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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in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2018.06.20 8시
류정한 빅터 프랑켄슈타인, 박은태 앙리 뒤프레, 서지영 엘렌, 안시하 줄리아, 김대종 룽게, 이윤우 어린 빅터, 안현화 어린 줄리아. 류빅터/류쟈크, 은앙리/은괴물, 서엘렌/서에바, 시하줄리아/시하까뜨린느, 대종룽게/대종이고르. 류은서안 초연 페어 첫공이자 프랑켄 삼연 프리뷰 첫공. 류빅터 자첫!!!!!!
류정한 배우님께 입덕한 이래로 줄곧 갈망해오던 류빅터를, 마침내 만났다. 공연의 매순간이 놀랍고 황홀하여 이 벅찬 마음을 어떻게 풀어내야 할 지 기쁘면서도 막막하다. 백 마디 말보다는 행복과 감격을 감출 길이 없는 내 표정을 보여주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겠지만, 극 후기를 그렇게 남길 수는 없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지금 들고 있는 십 여장의 티켓이 어찌나 든든하고 소중한지 모른다. 이미 완벽한 공연이었지만, 회차를 거듭할수록 더욱 짙고 농염해질 감정선임을 잘 알기에 류빅터의 다음 공연들이 무척이나 기대되고 재차 설렌다. 바라고 상상하고 기대했던 류빅터를 두 눈으로, 두 귀로, 직접 만나고 왔다는 게 아직도 꿈 같지만, 지루하고 의욕 없던 일상이 반짝거리며 생기 가득한 걸 보니 슬슬 실감이 된다. 너무 행복해서 이대로 세상이 무너져도 여한이 없지만, 아직 앞자리에서 류빅터의 모든 표정을 생생하게 보지 못했으니 세계멸망은 좀 미뤄야겠다. 오랜 기다림의 끝이 이토록 달콤하고 짜릿했다.
류빅터를 앓는 것만으로 차고 넘치게 글을 쓸 수 있겠지만, 이 극의 재연을 회전 돌았던 관객으로서 삼연 프리뷰 첫공의 리뷰는 연출이나 스토리를 포함한 극 전체를 다루는 것이 옳다고 본다. 이번에 프리뷰가 무려 5일 동안 7번의 회차로 잡혀있는데, 이는 피드백을 통한 조정과 개선의 여지를 활짝 열어둔 것으로 생각된다. 삼연은 재연과 비교했을 때 전반적인 완성도가 보다 높아졌다. 재연에서 삭제했던 몇몇 초연 장면 및 넘버들이 부활했고, 재연에서 바꿨던 장면 순서가 초연 순서로 되돌아갔으며, 몇몇 장면 전환이 보다 세련되고 매끄러워졌다. 기껏 재연에서 변경했던 장면 및 전개 연출을 다시 처음처럼 되돌리면서 오히려 개연성이 높아졌다는 점이 재연 회전러 입장에서는 씁쓸하긴 하다. 그러나 초연을 직접 본 것이 아닌만큼, 재연의 여러 시도들이 삼연을 초연보다 더 나아질 수 있도록 돕는 유의미한 기반이 되었으리라 믿는다. 재연과 달라진 점들을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했기에, 기억나는 범위에서 최대한 자세히 변화를 적어보고자 한다. 오로지 기억만을 근거로 한 글이기에, 오류가 있을 수 있다.
스토리 풀기 전에 전반적 연출부터 간단하게. 블퀘 음향이 거지 같다는 걸 잘 알고 있는지, 아예 음량을 엄청나게 키워버렸더라. 덕분에 웅웅대고 먹먹한 소리는 거의 없었지만, 귀가 너무 아팠고 지금까지도 얼얼하다. 모든 배우의 마이크와 모든 음향 효과를 최대치의 볼륨으로 올려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오케를 제외한 모든 '소리'가 지나치게 컸다. 콰과광 하며 귓전에 때려넣는 msg 강한 음악이 이 극의 중대한 매력이긴 하지만, 관객의 귀를 배려하여 조정이 좀 필요할 것 같다. 배우들 노래 부분의 마이크 음향은 전반적으로 고르고 선명하여 마음에 들었지만, 적어도 천둥번개나 총소리 같은 효과음은 필히 음량 조절을 해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이번 시즌의 대사 있는 앙상블들 목소리가 철성이 많던데, 대사칠 때 배우들이 힘을 좀 빼던지 볼륨을 조절하던지 했으면 좋겠다. 비명, 놀라움, 두려움 등을 표현하는 게 너무 강하고 째지는 소리가 심해서 힘들었다. 무대는 넓고 깊고 높아졌다. 성벽 디자인이 보다 실감났고, 숲의 울창한 나무, 빙하 등을 표현하는 무대 구조물들이 더 견고하고 튼튼해졌다. 무대 전환할 때 합 딱딱 맞는 거 너무 만족스럽다. 훨씬 풍성한 영상들이 원근법 등을 잘 살려 극 중 배경의 생생함을 극대화했다. 조명도 타이밍 안 맞는 거 없이 적재적소에 잘 녹아들었다. 조명기구나 영상기구 만큼은 블퀘가 여타 대극장들 중에서 단연 최고다. 의상은 새로 싹 장만한 티가 났는데, 무난하니 대부분 나쁘지 않았다. 류빅 장교 복장은 좀 아쉬웠는데, 이후 케이프에 코트에 쓰리피스 정장까지 다른 모든 의상들은 너무 좋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스포※
1막. 생창기계 앞, 천둥소리에 뒤돌아 하늘을 바라보는 류빅터 실루엣을 보는데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전쟁터 앙상블 부분 좀 짧아진 것 같았고, 다리 잘린 병사 수레 나오는 게 조금 늦었다. 장호앙이 아니어서 아직 생경한 목소리. 가사 일부를 대사처럼 강조하는 은앙리. 과하게 큰 배경음악과 함께 등장하는 류빅터. "앙리!" 하며 만면에 미소 짓고는 "앙리 뒤프레!" 하며 풀네임을 다시 부른다. 전반적으로 대사들이 입에 딱 달라붙는 구어체로 매끈해졌다. 건방지기 보다는 오만하게 사람을 눈 앞에서 깔아뭉개는 류빅. 경례하니까 놀리듯 비웃듯 눈 굴리면서 손 각도 고쳐주고선 막사 떠나가도록 웃으며 퇴장한다. 실험실에서 투덜거리는 룽게 애드립 살짝 달라졌고, 와하하하 웃으며 류빅은 긴 의상을 곱게 잡으며 계단을 올라간다. 여기서 앙리한테 "이제야 자네답군" 하는 대사가 생겼는데, 아니 언제봤다구요?? 앙리의 논문을 정독하며 앙리를 덕질하고 있던 빅터... 단하미. 세상에, 류은 단하미를 보고 듣다니. 오케 편곡이 살짝 달라졌고 "생명의 최후가 다가온다" 등 빅터 파트 음이 좀 길어진 것 같았다. 마지막 부분 화음이 엄청났고, 거기 맞춰서 다리가 덜컹 하더니 위로 좀 솟아오르더라. 다시 계단 쪼르르 내려가는 류빅과, 다리 위에 잠시 서서 맞잡았던 손을 내려다보는 은앙. 하지만 넌. 뒤에 영상 엄청 공들였더라. 오른손 위주로 번쩍번쩍 하다가 색이 훅 퍼지며 인물을 만들고는 마지막에서야 전체 그림이 퍼지며 평화협정이 정상적으로 마무리되었음을 극적으로 표현했다. 평화의 시대는 재연과 동일했다. 줄리아가 두 번이나 말을 거는데 완전히 무시하는 류빅. 자신을 동경한다는 월터의 말을 처음엔 비웃었다가, 슈테판이 더 뭐라고 하니까 "월터! 독일에 가면 말이야," 하면서 다가가더니 6-7음절 되는 향수집 이름을 대며 향수 좀 사다달라고 부탁한다. "여긴 악취가 진동해서 말이야!" 하며 하하하하하 웃다가, 월터가 멍청하게 따라 웃으니까 정색하면서 "재밌어?" 하고 분위기를 완벽히 망쳐놓는다. 재연 때 독일 여자 벗겨놓으면 생각보다 뚱뚱하다, 하는 것보다 훠어얼씬 낫다. 빅터 성격도 확실히 드러나고. 룽게가 사과하니까 자기도 나와서 "대단히~" 라고 말하는 은앙 얼굴이 무척 맑아서, 젊고 곧고 순수한 청년이라는 것이 부각됐다. 재연에서 없어졌던 줄리아 솔로 넘버 '혼잣말' 이 생겼다! 가사가 정확하게 기억은 안나는데 풋풋함과 무한한 신뢰를 다소 많이 강조한 듯했다. 넘버가 좀 긴 느낌이긴 한데, 익숙해지겠지. 시하줄리아 넘나 아름답다.
외로운 소년의 이야기. 윤우 오랜만에 보는데 노래나 몸짓, 눈빛 연기가 무척 좋아져서 어린 빅터에게 몰입이 잘 됐다. 이 넘버는 거의 모든 장면이 강렬하기 때문에, 음향 등의 완급 조절이 절실하다. 바람개비 날리던 어린 줄리아에게 책을 빼앗긴 어린 빅터가 책을 돌려 받고선 "단백질은~" 하며 노래하던 재연 장면이, 빼앗긴 책을 돌려받으려다 넘어진 빅터와 책을 던져버리고 달려가는 줄리아, 그 책을 읽어보며 경악하는 엘렌과 룽게의 모습으로 바뀌었다. 어린 빅터가 넘어지는 부분이 세 번이나 있더라. 넘어졌는데 왜 울지 않냐고 묻는 줄리아에게 "울면 얕보인다"고 대꾸하는 윤우빅터가 단단하게 빅터의 캐릭터를 잡아줘서 2막 류빅의 회상 장면이 더욱 깊어졌다. 강아지 마차 사고 직전에 "나조차 몰랐던 아이의 집요함 / 엄마의 죽음을 인정하지 않았어" 하는 엘렌 노래를 아예 뺀 거 같다. 그 가사를 빼니까 빅터를 아끼고 보듬으며 이해하려 노력하는 엘렌의 성향이 훨씬 부각되어 좋다고 느껴졌는데, 이 기억이 맞는지는 자둘 해야 확언할 수 있을 듯하다. 소품 팀에서 이런저런 모형에 엄청 신경 썼다는 게 느껴졌는데, 피투성이 강아지 사체도 엄청 실감나게 만들었더라. 넘버 후반부는 재연과 동일했다. 서엘렌 넘버 소화력 너무나 대단하다. 뇌가아아~ 하면서 연기 풀풀 나는 성에서 나오는 류빅. 과장스럽고 유머러스한 요소들이 많아졌는데, 이렇게 인간적이고 유쾌한 일면을 강조해두니 1막 엔딩의 절망이 한층 부각되며 빅터가 느끼는 감정의 낙폭이 고스란히 전달됐다. 앙리와 엘렌과 룽게 대사는 동일했고, 마지막 엘렌 대사에 다소 책망과 탄식이 담겼던 재연과는 다르게 삼연은 "빅터, 너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거니" 하며 보다 걱정스럽고 염려되는 마음을 강조했다. 이것도 공연 더 봐야 정확하게 말할 수 있을 듯하다.
대망의 한잔술. 도와주러 온 앙리도 자신을 때리는 사람인 줄 알고 한껏 몸을 웅크린 류빅을 보고 한숨 쉬고 때찌때찌 하는 은앙ㅋㅋ 인사불성 수준인 빅터를 질질 끌고 의자에 앉히고 흥분한 좌중을 가라앉힌다. 추바야앙이 앙리한테 다가가서 손을 확 드니까 고개 돌리면서 같이 맞는 것마냥 파들거리다가 동의하는 박수임을 눈치 채고 파하하하 웃으면서 열심히 박수치는 류빅. 술집 주인은 초연처럼 여자로 바뀜. 완전히 취해서 신선한 뇌와 살인을 운운하고, 탁자 위에 올라가 허우적 대다가 "나 떨어진다~" 하며 주정을 부린다. 결국 끌어내는 걸 포기하고 "한 잔 하겠나" 하며 빅터에게 술을 권하는 앙리.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는 한잔술. 류빅은 대만취 상태입니다. 술주정 부리는 사람의 스탭에 많은 걸 기대하거나 바라는 게 이상하죠^^ㅋㅋㅋㅋ 아 증말 류은 한잔술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광대가 하늘로 치솟는다ㅠㅠ 무대 널찍해서 한잔술 안무도 시원하고, 룽게와 앙리 빅터가 마을 사람들과 따로 떨어져 셋이서만 쑥덕거리는 비밀스러움도 부각됐다. 술값은 초연처럼 술집 주인에게 키스하는 걸로 바뀌었는데, 주체가 앙리에서 룽게로 바뀐 것 같다. 초연 때 앙리가 했던 거... 맞지? 키스로 술값을 대신한다는 것 자체가 썩 마음에 들진 않고, "그럼 안주값은?" 하는 거는 정말 별로다... 이거 아이디어가 그렇게 없나. 그렇게 룽게 도망나가면서 암전되고 앙상블들이 테이블 치우는데, 음악도 없는 갑작스런 공백이라 흐름이 끊기더라. 재연 때는 룽게 들어올려서 한잔술 맆 부르며 떠들썩하게 마무리하고, 곧바로 살인자 넘버로 들어가서 긴박감과 반전이 훨씬 극적이었는데. 월터 엄마 역할 배우분 월터 부르는 첫 대사톤이랑 2막 초반 넘버만 조금 다듬어줬으면 좋겠다. 사건을 설명하는 룽게. "진짜 시체 월터의 머리" 가사 바뀌었는데, 그림자 영상에 정신 팔려서 제대로 못 들었다. 초연 영상 같다는 얘기가 있던데, 재연이랑은 확실히 달랐음. 재연과 동일한 빅터의 방. 줄리아의 노래에 망설이다 손을 잡는 류빅은, 자신도 줄리아를 아끼지만 그가 위험해질까 두려워 애써 냉대한 것이었다. 여기에 더해 2막 도입에 결혼식 장면과 두 사람의 듀엣을 다시 넣어서 빅터가 줄리아를 아낀다는 점이 재연보다 훨씬 명료하게 드러났다. 혼잣말-결혼식 부분이 다시 생기니까 줄리아의 죽음으로 인한 빅터의 절망과 후회가 비로소 설득력을 지니게 됐다.
나는 왜. 초중반 가사는 초재연이랑 비슷하게 가다가, 후반부를 싹 바꿔버렸다. 정확한 가사는 공연을 다시 봐야 알겠지만, 일단 객석을 향해 선 빅터가 보이지 않는 거울에 양 손을 가져다대는 마임이 생겼다. 그리고 "파편에 찢기더라도" 뭐 이런 가사를 하며 손을 확 끌어내리는 동시에 거울이 쨍그랑 하며 깨지는 효과음과 오케 및 빅터 넘버가 클라이막스를 찍는다. 이렇게 강하고 과하고 임팩트 있는 변화, 몹시 취향입니다... 히스테리컬한 내적 갈등의 결말을 아주 꽉꽉 닫아서 확실하게 보여주니까 훠어얼씬 좋더라. 지킬 컨프롱과 유사하다는 느낌도 사라졌고, 빅터의 캐릭터도 일관성 있게 유지됐다. 재연은 마지막에 "내가 살인자" 하며 바로 이어졌는데, 삼연은 넘버를 마무리하고 대사로 자백을 하는 것으로 바뀐 것도 좋았다. 아 그리고 희정슈테판 진짜 제발 여기 대사 좀 어떻게 똑바로 명확하게 치면 안됩니까. 재연은 이 악물고 참고 봤는데, 가뜩이나 음향 크고 날카로운데 혼자 막 흥분해서 칼날처럼 소리지르니까 피곤해서 미쳐버리겠어요ㅠㅠ 의도치 않게 여러 작품에서 자주 만나뵈며 익숙해졌는데, 이 부분만큼은 도저히 참기가 힘들다. 보다 튼튼해진 감옥의 창살. 흔들림 없고 두께감 있으면서도 어색함 없는 이번 무대 구조물 정말 극호다. 너의 꿈 속에서. 은앙 너꿈속 너무 오랜만이라 엄청 좋았다. 곧고 단정하며, 의지와 믿음이 가득한 청년. 그런 그의 머리를 가슴팍까지 들어올려 눈을 맞춘 채 시작하는 빅터의 넘버, 위대한 생명창조의 역사가 시작된다. 류빅터의, 생창. 풍성한 저음과 선명한 고음을 넘나드는, 류배우님의 다채로운 음색을 종합선물세트처럼 감상할 수 있는, 이 엄청난 넘버를 직접 듣다니. 진심으로 여한이 없다. 너무나도 훌륭한 이 청각적 자극을 제대로 묘사할 수 있는 시각적 단어의 부재가 이토록 애통할 수 없다. 괴물의 탄생. 앙리를 되살렸고, 제 손으로 생명을 창조해냈다는 기쁨을 숨기지 못하는 류빅. 은앙에게 코트 너무 못 입히셔서 조마조마했다.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빅터를 걱정하며 죽은 룽게. 비로소 제 앞의 존재를 객관적으로 마주하는 류빅. 앙리가 아닌, 제3의 새로운 존재. 창조주라 자칭하며 제 손으로 만들어 낸 생명을, 바로 그 손으로 거둬야만 한다는 결심은 오래 걸리지 않는다. 또다시. 이 넘버도 무척 기대했었는데, 역시나 훌륭했다. 유리 깨지는 거랑 소리 나는 타이밍 좀 맞추면 될 거 같고, 암전 내리고 빅터 퇴장하는 실루엣은 재연처럼 여전히 잘 보이더라.
와 이제 2막. 첫공 리뷰를 이렇게 길게 쓰다니. 헤도스 부르는 소리와 핏방울 영상으로 시작된 재연과는 다르게, 막이 열리며 경쾌하고 밝은 결혼식 장면이 나온다. 저주 받는다 해도 옆에 있을 거라는 가사들이 상당히 직관적이긴 한데, 넘버는 좋고 류안 듀엣 화음도 찰떡같이 맞는다. 재연에서 와아악 달려들던 장발 은괴의 실루엣이 사라진 거 마음에 든다. 시장의 실종이나 사망 알리는 배우분 대사톤도 정리가 좀 필요한 듯 싶고. 3년 동안 공포 속에서도 일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빅터의 수고는, 은괴의 등장으로 산산히 부서진다. 은괴 대사 전반적으로 동일한데, "아니 내가 탄생했을 떄" 라는 대사를 "내가 만들어졌을 때" 라고 바꿨다. '만들어진 존재' 인 괴물의 정체성을 더 뚜렷하게 보여줘서 좋았다. 이 장면에서 류빅이 오른손으로 오른쪽 관자놀이를 짚는데, 그곳에는이나 난괴물 넘버 전에 은괴도 똑같이 오른쪽 머리를 짚는 디테일 있어서 너무 좋았다. 은괴의 머릿속에는 '앙리' 라는 존재가 아주 커다랗고 묵직하게 존재하며 마구 휘젓고 괴롭히고 있어서, 창조주가 자꾸 자신을 보며 부르는 그 이름 앙리, 를 진절머리나게 증오한다. 도망자 넘버 너무 그리웠다. 듣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쏟아지는 장면. 여타 가사는 비슷했고, 서에바가 각을 딱 맞춰 양손으로 사람들 동선 손짓하는 거 멋있었다. 남자의 세계. 편곡이 좀 있었고, 여전히 까랑까랑하고 맛깔나게 불러주시는 서에바. 노해영 배우가 노담에 있어서 아쉬웠는데, 이번 격투장 배우 두 분도 엄청나서 내내 감탄했다. 아크로바틱이 높고 안정적이어서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여앙상블 의상이 꽤나 마음에 들었고, 서에바 의상도 허리춤 장식 빼곤 좋았다. 서에바의 동작을 따라하는 은괴 디테일 그대로여서 너무 좋고 안쓰럽고 아팠다ㅠㅠ 싸우고 공격하라는 눈치를 주니까 우와아앙하며 양팔을 들어올려 위협하는 자세와 표정을 짓고선 칭찬을 기대하듯 헤, 입 벌리고 서에바를 쳐다보는 은괴. 천진한 얼굴이기에 더욱 비극적이다. 뼈를 차례차례 부러뜨릴 때마다 에바의 눈치를 보다가 마침내 상대의 얼굴을 마주한 은괴는, 인간이 내뿜는 절망과 발악과 공포를 목격한다. 오른쪽 머리 짚는 거 여기부터 했구나. 남세 끝나고 드디어 류쟈크 등장! 사진으로만 남은 초연 금발을 기대했기에 보라색 가발이 조금 아쉽긴 했지만, 기대했던 만큼 예쁘고 잔혹한 쟈크였다. 류쟠일 때 목소리를 수없이 바꾸는데 너무도 유려하고 매력적이다. 재연에서는 쟈크가 직접 괴물을 때렸는데, 삼연은 앙상블 두 명이 각각 후려치고 쟈크는 잘해쏘 잘해쏘 하면서 칭찬하는 걸로 바뀌었다. 넌 괴물. 쟈크 진짜 너무 잔인하고 못되쳐먹었다ㅠㅠ 동쟠이 아무리 예뻐도 괴물 위주로 보던 넘버였는데, 류쟠에게 자꾸만 시선이 가서 장면이 더욱 힘들었다. 어쩜 그렇게 눈 하나 깜빡 안하고 때리고 지지고 괴롭히는지. 폴짝 뛰어서 은괴 머리 때리는 것도 그렇고. 반품 드립은 몹시 짧아졌는데, 역시 재미는 썩 없다. 에바나 쟈크 나오는 격투장 장면의 군더더기를 많이 쳐낸 건 좋았다. 퇴장도 음악에 맞춰서 남앙들이랑 단체 군무 추면서 들어가심. 앞서 추가된 결혼식 장면에도 춤이 들어가서, 류배우님 춤을 아주 다양하게 구경하며 즐거웠다.
괴물과 까뜨린느의 대화는 재연과 거의 비슷했다. 혼란스러워하는 은괴. 그곳에는. "그곳에는 인간이 없어? / 그곳에는 욕심도 없어? / 누구도 상처주지 않아? / 그곳에는 평화가 있어?" 하고 물음문으로 가사 끝을 처리하는 은괴 때문에 펑펑 눈물을 쏟았다. 그 질문에 하나하나 네, 없대요, 하면서 대답해주는 시하까뜨의 다정함도 애틋하고 안쓰러웠다. 인간행세에서 에바/쟈크 부분도 동일했다. 끌려간 까뜨린느가 '윤간'을 당했다는 뉘앙스를 싹 날려서 아주 기쁘다. 물론 남앙 네명 쪼르르 나오는 건 빡치지만, 까뜨린느가 당한 폭력이 성적인 것이었음을 암시하는 모든 요인이 전부 없어져서 만족스럽다. 산다는 건. 이 넘버 하나에 진폭이 큰 감정들이 어색함 없이 다양하게 담기는 것이 놀랍다. 넘버 끝 부분에 올라오는 무대 경사면. 추바야와 괴물의 격투. 까뜨린느에게서 '안녕'을 배운 은괴가 손을 들어 흔드니까, 무대 왼쪽 계단 위 류쟠이 내려다보면서 인사하듯 손가락 흔들어주는 동작에 비아냥과 조롱이 담겨있었다. 끌려나온 까뜨린느가 살려달라고 발악하는 장면은 재연과 동일한데 역시 길다. 괴물을 밟으며 저주하는 부분은 이해하지만, "그렇게 쳐다보지 마" 라는 대사가 두 번이나 필요할까 싶긴 하다. 푹 찌르고 퍽퍽 내려치는 효과음이 잔인하고 생생하여 힘들다. "너도 반품해버릴거야~" 하는 에바의 말에 "난 반품 안돼. 난 정품이거든☆" 하는 류쟠. "그럼 난 한정판이다 꺄하하하" 하면서 퇴장하는 서에바. 난 괴물. 은괴 난 괴물도 정말 오랜만이었는데, 온 몸으로 내뿜는 지독히도 고통스런 감정들이 압도적이었다.
"그래서!" 하고 외치는 류빅의 목소리에 힘이 없다. 누명을 쓴 엘렌의 죽음. 허망하게 누나를 보낸 빅터. 기차역 회상 장면. 줄리아 아역도 안정적이었다. 그날에 내가 넘버에서 서엘렌이 정말 엉엉 울고, 빅터도 같이 넋 놓아 울먹였다. 재연에서는 넘버 후반에 빅터가 엘렌을 잡으려 손을 내뻗지만 스치듯 놓치고 허망해했는데, 삼연에서는 어린 빅터를 향해 손을 흔드는 엘렌을 비스듬히 껴안고 얼굴을 파묻은 채 엉엉 우는 것으로 바뀌었다.
초연: 절망 - 후회 - 상처 - 오늘밤엔 - 줄리아의 죽음
재연: 절망 - 오늘밤엔 - 줄리아의 죽음 - 후회 - 상처
삼연: 상처 - 절망 - 오늘밤엔 - 줄리아의 죽음 - 후회
아직 죄가 없는 아이를 인간이라는 이유 하나로 죽이고 나서야, 비로소 괴물은 창조주에게 내리는 복수와 심판을 행한다. 상처가 먼저 나오니까, 인간에게 버림 받고 배신 당하고 부정 당한 존재가 인간을 저주하고 괴롭히며 부정하게 되기까지의 과정에 더 설득력이 실렸다. 호수에 풍덩 밀어넣은 아이가 남긴 수면의 파동을 향해 몸을 기울여 숙인 뒤 "그러지마" 라는 다정한 은괴의 목소리에 끝을 알 수 없는 망연함이 담겨있다. 그리고 절망. 이 넘버 또한 재연에서 몹시 사랑했기 때문에 무척 기대가 컸는데, 역시 류은 합이 너무나 좋았다. 가사는 거의 동일했던 듯. 단하미 멜로디에 얹는 괴물을 향한 저주와 분노. 가사의 어미가 살짝 바뀌었는데 정확한 건 역시 나중에. "나를 믿어줘" 하는데 박력 있게 류빅에게 키스하는 시하줄리아. 두 사람의 감정이 쫀쫀하여 줄리아의 죽음이 야기하는 절망이 깊고 깊다. 벽에 기대 한껏 웅크린 채 "왜 내가 아니라 줄리아를...." 하며 망연히, 울먹이며, 고통스럽게 묻는 류빅. 북극의 가장 높은 곳에서 기다리겠다며 훌쩍 창문 너머로 몸을 던지는 은괴. 상처 넘버 가사도 조금 바뀌었다. 중반에서 코트를 벗어 줄리아에게 덮어주고선 결심한 눈빛으로 걸어나온 류빅. 남자 앙상블들이 나와서 그에게 코트를 입혀주고, 배낭을 매어주고, 지팡이를 건넨다. 이렇게 바로 북극으로 연결되다니, 장면 전환이 너무나 유려해서 적응이 안될 정도였다. 재연에서 싫어했던 지연입장이 없어졌어ㅠㅠ 강제로 익숙해진 헥헥거리는 숨소리가 없으니까 "지옥 같은 추위를 견디고" 북극까지 쫓아갔다는 느낌이 좀 덜하긴 하고, 전환음악이 너무 발랄한 건 아쉽다. 재연에서의 별빛 쏟아지는 영상만 빼고 음악은 똑같이 넣은 것 같은데 어떻게 수정 안되려나. 아무튼 북극. 괴물의 마지막 복수. 완전한 적막이 내려 앉는다. 세상에서 가장 저주했던 존재에게 필사적으로 매달려야 할 정도로 바닥 끝까지 떨어진 빅터. "나는 / 나는 / 프랑켄슈타인" 하는 절규가 심장을 후벼낸다.
이렇게까지 모든 장면을 적을 생각은 아니었는데. 배우 노선이나 감정 등을 최대한 배제하고 작성한 건데도, 바뀐 점 나열하느라 엄청 길어졌다. 많은 관객이 애타게 기다려온 작품이자 페어의 첫공이어서인지 블퀘의 넓은 객석이 가득 찼다. 모든 넘버마다 크고 우렁찬 박수가 아낌 없이 쏟아졌고, 커튼콜의 환호와 함성이 어마어마했다. 마케팅 관련 업무를 아예 안한 대신 공연 전반에 신경을 많이 썼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래도 이렇게까지 자료 안 풀어주는 건 너무 하지 않나요, 뉴컨컴? 7월초에 프레스콜 생중계가 예정되어 있다고 하여 그나마 기대를 걸고 있다.
재연이 끝나고 2년이 넘게 기다려온 극을, 무려 류배우님을 필두로 하여 다시 만나볼 수 있게 되어 무척 기쁘다. 관객은 이렇게까지 신나도 될까 싶을 정도로 기분이 방방 뜨는데, 배우들에게는 몹시도 고된 극이라는 게 빤해서 벌써부터 걱정이 된다. 앞으로 두 달 동안 최선을 다해 함께할 터이니, 부디 부상자나 사고 없이 무사히 매회 완벽하게 공연을 해내어 뿌듯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막공을 맞이할 수 있길 바란다. 북극의 가장 높은 곳에서 뜨거울 여름을 보낼 수 있게 되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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