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노트르담 드 파리
in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2018.06.08 8시 공연
윤형렬 콰지모도, 윤공주 에스메랄다, 마이클리 그랭구와르, 최민철 프롤로, 이충주 페뷔스, 박송권 클로팽, 이지수 플뢰르 드 리스. 곰콰지, 공스메, 마그랭, 미남롤로, 충뷔스, 송로팽, 지수플뢰르. 곰공마미남. 노담 10주년 공연 첫공.
애정하는 작품이 돌아왔다. 미리 잡아놓은 날짜가 아니었음에도, 첫공을 챙겨보고 싶다는 욕심이 강하게 들어서 전날 예매하고 관극을 했다. 이미 여러 시즌을 본 공연이라서 '첫 공연을 관극' 하는 행위에 대한 감정이 새삼 남달랐다. 주조연 배우 의상이나 스타일링의 사소한 변화나 소품이나 무대구조물이 정상적으로 작동할지에 대한 쓸데없는 걱정도 더해가면서 첫공 특유의 긴장감을 객석에서 같이 느꼈다. 오랜만에 다시 마주한 배역을 찰떡같이 소화하는 곰콰지나, 여러 시즌을 거듭하면서 보다 짙고 맹렬해진 감정을 보여주는 미남롤로와, 처음 맡은 역할을 가장 먼저 내보이는 지수플뢰르 등 주조연 배우들을 보는 것이 즐거웠다. 사실 무엇보다, 댄서들이 정말 완벽했다. 로딩 따윈 필요치 않다는 듯, 마치 반 년은 해왔던 공연인 것처럼, 몸 구석구석의 모든 근육을 사용하여 극강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댄서들의 동작에 압도당했다. 저렇게 춤을 추면 온 몸이 부서질 것만 같아서, 몸 하나로 영혼을 불사르는 그 몸짓들이 숭고하고 고결하고 경탄스러웠다. 이 극은, 아름다운 노래도 물론 중요하지만, 댄서들 한 사람 한 사람의 모든 춤이 가장 핵심적인 요소임을 이제야 깨달았다. 기적궁이랑 미치광이 축제 장면에서 댄서들 쫓아다니느라 눈이 바빴고, 데시레 넘버에서 반투명막 뒤쪽 다섯 명의 댄서들만 시야에 콱콱 박히는데 온 몸의 근육이 너무나도 아름답고 우아해서 넋이 나갈 뻔했다.
그러나 음향. 세종의 음향. 넘버들 각각의 MR과 해당 넘버에서의 배우들 마이크 음향을 조절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건가? 정말? 일부 배우들의 일부 넘버들에서만 가사가 명확히 전달됐고, 나머지는 뭉개지고 겹치고 아주 난리도 아니었다. 특히 저음 부분이랑 떼창 부분이 너무 힘들었다. Belle 초반 곰콰지 파트 좋아서 몰입하고 있는데 그 뒤로 음향 대체 뭐죠. 콰지랑 프롤로랑 페뷔스 삼중창 화음 대체 어디갔죠. 이건 제가 아는 그 아름다운 넘버가 아닌데요. 발다무르 떼창 가사가 안들리는데요. 충페뷔 데시레는 또 왜 이렇게 쨍한지, 고문 장면에서 공스메 마이크 음향은 왜 먹먹한지, 곰콰지 당스메 초중반 음향은 왜 뭉개지는지, 설명 좀 해주시죠. 공연장에서 리허설 할 때 대체 음향팀은 어느 좌석에 앉아서 음향을 맞추길래 D구역 4열에 앉았음에도 이토록 질 낮은 음향을 감안해야만 하는지, 도통 이해할 수가 없다.
※스포있음※
배우 얘기 간략하게. 마그랭은 역시 파리의 시인이자 극의 해설자 역을 매끄럽게 해내며 이야기를 이끌어갔다. 떼창 부분에서 그랭구와르가 화음 등을 얹는 파트가 킬링포인트인데 음향이 너무 답답해서 속상했다. 내가 알고 기억하는 노담의 웅장하고 풍성한 넘버를 돌려내ㅠㅠ 이날 달 넘버가 너무 좋았는데, 콰지모도의 슬픔과 고통을 반짝이는 선율에 엮어내는 마그랭의 음색과 표정이 지독할 정도로 아름답게 아픔을 승화시켰다. 이 넘버에 이어 곰콰지가 불공평을 부르는데 "저 달을 준대도 날 사랑하지 않겠죠" 라는 가사에서 마그랭과 동일한 달을 바라보는 연기 디테일이 콰지모도의 절망을 더욱 부각시켰다. 콰지모도 장인이라는 수식어가 바로 납득이 되는 곰콰지의 연기와 노래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공스메는 지난 시즌보다 더 어리고 순수한 매력을 내뿜었는데, 역시 아베마리아가 너무나도 좋았다. 조심스럽게 무릎 꿇는 동작이나, 어설프게 하지만 간절하게 양 손을 마주잡아 기도하는 서투른 몸짓 디테일도 여전해서 몹시 애틋했다. 살리라도 훌륭하고, 프롤로가 감옥 안의 자신에게 다가올 때 "꺼져 / 꺼져 / 꺼져" 하면서 밀어내는 목소리가 생명력을 잃고 꺼져가는 디테일도 아프고 강렬했다. 미남롤로는 역시 프롤로 넘버가 배우 목소리에 찰떡이라 듣기가 너무너무 편했다. 연기 노선이 지난 시즌 보다도 설득력이 좋아졌는데, 한 번 더 봐야 정확하게 노선을 풀어낼 수 있을 것 같다. 미남롤로 너무 좋음. 충페뷔는 지난 시즌보다 좀 아쉬워졌다. 데시레를 까랑까랑하게만 불러서 가뜩이나 몰입 안되는 페뷔스의 감정이 더욱 와닿지 않았다. 데시레가 어렵지만 너무나 멋있는 곡이니까 잘 좀 소화해줬으면 하는데ㅠ 지수플뢰르는 초반에 살짝 실수한 것 말고는 안정적으로 노래했다. 다만 노선과 그에 대한 연기를 좀 더 명확하게 표현해주면 좋을 것 같다. 말탄에서 페뷔스 퍽퍽 밀치는 강한 모션이 그에 대한 비난을 강조했지만, 그 이외에 플뢰르 자체의 배신감과 수치스러움과 그것을 짓씹고 내뿜는 독한 감정이 느껴지지 않아서 아쉬웠다.
10주년 첫공이라서 무대인사가 간략하게 있었다. 10년 전과 동일한 무대에 다시 올라온 이번 시즌의 의미는 잘 알겠지만, 음향 쪽 기술팀이 완벽한 공연을 만들어주지 않는다면 절반 이하의 성공일 뿐이라 굳게 믿는다. 소소하게 몇 번 더 볼 예정이니 부디, 다음 관극에서는 이보다 나은 음향에서 온전히 이 극을 즐길 수 있길 바란다.
'공연예술 > Musical'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트르담 드 파리 (2018.07.08 6시) (0) | 2018.07.10 |
---|---|
마마돈크라이 (2018.06.09 2시) (0) | 2018.06.12 |
마마돈크라이 (2018.06.01 8시) (0) | 2018.06.02 |
마마돈크라이 (2018.05.18 8시) (0) | 2018.05.23 |
빌리엘리어트 (2018.05.04 8시) (0) | 2018.05.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