스토리에서 굳이 이 이상의 개연성을 요구해야 할까, 싶은 생각이 든다. 러닝타임이 길어지고 주제나 배경 또한 다양해지는 '영화'를 볼 때는 탄탄한 이야기 구성을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이런 '극'에 대해서는 묘하게 관대해진다. 물론 공연을 많이 보면 볼 수록 영화를 볼 때처럼 점차 날선 비판들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역시 '극'은 무대 아래의 관객으로서 무대 위의 배우와 사람 대 사람으로 마주하는 느낌이라서, 좋지 않은 말을 늘어놓는 것에 거부감이 들긴 한다.



이 공연을 몇 년 전에 봤더라면 조금 더 망상을 이어나갔을 것 같은데, 이제는 환상의 세계보다 현실의 방향으로 더 잘 열리는 '문' 앞에 서있는 터라 툭 털어내는 기분으로 좌석에서 일어나 밖으로 걸어나왔다. 비록 화려하거나 극적이지는 않지만, 현실 역시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일들 투성이기에 또다시 꾸역꾸역 이 삶을 살아가야지. 그래도 판타지를 상상하고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문화생활이 지루한 인생의 활력소가 되기에, 다시 공연예매창을 들락날락하며 다음 이야기를 고대하며 즐겨야겠다. 캣츠 넘버 좀 듣고 가사 외워서 가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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