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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in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2018.08.19 7시 공연





류정한 빅터/자크, 박민성 앙리/괴물, 서지영 엘렌/에바, 이지혜 줄리아/까뜨린느, 김대종 룽게/이고르, 이윤우 어린 빅터, 안현화 어린 줄리아. 류빅터 21차 관극. 류성페어 여섯 번째 공연이자 자여섯. 이 페어의 레전공연이 페어세미막이라니 몹시 슬프다. 지방공도 없던데. 공연이 어찌나 좋았는지 처음 인사하고 들어갈 때는 결말의 여운에 푹 잠긴 얼굴이었던 류배우님이, 재등장하여 무대 앞까지 나와서는 갑자기 왼쪽 입꼬리를 씩 올리며 세상 대존잘인 미소를 지어보이셨다ㅠㅠ 정말 말도 안되는 미모였는데 이걸 어떻게 설명할 수가 없네ㅠㅠㅠ 더 치일 수도 없는데 또 치였어ㅠㅠㅠ 그 미소가 정확하게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몹시 흡족한 공연을 해낸 뿌듯함이 실렸다는 것은 확언할 수 있다. 막공주가 가까워지니 모든 배우들이 농염한 감정선을 군더더기 없이 능숙하게 표현하면서 이런저런 디테일까지 넣으며 매번 레전공을 선사하고 있다. 프랑켄 삼연이 일주일 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이 안타깝다.



※스포있음※



"부탁이야, 친구" 하는 류빅터의 말을 들은 성앙리는, 탄성 같은 한숨 속에 "친구!!" 라고 내뱉는다. 엘렌에게 빅터의 유령 이야기를 듣기 전에는 "친구" 라고 자칭하지만, 그 이후에는 "친구 그 이상" 이라 정정하여 명명한다. 한잔술에서 "부모도 형제도 없지만 단 하나 친구가 있다네 뭐가 더 필요해" 라며 빅터에게 제 온 마음을 내준다. 웃으면서 대신 죽어줄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제 목을 재료로 내어 놓으면서까지 연구를 완성하라고 등을 떠민다. 죽음 앞에서 두려움에 떨면서도, 기꺼이 자신의 선택을 받아들이는 성앙리. 그 결과물로 태어난 괴물은 앙리가 아니지만, 그의 기억과 감정을 지니고 있다. 인간에게 괴롭힘을 당했으면서도, 성괴는 자신에게 먼저 손을 내밀고 온기를 베푸는 까뜨린느에게 쉽게 경계를 풀고 온 마음을 내준다. 그렇기에 성괴는 "이 세상에 혼자" 라는 것을 지독히도 아프게 알려준 까뜨린느의 배신에 고통스러워한다. 성괴의 난괴물은 슬픔에서 분노로 번진다. 성괴는 자신이 기억을 가지고 있는 성앙리 역시, 가장 신뢰했고 유일하게 마음을 내어 주었던 빅터에게 배신을 당한 것과 다름 없음을 안다. "가진 모든 것을 버리" 면서 빅터의 손에 맡겼던 성앙리의 유지는 실패했고, 그로 인해 낙인처럼 목에 상처를 지닌 성괴는 "태어난 걸 원망" 하며 "모두에게 괴물이라 불려야" 했다. 성괴는 앙리를 배신하고 자신을 책임지지 않은 창조주에게 분노를 쏟아낸다. 외소이에서 빅터의 과거를 들었던 앙리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성괴는, 빅터 역시 "혼자가 된다는 것" 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음을 안다. 자신이나 앙리처럼. 그리하여 빅터의 눈 앞에서 그의 소중한 사람들을 하나씩 죽이며 무력함과 절망과 공포와 좌절을 맛보게 한다. 마지막 순간 빅터를 향해 분노를 토해낸 성괴는, 계획의 마무리를 위해 큰 망설임 없이 총을 그에게 건넨다. "혼자가 된다는 슬픔.." 하며 입가에 미소를 띄운 성괴는, 류빅터가 성앙리를 처음 만났을 때 그랬던 것처럼 왼손을 뻗어 그의 오른뺨을 만진다. 더 가까이 다가가 이마를 맞부딪히고 "복수야," 하고 웃은 성괴는 그가 손 쓸 틈도 없이 툭, 고개와 손을 떨군다. 자신들을 배신한 창조주를 온전히 혼자로 만든, 계획한 그대로의 완벽한 복수. 



류빅터는 독선적이지만 다정하고, 고집스럽지만 유약하다. "두려운 게 아니야" 하며 흔들리는 눈빛으로 엘렌을 바라보고, "그게 무슨 소리야!" 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묻는다. 류빅터는 어린 시절부터 사로잡혀있던 "저주" 와 "운명" 을 회피하지 않고 똑바로 마주하여 벗어나리라 결심한다. 그러나 스스로의 행동에 대한 책임 대신, 자신이 살리고 자신이 데려와 자신과 함께 꿈을 꾸도록 만든 앙리가 지워주는 무거운 죄책감과 막중한 의무감을 받게 된다. 휘몰아치는 온갖 감정을 꽉꽉 눌러담아 신을 집어삼킬 듯이 절대적이고 위압적으로 "신의 섭리" 에 도전한다. 앙리의 머리를 지닌 생명체를 탄생시킨 류빅터는, 창조된 생명이 부활한 앙리가 아니라 갓 태어난 새로운 존재임을 인지하지 못했다. 괴물의 무지를 예측하고 납득하고 용서하지 못했기에, "쳇바퀴 돌듯 또 그 속에서 혼자 눈물 흘려야 하나" 라며 류빅터는 그의 목을 조를 수밖에 없었다. 3년 뒤 자신을 찾아온 괴물을 향한 죄책감과 앙리를 향한 부채감에 괴로워한다. 괴물의 이야기를 다 듣고선 기꺼이 그의 복수를 받아들이겠노라 말하지만, 류빅터는 그의 분노의 깊이가 얼마나 깊고 지독한지 전혀 알지 못했다. "혼자가 된다는 것" 에 대한 공포, "넌 특별해" 라는 말에 제 야망과 꿈이 초래한 비극을 재차 책망받는 듯한 고통, "이제는 후회해도 되돌릴 수가 없" 는 사랑하는 이들의 죽음을 마주한 절망. 결국 류빅터는 괴물의 의도대로 그를 쫓아 북극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 치열하게 내던진 싸움 끝, 비로소 마주하게 된 평안을 향한 마지막 한 걸음. 그러나 생각치도 못한 괴물의 행동에 조건반사처럼 방아쇠를 당긴다. 넋이 나간 얼굴을 한 채 그가 쏟아내는 말을 듣고 있던 류빅터는, 툭 떨어진 성괴의 손이 제 뺨에 남긴 온기를 느끼며 망연히 제 얼굴에 손을 가져다 댄다. 헛웃음 같은 소리를 뱉어내며 그를 툭툭 치던 류빅터는 힘들게 일어나 새삼 괴물을 바라보며 뒷걸음질을 친다. 공포와 패닉에 질린 듯 가쁜 숨을 여러 차례 뱉어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다가, 도망치듯 경사면 위로 올라간다. "신과 맞서 싸워" 살아왔던 류빅터는, 제 이름을 토해내기 전 괴물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앙리.." 를 부른다. 제 손으로 만들어낸 피조물의 계획에 따라 완전한 혼자가 된 인간.

 



 

지혜줄리아를 오랜만에 만났는데, 원래도 좋았지만 그 이상으로 잘 다듬어진 노선과 디테일과 연기와 노래에 감탄했다. 짱짱하고 풍성한 감정의 혼잣말 넘버를 들으며 오랜만에 울컥했다. 빅터를 사랑하지만 자기 주체성을 잃지 않고 그저 매달리기만 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그곳에는 넘버 전후로 지혜까뜨린느의 대사나 추임새도 완벽했다. 지혜까뜨는 밑바닥 출신이 아니라 몰락한 귀족의 영애 같다. 시하까뜨가 알지 못하는 자유에 대한 동경을 표현한다면, 지혜까뜨는 이미 잘 알고 있는 자유를 되찾고 싶은 갈망을 내보인다. 산다는건 넘버에서 시하까뜨가 온갖 감정에 순간순간 눈이 돌아간다면, 지혜까뜨는 잘못된 일임을 알면서도 옅은 죄책감보다 훨씬 커다란 제 욕망을 우선시한다.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발악하지만, 눈 앞에서 페르난도와 추바야가 잔인하게 살해당하는 것을 본 지혜까뜨는 넋이 나가 "너무 무서워요" 라고 울먹였다. 이 디테일이 언제부터 생긴 건지는 모르겠지만, 머리를 얻어맞은 듯하여 눈물이 쏟아졌다. 성앙/성괴와 지혜까뜨는 극 안에서 보여주지 않는 과거를 상상할 수 있는 뭔가를 던져줘서, 관객이 인물들에게 보다 깊게 몰입하도록 만든다. 윤우빅터도 간만에 만났는데 역시 너무 잘해서 행복했다. 이날 배우들 연기와 노선이 서로 딱딱 들어맞아서 극의 개연성과 완성도가 매우 높았다.

 

 

이제 디테일. 중위에게 "수고하게" 하고 퇴장하는 류빅터. "아~ 소독약이나 발라주고 기도해 주는 것?" 하는 비아냥도 한층 얄미워졌다. 버럭 하는 성앙을 따라한 류빅은 세게 그의 팔을 확 붙들고는 왼손으로 성앙 오른뺨을 턱 만지며 "이제야 자네답군!" 이라 말한다. 류배우님 성대가 어마어마하게 짱짱해서 모든 넘버마다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과학은 생태계를 뛰어넘어!!" 하며 난간에 양손을 짚은 채 몸을 숙이고 강하게 말하지만, "과학은 그 의미를 밝혀낼 뿐" 이라는 대꾸에 손을 탁 놓으며 왼쪽 위로 시선을 돌려 후, 하고 한숨을 토해내고선 오른쪽으로 몸을 돌려 앙리를 등진 채 천천히 뒷짐을 진다. 류빅터가 "생명의 본질을 파헤쳐" 하고선 오른주먹을 꽉 쥔 채 약간 들어올리며 "죽음을 정.복.해!" 라고 하자, "유약한 인류를 변화의" 하고선 왼주먹을 똑같이 쥐고 앞으로 들어올리며 "무한의 존재로!" 라고 하는 성앙의 미러링이 있었다. 상대의 디테일을 캐치해서 그대로 되돌려주는 배우의 순발력과 센스에 찬사와 감사를 보낸다. 이런 류의 미러링이 극 내내 나타나서, 디테일 덕후는 몹시 짜릿했다. 떠나는 웰링턴의 뒤에 대고 경례한 손을 한 대 칠 기세로 휘두르는 류빅터 디테일이 공연 중반부터 있었는데, 살해 당한 월터의 머리를 보고 꼭지가 돌아 돌을 내리친 빅터의 욱하는 성격을 예고하는 복선이었음을 최근에서야 깨닫고 새삼 감탄했다. 자신의 말을 똑같이 되돌려주는 성앙의 오른뺨을 다정하게 만지며 "부탁이야, 친구" 하고 나가는 류빅터와, 생각치 못한 말에 "친구.." 라고 툭 내뱉어버리는 성앙리. 이주부터 평화의시대, 격투장 등에서 김호민 배우 대신 다른 배우가 나온다. 배우 부상이라는 소문이 있던데 어서 쾌차하시길 바란다. 평시에서 인사 따윈 가볍게 무시하고 걸어가는 류빅터를 향해 "도련님, 도련님!" 하고 부르는 대종룽게. 월터의 말에 눈썹을 치켜올리며 뒤로 돌아보고 표정 다양하게 짓는 류빅터. 비웃음을 걸고 "가보겠습니다" 하고 떠나려는데 "넌 달라지지 않아!!" 라는 말을 듣고는 월터를 크게 부르고 손가락을 튕긴다. 한동안 객석을 보면서 코를 검지와 엄지로 틀어쥐고 "코가 써글거가태" 했었는데, 이날은 공연 초반처럼 희정슈테판의 면전에 대고 했다. "대단히!" 하는 성앙을 끌어당겨 등을 치며 "하나도 힘든데! 좀 도와줘!" 하며 나가는 대종룽게.

 

 

외소이. 아빠를 향해 돌을 던지는 것이나, "엄마 살려내!" 하고 외치는 타이밍을 엘렌의 대사와 맞물리지 않게 하는 윤우빅터. 넘어질 때도 온 몸을 던져서, 연출지시인 걸 알면서도 매번 움찔하게 된다. 예전에 보니까 어린 빅터들 허리와 등에 보호대 차고 있긴 하던데, 이날 윤우빅터가 불타는 성에서 떠밀려 미끄러질 때 오른팔이 쓸린 것 같아서 신경 쓰였다. "울면 안돼. 사람들이 얕봐." 할 때 지호빅터나 지훈빅터는 씩씩하게 이를 악물고 말하는데, 윤우빅터는 지친 기색이 엿보였다. 무슨 책이냐는 줄리아의 질문에 책을 펼쳐보이며 몸을 가까이 할 때, 지호빅터와 지훈빅터는 제 이야기에 신이 난 모습이고, 윤우빅터는 다정함과 배려가 근간에 깔려 있는 느낌이었다. 용서를 빌라며 숙부님 앞에 끌려올 때, 지호빅터는 해냈다는 것에 흥분에 차 있고, 지훈빅터는 만면에 광기가 서린 웃음을 짓고 있으며, 윤우빅터는 약간의 눈치를 보다가 기쁨이 점차 차오른다. 엘렌을 보자 엉엉 울며 고개를 젓고, 그를 꽉 끌어안으며 필사적으로 떠나길 거부하는 윤우빅터. 대종룽게의 손에 질질 끌려나가는 윤우빅터의 저항이 몹시 강해서 나중에는 거의 들려나가는 것에 가까웠다. 자신의 팔을 붙드는 류빅터의 이름을 불러 엘렌의 존재를 알리는 성앙리는, 뛰어나가는 빅터의 등에 대고 그의 이름을 또 부른다. "나 진짜 그만두고 싶어" 하며 탄식하는 대종룽게.

 

 

한잔술. 류빅터가 "아퍼 아퍼!" 하고 두 대를 때리니까, 똑같이 "아퍼 아퍼!" 하며 두 대를 때려주는 성앙리. 류빅을 끌어다 저를 끌어다 앉히는 성앙리의 옷깃을 양손으로 꼭 붙들고 있는 류빅터.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있던 성앙리는 "무슨 개소리야!" 라는 말에 류빅터가 벌떡 일어날 수 있도록 슬쩍 손을 뗐다. "아..앙리.. 조심해..." 하면서 추바야앙 뒤를 때릴 듯이 주먹을 쥐던 류빅터는 짝 소리에 제가 맞은 듯 아파하며 엄살을 부린다. "자네 이렇게 취한 모습 처음 보네" 라는 대사를, "자네 취한 모습 처음 보네" 라고 바꿔 말하는 성앙리. 사람들에게 "아하하하 이 친구 많이 취했네요!" 하고선, 나지막하게 "자네 대체 왜이래!" 하고 말하는 성앙리를 퍽 치며 '나 안 취했거든!" 하고 성질을 내는 류빅터. "위대한 이상의 추락이여~" 는 또 오페라처럼 리듬을 넣었다. 의지가 통하지 않는다며 괴로워하는 류빅터에게 손을 뻗다가 멈칫한 성앙리는 술병과 술잔을 집어든다. 걱정을 담은 성앙리의 잔을 톡톡 치며 "걱정," 하고 웃는 류빅터. 절망을 자신의 잔에, 슬픔을 성앙의 잔에 담는다. "취해볼까~~~" 를 평소보다 오래 뽑았다. 성앙리는 병 째로 류빅터의 입에 술을 붓지만 거진 다 흘리는 느낌이었고, 남은 건 제 입에 탈탈 털어넣다가 여앙의 손에 이끌려 나간다. 성앙리가 제 이름을 부르며 인사하자, 벌떡 일어나 환호를 지르고선 왼발을 오른발 앞에 두고 왼손은 뒷짐진 채 오른손을 우아하게 들어 귀족인사를 하는 류빅터. "뭐 그리!" 하며 성앙리가 발을 쿵 구르는 타이밍에 맞춰 한걸음 쾅 뒤로 걷는 류빅터. 그의 춤을 구경하다가 깔깔거리며 다시 자리에 앉지만, 주변의 성화에 못이기는 척 입을 쩝쩝거리고선 테이블 위로 올라간다. 다리 먼저 풀고 양팔 스트레칭을 한 류빅터는, 양손을 뒷짐지고 스탭을 밟다가 나중에서야 손을 훑으며 위로 들어올렸다. 골반을 좌우로 흔들며 웨이브를 넣는 류빅터. "술맛 좋다!" 하고선, 룽게의 호들갑을 무심하게 쳐다보며 술을 들이키는 류빅터와 타이밍 맞게 그 옆에 서서 룽게의 행동이 시야에 들어오도록 서는 성앙리. 제 머리를 가리키는 대종룽게의 행동에 놀란 두 사람은 술잔을 내려놓고 허겁지겁 내려와 그를 붙든다. 빅터-룽게-앙리 순으로 서야 하는데, 류빅이 선 곳까지 와버린 성앙이 다시 룽게 왼쪽으로 가서는 엄청 취했다는 듯 고개를 살짝 털었다. 류빅처럼 손가락 튕기는 것도 이 부근에서 했던 듯. "장의사!!" 라고 외치고선 무대 왼쪽으로 간 류빅터는 손바닥으로 입을 틀어먹고선 기쁜 눈으로 룽게에게 달려가 폴짝 발을 구르며 흥분을 표현한다. 정수룽게와 할 때는 코알라처럼 안기기 위해 거리를 꽤 두고, 대종룽게와 할 때는 약간의 거리만 두고 양 팔을 활짝 벌린다. 이리와, 하는 류빅터 말에 "안기라구요?" 하면서 웃던 대종룽게가 "질문입니까 명령입니까" 하고 애드립을 해서 객석이고 배우고 다 터졌다ㅋㅋㅋㅋㅋ 류빅터도 웃으면서 "잇! 빨리와!" 하고 재차 말하자 와서 안기는 대종룽게. 그 뺨을 꼬집으며 "우리 룽게가 쓸모가 이쪄쪄" 하고 신나서 뛰어나가는 류빅터와, 테이블 위에서 똑같이 팔을 휘저으며 "우리 룽게가 쓸모가 이쪄쪄" 하고 쫓아나가는 성앙리. 그러자 대종룽게도 "계산이요?" 하고 혀짧은 소리를 냈다. 류성빅벨, 이 세 배우는 상대의 디테일을 놓치지 않고 배려하고 응용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그래서 세 사람이 만나면 주고받는 디테일의 합이 시너지를 내서 극 자체의 완결성까지 영향을 미친다. 이 페어로 짹을 봤어야했는데!

 

 

"혼자 있고 싶다고 했잖아!" 하며 룽게에게 원망스런 질책의 눈빛을 보내는 류빅터. 나는 왜. "왜에에엑!" 하고 책상 내려칠 때 요새 다시 케이프 뒤쪽 살짝 뒤집어지더라. "내가 모르고 있던 나아아아악" 하고 비명을 지르며 왼손은 앞으로 뻗고 오른손으로 머리를 짚은 채 뒷걸음질 치다가 홱 뒤도는 류빅터. 초상화를 마주하고 양손을 내려다보다가 그대로 객석에 등을 돌린 채 노래를 이어가다가, "역!겨워!" 하고 강조하면서 팔을 뿌리치듯 쳐내며 뒤돌아 앞으로 걸어나온다. "파배자" 부분 저음으로 눌러주시는 목소리를 몹시 사랑한다. 덜덜 떨리는 목소리지만 분명하게 자백을 시작하지만 기각당하고 끌려나가는 류빅터. 그 모습을 바라보며 재판정으로 다시 끌려나오는 성앙리. 면회, 라는 말에 몸을 돌리다가, "아, 앙리" 라는 류빅의 부름에 그와 눈을 마주치고선 다시 객석을 향해 시선을 돌린 뒤 "와주었구나" 하고 말한다. 친구 그 이상인 류빅터를 위해, 그와 함께 꾼 꿈을 위해, 성앙리는 두렵지만 웃으며 이 운명을 받아들이겠노라 말한다. 철창 근처에서 객석을 향해 선 채 노래하다가, "태양처럼" 하며 앞으로 뛰어나오는 성앙리와 그를 쳐다도 못보고 엉엉 우는 류빅터. 뛰어가 그와 손을 꼭 마주잡은 성앙리는 류빅의 왼손을 확 잡아채서 제 오른쪽 목에 가져다대며 이악물듯 강하게 "포기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줘" 하고 말한다. 너꿈속 내내 유난히 앙리의 이름을 많이 부른 류빅터는 끌려나가는 순간까지 "부탁이야 제발 앙리" 하며 절규한다. 끌려가다가 계단 아래에서 성앙리가 한 번 휘청했는데 디테일은 아니고 다리가 풀린 듯했다. 차오르는 두려움에 흔들리던 목소리를 내던 성앙리는, 눈을 꾹 감고 고개를 살짝 숙인 채 후, 하는 한숨을 토해낸 뒤 선명하게 "너의 꿈에 살고 싶어" 하고 반짝인다.

 

 

생창을 들으며 처음 울었다. 너무 좋아서. 목소리, 눈빛, 손짓, 걸음걸이, 동작, 그냥 류빅터의 존재 자체가 압도적으로 공간과 시간을 장악한다. 누누히 말하지만, 직접 보지 않으면 결코 이 위대한 넘버를 온전히 상상할 수 없다. 뒤돌아서서 "휘몰아쳐라" 할 때 오른팔만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그림을 그리듯 절도있게 움직였는데, 이날은 양팔을 벌렸다. 이외의 디테일은 0815 류한과 비슷했지만, 전반적인 위압감이 글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났다. 꾹꾹 눌러담은 냉랭함을 풍기다가 뜨겁게 폭발하는 온도차까지 완벽했다. 광기에 푹 절여졌다가 현실로 끄집어내진 류빅터의 형형한 눈빛. 갓 태어난 성괴는 어느 순간에 어느 근육을 사용해야 할지 몰라 이리저리 휘청인다. 류빅터가 괴물을 끌어안거나 코트를 입혀줄 때 성괴에게만 "진정해, 진정해" 라고 말하는 것으로 기억한다. 성괴는 뒤로 기우뚱댄다거나, 순간적으로 다리의 중심을 잃고 주저앉듯 비틀대는 등 움직임이 커서 류빅터가 코트를 입혀줄 때 가장 고생한다. 은괴나 지괴는 은근슬쩍 본인들이 팔을 집어넣어주곤 했다. 성괴에게 목을 물어뜯긴 룽게가 쓰러지자, 룽게의 이름을 부르며 달려가는 류빅터. 으어어어억, 하고 주체할 수 없는 고통의 소리를 토해내며 오른쪽 머리를 또 붙들며 괴로워한다. 쇠사슬로 괴물의 목을 조른 제 두 손을 내려다보며 "안돼," 하고 절망하면서도 도망가는 괴물을 이대로 둘 수 없다는 듯 일어나 총을 주워든다. 그러나 차마 보지 못하고 힘겹게 두 발을 쏘는 류빅터. 비명과 광소.

 



 

2막. "인간을 뛰어넘는 무기를 만드는 거였.." 하고 어미를 끝내지 않은 채 문득 떠오른 실험일지를 제 몸을 뒤적이며 찾는 류빅터. 괴물의 등장에 침잠한 목소리로 "너였구나." 하고 말한다. 앙리라 불리는 것에 서슬퍼런 분노를 쏟아내는 성괴. "앙리, 앙리, 앙리, 앙리, 대체 왜!!!" 하며 무대 상수쪽을 향한 채 몸을 세게 튕기며 꼿꼿이 세운다. 난간 너머로 몸을 숙인 채 "내가 태어났을 때," 라고 말하던 성괴는 몸을 천천히 일으켜 세우며 오른손 손가락 끝으로 제 목의 상처를 만진다. 성앙이 류빅의 손을 끌어다 만지게 한 목이자, "만들어진" 존재임을 증명하는 상처. 이날 총 발포 또 안 되서, 류빅터가 총신 위 방아쇠 같은 걸 두 번 세게 당겨보다가 그냥 뛰어가며 "쫓아!" 하고 외쳤다. 도망자 마지막 "태어난 걸" 하며 성괴는 제 목의 상처를 또다시 뜯어낼 듯 만지작거리다가, 왼팔을 그대로 옆으로 뻗으며 "원망했네-" 하고선 우측으로 퇴장한다.

 

 

"다음엔 더 화끈한 걸로 모시겠습니다!" 하며 한 바퀴 휙 돌아 왼손을 위로 들며 포즈를 취하는 류쟈크 뒤에서 남앙들도 만개한 꽃처럼 포즈를 잡는다. "지랄!" 하는 에바의 말에 다같이 와르르 무너지는데, 여앙들이 남앙들 귀를 붙잡고 하나씩 질질 끌고 나간다. 페르난도 보자마자 짜증내며 무대 왼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가 외면해버리는 서에바. "꼴에 눈깔은 비싼 걸로 박았네" 하는 서에바의 말에 류쟠과 대종이고르가 킬킬거린다. 꼬집힌 류쟠을 놀리듯 공을 누르며 삐익 소리를 내는 대종이고르. 넌괴물 도입에서 괴물의 머리칼을 쥔 채 그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며 "내 말 잘 들어 / 넌 괴물이야 / 인간행세 하지, 마!" 라고 하던 류쟠이, 이날은 성괴의 왼쪽 귀에 대고 단어들을 불어넣듯 노래했다. 절망 넘버에서 류빅터 오른쪽 귓가에 가사 박아넣는 성괴 디테일을 근간으로 한 게 분명한 류쟠의 이 디테일에 내적 박수를 엄청 보냈다ㅠㅠ 서로의 디테일 받고 주고 하는 이 페어 디테일들 때문에 수 차례의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목소리의 톤과 음역대를 자유자재로 능숙하게 바꿔가며 세상 잔인한 모습을 보이는 류자크. 남세에서 서에바가 채찍 아랫부분을 마이크처럼 쥐는데, 류쟠도 서에바와 페어일 때 지팡이 끝을 마이크처럼 사용한다. 혜나에바와 페어일 떄는 그렇게 안 하고. "더럽게 꽥꽥거리네" 와 퇫, 하고 침 뱉는 디테일은 유지했다. 류쟠 다른 디테일도 그대로였고, 2층에서 서에바가 류쟠 턱을 손가락 끝으로 우쭈쭈 해줬다. 

 

 

산다는 건. 성괴나 지혜까뜨 모두 대사톤이나 동작이 너무나 깔끔하고 완벽해졌다. 지혜까뜨는 "아, 말을 못하지" 하며 큰 동작과 분명한 발음으로 설명을 해주고, 경계심 많은 동물을 대하는 것처럼 성괴를 바로 만지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할 거라고 미리 제 행동을 보여주고 예고한 다음 조심스럽게 접근한다. 손목을 붙들리자 고개를 숙인 채 눈도 못 마주치고 두려워하던 지혜까뜨는, "난 인간이 아닌데" 하는 성괴의 말에 퍼뜩 깨달았다는 듯 얼굴을 든다. 지혜까뜨는 오로지 인간만을 무서워하고 싫어하기에, 인간이 아닌 성괴에게 비밀을 공유하듯 북극에 대해 말해준다. 그곳에는. 중간에 또 뭐가 있지, 하듯 망설이다가 "아!" 하며 "누구도 상처 주지 않아" 라고 이어가는 지혜까뜨. 성괴의 말에 하나하나 반응해주는데, "싸움," 하면서 주먹질 하고선 "없어," 하며 양손을교차하듯 단호하게 젓는다. 오로라를 표현하는 지혜까뜨의 손가락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며 잡으려 손을 뻗다가 몸이 앞으로 쏠리는 성괴. 따라하라는 듯 제 치맛자락을 양 손가락으로 잡고 사뿐사뿐 걷는 지혜까뜨와 그걸 보고 제 바짓자락을 손끝으로 잡고 다리를 들어올리며 걷는 성괴. 산다는 건. 본인 발성과 맞지 않았던 이 넘버도 자신과 어울리게 소화해서 부르는 지혜까뜨. 자신을 바라보는 괴물의 눈에 죄책감을 느끼지만, 살아남기 위해 못된 말을 내뱉는다. 시하까뜨는 "짐승만도 못하다구!!!" 하고 괴물의 면전을 향해 말하고, 지혜까뜨는 실성한 듯 웃으며 왼쪽에 서있는 남앙들을 향해 손가락질 하며 "저기, 저 짐승들만도!" 라고 말한다. 위에서 언급했지만, 추바야까지 잔인하게 죽임을 당하는 것을 보고 "너무 무서워요" 라고 울먹이는 디테일이 너무나 가슴 아팠다. 대종이고르는 류쟈크가 목을 조른 추바야가 쓰러지는 타이밍에 맞춰 하얀색 백기를 펼쳐보인다. 까뜨린느가 끌려나오고 한창 옥신각신할 때 뒤에 괴물에게 가서 왼팔을 쓱 들어올렸다가 에비, 하듯 앞으로 내팽개치는 디테일도 대종룽게만 한다. 가끔 괴물들이 잘못 널브러질 때가 있는데 대종룽게의 이 디테일 덕에 자세가 제대로 고쳐지더라. 



민성괴물은 쓰러진 상태에서 일어나보려 온 몸에 힘을 두어번 주지만, 털썩 하고 그대로 돌아온다. 지독한 고독에 잠겨 시작하는 난괴물. 슬픔으로 시작하여 점차 분노가 차오르다가, 정신적 고통이 어긋난 뼈를 강제로 맞추는 육체적 고통으로 연결되며 길고 고통스럽게 포효하는 성괴. 뺏어든 횃불로 제 팔과 가슴과 목의 상처를 비춰보는 성괴 디테일. 고함을 쏟아내며 객석을 등진 채 뒤쪽으로 걸어갔다가 다시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나오며 가슴을 퍽퍽 내리친다. 고음을 쏟아내다가 뒤로 넘어진 성괴는, 치밀어오르는 분노를 잠재울 길이 없어 벌떡 일어나 온몸으로 노여움을 뿜어내며 이리저리 움직이고 제 머리통을 몸에서 뜯어내려 한다. 결국 제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다시 쓰러진다. 객석 쪽에 머리를 두고 누운 성괴는 오른손을 들어 안녕을, 오로라를 만들어 보이다가 흐느낀다. 끈이 엉켜버려 이상하게 뒤틀린 마리오네트처럼, 기괴하기까지 한 자세로 고개를 젖히고 어깨와 팔을 비틀며 몸을 오른쪽으로 돌려 천천히 상체를 세운다. 신체가 어떻게 움직이고 있든, 시선은 그대로 객석 위쪽을 바라보고 있어 더욱 비현실적이다. 감당할 수 없는 거대한 분노가 고스란히 육체에 담겨 뒤틀린 듯한 모습. "꿈을 꾸었네" 라고 하며 제 목을 만지는 성괴. 지독한 분노는 처절한 슬픔으로 회귀한다. 



그날에 내가. 1막의 윤우빅터와 똑같은 모습의 류빅터. 룽게가 잡은 손을 바라보고 다시 엘렌을 바라보며 고개를 젓는다. 어린아이처럼 엉엉 눈물을 쏟아내며 슬픔에 녹아내린다. 상처. "길을 잃었어요" 라는 원래 대사를 이날 윤우가 "길을 잃어버렸어요" 라고 하니까, 성괴도 "나도 길을 잃었는데" 가 아니라 "나도 길을 잃어버렸는데" 라고 말했다. 디테일 안 놓치는 배우를 몹시 아낍니다. 지호빅터나 지훈빅터는 "아저씨가 인간이 만든 생명이에요?" 하는 질문에 때묻지 않은 의문과 호기심이 담긴다. 윤우빅터는 그저 있는 사실을 그대로 이야기 한다는 듯 덤덤하게 말해서, 괴물 입장에서는 그를 빅터와 겹쳐 보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밀어버리고 나서도 그대로 손을 허공에 둔 채 이야기 해주듯 이어가던 성괴의 노래는, 점차 울음으로 번져나간다. 절망. 사연에서는 반드시 절망 넘버 복구해야 한다. 왼손을 들어 성괴를 가리키며 경악하듯 뒷걸음질 치다가 그대로 무너지는 류빅터. 도망치듯 엎어진 채 뒤돌아 오른손으로 머리를 짚으며 "그만해 제발 그만해!" 하고 절규한다. 성괴는 생창기계 위에 절대자처럼 서서 양팔을 벌린 채 류빅터를 내려다본다. 느긋하지만 서슬퍼런 존재감을 풍기며 작은 레버들을 내리고 원형 핸들도 휙 돌려본다. 류빅의 말에 엘렌의 머리가 놓인 철침대를 양손으로 세게 내리치며 "또다시 만들려했나!" 하고 화를 낸다. "악마가 되어버렸네!" 하며 류빅터가 내리치는 파이프를 가볍게 붙든 성괴는 그대로 끌어당겨 찰나지만 그와 눈을 마주하고선 확 뿌리치며 "고귀한 척 집어치워!" 라고 말한다. 자신의 멱살을 잡고 류빅터가 일어날 때까지 가만히 서있다가 한 손으로 그의 목을 조르는 성괴. "넌 끝까지 살아야 해 살아서 내가 아팠던 만큼!" 하고 으르렁거리며 제 말을 류빅터의 오른쪽 귓가에 박아넣는다. 잡아먹을 듯한 기세로 두 번째 "아직 아냐!!!" 하고 분노를 쏟아낸다. "저 보름달이 갈라질 때" 하며 이어나가는 성괴의 말을 들으며 머리를 부여잡은 채 고통스런 신음을 토해내는 류빅터. 후회. 영혼까지 탈탈 털렸지만 눈빛만은 이글대며 완벽하게 부르는 류빅터. 북극. 괴물의 신음을 두 번 따라하며 그의 앞까지 올라가는 류빅터. 몸싸움 끝 총구를 마주하고 기쁘게 웃는 류빅터와 그런 그의 얼굴을 향해 두 번 포효를 토해내는 성괴. 파들거리는 손으로 총구를 류빅의 이마에 가져다대는 성괴와 눈을 감고 최후를 기다리는 류빅. 그러나 성괴는 총구를 돌리고, 탕, 하는 한 발의 총성. 성괴는 총에 맞아 피를 내뿜듯 토하는 소리를 내는데, 이건 룽게를 물고 나서 철침대에 드러누워 허공으로 피를 뿜어내던 것과 이어지는 디테일이다. 마지막 결말은 글 상단 노선정리 부분에 다 적어놓았다. 





벌써 막공주라니. 류빅터 서울공연이 고작 세 번 밖에 남지 않았다니. 프랑켄 지방공이 더 있을 것 같은데 감감무소식이라 의아하다. 류성 회차도 있으면 좋겠다. 이왕 전관 뛰기로 했으니, 류한 류성 페어는 지방공까지 다 따라가야지. 이토록 컨디션이 좋은 류배우님이 막공주는 또 얼마나 쩌렁쩌렁하고 치밀하고 훌륭하고 풍성한 공연을 보여주실지 몹시 기대가 되고 벌써부터 마지막이 아쉽다. 얼마 남지 않은 이 공연들을 최선을 다해 즐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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