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닥터 지바고

in 샤롯데씨어터, 2018.03.01 2시 공연





류정한 지바고, 조정은 라라, 서영주 코마로프스키. 이하 원캐. 류바고, 선녀라라, 영주코마롭. 프리뷰. 류선녀 페어첫공. 류바고 둘공이자 자첫.



프리뷰 첫날과 둘째날 후기가 그리 좋지 않아서 기대를 내려놓고 갔는데, 생각보다 1막이 몹시 취향이어서 당황했다. 그러나 2막은 정말, 불호를 넘어 실망스럽기까지 하여 무척 속상했다. 배우들이 온갖 구멍들을 메꿔가며 멱살 잡고 끌고 가야만 하는 극이라니. 관객으로서 '대극장 공연' 에 기대하는 바가 있다. 개탄스럽게도 개연성은 논외로 두고 시작함에도, 적어도 큰 스토리라인과 감정선은 따라갈 수 있도록 핵심적인 요소들은 적재적소에 배치되어 있어야 한다. 뮤지컬이라면 극이 끝난 이후에도 기억에 남을 만한 킬링넘버가 한둘이라도 있으면 기본은 하고 들어갈 수 있으니 연극보다는 조금 유리한 면도 있겠다. 만약 스토리가 빈약하고 넘버가 잔잔한 편이라면, 무대가 화려하거나 웅장하거나 아름답거나 거대하거나 멋있어야 한다. 무대 디자이너가 존재하고 무대 연출이라는 단어가 공연이라는 종합예술에서 무척 중요한 이유다. 덕후가 아닌 가족이나 친구에게 극을 추천할 때 이러한 종합적인 요소를 생각하고 각자의 취향에 맞게 극을 선택해주는데, 이 극은, 추천 못하겠다. 아무도 못 데려가겠어. 모든 요소가 '애매하다'. 배우들은 다 로딩 끝났지만, 절절하게 연기하는 그 감정을 따라갈 수가 없어 공감이 안된다. 고백컨대, 류배우님의 공연 관극 중에 단 한 방울의 눈물도 떨어뜨리지 못한 건 처음이었다. 2막에서 가슴 절절하게 아파하는 류바고의 연기만 떼어놓고 보면 내 가슴까지 아려올 정도로 먹먹했으나, 지바고라는 캐릭터가 그러한 상황과 감정에 처하기까지의 시대적 배경이나 개인적 선택들, 피치 못할 요인들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이 없으니 그 절망에 공감이 되질 않았다. 러시아 고전 특유의 문체와 당시 사회적 분위기가 어떠한지 이미 알고 있어서, 극이 조금 불친절하더라도 흥미롭게 이야기와 배우들의 노선을 쫓아가며 1막은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2막은 진짜 이도저도 아니었다. 무대연출이 당시의 분위기를 더 명확하게 표현했다면 배우들이 표현하는 절망과 고독과 고통의 감정을 조금이라도 뒷받침해줄 수 있었을텐데, 휑하기 그지 없는 무대와 조악한 구조물 때문에 오히려 몰입이 깨졌다. 샤롯데 무대가 깊다는 건 알았지만 좌우로도 그토록 광활하다 생각하게된 건 연뮤덕 인생 3년만에 처음이었다. 



류배우님을 5개월 만에 만나서 행복했음에도 2막 연출이 분노를 일으켜서 관극 후 사흘이나 지났는데도 열이 난다ㅠㅠ 류배우님은 역대급 존잘이었는데. 살도 엄청 많이 빠지시고 연미복 입는데 진짜 좋아 죽을 뻔했다ㅠ 노래 발성도 전작들과는 사뭇 다르게 다양했고, 하나의 넘버 안에서 유려하게 변하는 강약조절이 신선하고 아름다웠다. 2막 연기가 되게 좋아서, 그 감정에 공감을 못하고 앉아 있는 게 죄송스러울 정도였다. 관객이 미안해야 하는 게 아니라 연출이 석고대죄해야 하는 지점이라고 생각하지만, 일단 내가 배우님 팬이니까...ㅠ... 선녀라라는 어찌나 강단있고 아름답고 멋있고 매력적이었는지 모른다. 선녀혜린에서 반하고 이번 라라를 보면서 제대로 치인 것 같다. 다양한 장면에서 다채로운 연기를 보여주는데 죄다 설득력이 넘쳐서 보는 내내 감탄했다. 영주코마롭도 무척 훌륭했다. 특유의 목소리톤과 콱콱 박히는 딕션을 몹시 좋아해서, 증오스러울 정도의 악역임에도 매끄럽고 완벽하게 표현해냈다. 강필석 파샤와 이정화 토냐는 원캐라서 자주 볼텐데 연기도 노래도 좋다. 요정파샤가 초연 때도 했었다고 알고 있는데, 음 결혼식 댄스배틀만 좀 빼주면 아주 마음에 들 것 같다ㅎㅎ 그리고 김봉환 배우님! 타이타닉 때 처음 뵈었는데, 젠틀한 목소리와 우아함과 기품이 배어있는 존재 그 자체에 감탄을 하고 온 기억이 있다. 류배우님이랑 비슷한 느낌이어서, 우아함이 탑재된 사람을 너무나 사랑하는 내 취향을 새삼 납득했다. 이번 지바고에서 뵐 수 있어서 너무 좋다. 그리고 앙상블 배우들. 모든 오디극이 실망시키지 않는 단 하나의 요소를 꼽자면, 앙상블의 노래다. 늘 기본 이상을 하기 때문에 대극장 특유의 떼창을 마음껏 즐기며 귀호강할 수 있다. 이번 지바고 역시 앙상블들 노래가 너무 좋더라. 개인 대사가 있는 배우들이 좀 있는 것 같아서 앞으로 좀 주의 깊게 보려고 한다. 김지욱 배우 맞나, 1막 초반에 류바고가 시인으로 어디 후보에 올랐다고 대사쳐서 시라노 지뢰를 밟았다. 의외로 짹 류다녤 지뢰도 밟았고. 배우는 이렇게 다 좋았는데, 아역들이 문제다. 애초에 아역은 늘 기대치를 제로로 두고 어지간하면 넘어가는데, 지바고 아역들은 오디션을 보고 뽑은 건지 의문이 들 정도의 실력이었다. 앞으로도 고통 받을 것 같아 걱정이다. 





차라리 1막이 별로였다면 덜 화가 났을지도 모른다. 아니다. 이 좋은 배우들을 데리고 그런 연출 밖에 못했다는 점에 분노가 인다. 이래놓고 2막에 적응해서 류바고 따라 엉엉 울면서 회전 돌 것 같아서 더 짜증난다..... 지불하는 돈 만큼의 퀄리티는 좀 맞춰줘야 하지 않나. 1,2차 티켓팅 때 표를 많이 안 잡아 놓은 게 다행이라고 말할 일이냐고. 그러나 눈 앞에는 벌써 3차 티켓오픈이고ㅋ 바우쳐 받으러 가야 하는데 그 기간에 표가 없어서 고민 중이다. 무조건 앞에 앉아야 하는 극이라서. 일단 빠른 시일 내에 자둘을 하고 좀 자세하게 불호 포인트에 대한 리뷰를 적어봐야겠다. 후기 적는다고 극을 고쳐주진 않겠지만, 적어도 이 기분이 좀 가라앉기는 할 테니까. 류배우님, 배우님 믿고 제가 5월초까지 회전 돌겠습니다... 



'공연예술 > Ryu Jung Han'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닥터지바고 (2018.03.28 8시)  (0) 2018.03.29
닥터지바고 (2018.03.08 8시)  (0) 2018.03.09
시라노 (2017.10.08 7시)  (4) 2017.10.09
시라노 (2017.10.07 2시)  (4) 2017.10.08
시라노 (2017.09.30 7시)  (0) 2017.10.02
공지사항
«   2025/06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