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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마돈크라이
in 아트원씨어터 1관, 2018.06.01 8시 공연
박영수 백작, 송유택 프로페서V. 슈백, 택븨. 마돈크 택슈 페어 자둘.
이 페어가 상당히 마음에 들어서 재관람했고,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이 페어 듀엣 넘버 장면들은 전부 영상박제 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노래도 좋고 안무와 동작 합이 딱딱 들어맞아서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
※스포있음※
1459년 루마니아 나비성. 권태로움과 지겨움에 휩싸인 채 우아하게 앉아 있는 길고 단아한 슈백은, 문득 누군가 말을 걸어온 듯 태연히 분위기를 바꿔 매혹적인 눈빛으로 객석을 향해 싱긋 웃어보이며 손을 내민다. 나를 사랑한. 무대 상수에서 하수까지 온몸으로 데굴데굴 굴러가는 택븨를 흘깃 쳐다보는 슈백의 눈빛에 약간의 궁금함이 서린다. 백작의 손짓에 홀린 택븨의 눈빛에 그 손등에 키스하고 싶은 맹목적인 열망이 어린다. 느릿하고 섹시하게 턱에 손을 괴고선 살풋 미소를 띄운 채 네 이야기를 해보라며 택븨를 바라보는 슈백. 프로페서V. 지난 관극에서는 과장스러운 택븨의 노래와 춤을 보며 어쩜 저렇게 천박할수가, 하는 한심함을 담아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으며 탄식 같은 한숨을 내뱉었다. 하지만 이날은 일말의 흥미가 생겼던 이색적인 존재가 결국 다른 이들과 똑같이 외모의 아름다움만을 찬양하고 추구하는 평범하고 지루한 존재 중 하나일 뿐이었음을 인지하고선 지루하다는 듯 옅은 한숨과 함께 관심을 꺼버린다. 그의 시선을 붙들기 위해 온 몸을 내던지는 택븨에게서 의자에 앉은 채 몸을 돌리는 것도, 지난 번에는 그의 몸짓이 꼴 보기 싫다는 느낌이었다면 이날은 그의 존재가 귀찮아 보이는 느낌이었다. 뷰클에서 택븨를 손짓 하나로 조종하는 슈백. "내 피가 너에게 영겁의 시간을 줄거야. 그걸, 감당할 수 있겠나." 이렇게 아름다운. 븨를 이용하겠다는 목적을 애써 숨기지만, 그를 유혹하고 달콤한 상상을 속삭이는 찰나들에 미처 감추지 못한 번뜩이는 욕망이 슈백의 눈에 섬광처럼 스친다. 택븨의 목을 물 때나, 제 손목 근처를 물어 피를 낼 때 부러 입을 길고 크게 벌려 '뱀파이어' 의 이미지를 완벽하게 구현하는 슈백 디테일이 무척 좋더라. Love is. 1열 이벵석에 애드립을 던지는 택븨 뒤쪽에 현대적인 양복으로 갈아 입은 슈백이 재등장하여 무심한 듯 넥타이를 매면서 그를 내려다본다. 마침내 제 손의 피를 발견한 택븨의 경악스런 외침에 만족스럽다는 듯 형형한 눈빛으로 그를 장악할 듯한 존재감을 내뿜는 슈백. Half Man Half Monster. 재차 말하지만, 이 페어 핲맨핲몬 이후 듀엣 넘버들의 영상 박제가 필요합니다. 쩌렁쩌렁한 볼륨과 두 배우의 목소리가 치열하게 맞부딪히며 팽팽한 긴장감을 온 몸으로 느끼게 만든다. Mama Don't Cry, 롤러코스터, 달의 사생아 넘버, 장면, 감정 뿐만 아니라, 몸 잘 쓰는 두 배우 덕에 안무까지도 너무 좋다.
달콤한 꿈. 이 리뷰는 이날 이 넘버가 너무나 훌륭하여 자세히 쓰고 있는 거다. "어미 배를 찢고 태어난 아이" 라며 백작을 증오하고 저주하는 븨. 비웃듯 1층으로 내려와 친절하게 메텔을 그에게 인도하며 손짓하는 슈백의 눈빛에 미세한 상처가 어려있다. 제가 계획하고 제 손으로 실행한 비극이 클라이막스로 치닫는 것을 바라보는 슈백의 입가에 잔혹한 미소가 지어지만, 동시에 잔잔하지만 고통스러운 쓸쓸함도 내려앉는다. 제 손으로 제가 사랑하는 메텔을 죽이게 만든 백작에 대한 분노에 휩싸인 택븨가 칼을 든 손을 허공으로 한껏 치켜올린 채 파들거리자, 그 날카로운 칼날을 어서 제 심장에 꽂아 넣으라는 듯 그와 눈을 마주치던 슈백이 택븨의 손을 붙잡고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제 안으로 찔러 넣는다. 생생히 느껴지는 고통을 희열로 받아들이면서도, 여전히 칼을 밀어넣은 택븨의 손을 꽈악 붙든 채 간절하게 다음 행동을 갈구하는 처연한 슈백의 눈빛. "이번엔" 반드시 원하는 바를 얻고야 말겠다는 슈백의 갈망을 알면서도, 그의 목덜미를 물어버리는 택븨. 달려나가는 택븨, 홀로 남겨진 슈백은 말 그대로 킬킬거리며 온 몸 구석구석으로 퍼져나가는 고통을 전율하며 받아들인다. 달꿈. 그토록 바래왔던 죽음을 마주하는 슈백. "매일 새벽 한숨 짓고 / 지루한 하루의 끝에 다시 또 한숨" 이었던 지루하고 권태로운 수백년의 시간을 감당해야했던 슈백은, 비로소 눈 앞에 마주한 죽음을, 그것이 지닌 공허와 無를 마침내 정확히 이해한다. 마냥 기쁘고 반가운 것이 아니라, 죽음이라는 묵직하고 무한하며 절대적인 존재를 마주한 순간 생명체라면 응당 자연스럽게 느낄 수 밖에 없는 고독과 미세한 공포가, 이날 슈백의 달꿈에 녹아 있었다. 백작이 느끼는 여러 감정들이 잔잔하지만 달큰한 이 넘버에 얹어지면서, 마치 짙은 안개처럼 온 공간을 휘감았고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쏟아졌다. 한동안 잊고 살던 죽음의 절대적인 공허를 마주하여 백작의 감정이 더욱 강렬하게 다가왔다. 그렇게 한숨이 아닌 달콤함을 맛보고 있던 찰나 다가오는 잔인한 현실. 시간을 되돌리는 택븨의 시도. 마침내 맛본 달콤한 희망이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고 있음을 느끼며 바닥 끝까지 내려앉는 슈백의 절망. 허망한 듯 허탈한 듯, 믿고 싶지 않은 결말에 고통의 웃음을 띄운 슈백은 천천히 그 저주 속으로 다시 걸어 들어간다. 망연하게, 쓸쓸하게.
2006년 3월 7일, 교회 종소리가 울리고 "나와 함께 우주여행을 떠날래요?" 하는 메텔의 질문부터 울컥하긴 했는데, 이날 슈백 달꿈이 너무너무 인상적이어서 펑펑 울기 시작했고, 시간을 되돌려 메텔을 되살린 택븨의 쓸쓸한 뒷모습에 더욱 애틋함을 느꼈다. 메텔의 말에 대답하며 바지주머니에 양 손을 찔러넣은 택븨가 손 끝에 닿은 나비목걸이의 감촉을 느끼고 몰아치는 슬픔으로 인해 울면서 미소 짓는 그 표정이, 지독히 애달프다. 이제 시간여행을 다시 할 수 있으니 돌아가면 되지 않냐는 기자이자 백작인 슈백의 질문에, 수많은 시간 중 어느 시간으로 되돌아가야 하냐며 되묻는 택븨 대사톤도 무척이나 여운이 짙다. 결코 끝나지 않을 듯한 백작과의 대립. 백작은 결국 관념캐이고 븨가 영겁의 시간 동안 수많은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백작 그 자체가 되어버렸다는 인상도 들었다. 븨라는 캐릭터에 대한 이해도가 상당히 높아서, 개연성 없는 서사를 완벽히 이해시켜주는 택븨다. 이 배우를 마돈크로 자첫한 줄 알았는데 재연 킹키 엔젤이었음을 얼마 전에 알았다. 어쩐지 몸을 잘 쓰더라. 차기작이 록호쇼던데, 젠더프리 관련 이슈 때문에 마냥 반갑게 받아들이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기대는 몹시 되는 캐스팅이라 못해도 한 번은 만나지 않을까 싶다. 물론 그 전에 택슈 페어 한 번 더 볼 예정이긴 하다. 두 배우가 해석하고 표현하는 노선이 찰떡같이 들어맞는 느낌이라 상당히 재미있다. 지난 관극 컷콜 때 슈백이 엄청 낯가린다 싶었는데, 이날은 좀 덜하더라ㅋㅋㅋ 이 페어가 이번 시즌에 7번 있던데, 페어막 쯤 되면 뷰클이나 실험실 가짜피 장면 등의 애드립들이 더욱 찰지게 맞물릴 것 같다. 컷콜이 신나고 재미있어서 본공이 상당히 휘발되긴 했지만, 자첫에 이어 정말 재미있는 자둘 관극이었다. 이것도 콘서트 하면 증말 신나고 재미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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