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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in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2018.06.27 8시 공연



류정한 빅터/쟈크, 카이 앙리/괴물, 서지영 엘렌/에바, 안시하 줄리아/까뜨린느, 김대종 룽게/이고르, 김지호 어린 빅터, 이유주 어린 줄리아. 류빅터/류쟈크, 카앙리/카괴물, 서엘렌/서에바, 시하줄리아/시하까뜨린느, 대종룽게/대종이고르. 류카서안. 삼연 류빅터 본공 첫공이자 류카 페어 첫공. 류빅터 3차 관극.


※스포있음※


새로운 페어의 첫 만남이어서 부푼 기대감을 잔뜩 안은 채 관극했다. 상상치도 못했던 안경이라는 아이템을 장착하고 나온 카앙리는 고지식하고 외곬수의 성향이 강했다. 전쟁이라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 제 나름대로 원칙과 신념을 찾아 노력해오던 그는, 빅터를 만나 새로운 가능성과 희망을 믿게 된다. 단하미가 끝나고 제 소신을 뒤집어버린 그에 대한 감탄과 열정을 쉬이 감추지 못하며 악수한 손을 내려다보던 은앙리와 다르게, 카앙리는 빅터의 이상과 주장에 완벽하게 설득당하고 그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마치 자석처럼 바로 뒤따라 쫒았다. 엘렌에게서 빅터의 유령 이야기를 들을 때에도, "아무도 그 아이 이해못해" 하는 가사에 살짝 고개를 끄덕이기까지 하며 그의 과거를 온전히 수용한다. 류빅을 향해 직접 '친구'라 호명하는 한잔술은, 막역한 우정보다는 신뢰와 공감이 버무러진 동경에 가까웠다. 그리고 너의 꿈속에서. 수없이 들어온 이 넘버가, 충격적일만큼 신선하고 놀라울 만큼 짙고 절절했다. 창살과 가까운, 무대 중앙 쪽에 서있던 카앙은 류빅터의 부름에 돌아보며 "왔어?" 라고 말한다. 당연히 오리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그렇기에 할 말을 준비해놓았다는 듯. "그러니까 나 대신 살라고, 친구야!" 하고 맹렬하고 고통스럽게 외치는 카앙의 대사톤과 이어지는 너꿈의 감정이 어찌나 아름답고 애틋한지, 눈물이 그냥 줄줄 흘렀다. 창살 밖 빅터에게 다가가 뺨의 눈물을 닦아 주고 얼굴을 손으로 감싸쥐니까, 류빅도 카앙의 얼굴을 향해 덜덜 떨리는 손을 뻗어 그 뺨을 어루만졌다. 끌려나가는 빅터를 바라보던 카앙이 객석을 향해 뒤돌아 노래를 이어가는데, 빅터를 대신하여 죽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기쁨이 얼굴에 퍼져나갔고, 단두대를 향해 걸어올라가는 동안에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카앙의 너꿈을 듣는 류빅은 그가 거짓 자백을 철회하지 않으리란 것을 짐작했기에 더욱 처절하게 그의 이름을 부르짖었고, 1막 후반이나 2막 등에서 앙리의 머리를 가진 괴물의 얼굴을 쓰다듬고 감싸쥐는 모션을 많이 취했다. 지난 2회의 공연에서 류빅은 생창 도입에서 가슴팍 높이까지 앙리의 머리를 들어 눈을 맞추고 그대로 가슴에 끌어 안고 있다가 천둥 소리에 화들짝 놀라 주위를 둘러 보며 머리를 통에 담고 사라졌는데, 이날은 그 머리를 끌어 안은 그대로 통을 주워들고 뒤돌아 성안으로 향했다.


카괴 역시 기존에 보지 못한 노선의 괴물이어서 몹시 새롭고 흥미로웠다. 생명창조 실험으로 인한 전기충격이 뇌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음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인지과정이 느릿하고 전반적인 사고와 말과 행동이 다소 어눌한 괴물이었다. 도망자. 저를 직접 만들었으면서도 '마치 기계의 전원을 끄는 것처럼 목숨을 거두려 했던' 창조주를 이해하지 못하고 스스로 '살아있음을' 원망한다. 난 괴물. 인간의 바닥을 목격하고 경험하고선 왜 자신을 만들었느냐 물으며 창조주를 원망한다. 상처. 망연하고 텅 빈 눈으로 휘청대면서도, 길을 잃고 울고 있는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몸을 숙이고선 안녕, 하며 손을 흔들고 그 손을 꼭 붙든 채 옆에 나란히 앉았다가, 자신이 인간이 아닌, '인간이 만든 생명' 임을 바로 알아채는 아이 역시 인간임을 인지하고선 일말의 주저함 없이 툭 그를 차디찬 물 속으로 밀어버린다. 은괴는 호숫가에서 다리를 들어올려 무릎을 감싸 안고 고개를 묻은 채 엉엉 울었는데, 카괴는 허밍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비틀거리며 흐느끼듯 고통스러운듯 울부짖음 같은 탄식을 내뱉는다. 절망. 온전하고 위압적으로, 마치 판결을 내리는 절대자처럼 빅터를 죄어온다. 성악 페어가 이 넘버에서 마음껏 기량을 뽐내서 이름 그 자체인 '절망' 을 드라마틱하게 보여줬다. 재연과 비교하여 도망자 넘버 뒷부분을 자른 건 아쉽지만 긴장의 극대화라는 연출 의도를 납득할 수 있는데, 절망 중간을 자른 건 정말이지 절망적이다ㅠㅠ "(빅터) 나 이곳에서 꿈을 꿨지 너와 함께 / 이젠 절망을 만들어 냈네 / 커다란 무덤과 함께" "(괴물) 그렇게 잘 알면서도 또다시 만들려 했나" "(빅터) 신이 되고 싶었지만 / 악마가 되어버렸네" "(괴물) 고귀한 척 집어치워 / 복수는 이제부터" 중간에 잘리고 살짝 변주된 절망의 가사다. 이렇게 카괴는 장면의 흐름에 따른 괴물의 감정 변화와 그로 인한 행동들의 개연성이 상당히 높았다. 북극씬의 마지막 순간까지 카괴에게서 카앙은 전혀 보이지 않았고, 오로지 버려지고 상처 입고 고독한 존재 그 자체로 빅터에게 마지막 복수를 각인시키고 미세한 미소마저 입가에 건 채 끝을 마주한다. 재연 연출에서는 앙리와 괴물의 완전한 분리가 빅터라는 캐릭터의 설득력을 떨어뜨렸다. 하지만 삼연 연출에서는 두 존재가 별개의 정체성을 지니고 있음에도 앙리에게 죄책감을 지닌 빅터와 그로 인해 앙리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괴물이 서로에게 내뿜는 감정선을 훨씬 농밀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해준다. 빅터-앙리 페어 별로 느낌도 확확 달라지고. 



카이 배우는 아리랑, 삼총사, 더라키에 이어 네 번째 작품으로 만나보았는데, 연기의 발전이 명확하게 보여서 놀라웠다. 배우가 의도한 바와 실제로 표현하는 방식 사이에 괴리감이 느껴져서 약간의 아쉬움이 남았었는데, 이번 앙리/괴물은 좋은 의미의 충격을 선사했다. 해당 캐릭터를 숨쉬듯 자연스럽게 연기하는 배우들이 이미 있기 때문에 부담이 상당했을텐데, 카앙/카괴 만의 해석을 더해 신선하고 강렬하게 보여준 것이 놀라웠다. 익숙한 작품과 넘버를 이토록 충격적으로 마주할 수 있는 경험을 하게 해주어서 감사하기까지 하다. 괴물의 어눌한 발음과 자연스럽게 불러야 하는 넘버 사이의 격차를 조율해야 하는 점이나, 상처에서 절망으로 넘어갈 때 부족한 아이에서 절대적인 심판자로 변화하는 요인에 대한 보다 명확한 표현 등, 아직 좀 더 고민하고 보완해야 할 부분들은 있다. 노선을 확고히 유지하며 다듬어냈을 때 추후 공연들이 얼마나 좋아질지 무척이나 기대된다. 류배우님의 빅터는 그냥 공연을 통틀어 다 좋은데 회차 거듭할수록 디테일 늘고 넘버 유려해져서 행복해 죽을 거 같다ㅠㅠ 너무나 완벽한, 상상해왔던 빅터라는 인물 그 자체를 연기하셔서, 노선을 해석하고 풀어낼 필요조차 못 느낄 정도로 완전한 공연을 해주신다. 나는 왜, 생창, 또다시, 절망, 후회. 모든 빅터 넘버들을 너무나도 완벽하게 불러주시고, 모든 장면의 감정들도 어마어마해서 관극의 매 순간이 짜릿하다. 재차 강조하지만, 생창 진짜 대박인데 이걸 글로써 표현을 할 수가 없어서 그저 고통스럽다ㅠㅠ 도입의 극저음이 어두컴컴한 시대를 삼켜버릴 듯하고, 음을 꾹꾹 눌러 담으며 신에 대한 선전포고를 하고 창조주라 자칭하는 오만함은 지독히 귀족적이며, 히스테리컬하게 제발 눈을 뜨라 소리지르는 빼어난 고음은 이미 새로운 세상을 창조해낸 듯하다. 류몬테 지옥송도 훌륭하지만, 류빅터 생창 못 들은 사람은 절대 없어야 한다ㅠㅠ 뮤지컬 입덕 후 보고 듣고 감상했던 모든 극을 통틀어, 류빅 생창을 뛰어넘는 엄청난 넘버와 장면은 결단코 없다. 이걸 못 볼 뻔했다니, 삼연에 돌아와주신 류배우님께 감사한 마음이 재차 드네ㅠㅠ 류빅의 깨알 같은 디테일들을 극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정리하는 포스팅을 계획 중인데, 금요일 류은 농카 표 못 구하면 이번주 중으로 완성해야지. 류은 보고 싶은데 표가 위멮데이 회차 뿐이다ㅠㅠㅠ 이렇게 빡센 티켓팅이 너무 오랜만이라 힘겹다ㅠㅠ 총막 표도 못 구했는데.... 류한 전관해야 하는데ㅠ



지난주 국카 류은 때 오케가 부음감이었음에도 나쁘지 않아서 이제 부음감님도 프랑켄 넘버들에 익숙해지셨나 했는데, 이날 보니 역시 아쉬웠다. 박자 진짜 어쩔 거냐며. 오케가 라이브로 들어가는 공연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가, 배우의 변주에도 매끄럽게 받쳐주는 반주인데 그걸 전혀 못한다. 류빅도 카괴도 오케 멱살을 잡고 박자 맞추라며 끌고 가는 수준이었다. 단하미 전주 빰빰, 소리 좀 키웠으면 좋겠고, 절망 도입은 역시나 불호다. 북극씬 괴물의 죽음 뒤 오케 들어가는 연출은 개인적으로 크게 거슬리지 않았다. 한잔술 끝나고 술값 계산하는 방식이 키스에서 도망으로 바뀌었는데 대사 길게 안 넣어도 되지 않을까 싶다. 앙상블들이 테이블 밀며 퇴장할 때 재연에는 있던 반주가 없어진 게 좀 어색한데, 몇몇 배우들이 환호성 같은 애드립을 넣어서 그나마 낫다. 여기 장면 전환 암전 너무 길어서 맥이 뚝 끊긴다. 외로운 소년 넘버는 미친 듯이 휘몰아치다가 갑자기 여기서 흐름이 멈칫하니까 더 정신 사나운 느낌이다. 격투장에서 괴물에게 약을 탄 까뜨린느가 살려달라 발악하는 장면이 좀 짧아진 거 같다. 말 나온 김에 산다는 건. 물을 마신 카괴가 창문에 얼굴 들이밀며 안,녕 하니까 기겁하며 도망친 시하까뜨는, 그가 물을 다 마셨는지 확인이라도 하듯 바가지를 거꾸로 들어 터는데 그 순간 눈빛에 담긴 광기가 어마어마했다. 서에바 남자의 세계 넘버도 그렇고, 프랑켄 장인들이 많은 삼연이어서 행복하다. 이제 본공 시작되었으니 앞으로 두 달, 열심히 같이 달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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