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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마돈크라이

in 아트원씨어터 1관, 2018.06.09 2시 공연

 


 

 

박영수 백작, 송유택 프로페서 V. 슈백, 택븨. 택슈 페어 자셋. 이날 컨디션이 영 별로여서 집중하지 못할까 걱정했는데, 기우였다. 택븨의 센스 넘치는 애드립, 짱짱한 슈백의 목청, 택슈 페어 특유의 동작 및 안무 합, 그리고 택븨와 슈백 각각의 노선이 하나의 조화로운 이야기로 완성되는 결말까지 무척이나 훌륭했다. 알앤디는 대체 왜 택슈 페어 박제를 음원이든 영상이든 단 하나도 하지 않는 이유를 좀 말해주세요ㅠㅠ 이렇게 찰떡같이 잘 맞는 페어라는 걸 연습 때 왜 모르지? 택슈 7번의 공연 중 이제 2회차 밖에 남지 않았는데, 앞자리가 없어서 고통스럽다. 슈백 막공 가고 싶어ㅠㅠ

 

 

※스포있음※

 


이날 슈백은 지난 공연들보다 인간적이었다. 나비성을 찾아온 택븨의 노래와 몸짓을 진심으로 극혐하며 그 감정을 숨기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 다리를 V자로 벌리고 있는 택븨의 모습에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며 못 볼 꼴을 봤다는 듯 손으로 눈을 가린다. 제 바짓자락을 붙잡는 택븨에게 손도 대기 싫다는 듯 다리 반동으로 떨쳐내고, 뷰티클래스 도중에 못해도 세 번쯤은 머릿속에서 택븨를 목졸라 죽여버렸을 것만 같은 눈빛으로 그를 바라본다. 한숨을 푹푹 내쉬면서도 우아한 손짓으로 택븨를 유도하던 슈백의 뷰티레슨이 끝나고 미래에서 왔다는 그의 이야기를 듣는다. 이날 공연에서 븨를 처음 만난 이 시점의 슈백은, '영겁의 시간이라는 고통' 에 아직 완전히 잠식당하지 않았다. 적당히 권태롭고 꽤나 지루한 시간을, 그저 흐르는 대로 내버려두고 있었던 백작이었기에 이렇게 아름다운 넘버가 보다 드라마틱해졌다. "이렇게 아름다운 두 눈 / 이렇게 아름다운 입술" 하면서 제 얼굴의 눈과 입술을 손으로 쓸어내리던 슈백은, 하염없이 흔들리며 홀린 듯 자신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택븨를 달콤한 유혹으로 자연스럽게 이끈다. 바로 앞 장면에서 택븨를 극혐하는 태도를 적나라하게 보여줬기 때문에, 달래듯 유혹하듯 택븨를 향해 부드럽고 매혹적으로 속삭이는 슈백의 목소리와 눈빛에 담긴 간악함이 극대화 되었다. 가슴이 너무 아프다는 택븨의 말에 "이런 너무 늦었어" 하면서 입가에 미소를 띄우는 슈백. 이전에는 "떠나지마" 하는 목소리에 약간의 다급함이 담겼다면, 이날은 밀당하듯 여유로웠다. 아직은 '죽음' 을 갈망하지 않았기에 보일 수 있는 여유였고, 단순히 택븨를 저와 같은 운명 속에 집어 넣는 잔인한 장난이자 게임일 뿐이었다. 그러나 마지막 "난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어" 하는 반복 구간에서 슈백의 목소리는 점차 강렬하고 절박해진다. 제 시간대로 돌아간 택븨와 남겨진 채 수 백년 동안 영겁의 시간을 오롯이 홀로 견뎌내야 했던 슈백. 점차 영원함과 절대적인 고독에 잠식 당하면서 긁어내는 목소리로 "죽음!!!!!!" 이라 절규한다. 택븨의 달사생 노래에 맞춰 움직이는 동작과 중간에 쏟아내듯 외치는 "마마!" 라는 외침이 절망 속에 침잠하는 백작의 감정을 적나라하게 표현했다.





백작과 팽팽하게 맞서며 그에게서 벗어나려고 애쓰면서도, 결국 그의 손짓 하나에 이끌려 보름달이 뜰 때마다 피를 갈구하며 눈빛이 완전히 바뀌는 브이를 너무나 완벽하게 표현하는 택븨. 눈 돌아가는 거나 몸의 일부가 끌려가듯 움직이는 동작을 아주 자연스럽게 하는데다가, 그 순서나 타이밍이 슈백의 동작과 딱딱 들어맞아서 볼 때마다 카타르시스가 느껴지는 페어다. 어떻게든 아득바득 백작의 힘과 맞서 싸우려는 태도가 먼저인 택븨라서, 마치 꼭두각시의 줄을 일부러 길게 풀었다가 갑자기 확 당겨버리는 것처럼 그를 느슨하지만 확실하게 조종하는 나른하고 여유있는 슈백과 합이 잘 맞는다. 택븨가 메텔에게서 도망친 뒤 달의 사생아. 여기 질질 끌려가는 택븨 몸 연기 너무 훌륭하다. 악에 받쳐 "저 달의 사생아!" 하며 이 악문 채 자신을 비난하고 저주하는 택븨의 말에, 분명하게 상처 받는 슈백. 지난 공연에서는 그 말에 대한 분노나 복수심이 담긴 모습으로 메텔에게 다가갔는데, 이 날은 씁쓸함을 두른 채 그저 죽음이라는 제 목적만을 위해 그에게 다가간다. "메텔" 이라 부르며 택븨를 똑바로 바라보는 눈에는 조롱이 담기는데 이는 자신을 죽이게 만들기 위함이 분명했다. 제 손으로 사랑하는 이를 죽인 택븨는 정신이 나간 채 멍하니 자학과 불신과 절망에 휩싸여 이렇게 아름다운 맆을 중얼거리듯 부른다. "기다렸어" 라고 말하는 슈백의 입가에 기대의 미소가 어린다. 마지막에 슈백이 "떠나지마 / 이번엔 / 가지마" 라고 부르는 것 같던데, "이번에" 라는 단어가 의미심장하더라. 그동안 백작이 븨의 손으로 죽음을 얻기 위해 이미 여러 차례 시도를 했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수많은 시행착오들 중 비로소 가장 가까이에서 마주하게 된 죽음. 칼을 든 제 손을 직접 쥐고 망설임없이 자신의 심장에 박아 넣은 백작의 행동에 경악과 의문이 어리는 택븨의 눈빛. 이미 이성으로는 백작이 원하는 바가 죽음이며 그것을 들어주면 안된다는 것을 인지했지만, 제 손으로 메텔을 죽이게 만든 백작에 대한 분노의 감정이 이성을 가리고 그의 목덜미를 물게 만든다. 뛰쳐나가는 택븨와 홀로 남겨져 온 몸 구석구석으로 퍼져나가는 달콤한 죽음의 고통을 짜릿한 희열처럼 만끽하던 백작은 천천히 무릎을 꿇는다. 헛웃음 같은 기운 빠진 웃음 소리 후 비로소 이어지는 킬킬 대는 웃음. 드디어 얻어낸 결실. 달꿈. 죽음 앞에서 인간다움을 완전히 탈피한 슈백은 지독했던 고독과 고통을 비웃는다. 그러나 뭔가 이상함을 감지하고 고개를 돌리자 타임머신이 작동됨을 의미하는 조명이 한 바퀴 움직인다. 이를 악물고 토해내듯 "낯익은 지옥이 시작되지" 라며 저주스런 운명의 수레바퀴에서 벗어나려 하는 슈백. 그러나 결국 되돌아가는 시간. 발버둥쳐도 거스를 수 없는 굴레에 맥이 빠진 듯 "달콤한 꿈 / 나비의 성 / 잠들지 않는 영원한 생의 초대" 하며 체념한 듯 처연하게 비틀댄다. "다시 돌아가라" 하며 2층 상수로 퇴장하는 하얀 셔츠의 슈백이 무척이나 쓸쓸하고 고독하다. 



마지막 장면에서 "되돌아갈 수 있지 않나?" 하고 묻는 슈백과 "어느 시간대로?" 하고 되묻는 택븨의 긴장감이 팽팽하다. 이 페어의 결말에서 항상, 백작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개체가 아니라, 피의 저주를 받은 달의 사생아이자 보름달의 강렬한 힘을 상징하는 관념캐라는 인상을 받는다. 그가 맞서 싸우는 대상은 내면에 단단히 뿌리 박고 존재하는 저주이기에, 끊임없이 자기 자신과 마주하며 스스로 백작 그 자체가 된 브이 같다. 활짝 열린 이 결말이 상상의 나래를 양껏 펼칠 수 있는 여지를 남기기에 무척이나 매력적이다. 이 페어는 진짜 동작과 안무 합의 아어이다가 딱딱 맞고, 듀엣 화음도 좋은데다가, 노선까지 퍼즐처럼 알맞게 들어맞아서 스토리가 완벽하게 매듭 지어진다. 택슈 페어 박제를 대체 왜 안하냐고ㅠㅠㅠㅠ 



이날 두 배우 모두 컨디션이 아주 좋아서 노래도 훌륭했고, 애드립이 빵빵 터져서 무척 재미있었다. 컬링에 영화관남에 월간 뱀파이어 부록에, 여러 요소들을 침착하고 매끄럽게 이어나가는 택븨의 순발력에 새삼 감탄했다. 이 배우 진짜 믿보배 된 듯. 커튼콜에서 계단 내려오는 슈백에게 손을 내밀었는데 피하니까 택븨가 손 잡아채려고 했다ㅋㅋ 파르테논 부르면서 택븨가 너무 얌전히 옆에 앉아 있는데, 그 쪽에 닿아 있는 슈백의 오른쪽 팔과 어깨가 움찔거리며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ㅋㅋㅋ 그리고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영화관남에게 했던 것처럼 "잠깐 앉을게요!!" 하고선 슈백 왼쪽 무릎 손으로 붙잡고 폴짝 걸터 앉은 택븨ㅋㅋㅋㅋ 그걸 또 택븨가 있던 오른쪽으로 피하려다가 못 피한 슈백은 절망적인 표정으로 노래 이어가고ㅋㅋㅋㅋㅋ 이 페어 이대로 못 보내ㅠㅠㅠㅠ 한 번은 더 보고 싶은데 그게 슈백 막공이었으면 좋겠어ㅠㅠㅠㅠㅠㅠ 슈백 막공 못 잡으면 아마 이날이 자막일 듯하여 더욱 아쉽다아... 다음 시즌에 두 배우 모두 돌아와서 회차도 많고 박제도 되고 그랬으면 좋겠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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