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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in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2018.08.24 8시 공연
류정한 빅터/자크, 박민성 앙리/괴물, 서지영 엘렌/에바, 안시하 줄리아/까뜨린느, 이정수 룽게/이고르, 김지호 어린 빅터, 이유주 어린 줄리아. 류빅터 세미막이자 23차 관극. 류성 페어 일곱 번째 공연이자 7차 관극이자 페어막. 류서안 페어막공. 박민성 배우 막공이어서 무대인사가 있었다. 편지를 써왔다며 코트 안주머니에서 주섬주섬 종이를 꺼내길래 할 말을 미리 적어온건가, 생각했는데 아련한 목소리로 "앙리에게..." 라고 운을 떼는 성괴 때문에 무대 위고 객석이고 초토화됐다. 사방에서 모두가 민망함과 오글거림과 신기함을 담아 온몸을 배배 꼬고 있음에도, 꿋꿋하게 편지를 읽어나가는 배우 본체가 참 신선하고 애틋하더라. 앙리에게도 괴물에게도 다정한 말을 해주며 이내 울먹이는데, 따뜻한 마음을 가진, 감수성이 참 말랑말랑한 배우라는 인상을 받았다. 옆에서 갑자기 지호빅터가 울컥하니까 류빅터와 시하줄리아가 달래주는 것도 좋았다. 매번 좋은 공연을 선사해준 배우에게 관객이 해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열띤 환호와 뜨거운 박수 뿐이어서 무인 내내 함박웃음을 지으며 열렬히 호응했다. 얼마나 박수를 쳤는지, 간만에 손바닥에 멍이 들었다. 정수룽게 오피셜로 대구, 진주, 김해에 이어 부산까지 지방공이 있다는데, 부산 스케줄이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
이날 노선과 디테일은 이 페어의 세미막과 거의 동일했다. 류성페어 노선이 바뀐 0804 공연을 근간으로, 0812 공연에서 디테일 구축을, 0819 공연에서 노선의 완성형을 보여주었고, 페어막인 이날 0824 공연에서는 깔끔하고 온전한 마무리를 지어주었다. 상대의 디테일을 캐치하고 흡수하여 자신의 디테일에 녹여내는 류성 두 배우의 합이 너무 좋아서, 이 페어 자체를 사랑하게 됐다. 이 페어의 첫공부터 막공까지 전부 다 챙겨봤다는 게 뿌듯하고 신기하고 행복하다. 약간의 아쉬움을 남겼던 첫공 리뷰가 그저 까마득한 과거 같다. 두 배우가 다른 공연에서 다시 만난다면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해진다.
※스포주의※
페어막의 노선과 주된 디테일은 세미막 리뷰로 갈음한다. (참고: http://tinuviel09.tistory.com/548) 세미막과 달랐던 디테일만 간략하게 남겨야지. 단하미. "아니!" 하고 단호하게 말한 뒤, 양 손으로 가볍게 난간을 잡으며 몸을 살짝 숙인 채 "과학은 생태계를 뛰어 넘어!" 라고 큰 강세 없이 말하는 류빅터. 재차 이어지는 성앙의 반박에 류빅터는 답답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허리를 피고, 왼쪽 위를 향한 채 고개를 살짝 젖히며 후우, 하고 한숨을 내뱉고선 오른쪽으로 뒤돌아 뒷짐을 진다. 성앙을 설득하겠다는 목적에 앞서 자신의 생각을 마음껏 쏟아내는 듯한 단하미였다. "운명," 하면서 입가에 냉랭한 미소를 살짝 거는 류빅터. 다리 위에서 서로를 마주보며 노래할 때 류빅터 오른손 동작이 난간에 가려 안보였는데, 성앙이 살짝 펼친 왼손을 앞으로 들어올리며 "무한의 존재로!" 라고 하는 걸 봐선 또 류빅터 행동을 미러링 했으리라 본다. 설득에 휩쓸려 류빅터의 손을 잡아버린 제 오른손을 내려다보는 성앙리. 질문인지 명령인지 묻는 성앙의 말에 얼굴 가득 웃음을 지은 류빅터는 처음 만났을 때처럼 왼손으로 성앙 오른뺨을 턱 잡고 "부탁이야, 친구" 라고 말한다. 정수룽게까지 나간 뒤에 "친구!" 하고 중얼거리는 성앙리. 외로운 소년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난 성앙리는, 엘렌을 보며 말하다가 "하지만 빅터는," 하며 객석 쪽을 향해 두어 걸음 나온 뒤 "새로운 세상을 꿈꾸고 있었습니다" 하고 눈을 반짝였다. "그 꿈에 동참하고 싶어서" 라며 다시 엘렌에게 돌아온 뒤 정중하게 인사하고선 빅터가 향한 곳으로 뛰어가는 성앙리.
한잔술. 류빅이 때리니까 똑같이 때려주면서 "아퍼, 아퍼, 나도 아퍼!" 하고 말하는 성앙리. 벌떡 일어났다가도 제 어깨를 누르는 성앙리의 손에 그대로 다시 앉아서 매달리듯 그의 왼팔을 양손으로 붙들고 있는 류빅터. 술을 다 쏘겠다는 성앙의 말에 "돈이 어딨다고..." 라고 하는 류빅터 말이 유난히 크게 들렸다. "자네 취한 모습, 처음 봐?" 하며 류빅에게 다가오는 성앙. "아하하하하, 살인이라니!!" 하고 사람들에게 말하고 자신을 잡아 끄려는 성앙의 팔을 뿌리치며 "안 취했거든!" 하고 화를 내는 류빅. 테이블에서 떨어진 자신을 잡아준 성앙을 뿌리치고 의자에 주저 앉은 류빅은 서있는 그를 올려다보며 "앙리," 하고 약한 마음을 토해낸다. 자리에 앉은 성앙은 오른손으로 머리를 부여잡고 있는 류빅을 바라보다가 잔을 건넨다. 류빅의 머리를 손가락으로 톡 치고 걱정을 제 잔에 담는 성앙과, 그 잔을 가리키며 "걱정," 하며 웃는 류빅. 절망을 자신의 잔에, 슬픔을 성앙의 잔에 따라준다. "까아아~~" 길게 하고 숨을 몰아쉬는 류빅의 양 볼을 한손으로 잡아 술을 들이붓는 성앙리. 어푸어푸 하며 양 발을 바닥에서 들어올린 채 허우적거리는 류빅터. 그대로 끌려나와 오른손에 술병을 쥐고 왼손에 잔을 건네 받은 성앙리는, "한 잔의 술에 담겨진 인생~" 하며 술병의 술을 잔에 따르고는 훌쩍 마셔버린다. 무대 왼쪽 앞에 서서 사람들을 향해 삿대질 하며 "관짝에 담겨질 인생들아!!" 하고 어그로를 끌고는, 취해서 비틀대며 테이블 위로 뛰어가 술병을 오른쪽에 내려놓고 "나 부모도 형제도~" 하며 노래를 이어간다. 귀족인사 주고 받고, 신나서 다시 자리에 앉지도 않은 류빅터는 그대로 테이블 위에 올라가 왼쪽 오른쪽 위쪽 스트레칭을 하고선 양손을 야무지게 털고 나서 춤을 춘다. 신나게 허리를 흔들며 깔깔거리고선 무대 앞으로 뛰어내려오는 류빅터 입술이 삐쭉 나와있어서 몹시 귀여웠다. 군무를 추고 서로를 끌어안을 때 성앙이 류빅을 살짝 들어올렸고, 어깨동무를 하며 다시 테이블 위로 올라갔다. "구했습니다!!" 하는 룽게의 말에 큰 신경을 쓰지 않으며 류빅의 잔에 술을 또 따라주는 성앙리. 코알라처럼 안긴 류빅터의 등을 오른손으로 단단하게 받치고 있는 정수룽게.
나는 왜. 류빅터는 "거울에 비친 추악한 모습 / 저 얼굴을 봐 / 내가 모르고 있던 나아아아악" 하며 비명을 지르며 바로 뒤를 돌아 도망쳤는데, 이날은 정면을 그대로 응시한 채 뒷걸음질을 치다가 타이밍 맞게 휙 뒤돌아서 초상화를 마주하고 왼손을 뻗으며 "욕망이 눈을 멀게 해" 하며 노래를 이어갔다. "역겨워!!" 강조하며 다시 객석 쪽을 향해 몸을 돌린다. 늘 좋은 넘버지만, 이날은 후반부를 특히나 꾹꾹 눌러 불러주셔서 무척 행복했다. "벗어나겠어" 하고 굳건하게 말했음에도 "자백하는 겁니까?" 라는 재판장의 질문에 류빅터의 동공이 새삼 떨리기 시작했고, 슈테판의 말에 그대로 꾹 눈을 감은 채 화를 낸다. "여러분 제 말을 들으세요, 제발!!!" 하며 질질 끌려나가는 류빅터. 두려움이 가득한 성앙리. "웃으면 안돼?" 하는 목소리에 두려움이 실린 울음이 가득했다. "나 대신 살아, 친구야." 하는 성앙의 말에 뒷걸음질 치며 "말도 안돼..." 하고 중얼거리는 류빅터. 중앙에서 살짝 왼쪽에 치우친 자리에서 객석을 향해 선 채 시작하는 너꿈속. "태양처럼" 하며 무대 앞쪽으로 뛰어나오는 성앙리. 류빅터에게 뛰어가 그를 바라보며 노래하다가, "날 위해 울지마" 하며 그의 손을 꽉 부여잡고, "이것만 약속해" 하며 첫만남에서 저에게 했던 것처럼 류빅의 오른쪽 뺨을 만지고, "어떤 일 있어도" 하며 그의 왼손을 끌어다가 제 오른쪽 목덜미에 가져다 댄다. "포기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줘" 하며 제 목에 닿은 류빅의 손을 더욱 꽉 부여잡는 성앙리. 애타는 류빅터의 손을 뿌리치고선 다시 무대 앞으로 나와 노래를 이어가는 그의 표정에, 죽음의 명분과 목적을 제 입으로 내뱉음으로써 두려움을 떨쳐내려는 절박함이 담겼다. "부탁이야 제발!!" 하며 끌려나가는 류빅터와 그의 뒷모습을 향해 달려가선 창살을 붙드는 성앙리. 앙상블에게 이끌려 처형대 계단까지 걸어갈 때 비틀거리는 건 디테일이었다. 두려움에 덜덜 떨면서 난간 반대쪽을 손으로 짚어가며 가까스로 처형대 위에 오른다. 후우, 하고 숨을 토해내고 "살고싶어~" 하고 마지막 말을 뱉어낸 성앙리는, 왼쪽 위를 향해 고개를 들어올린 채, 미소를 지어보인다. 두렵지만 웃으며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는 듯이.
늘 완벽한 생창은 유난히 묵직하고 풍성했다. 안주머니에 실험일지를 넣으면서 오른쪽으로 걸어가고, "태초에 그랬던 것처럼!" 하며 양팔을 벌린다. "빛이 있으리니!" 하며 양 주먹을 쥐고 한 번 더 강조. 객석을 향한 채 "천둥번개여" 하며 왼팔만 뻗고, 휙 뒤로 걸어가 "휘몰아쳐라" 하며 양팔을 벌린다. 앞머리 쓸어넘기는 건 없었지만, 이전 디테일들 다 해주시면서 강하게 이어나가는 생창. "신과 맞서 싸워" 하며 오른주먹을 쥔 채 그대로 들어 흔들고, 왼쪽으로 걸어가며 "난 정복하리라" 하며 그 주먹 그대로 재차 강조한다. 류빅터 생창은, 절대 글로 정확하게 표현할 수 없다. 노래, 눈빛, 움직임, 분위기. 울먹임이 많은 또다시. 성괴의 목을 조른 제 양손을 내려다보는 류빅터. 두 발 모두 보지 못하고 쏜다.
2막은 딱 세 장면만. 지난 세미막 넌괴물 도입에서 성괴의 왼쪽 귓가에 잔인한 말을 불어넣었던 류쟠이, 이날은 그 디테일을 안해서 내심 아쉬워하고 있었는데 반품 드립 이후 장면에서 해당 디테일을 넣었다. 지팡이를 세우고 몸을 낮춘 류자크가 객석을 향해 혼란스런 얼굴로 무릎을 꿇고 있는 성괴에게 "이게 바로, 너의 정체" 라고 운을 띄운다. 그대로 더 가까이 다가간 류쟠은 "인간이 만,든, 쓸모없는, 괴물" 하며 낮은 목소리로 성괴의 오른쪽 귀에 잔인한 말을 꾹꾹 박아 넣는다. 절망에서 왼손으로 목을 조르다가 확 끌어당긴 성괴는 "끝,까지 살아야해" 하며 이를 악문 목소리로 류빅터의 오른쪽 귀에 잔인한 선고를 불어 넣는다. 이토록 완벽하게 서로 맞물리는 디테일이라니. 북극도 마찬가지다. 성앙리를 처음 만나고 그의 오른쪽 목덜미를 잡는 류빅터. 너꿈속에서 류빅의 그 손을 자신의 그 오른쪽 목에 끌어다 놓는 성앙리. 막 탄생한 성괴에게 코트를 입혀주고 그의 오른쪽 목덜미를 성앙에게 했던 것과 똑같이 잡는 류빅터. 도망자와 난괴물 등 여러 장면에서 바로 그 목 부분의 상처를 계속 만지며 괴로워하고 분노하고 슬퍼하는 성괴물. 성앙-류빅의 첫만남과 성괴-류빅의 첫만남은 동일했고, 마침내 마지막 순간 성괴는 그 첫만남을 제 손으로 재현한다. 왼손을 들어 류빅의 오른쪽 뺨에 가져다 댄 성괴. 고통 때문에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가던 성괴는, "나의 복수야" 라며 후련함에 웃음기까지 느껴지는 목소리로 쉼표 없이 마지막 말을 쏟아낸다. 미동도 없던 류빅터는 순간 흠칫하며 상체를 살짝 뒤로 젖혔고, 그의 뺨에 닿아 있던 성괴의 왼손은 얼굴과 함께 툭 떨궈진다. 류빅터는 천천히 오른손을 들어 제 뺨에 가져다댄다. 성괴를 쏘고 총을 떨어뜨린 뒤 내려다보았던 바로 그 오른손으로, 성괴가 마지막으로 만졌던 제 얼굴을 만지는 류빅터. 오른손을 그대로 뺨에 댄 채 왼손을 뻗어 조심스럽게 성괴의 오른쪽 어깨를 툭 밀어본다. 쓰러진 그의 다리를 왼손으로 치며 넋나간 실소를 흘린다. 몸을 일으켜 그대로 성괴에게 시선을 떼지 못한 채 뒷걸음질 치며 고개를 젓고, 몇 걸음 더 뒤로 가며 재차 고개를 도리도리 흔든다. 오른쪽 기둥까지 물러나며 "아니," 하고 "아니야," 하고 중얼댄 류빅터는 경사면 중턱에 오를 때까지도 그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있다. 미끄러진 뒤 성괴의 가슴쪽 코트깃을 붙들고 흔들다가 정신 없이 그의 오른손을 찾아 꽉 붙든 채 위로 올라가려 힘을 준다. 난괴물에서 제 목을 몸에서 뜯어내려는 듯 오른손으로 오른쪽 목덜미를, 왼손으로 반대편 머리를 쥐던 성괴처럼, 성앙의 머리를 지닌 성괴의 오른뺨과 머리 위쪽을 각각 감싸 안으며 끌어안는 류빅터. "앙리," 하며 울음을 섞은 그의 마지막 절규.
디테일의 연속성에 대한 집착과 자의적 해석이 과하다고 자기성찰을 하면서도, 그 사소한 부분들을 남김 없이 짚어내주는 배우들의 디테일들을 받아 먹지 않을 수 없다는 자기변명도 하고 있다. 언제 또 이렇게 하나의 극을 자주 많이 보면서 세세하게 앓고 기억할 수 있겠어. 최선을 다해 덕질할 수 있는 시기에, 영혼을 갈아 덕질할 수 있는 배우와 극을 만났다는 것은 기적 같은 일이고, 그래서 몹시 기쁘다. 커튼콜에서 왼쪽 입꼬리만 씩 올리며 자신만만하고 멋진 미소를 보여주시는 류빅터를 향해 비명에 가까운 환호를 지르는 것도, 벅찬 마음에 울먹이며 막공 소감을 말하는 성괴를 향해 온 힘을 다한 박수를 보내는 것도, 뒤돌아 걸어가며 쑥덕쑥덕 하더니 뛰어 나와 한잔술 군무를 추는 류빅과 성앙을 향해 함성을 쏟아내는 것도, 미리 합의한 듯 스스로 폴짝 뛰어 성괴의 두 팔에 안착하는 류빅터를 보며 광대가 치솟는 것도, 그리하여 충만한 마음을 안고 공연장을 나서는 것도, 너무나 황홀하고 행복하여 눈물이 날 정도다. 지난주부터 차곡차곡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지만, 이 모든 일렁이는 감정들이 현재진행형이 아니라 과거완료형인 추억으로 박제될 서울 총막 이후가 벌써부터 가슴을 헛헛하게 만든다. 어떤 것이든 끝이 있으니 지나치게 슬퍼하지는 말되, 길고 짙은 여운은 이렇게 글로써 남기도록 하자. 하아. 총막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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