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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in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2018.06.23 7시 공연

 

 

 

 

류정한 빅터 프랑켄슈타인, 박은태 앙리 뒤프레, 서지영 엘렌, 이지혜 줄리아, 이정수 룽게, 김지호 어린 빅터, 이유주 어린 줄리아, 이하 원캐. 류빅터/류쟈크, 은앙리/은괴물, 서엘렌/서에바, 지혜줄리아/지혜까뜨린느, 정수룽게. 국민카드 전관 행사. 류은 페어 둘공이자 자둘.

 

 

류은 페어가 너무 좋아서 행복하다ㅠㅠ 두 배우의 합, 이란 말 자체를 떠올릴 필요조차 없는 완벽한 호흡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서엘렌은 약간 목이 안 좋은 것 같아서 걱정이 된다. 지혜줄리아는 기대 이상으로 좋았는데, 까뜨린느 노선이 몹시 취향이었고 넘버는 변주를 넣어 불러서 신선했다. 정수룽게는 어린 빅터와의 첫만남에서 목마를 태워주는 등 소소하게 디테일이 달랐다. 이날 아역은 약간 박자가 위태했으나, 지호빅터는 엄마 시체를 끌고 갈 때 중간에 두 번 땀을 닦는다거나 강아지의 시체를 들어 살피는 등 은근한 디테일이 있어서 좋았다. 앙상블 떼창 무난하니 좋은데, 여전히 솔로 넘버나 대사 부분들 마음에 안드는 배우들이 있어 아쉽다. 웰링턴 장군 역할의 배우는 벌써 목소리가 나갈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 걱정인데, 이분이 까마귀 가면 쓴 빅터 아빠 역할도 하시는 거 맞나? 대사 너무 흥분한 상태로 쳐서 못 알아 듣겠다ㅠ 앉은 좌석이 자첫 때보다도 뒤여서 마이크 볼륨을 조정했는지는 판단이 안 서는데, 효과음 음량은 안 줄인 게 확실하다. 음향이나 조명, 무대연출팀이 극 전개에 맞춰서 대로 실수 없이 해주는 점이 만족스러워서 앞으로도 계속 잘 부탁드린다는 말을 하고 싶다.

 

 

 

 

※스포있음※

 

 

2막에서 뭔가 아쉽다 했더니 도망자, 절망 넘버를 잘라냈구나!!ㅠㅠㅠㅠ 아니 대체 왜ㅠㅠㅠㅠ 재연 도망자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며 태어난 걸 원망했었네" 라는 부분 가사를 살짝 바꾸고 이어지는 뒷부분을 잘라냈다. "살아있는 날 원망했네" 이런 가사였던 것 같은데, 훨씬 비극미가 더해져서 극적이긴 했지만, 이 넘버를 무지 좋아하던 관객이라 조금 아쉽다ㅠㅠ 그리고 절망은 최애넘버 중 하난데 중간을 뭉텅으로 잘라냈더라. 빅터의 "나 이곳에서 꿈을 꿨지" 하고 이어지는 가사가 재연은 "너와 함께" 였는데 삼연은 괴물을 무시하고 실험실이라는 장소를 부각시키는 커다란 무덤? 이런 류의 단어로 바뀌었고, 양팔을 벌린 류빅이 생창 기계 아래쪽 쇠파이프를 향해 벌써부터 움직인다. "이젠 절망이 되어버렸네" 하고 이어지는 재연의 "너 같은 괴물과 함께 / 찬란한 꿈은 깨지고 커다란 무덤이 됐어 / 신이 되고 싶었는데 악마가 되어버렸네" 하는 빅터 가사가 통으로 날아가고, "인간을 넘으려 했던 모든 게 나의 실수" 하며 은괴를 향해 무기를 내려친다. 빅터가 이렇게 바로 공격을 해버리니, 재연에 있었던 "그렇게 잘 알면서도 같은 일을 하려했나 / 나와 같은 생명체를 또다시 만들려했어 / 아직 내 눈에 당신은 배부른 인간일 뿐" 하는 파트가 또 전부 날아갔다ㅠㅠㅠㅠ 그냥 빅터의 공격을 막으며 바로 "고귀한 척 집어치워!!!!" 라고 고함을 지르며 이어진다. 절망 넘버가 짧아지니 쫀쫀하게 대립하던 빅터와 괴물의 갈등이 다소 얕아진 듯하여 몹시 아쉽다. 그리고 절망 도입 오케 대체 뭐지... 왜 그렇게 화창하고 통통 튀는 음이 많도록 편곡했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 모든 사건이 휘몰아치는 이 극 안에서도 가장 드라마틱한 클라이막스가 바로 절망~줄리아의 비명소리까지라고 생각하는데, 전반적으로 불만족스럽다.

 

 

절망 넘버 직후 "그래 와! 와서 날 죽여!" 하며 이어지는 단하미 반주 위 넘버 가사가 재연은 "그놈은 인간이 아니야 / 얕보면 큰일나" 이런 식이었던 것 같은데 삼연에서는 "그 놈은 인간이 아니야 / 그 놈은 악마야" 라고 바뀌어서 괴물의 탈인간적 성향이 보다 부각됐다. 이 점은 2막 초반 결혼식이 끝나고 둘만 남은 빅터와 줄리아의 장면에서도 강조됐다. 죽었을 거라는 줄리아의 위로에, 빅터는 "아니, 그 놈은 죽지 않았어!" 라고 말하며 재연에 없었던 대사를 추가했다. "우리의 최종 목표가 뭐였는지 알아? 인간을 뛰어넘는 무기를 만드는 거였어!" 정확하진 않지만 이런 류의 말이었는데, 이 대사 덕에, 미친 듯이 괴물의 흔적을 찾아 헤매며 신경질적이고 공포에 질린 채 살아온 빅터의 지난 3년에 훨씬 개연성이 강해졌다. 다른 옷을 입고 있다는 자각도 없이 제 품을 발작적으로 뒤지며 실험일지를 찾는 행동이나, 괴물이 던진 실험일지를 주워 확인하고선 더 어두워지는 표정 등 2막 빅터의 노선이 훨씬 일관적이고 깔끔해졌다. 재연에서 실험일지 껴안고 크게 웃는 빅터 연출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바뀌니까 훨씬 낫더라. 그리고 저 대사를 통해 팔 다리에 목까지 부러졌음에도 죽지 않는 괴물의 절대적인 신체력을 좀 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삼연의 이야기 전개에 관한 연출은 총체적으로 대극호라서 무척 신난다.

 

 

 

 

류은 페어의 북극씬이 너무나 훌륭한 이유는, 마지막 결말인 이 장면과 괴물이 탄생한 그 순간의 장면이 겹치면서 비극을 극대화한다는 점이었다. 북극의 가장 높은 곳에서 기다리고 있는 은괴물의 바로 앞까지 올라간 류빅터가 양 팔을 벌린 채 잠시 서 있는 순간, 갓 태어난 은괴에게 걸음을 떼어 자기에게 오라며 양 팔을 활짝 열고 있던 류빅의 과거가 겹친다. 총에 맞아 숨을 거둔 은괴를 아주 살짝 툭 밀자 천천히 기우뚱 쓰러지며 들어올려지는 그의 오른팔을 붙들려던 류빅의 손 끝에, 은괴의 손이 스친다. 망연하게, 다급하게, 절망적으로 그에게 기어가 생명을 잃은 은괴를 흔들고 "일어나, 일어나 제발! 눈을 떠!!!" 하고 절규하는 류빅의 목소리가, 실험실 철침대에 누워 아직 생명을 얻지 못했던 은괴를 향해 외치던 목소리와 겹친다. 괴물의 마지막 복수인 "혼자가 된다는 슬픔" 이, 재연 연출에서는 인간이 없는 장소에 오로지 홀로, 상처 입은 채 남겨졌다는 절망이라는 의미가 강했다. 하지만 삼연 연출과 류빅 디테일이 더해지니 제 친구 앙리의 머리를 가진, 제가 직접 창조한 창조물인 존재를, 제 손으로 죽임으로써, 생명이 존재하는 이 세상 자체에 혼자 내버려졌다는 한층 아득한 고독과 공포가 보다 강조되어 빅터가 느끼는 절망의 깊이가 더 어마어마해졌다. 벌써 이렇게 좋은데, 회차를 거듭할수록 북극씬 감정이 더 짙고 맹렬해지리란 게 자명하여 기대가 크다. 삼연 연출의 빅터-앙리와 빅터-괴물의 관계성이 훨씬 극적이고 설득력이 높다.

 

 

앞으로도 많이 볼 거라서, 다른 장면들과 관련해서는 다음 리뷰들로 남겨야겠다. 극이 워낙 길어서 디테일하게 남기고 싶은 게 너무 많아 걱정이다. 류은 프리뷰 세 번째 공연을 못 봐서 아쉽지만, 본공 첫공은 보러 간다! 그나저나 마지막 티켓팅 잘 해야할텐데ㅠㅠ 류한이 총막이라니ㅠㅠㅠ 아, 이날 카드사 전관이라서 간단하게 무대인사 있었는데 류배우님이 해주셔서 너무너무 행복했다!!! 추첨 따로 없이 인스타 참여 미션에 대한 설명만 있었는데, 우아하고 멋진 목소리로 쭉 읽어주시고 다들 열심히 뮤지컬을 만들고 있다며 또 보러 오라고 홍보도 하셨다. 커튼콜 마지막에서 류빅이 은앙에게 눈짓으로 신호 주고선 같이 짱구 울라울라 춤ㅋㅋㅋ 추심ㅋㅋㅋㅋㅋㅋ 웨이브 막 넣으면서 추시고 마지막에 손도 흔들어 주심! 컷콜까지 완벽한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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