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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츠 (Cats, 내한공연)
in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2015.04.28 8시 공연
중학생 시절, 음악시간에 Memory 라는 노래를 알게 됐다. 넘버 하나에 뮤지컬을 꼭 보고 싶다는 열망이 생겼다. 2004년도 내한 때는 학생이라는 이유로 관람을 못했고, 2014년도 내한 때는 취준생이라는 이유로 미루기만 했다. 그래서 이번 앵콜 공연은 절대로 놓칠 수가 없었다.
역대 관람한 뮤지컬 중 가장 좋은 좌석에 앉았다. 1열이라니....! 표정이나 디테일한 고양이들의 애교를 보기에는 정말 좋았지만, 전반적인 무대연출이나 군무를 보기에는 조금 아쉬움이 남는 자리였다. 하지만 '젤리클석'이어서 고양이들이 가끔 지나다니면서 애교를 부려서 즐거웠다. 특히 공연 중간에 검은 마법사고양이가 내 다리에 등을 기댔는데 몸의 열기가 어찌나 뜨끈한지 깜짝 놀랐다. 냄새도 뭔가 섬유유연제 향이 훅 풍기는 것이 좋았다ㅎ
고양이들 각각의 개성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점이 극을 풍성하게 만든다. 깨알 같은 놀이나 동작, 애교, 투닥거림 등등이 보는 재미를 선사했고, 객석으로 내려와 관객과 함께 호흡하며 호응을 유도했다. 특히 인터미션 후 2막이 시작될 때 슬금슬금 하나씩 객석 중간중간에 등장해서 관객들과 교류하며 집중도를 높였다. 유난히 인상깊었던 것은 역시 꼿꼿하게 곧추세운 자세였다. 몸에 딱 달라붙는 옷을 입고 곧게 온몸을 편 자세가 정말 매력적이었다.
캣츠의 넘버들은 대부분 말하듯, 읊조리듯 부르는 느낌이다. 소근대듯이 합창하는 나레이션이 많고, 무엇보다도 가사가 묘사용 형용사들이나 단어들 위주로 구성되어 있어서 자막 없이 뜻을 온전히 이해하기에는 벅찼다. 다만 Memory 만큼은 아름다운 멜로디와 우아한 목소리가 어우러져 심금을 울렸다. 개인적으로는 절정의 Memory에 담긴 감정이 썩 만족스럽진 않았지만^_ㅠ 그래도 일단 이 곡을 라이브로 들어봤다는 것에 의의를 둔다.
일상 속의 쓰레기들이 거대화되어 가득 차있는 쓰레기더미가 무대의 정체성이다. 무대 앞쪽으로는 아래로 살짝 가라앉은 부분이 있어서 날렵하게 걸어다니는 고양이들의 움직임을 더욱 부각시켰다. 인간의 시선과 고양이의 시선이 분명한 차이를 보인다는 것을 알려주는 듯한 무대구성이었다.
그리고 이 무대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든 것은 '조명'이었다. 인트로 때도 무대 구석구석에 숨겨져 있는 고양이의 두 눈들이 번쩍거렸고, 사진 속에 있는 것처럼 달 주변의 은하수 별들도 느릿하게 깜빡거리며 생동감을 더했다. 여기에 쓰레기더미 속 반짝이는 형형색색의 조명들이 신비감을 더하며 마치 전혀 다른 세계에 온 듯한 기묘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이외에도 스토리 전개에 맞춰 급작스럽게 사방을 가득 채우던 붉은 조명이나, 새카맣게 암전이 내려앉은 후 커다란 조명을 손전등처럼 이용하여 곳곳을 비추는 연출 역시 몰입도를 높였다. 사진 위쪽에 보이듯 눈부실 정도로 쏟아져내리는 달빛 느낌의 조명도 한밤중의 '젤리클 축제'를 구경하는 듯한 분위기를 강조했다.
음향연출도 인상적이었는데, 특히 무대 위가 아닌 관객석 쪽에서의 굉음 등 무대를 크게 확장해서 사용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관객이 극에 집중하고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드는 방법이 무엇인지 아주 잘 알고 있는 뮤지컬이었다. 뭐, 당연한 말이겠지만ㅎㅎ 내 좌석에서 들리는 음향의 소리는 그렇게 크지 않았다. 오히려 배우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러웠다. 조용한 숨소리나 마이크를 거치지 않는 몸동작으로 인한 소리, 발걸음 소리 등등을 캐치할 수 있어서 공연이 더욱 흥미진진했다.
간단하게 총평하자면, 솔직히 캣츠가 한국인 취향의 뮤지컬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스토리나 전체 구성 상의 드라마틱함은 그리자벨라의 반전과 절정의 Memory 뿐이고, 쉽게 따라부를 수 있는 혹은 친숙한 넘버 또한 없다. 게다가 내한공연인 만큼 캣츠 특유의 가사 속 언어유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몸동작을 활용한 유머 정도만 전달이 가능하다. 고양이들의 분장도 강한데다가, 최근에서야 높아지기 시작한 '고양이'에 대한 인식이 그래도 아직까지는 썩 긍정적이지만은 않다는 점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캣츠는 '전연령대'에서 웃음과 즐거움을 이끌어내는 뮤지컬이다. 내가 관람한 날에도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웃음을 터뜨리며 즐거워하고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고양이들 각각의 다양한 성격과 인생을 엿보게 하며 여러 가지 감정을 이끌어낸다. 시선을 사로잡는 무대와 노래, 안무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을 관객들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만든다. 이러한 특징은 뮤지컬 '캣츠'만이 지닌 독특한 매력이기 때문에, 이토록 오랜 시간 동안 이토록 다양한 국가와 도시에서 이토록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거겠지. 이런 공연을 볼 수 있어서 참으로 행복한 시간이었다. 다음번 캣츠 관람은 브로드웨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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