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프랑켄슈타인 

in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2018.06.30 7시 공연 



류정한 빅터/쟈크, 한지상 앙리/괴물, 서지영 엘렌/에바, 안시하 줄리아/까뜨린느, 김대종 룽게/이고르, 이지훈 어린 빅터, 안현화 어린 줄리아. 류빅터/류쟈크, 한앙/지괴, 서엘렌/서에바, 시하줄리아/시하까뜨. 류빅터 4차 관극. 류한서안. 또다른 초연페어 첫공. 류한 첫공이자 자첫!!! 예상했던 대로, 류한 페어는 완벽함과 훌륭함, 최고라는 수식어가 차고 넘칠 정도로 엄청난 공연을 보여줬다. 지금껏 관극했던, 그리고 앞으로 관극할 모든 극을 통틀어, 류한 페어야말로 유일하고 완전한 최애라 단언한다. 지방공에 이 페어 있으면 지역 무관하게 따라갑니다. 아직 앞자리 표를 못잡은 류한 회차가 몇 개 있지만 안 되면 창조주석이라도 갑니다. 저는 류한에 영혼을 팝니다. 영혼보다 더한 것도 뭐든지 드릴게요ㅠㅠ 삼연에 함께 와주셔서 너무너무 감사드려요ㅠㅠ

 

※스포있음※

 

재연 때 가장 많이 본 한앙을 다시 만난다는 것부터 설렜다. "나폴레옹 같은 독재자가 되는거야" 라는 비난을 듣는데, 이미 나폴레옹을 하고 오신 분이라 그런지 눈빛마저 달라보였다. 이 배우의 노래를 듣는 것도 너무나 오랜만이라 반가웠다. "앙리, 앙리 뒤프레!" 하고 반갑게 부르는 류빅터. 세상에 류배우님과 한지상 배우를 한 무대에서 보고 있다니, 하는 기쁨에 광대가 저절로 하늘 높이 치솟았다. 중위의 경례를 고쳐주기만 하고 맞경례 없이 하하하하 비웃으며 나가버리는 류빅터. 계단 내려갈 때는 코트 뒷자락 안 잡으셔서 코트 끝이 살짝 끌린다. 빅터가 넘기는 실험일지를 받으며 "예, 챙겨야죠," 하고 말하는 대종룽게 디테일이 실험일지의 중요성을 강조하여 좋아한다. "자네 참, 고루하군." 이라는 대사를 류빅터만 일부러 "고로하군" 이라고 부른다는 이야기를 어디서 주워들었는데 뭐가 맞는 건지 궁금하다!! '고로하다' 가 '수고로이 애쓰다' 라는 뜻이라니, 류빅터 노선에는 꽤 잘 어울린다는 생각은 든다. 류빅터는 "말씀이 너무 지나치십니다!" 하는 한앙을 따라하고선, 이렇게 고집 있는 앙리가 이뻐 죽겠다는 듯한 표정을 얼굴 가득 띄운 채 "이제야, 자네답군." 하며 이 장면부터 한앙리의 뺨을 쓰다듬기 시작했다. 단하미 시작도 안했는데 이렇게 관계성을 만들어주시면...ㅠㅠ 단하미 직전 다리 위로 올라가 대사하는 류빅터의 목소리가 다정해서 좋다. "과연, 생명은, 창조되어질 수, 있는가," 꿀이 뚝뚝 떨어지는 부드러운 목소리지만, 그 어조는 진심으로 궁금해서 묻는 게 아니라 그래, 어디 니 생각 좀 얘기해봐라, 하는 도발의 의미가 담겨 있어 몹시 매력적이다. 그렇게 물어봐놓고 대답하려는 앙리의 말을 툭 끊으며 제 생각 먼저 쏟아내는 것도 오만한 빅터 노선에 아주 잘 어울린다. 이전 관극들에 류빅터는 단하미의 앙리들 말에 전혀 동의하지 못하며 어떻게 설득할까 눈빛을 빛내고 있었다면, 이날은 한앙의 모든 단어와 문장에 표정을 시시각각 바꿔가며 의심하고, 불만을 표하며, 흥미로워했다. 류한 단하미라니ㅠㅠ 단하미 직후 은앙은 악수를 했던 제 손을 내려다보고, 카앙은 황급히 류빅터의 뒤를 쫓으며, 지앙은 때마침 오셨다는 월링턴 장군 쪽을 난간 너머로 내려다본 뒤 서둘러 계단을 내려온다. 장군에게 마지막 경례를 하고 짜증난다는 듯 손을 그대로 내팽개치는 류빅의 행동으로 캐릭터가 한층 부각됐다.

 

제네바 사람들에게 제 이름도 제대로 소개 못한 한앙ㅋㅋ "대단히!" 하려다가 대종룽게에게 열심히 구박받으며 쫓기듯 퇴장한다. 줄리아 솔로 혼잣말 넘버 후반에 꽃으로 장식된 정원 통로 너머로 우중충한 날씨 속 뾰족한 산 꼭대기 위 홀로 서있는 프랑켄슈타인 성 배경이 보이는데, 마지막 "널 사랑해" 라는 반짝이는 가사에 맞춰 천둥번개가 내리치는 날씨로 바뀌는 연출이 인상적이었다. 빅터 어린 시절 이야기 들을 때 침대 발밑에 서있다가 천천히 무릎을 숙여 시선 맞추는 한앙 재연 디테일 좋아했는데 이번엔 안 했다. 펑 소리 나고 "뇌가!! 뇌가!!" 하며 나와서 "정말 미쳐버리겠네!!" 하는 류빅터 애드립 목소리가 너무 좋아서 실실 웃고 있었는데, 대종룽게도 나와서 똑같이 대사하는 걸 듣고 빵 터졌다ㅋㅋ 마치 고해하듯, 엘렌에게 제 과거를 털어놓는 한앙의 목소리에서 빅터를 향한 애정이 뚝뚝 묻어났다.

 


대망의 한잔술ㅋㅋㅋㅋ 조금 일찍 등장한 한앙이 테이블 뒤에서 빅터 싸우는 모습을 보며 눈이 점차 휘둥그레 커지다가 류빅이 쓰러지는 걸 보고서야 황급히 달려온다. 얻어맞다가 딱 한앙의 손길에만 발버둥치며 "아파, 아파!!" 하는 류빅의 반격에 한앙은 그대로 엉덩방아 찧은 채 "나야, 빅터, 나" 하며 울려고 했다ㅋㅋㅋㅋ 같이 주섬주섬 일어나 서로 의지하고 있는 류한이 너무 귀여워서 심장이 아팠다ㅠㅋㅋㅋㅋ 빅터를 향한 앙리의 걱정과, 제 의지가 통하질 않는다며 좌절하는 빅터의 술주정이 단순한 동료 이상의, 친구 그 자체여서 더욱 애틋했다. "한 잔 하겠나?" 하며 앙리가 건네는 잔을 뭐야, 하는 눈빛으로 보다가 픽 웃어버리는 류빅. "또 한 잔에 걱정 담아" 하는 한앙의 말에 그 잔을 손으로 가리키며 "걱정?" 하고 웃으며 묻는 류빅과, 고개를 끄덕이며 "걱정," 하고선 눈꼬리를 잔뜩 휘어 눈웃음 치는 한앙. 좋아, 하며 한앙의 잔에 류빅이 술을 따르면서 "한 잔에 절망을 담고" 하니, "절망?" 하면서 되묻는 한앙과 마주 웃으며 고개 끄덕이며 "절망," 하고 답하는 류빅. 짠, 잔을 맞부딪히고 "오늘 밤엔 취해볼까아아아아아~" 하며 서로 눈 마주한 채 눈짓 손짓 교환하며 마지막 음을 길게길게 끄는 류한의 목소리. "난!" 하며 잔을 맞부딪히고선 어후 숨막혀 힘들었다, 하듯 제 가슴을 쓸어내리는 류빅과 옆에서 같이 힘든 척 열심히 하는 한앙ㅋㅋㅋㅋㅋ 뒤에서 술도 별로 안 마시고 서로 좋아 죽으며 신난 류한. 힘 안 들이고 날아다니는 한앙을 보며 오오오, 하며 감탄하는 류빅. 객석 기준 오른쪽 무대 앞에서 노래하는 다른 앙리들과 다르게 이곳저곳 무대를 누비며 노래하는 한앙. 한앙 한잔술 많이 그리웠다ㅠㅠ "여러분, 사랑하는 제 친구 빅터를 위해 소리질러~~" 흥에 겨워 정확한 안무 없이도 멋지고 신나게 춤 추는 한앙과, 그 옆에서 또 신나서 열심히 추시는 류빅ㅋㅋㅋㅋㅋㅋ 춤추는 류빅을 향해 흥에 겹다는 듯 추임새 넣어가며 응원하는 한앙. 앙상블들 앞으로 빠지고 두 사람만 테이블 위에 남아 포옹하다가 양쪽 검지로 하늘 찌르는 댄스까지 추며 신남을 주체 못하는 류빅터와 핝앙ㅋㅋㅋㅋㅋ 배우들이 너무나 신났다는 게 보이니까, 객석에서도 행복함을 감출 길이 없었다ㅠㅠ 류빅터, 한앙리 두 분 다 삼연에 돌아와주셔서 너무 감사드려요ㅠㅠㅠㅠ 매번 즐겁고 행복하게 관극하던 장면이지만, 이렇게까지 충만한 기쁨을 만끽한 건 처음이라 더욱 눈부셨다. 나가면서 "계산이요?" 하는 대사 일부러 삑사리 내는 한앙 디테일도 여전했다. 테이블 정리할 때 앙상블들이 무반주에 한잔술 흥얼거리며 퇴장했다.

 

급변하는 분위기, 살인자. 덜덜 떨리는 손과 눈빛에서 두려움이 서리고, 월터 엄마의 비난 소리에 시선을 오른쪽 위로 돌리며 새하얗게 질린다. 나는 왜. 살인자맆. 재연에서 한앙은 "니가 살아야 우리 연구, 계속할 수 있잖아!" 하는 대사를 보통 빅터의 외침을 덮으려는 듯 큰 소리로 고함치듯 말했다. 하지만 이날은 다정하지만 단호하게, 우정과 애틋함의 감정을 가득 담아 설득하듯 말했다. 절절한 목소리로 너꿈을 부르면서도, 류빅터가 애타는 눈으로 바라보며 서있는 창살 쪽으로는 가까이 가지 않던 한앙은, 자신의 결심이 흔들릴까봐 일부러 거리를 두고 애써 마음을 다잡는 듯했다. "날 위해 울지마" 하는 부분에서야 확 다가서며 빅터의 손을 부여잡고 노래하는데, 서로의 두 손을 절절하게 맞잡으며 엉엉 우는 모습이 처절했다. 끌려 나가면서 류빅터는 "사실대로 얘기해!" 하면서 "앙리 제발 부탁이야!!" 라고 비명처럼 빌었고, 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한앙은 양 주먹을 꾹 쥔 채 앞으로 나오며 "네가 말해주는 미래가," 하며 노래를 이어간다. 자신이 동경한 '새로운 세상울 꿈꾸는' 빅터의 이상에 반해 그를 쫒아왔던 핝앙리는, 결국 그 이상을 함께 꿈꾸게 해준 빅터를 위해 제 목숨을 던진다. 계단 난간에 몸을 기댄 채 가까스로 처형대 위에 오른 한앙은 마지막 "살고 싶어!" 를 부르며 눈을 질끈 감고 파들거리는 입술 끝 옅은 미소를 걸었다.

 

류빅 생창은 인류를 위해 박제를 해야 하는데. 허접한 어휘 따위로는 결코 제대로 묘사해낼 수 없는, 이 엄청난 청각적 자극을 접하지 못한 사람이 결코 없어야 하는데. 지난 류빅터 디테일 리뷰에서 빠뜨린 게 있는데, 생창 초반 "신의 은밀한 비밀" 가사를 부르며 저 위의 신을 향해 이것 좀 보라는 듯 들고 있던 실험일지를 난간 너머 허공으로 들어올리며 도전적이고 날카로운 눈빛을 보낸다. 생창 시작과 중간, 끝난 뒤의 눈빛 변화가 엄청난데 이건 다른 리뷰에서 좀 더 자세히 남겨보겠다. 이날 류빅은 중간에 실험관 안 앙리의 시체를 향해 "일어나, 제발!" 하고 부르는 부분에서 그 무엇보다 간절하다는 듯 고개를 살짝 떨군 채 빌듯이 말했다. 되살아난 앙리를 보며 그 무엇보다 기뻐하는 류빅. 지괴의 행동에 맞춰 몸을 일으키고, 휘청하며 으르렁 거리니 쉬이, 하는 동작을 취하며 진정시키려고 한다. 마침내 그를 끌어안았을 때 잘했어, 하고 칭찬하며 등을 두드리고, 지괴 특유의 끙끙 소리에 맞춰 계속 쓰다듬으며 그래그래, 하면서 토닥여준다. 제 목이 졸렸을 때도 다급하지만 분명한 목소리로 룽게를 향해 "쏘면 안돼!" 라고 외치는데, 그렇기에 그의 죽음이 더욱 절망적이었다. 이 장면부터 오른쪽 머리를 짚는 류빅 디테일이 시작되는데, 이것도 류빅터 디테일 포스팅에서 누락했더라ㅠㅠ 아직 제 사지를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지괴와, 앙리라 믿었던 제 창조물의 목을 직접 조르는 절망 속 류빅. 첫 번째는 고개를 돌린 채, 두 번째는 괴물을 바라보며 총을 발사한다. 류빅터가 첫 발을 보지 않고 쏘는 경우, 두 번째 발포에서 보든 보지 않든, 괴물을 맞추려는 의도보다는 차라리 뒤쪽 창문을 겨냥해 그의 탈출로를 열어주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지독한 절망만이 남겨진 실험실에서의 마지막 절규.

 


2막. 류빅이 "인간을 뛰어 넘는 무기" 라고 했던 대사를, 이날은 "인간을 뛰어 넘는 군인" 이라고 했다. 머리 전체를 에둘러 하얗게 만들었던 재연과는 다르게, 앞쪽 머리 부분에만 하얀 스프레이를 뿌리고 나온 삼연의 지괴. 새하얗게 세어버린 머리칼을 지닌, 초월적인 존재 같던 재연의 지괴가 무척 인상 깊었던지라 조금 아쉽긴 했다. 하지만 여전히 위압적이고 날카로우면서도 슬픈, 괴물이었다. "그렇게 부르지마!" 하는 대사만 위협적이고 강하게 내뱉고, 다른 대사들은 초탈한 듯 비웃듯 으르렁거리며 말했다. "그건 내 이름이 아니'잖아'" 라고 어미를 바꿨다. 뒤에서 "북극의 가장 높은 곳에서 널 기다릴'게'" 라고 부르는 것도 그렇고, 지괴는 친근한 어미를 사용하며 류빅에게 조롱과 헛된 기대감을 건넨다. 재연에서 지괴 철성의 매력이 부각 되던 "내가 탄!생!했을 때," 대사가 삼연에서 "내가 만들어졌을 때," 로 바뀌면서, 부드럽게 손짓하는 디테일이 새로 생겼다. "그건 오해야, 앙리" 라는 류빅의 말에 지괴는 "앙리, 앙리," 하며 우스워 미치겠다는 듯 킬킬 대며 비아냥을 잔뜩 실어 "빌어먹을 죄책감에 조금이나마 위안을 받는가" 라고 묻는다. 앙리의 기억과 영향력이 은괴나 카괴보다 옅던 지괴는, 이미 다 타올라 재가 되어버린 분노를 그러쥐고 그 모든 고통의 원인인 창조주에게 온전한 복수를 하기 위해 찾아온 괴물이었다. 무척이나 그리워했던, 처절하고 고통스러운 지괴 도망자 넘버는 역시나 훌륭했다. 믿고 보는 서에바의 남세! 이 넘버 여앙남앙 구분해서 기억하고 싶다. 왼쪽 두 번째 여앙이랑 오른쪽 두 번째 남앙이 눈에 띄던데 누군지 모르겠음ㅠ 지괴는 이미 숲 속을 헤매며 살아남기 위해 '싸움' 이란 걸 수없이 해본 존재였기에, 어떻게 하면 관절이 꺾기고 상대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지 이미 잘 알고 있었다. 일말의 죄책감이나 망설임도 없이, 지괴는 그저 자신을 공격했기에 상대를 제압하고 맞대응할 뿐이었다. 마지막으로 얼굴을 쥐고 비틀려던 지괴는, "살려주세요." 하는 상대의 겁에 질린 목소리에 문득 제 얼굴을 가까이 하여 그의 두 눈에 일렁였을 무한한 공포의 심연을 들여다본다. 처음 들어보는, 자비를 구걸하는 생명체를 관찰한 지괴는 그대로 고개를 들어 주변을 본다. 저나 그와 동일한 모습을 했으면서도, 광기에 어려 살인과 피를 갈망하고 부르짖는 자들을. 미련 없이 상대를 내팽개친 지괴는 살짝 비틀거리되 단호한 걸음걸이로 격투장을 떠난다.

 

류쟠 스타일링이 바뀌었다. 처피뱅으로 예쁘게 만 보라색 단발머리에 앞머리가 생겨서 모자를 약간 뒤로 기울여 썼고, 속눈썹 위에 알알이 붙였던 화려한 글리터 대신 머리색과 같은 보라색 속눈썹을 덧댔다. 더 예뻐진만큼 더 잔혹해지는 쟈크여서, 앞으로도 주기적으로 화려한 장식을 추가해주시면 좋겠다. 이날은 메르시 보쿠, 제대로 하고 스파 '씨바' 를 강조하심. 서에바의 말에 자존심 상했다는 듯 "남자 구실을 못한다고?!!" 하며 투덜거렸고, 넌괴물 역시 잔인하기 그지없었다. 인간행세 넘버에서, 까뜨린느를 향한 "이년이 정신 못차렸구나" 부분과 에바에게 "내일이 경기야" 하는 부분을 낮은 톤으로 불러서 섬뜩함이 부각됐다. 플뷰에서는 화들짝 놀라며 "내일이 경기얌!" 이라고 살짝 높은 톤으로 얘기했기에 격차가 컸다. 목소리 왔다갔다 하는데 하나도 위화감이 없는 류쟠이 정말 훌륭한데 밉다ㅠㅠ 재연에서 항상 린치당하는 괴물에게만 시선을 고정하여 함께 아파하며 듣던 난괴물에서, 자꾸 쟈크에게 시선이 가서 좋은데 더 고통스러웠다. 격투장 마지막 즈음에, 까뜨린느를 향해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그거야~" 하는 서에바 뒤에서 류쟠이 "자.비." 라고 에바가 할 말을 입모양으로 따라하는 디테일도 생겼다. 

 

잔뜩 움츠러든 채 까뜨린느의 행동을 힐끗 보던 지괴는, 마치 흔들리는 장난감에 정신이 팔린 고양이 마냥 안,녕, 하고 흔드는 시하까뜨의 손가락을 시선으로 쫓는다. 그곳에는 넘버의 오로라 부분에서, 시하까뜨는 지난 은괴나 카괴와의 회차에서 아, 잘 봐요! 하듯 손을 객석 쪽 허공으로 뻗은 뒤 우아하고 아름답게 나풀거렸다. 하지만 이날은 지괴의 바로 눈앞에 제 손을 들어 움직이기 시작했고, 지괴 역시 그 손가락에 시선을 딱 붙박은 채 완전히 몰입하여 허공 끝까지 움직임을 쫒았다. 개인적으로 후자가 더 괴물의 순수함을 잘 보여주는 소소한 디테일이라고 생각한다. 창살 뒤로 펼쳐지는 환상 속의 북극과 아름다운 오로라 배경이, 2막 마지막 북극씬에서 동일하게 펼쳐지는 비극적인 아이러니도 매번 눈에 들어온다. "저 하늘 새들처럼 저 멀리" 하며 춤추듯 스탭을 밟으며 객석 오른쪽 앞으로 나오는 까뜨와, 그런 그의 동작을 유심히 보고선 "여기 이 굴레에서 벗어나" 하며 양 팔을 퍼덕이며 치렁치렁한 손목의 쇠사슬 소리를 내는 괴물. 재연에서는 이 두 가사가 서로 반대였는데 이번에 바뀌었다. 지난 카괴와 이날 지괴가 까뜨를 따라하며 제자리에서 펄쩍펄쩍 뛰다가 발밑 쇠사슬에 걸려 비틀했는데, 디테일은 아니겠지. 황급히 다가가 괴물을 부축해주며 환하게 웃던 시하까뜨는, 자유를 갈구하며 괴물을 배신한다. '인간'이 싫어 '인간'이 없는 곳에 가고 싶다 노래하던 까뜨는, '인간'답게 살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혀 결국 다른 이들과 똑같은 '인간'으로 주저앉는다. "죽고 나면 관짝에 담겨질 인생들아!" 라던 한잔술의 가사와 "결국 죽으면 땅에 묻혀 썩을텐데" 하고 부르짖는 산다는건 가사가 맞물린다. 처절하게 갈망하고 지독하게 악에 받쳐, 그저 지긋지긋한 인생을 벗어나기만을 원하던 까뜨린느의 절박함이 넘버 하나에 온전히 넘실거린다.

 

난괴물. 까뜨린느가 갈망하던 '인간' 이라는 존재를 바랄 수조차 없는, 절망. 자신을 만든 사람조차 자신을 버렸다는, 절대적인 고독. 간주 부분에서 갑자기 머릿속 모든 것이 쏟아지는 듯 움직임과 말과 행동을 토하는 것처럼 쏟아내는 지괴의 새로운 디테일에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 온 몸을 주체를 못하고 덜덜 떨며 알아들을 수 없는 단어들을 주르륵 뱉어내는 등, 처음 목격한 처절하고 혼란스러운 장면이어서 자세한 기억 대신 묵중한 충격만 남았다. 다만 마지막, 그 기억과 언어에 짓눌려 울먹이던 지괴의 표정만큼은 지독한 잔상처럼 남겨졌다. 너무 엄청나서 정확히 묘사할 수 없음이 안타까운데, 다음 리뷰에서는 보다 자세히 기억해봐야겠다.

 


그 날에 내가. 재연 관극 중 언젠가, 이 넘버의 가사가 엘렌의 이야기이자 경험 그 자체라는 깨달음을 문득 얻었던 적이 있다. 부모를 잃고 이해하기 힘든 동생과 세상에 홀로 남겨진 어린 아이. "밤마다 잠 못 이루고 울지도 몰라 / 아무도 위로하지 않아 / 떼를 쓴다고 누구도 관심 갖지 않아 / 그게 혼자가 된다는 것" 자신이 경험하고 느꼈기에 고독과 외로움을 일러줄 수 있던 엘렌은, 더 나아가 "넌, 특별해" 하며 동생을 지지하고 힘을 실어 준다. 애써 밝게 손을 흔들며 동생을 배웅한 엘렌은, 다시 어둡고 황망한 자신의 고독으로 되돌아 간다. 이날 서엘렌에게서 이 서사가 몹시 잘 보여서, 엉엉 목 놓아 우는 빅터의 절망 또한 보다 깊어졌다. 개인적으로 과거의 기억 속 엘렌을 붙들려 손을 뻗지만 잡지 못하고 놓쳐버리는 재연 연출이, 자신을 보지 못하지만 그래도 마지막으로 그를 비스듬히 꽉 껴안으며 "누나, 미안해" 라고 엉엉 우는 삼연 연출보다 더 비극적이라고 생각한다. 워낙 류빅터나 서엘렌 감정이 좋아서 큰 불호는 아니지만, 끝끝내 제 누나를 구해내지 못했다는 죄책감은 재연 연출이 훨씬 강렬했다. 이것도 류빅터 디테일 포스팅에서 놓쳤는데, 무대 왼쪽으로 퇴장하는 엘렌의 뒷모습을 보며 류빅터는 스르륵 무너져내려 무릎 꿇은 채 그를 향해 오른손을 허공으로 내뻗는다. 이 마지막 실루엣이 상당히 극적이어서 시각적 잔상의 여운이 짙다. 상처. 아이를 본다기 보다는 자기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듯 멍하게 "나도 길을 잃었는데..." 라고 말하는 지괴. "이야기 하나 해줄까?" 하고선 "내 친구... 얘기. 저 별이 되고 싶어 했어." 라고 말하는 지괴의 말에 마지막 남은 앙리의 기억이 스치는 듯했다. 빅터를 친구라 부르던 지앙의 존재는, "인간행세, 하겠지?" 하고 툭 아이를 밀어버리며 산산히 깨진다. 아이를 밀어버린 제 오른손 바닥을 빤히 바라보던 지괴는, 마치 아이가 앉아있던 자리의 온기를 느끼듯 그 빈 자리에 제 손을 천천히 얹고서는 그 자세 그대로 울음을 토하듯 "한, 괴물이 있었네" 하며 스스로 괴물이 되었음을 인지했다. 모든 걸 잃어버린 짐승이 낼 법한, 절망의 울음이 섞인 허밍. 지괴의 상처 넘버 감정이 너무도 짙고 강렬하여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였다. 


절망. 역시 몹시나 사랑하는 넘버. 이날 플뷰첫공 이후 두 번째로 만나는 이성준 음감님이었는데, 배우 변주에 맞춰 박자 완벽하게 따라가는 걸 들으며 희열을 느꼈다. 주연 배우들 솔로 넘버 마지막 하이라이트 끝나는 음에 딱 맞춰 오케도 빰 마무리 해주기만 하면 진짜 완벽할거다. 2막에서 일부 마이크에 지직 거리는 소음이 들어가서 음향은 좀 아쉬웠다. 블퀘에서 이 정도 음향 맞춰주는 게 감사하긴 하지만, 끝까지 집중해서 매번 좋은 음향을 전제해주면 좋겠다. 생창 기계 위에서 비아냥 거리며 레버를 양 옆으로 벌리고 내려다보는 지괴와, 절망에 차 바닥에 널브러진 류빅. 절망 대체 왜 잘랐어요!!!ㅠㅠㅠ 리뷰 쓸 때마다 말할 거야ㅠㅠㅠㅠ 후회. 사심을 가득 담아, 나는 왜, 생창, 후회 이 세 넘버는 류배우님을 위해 만들었다고 믿는다. 특히 모든 음을 완벽한 음정과 발음으로 풍성하고 공간감 있는 목소리로 채워넣으며 감정을 싣는 류빅의 후회는, 그저 엄청나다고 밖에 표현할 수가 없어 원통하다. 생창은 엄청나게 압도적이라면, 후회는 어마어마하게 풍성하다. 


북극. 제 앞에서 양 팔을 벌린 류빅을 미동도 없이 바라보는 지괴. 류빅이 덜 미끄러져 내려와서 몸싸움 자체는 좀 짧았다. 간발의 차이로 총을 빼앗기고 제 앞에 총구를 들이민 지괴를 향해 무릎 꿇은 채 상체를 일으켜 세운 류빅. 지독한 비극으로 일그러져 있던 류빅의 얼굴에, 비로소 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기쁨이 퍼져나갔다. 울음 가득한 눈매로 입꼬리만 잔뜩 끌어올린 채 소리 내어 웃는 류빅의 절망과 환희가, 완전히 망가져버린 그의 마음을 고스란히 표현했다. 그런 그의 얼굴을 가만히 내려다보던 지괴는 천천히 총을 반대로 돌리고선 빅터에게 내민다. 혼란과 불신의 눈빛으로 멍하니 총을 건네 받는 순간, 탕. 빅터를 향해 말을 꺼낸 지괴는, 갑자기 빅터 가까이로 기어가 그의 뺨을 손으로 감싸며 말한다. "빅터, 빅터...." 괴물의 목소리가 아닌 음성. "이게 나의..... 복수야." 까지 마치 앙리 같은 지괴의 목소리에도 미동 없이 얼어 있던 류빅은, 그가 고개를 툭 떨구고서야 덜덜 떨리는 손으로 어깨를 투욱 밀어본다. 뒤로 천천히 넘어가는 그의 몸에 비로소 터져 나오는 앙리, 라는 부름. 비로소 죽음으로 해방되리라 희망을 가졌던 류빅터는, 끝끝내 혼자 남겨진다. 앙리의 머리를 가진, 제 창조물의 뜻대로. 


1막과 2막에 걸쳐 쌓아온 관계성과 감정의 완결을 짓는 북극씬이 역시 너무나 좋았다. 더한 비극으로 치닫게 만들 수 있는 지괴와 류빅의 디테일들이 남아있음을 알기에 남은 류한 회차들이 몹시 기대가 된다. 특히 지괴가 재연에서 보여줬던 바가 있기에, 노선 변주라거나 디테일 추가 등의 변화를 많이 줄 것 같은 기대가 들어 벌써 행복하다. 넘버도 어찌나 짱짱하던지ㅠㅠ 작년 12월 모래시계 핝태수 이후로 반 년만에 만나는 노래여서 너무나 반갑고 기뻤다. 예정된 류한 페어의 모든 공연은 매번 반드시 레전이리라 감히 단언하는 바, 아직 앞자리 못 구한 회차의 표도 어서 빨리 구비해놓도록 하겠습니다. 이 페어가 6월에 1번, 7월에 2번, 8월에 5번이어서 기다림이 벅차긴 하지만, 그만큼 8월에 더 행복하겠지. 누차 반복하지만, 류빅과 지괴 돌아와주셔서 몹시 매우 감사 드립니다ㅠㅠ 덕분에 이번 여름이 너무나 행복합니다♡


공지사항
«   2024/1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