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시라노

in 엘지아트센터, 2017.10.08 7시 공연



류정한 시라노, 린아 록산, 임병근 크리스티앙, 이창용 드기슈, 홍우진 르브레. 류라노, 린록산, 빙티앙, 용기슈, 홍브레. 류린빙. 류린페어 자첫자막 및 류라노 10차, 시라노 12차 관극. 류라노 막공이자 시라노 총막공.


기억은 시간이 지날 수록 옅어짐을 아주 잘 알기에, 총막을 기준점 삼아 극세사 디테일을 쪄봤다. 동선이나 대사를 세세하게 적는 와중에 기억 안나는 건 수기 리뷰에 폰 메모 등을 참고하느라 글 완성하는데 시간이 어마어마하게 걸렸다. 딱 12시간 걸렸구나. 시라노를 잘 떠나보내기 위해 소요한 소중한 연휴의 마지막 날이, 아쉽지 않다. 미래의 내가 오늘의 나에게 고마워하리라 믿으며ㅋㅋ 금주 중에 시라노 정산 포스팅도 작성할텐데, 총막 무대인사나 뎅옵이 올려준 소중한 영상은 그 글에 담을 예정이다.   


※스포있음, 아주 많이 스압※


반짝거리는 오버츄어에 맞춰 하나씩 꺼지는 막 너머 불빛들. 차르륵 소리를 내며 양 옆으로 갈라지는 커튼과 푸른톤의 배경 앞으로 등장하는 앙상블들의 실루엣. 밝게 조명이 들어오며 시작되는 첫 넘버, 공연을 시작해. 물 흐르듯 움직이는 동선과 쌓아올리는 화음. 무대 상수에서 등장하는 르브레와 임기홍 라그노, 정성진 리니에르. 그들이 이야기를 하는 동안 하수 쪽으로 박자에 맞춰 이동하며 자세를 바꾸는 앙상블. "군인에 시인에 난폭한 천재" 라고 시라노를 설명하며 펜을 흔들고선 무대 소품 위에 살짝 걸터 앉는 라그노. 무대 단 위에 다섯줄로 서서 뒤쪽 화음을 넣는 앙상블과, 무대 하수에서 등장하는 크리스티앙. 노래가 잦아들 무렵 상수에서 등장하는 드기슈와 록산. 살짝 스쳐지나간 뒤, 문득 뒤를 돌아 눈을 마주치는 록산과 크리스티앙. 그런 그들을 보며 재미있다는 듯 신기하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킬킬거리는 르브레와 라그노. "연인에 사랑 얘기 고민에 가쉽거리" 라는 라그노의 말에 "뭐 그리 할 말들이 많은지" 하며 한숨 쉬듯 말하는 르브레. "공연이 그런거지" 하며 이어지는 설명과, "세상만사 제쳐두고 빨리 시작해" 하는 앙상블들의 화음. "자 긴장해 폭풍이 칠테니 / 어디있는가 시라노여" 하는 파트가 2막에서 가사만 바뀌어 반복된다. 송임규 몽플뢰리의 등장과 난무하는 th발음. 몽플뢰리 이름을 부르고선 "오, 그대 하찮은 어릿광대여 / 당장 무대를 떠나거라" 하는 시라노의 목소리만 들린다. 그럼에도 이어지는 공연에 "당장 그만두지 못해!" 하며 오케피트 오른쪽 아래에서 계단을 올라와 객석을 등지고 서는 시라노. "thㅣ라노 어디thㅓ?" 하는 몽플뢰를 향해 왼손을 들어 살짝 흔들며 휘파람을 분다. "같은 작가로서 고귀한 작품을 망치는 꼴은 더이상 용납할 수 없어" 하는 말에 발끈하는 몽플뢰리. 그를 향해 "아니 안망텼거등?" 하며 비아냥대고선 "박수를 세 번 칠 거야" 하고 무대를 당장 떠나라 명령하는 시라노. 세 번째 박수소리에 "thㅏ람 살려" 하면서 도망치는 몽플뢰리의 등 뒤에 대고 만족스럽다는 듯 어깨를 펴고 있는 자신에게 극장주인 윤진웅 배우가 발끈하자 돈주머니를 던져주며 "환불해주시죠" 하고 말하는 시라노. 놀라는 르브레에게 "내 전재산이야" 하며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시라노와, 뭔데 공연을 하라 마라 하시는 거냐며 그에게 다가오는 이용진 발베르. 그의 어깨를 돌려세워 처음으로 객석에서 시라노의 옆모습이 바로 보인다. 과장스럽게 놀라는 자세를 취하는 발베르와 시작되는 내 코 넘버. 처음에는 바로 "미안하네," 라고 사과하는 발베르 대사가 여러모로 인상적이다. 세미막과 막공에서 유난히 저음을 꾹꾹 불러주신 류라노 덕에 귀가 즐거웠다. "내가 이러다가 큰 코 다칠 것 같나" 하고선 객석을 향해 눈을 동그랗게 뜨며 "천만에!" 하고 말한 뒤 뒤쪽 무대로 뛰어올라가 마치 오페라처럼 노래를 이어나간다. "드높은 콧대는 자존심이 세 당당할 수밖에" 하는 노래에 맞춰 앙상블들이 그의 주변으로 모인다. "참 존경스러운 크기 / 덕분에 다른 곳까지 정말 차원이 다르지" 하며 박자에 맞춰 허리를 왼쪽 한 번 오른쪽 한 번으로 튕기는 시라노. 발베르의 어깨를 톡톡 치고는 그의 "방뎅이를 걷어차" 버린다. 



발끈하여 칼을 뽑아들고선 "긴코원숭이 같은 놈이!" 하는 발베르의 말에 뒤를 돌아보고선 제 코를 가리키며 불만스럽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는 시라노. 내가 누군지 아냐는 질문에 모자를 벗어들고 과장스럽게 품위 있게 "모르니까 이렇게 인사라는 걸 하는 겁니다 / 저는 시라노 헤라큘 드 벨쥐락, 이라고 합니다" 하며 자기 소개를 한다. "천박한 시인나부랭이" 라는 표현에 씩 웃으며 역시 칼을 뽑아들고선 허세스럽고 휘황찬란한 미사여구를 나열한다. "시의 운율에 맞춰 죽을 수 있는 특별함을 선사" 하겠다며 걸어가선 의자에 앉은 김봄 배우 뒤에서 칼로 슥슥 긋는 시늉을 하면 그가 비명을 지르는데 시끄럽다는 듯 어휴, 하는 표정을 지으며 그 입을 왼손으로 텁 막아버린다. 초반에는 김봄앙 몸에 음악을 그리듯 현악기를 켜듯 칼을 움직였었다. 단상 위로 올라간 시라노는 "마무리, 터치" 하며 펜을 쓰듯 칼 끝을 가볍게 움직이며 발베르를 겨냥한다. "뭐라는 거야" 하며 칼을 제 칼로 쳐내는 발베르와 오, 하는 표정을 짓고선 풍성한 목소리로 시작하는 넘버, 터치. "대단하신 나으릴 위한 대단한 시 한 수 / 정성스럽게 읊어볼테니 부디 즐기시길" 하며 자세를 취하는 두 사람. 한 번 칼을 맞대고선 하수쪽 앙들에게 뒤로 물러나라는 제스쳐를 한다. "상을 내려주지" 하는 대사에 맞춰 무릎 꿇고 고개 숙인 발베르에게 작위를 내려주듯 칼을 움직이는 시라노. "칼 끝에!" 하며 강하고 날카롭게 부르고, "큰소리 치던 배짱은," 하며 제 배를 탕탕 친다. "심심한 난 그대에게 심심한 위로를 보낸다" 하며 지휘자와 눈을 마주한 채 양 손을 지휘하듯 흔든다. 발베르의 칼 끝을 제 발 아래에 두고선 칼을 든 손을 치켜들자 고개를 세차게 내젓는 발베르. 보통 "아냐?" 하고 되묻는데, 막공에선 "살려줘?" 하고선 씩 웃고 꿀밤을 날린다. 자신을 향해 환호를 보내는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어주는 시라노에게 박수를 치며 다가온 르브레가 "완벽해, 자넨 최고야!" 하고선 "완전히 미쳤어" 하고 한숨을 크게 내쉰다. "자네가 있잖아" 라거나 "곁에 있어줄거지?(세미막)" 하고 묻는 건 대종르브레와의 디테일. 세미막에서는 대종르브레에게 꼭 붙은 채 정중하게 뒤에뉴에게 대답을 줬고, 막공에서는 예전 회차에서 한 번 했듯 그에게 가까이 다가가 들이대며 속삭이는 톤으로 대답했다. 질색팔색하는 김정은 배우님. 그 뒷모습을 향해 손을 흔들며 "기다릴게요" 하고는 뒤로 넘어가는 시라노. 사랑에 빠진 그를 보고 커다란 동작으로 아예 바닥에 뒤로 넘어져버리는 홍브레 디테일. "이런 코를 가지고" 하며 시무룩하는 류라노에게 대종르브레는 발끈하듯 소리를 빽 지르고선 그의 능력을 강조하며 위로하고, 홍브레는 "난 자네 코가 멋진데" 하며 그의 콤플렉스를 콕 집어 위로해준다. 록산 넘버를 부르며 반짝거리는 시라노를 보는 르브레들의 눈빛에서 다정함이 묻어난다. "내 겉모습이 아닌 / 나의 영혼을 봐준 사람" 이라 말하며, 떨리는 목소리로 "사랑이라 불러볼까 이 마음을" 라 자문한다. 세상에서 가장 귀하고 소중한 이슬 같은 그 이름 "록산" 을 푸른 잎사귀 위에 조심스럽게 올려놓듯 불러보는 류라노. "모든 것이 완벽한 나의 그대" 라는 찬양, 그리고 가성으로 공기 위에 얹듯 가녀리게 뽑아내는 단어, "내 사랑". 계단을 오르며 벗었던 모자를 가슴에 꼭 끌어안으며 "오, 록산" 이라 행복하기 그지 없는 얼굴로 속삭인다. 그 와중에 시라노를 부르며 상수에서 등장하는 세 사람. 막공에서 리니에르는 다른 배우 등에 업혀 나왔다ㅋㅋ 비난시를 너무 잘썼다는 리니에르의 한탄에 홍브레는 "좀 은유적으로 쓰지 그랬어!" 하며 한숨을 쉬고 대종브레는 "자랑이다 아주!" 하며 화를 낸다. "백 명이라," 중얼대면서 장갑 낀 양손을 만지작거리며 씩 웃는 류라노. 이 장면에서 시라노에게 가장 가까이 가는 앙이 박진우 배우가 맞던가. 한 두명 씩 올 때 있지만 그 땐 죽는 소리하며 살살 기어주면 된다는 리니에르의 푸념에 시라노의 눈치를 보며 양손을 내젓는 디테일 좋아했다. "찌그러져 살아?" 라는 되물음에는 어이없음이, 그 놈을 찬양하는 시를 하나 써서 뿌리라는 말에 "그게 무슨 소리야!" 하는 호통에는 노여움이 묻어난다. "자네가 날뛴다고 세상이 하루아침에 깨끗해지는 게 아니라고" 하며 설득하려 드는 르브레와 맞는 말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여주는 류라노. 그 모습을 보고선 어서 가자며 하수 쪽으로 걸어가지만, 시라노는 제 자리에 그대로 선 채 하하하, 하고 웃음을 터뜨린다. 거인을 데려와. "머리를 조아리면서," 하며 가슴에 오른손을 얹고 왼손을 쫙 펴며 고개를 옆으로 살짝 내리는 류라노 디테일 후반부에 계속 했다. 넘버 초반 고음은 일부러 가성을 내며 조심스럽게 연약하게 부르다가, "비겁한 족쇄를 벗고 / 거인과 맞서리라" 하면서 목소리가 짙고 강해진다. 리니에르 모자에 꽂힌 깃털펜을 빼어들고 글을 쓰듯 휘두르고선 그를 똑바로 마주하며 노래한다. "허나 칼로 펜을 꺾으려는 자 / 결코 용서하지 않으리" 하며 깃털펜을 다시 그에게 돌려주는 시라노. 양 팔을 들어 올린 포즈에서 "독수리 날개짓처럼" 할 때 팔 사이 간격을 살짝 더 벌리며 고음 강조하는 류라노의 그 찰나를 사랑한다. 막공에서 유난히 "미지의 운명이여" 하는 부분이 강렬하게 다가왔는데, 이 부름 후 "어서 오라" 하며 자신만만하게 미소 짓는 얼굴이 좋았다. 단상 위로 올라간 뒤 강한 손짓으로 모자를 벗어 무대 하수 뒤편으로 날려버린다. "최후의 승잔 나니까" 하는 파트에서 단상 뒤쪽 정사각형 배경이 위로 올라가고 뒤쪽 철골 배경과 푸른색 조명이 시라노의 뒤에서 쏟아진다. "저 하늘이 날 버려도 / 내 육체가 소멸해도" 하는 부분에서도 양팔을 벌리며 쏟아내듯 노래하는 류라노. 뎅라노나 홍라노는 "내 육체" 가 아니라 "이 육체" 라고 부르는 것 같더라. "바위 같은 걸음으로" 파트 시작에서 뒤쪽 배경색과 조명이 붉은 톤으로 변하며 별빛 같은 조명이 반짝이고 무대구조물의 그림자가 더욱 짙어지는 동시에, 시라노의 그림자 역시 훨씬 커다랗게 만들어진다. 마치 '거인' 처럼. "백 명이든 / 천 명이든 / 고통이든 / 파멸이든" 에 맞춰 칼을 휘두르는 류라노. "세상 모든 거인들과" 하는 부분이 끝나며 다시 파랗게 변하는 배경, "맞서리라" 하고 뽑아내는 절정. 



하수로 퇴장하는 류라노, 전환되는 배경. 위에서 내려오는 조명과 간판, 테이블과 의자들. 패스트리와 시. 고기파이를 들고 가는 귀족부인 박선정 배우. 김수연 배우에게서 꽃을 받아들고 부인 김가희 배우에게 건네는 라그노. 카르봉 역의 임재현 배우와 김지욱 배우 두 사람이 첫 넘버와 이 넘버까지 파란 의상을 입고 앙상블로 춤추고 노래하는데, 세미막 때 라그노 뒤에 일렬로 서는 파트 후 테이블을 기준 삼아 원을 그리며 움직일 때 김지욱 배우가 임재현 배우 등을 계속 두드려대서 빵 터졌다ㅋㅋ 김지욱 배우의 목소리가 떼창에서도 들릴만큼 좋아서 어느 회차에서부터인지 계속 시선을 두곤했는데, 의외로 대사가 많다. 첫 넘버에서 "몽플뢰리가 옵니다!" 라거나, 뒤에뉴를 시라노에게 안내해준다던가, 라그노에게 실력 좀 보여달라고 하고, 백 명을 물리친 이야기를 해달라고 조르기도 하고, 2막에서는 "후회 없는 죽음을 맞이하기엔, 배가 너무 고픕니다" 라거나 빵을 가득 문 입으로 대사하다가 파편을 튀기는 부분도 있다. 김지욱 배우 어깨빵을 하며 들어오는 시라노에게 자기 시를 들어보라며 "안녕 빵아" 하고 도입부를 읊어보는 라그노. 넓은 쟁반으로 가슴을 맞을 때 평소에는 "여기가 터져," 했었는데, 막공에는 울상을 가득 지으며 "아퍼, 진짜 아퍼" 라고 했다. 제발 자리 좀 비켜달라며 부탁하고선 손님들을 쫓아내는 시라노. 아주 오랜만에 보는 린록산은 약간 목이 잠겨 허스키했지만, 늘 그랬듯 예뻤다. 블리록산보다 대사 어미가 더 구어체적이고, 장난기도 더 많이 묻어난다. 다친 손에 붕대를 감아주는 록산을 꿀 떨어지는 눈으로 바라보다 "아야," 하고 엄살 섞어 말하는 류라노. 한껏 치솟은 광대로 얼굴을 가까이 가져가며 두 번째도 "아.야." 하고 애교와 엄살을 담는다. "더 아프게 해줘요?" 하면서 블리록산은 손을 꽉 잡으며 얼굴을 들이밀고, 린록산은 입으로 앙 깨물 듯한 제스쳐를 취한다. "당신처럼 멋진 사람이 되려구요" 하는 록산의 말에 얼굴 가득 함박웃음을 띄우는 류라노. 벨쥐락의 여름. 막공 전주부터 이 넘버에서 눈물이 쏟아졌다. "웃고 울며 함께한(시라노) / 아름다운 추억들(록산)" 이라는 가사. "눈을 감아도 선명하게 떠올라 / 마을 축제" 하고 운을 띄우는 시라노의 팔을 붙들며 "몰래 갔죠" 하고 아이처럼 웃는 록산. "당신과 함께 보낼 여름날만을 / 기다리곤 했어" 하는 록산의 말이 찡했다. "내 영혼의 친구여" 하며 나란히 앉아 듀엣을 부르는 시라노와 록산의 모습이 눈부시다. "당신에게 고백할 게 있어요," 하는 록산의 말에 "고백이요?" 하고 낮은 목소리로 되묻고는 "그럼요," 하는 류라노의 톤이 세미막과 막공에서 유난히 단단하고 자신감이 넘쳤다. "전," 하고 의자에 등을 기대고 다리를 꼰 뒤 "뭐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하는 류라노의 표정에 허세가 가득하다. "그럼 말할게요," 하는 록산의 말에 눈을 살짝 내리깔며 우아한 동작으로 오른팔을 옆으로 펴며 어서 해보라는 제스쳐를 취한다. 아, 하며 추임새를 넣고 "마주친 얼굴이 조용히 반짝인 그 순간" 하며 노래하는 록산의 손동작을 따라하며 사랑스러워 죽겠다는 듯 가볍게 양손 주먹을 쥐고 앙, 하듯 흔드는 손짓이 너무나 귀여운 류라노. 록산이 뒤를 돌아보자 언제 그랬냐는 듯 손을 내리고 표정을 가다듬으며 "아아~" 하고 점잖은 척 말하고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벨쥐락 시작할 때 테이블 위에 벗어둔 모자를 집어 들고 부채질을 한다. 9월 공연에서였나, 심장아 나대지마, 하는 것처럼 모자로 심장 부근을 툭툭 치는 디테일을 한 적도 있었다. "한없이 외로웠는데" 라는 말에 어휴 그랬어, 안타까워하는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문득 난 궁금해져요" 하는 부분에선 록산을 당장이라도 붙잡아 끌어안을 듯 양팔을 들어올리다가, "당연히 같은 마음일 거예요," 라고 단언하듯 굵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상하고," 에 웃음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아니에요,' 하며 손을 내젓고 "선하고," 에 '아유 그 정도 아니에요,' 라고 고개를 내젓지만, "용감한 남자" 에 '그렇게까지,' 하고 부정하면서도 얼굴 가득 웃음이 넘친다. "당차고 고귀한 신사" 라는 말에 당당하게 어깨를 펴고 "얼굴도," 하는 말에 휘어진 눈과 한껏 올라간 입꼬리 그대로 얼굴이 아주 잘 보이도록 꽃받침을 하고 리듬을 타다가 "어쩜 그렇게 / 잘생겼는지" 하는 말에 퍼뜩 이상함을 느끼며 손을 내리지만, 여전히 "그 특별한 사람은 바로," 하는 록산의 입에서 제 이름이 나올 것이라 확신하고 있다. 그러나 생경한 이름이 나오자 잔뜩 부풀어 기대했던 마음 그대로 몸을 >자로 구기며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탄식을 내뱉는다. 눈치 없이 돌아온 자신에게 빵접시를 쥐어주는 시라노를 향해 "당신이 최고예요," 라는 뒤에뉴 애드립에 쌍따봉을 하며 최고, 하며 웃던 류라노. "놈팽이라면요?" 라거나 "멍청이라면요?" 하는 물음에서 자신만큼 똑똑하고 말 잘하는 남자는 없을 거라는 자신감이 묻어나지만, "죽어버릴거예요" 하는 록산의 대답에 절망한다. "용감하고 거칠기로 소문난" 가스콘 부대에 대한 소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뭐, 그렇죠, 하는 표정을 짓는 시라노. 크리스티앙을 친구처럼 대해주겠다는 시라노의 약속에 활짝 웃으며 그를 끌어안는데, 블리록산은 시라노의 두 손을 모아 키스해주고 린록산은 시라노의 뺨에 키스를 해줬다. 록산이 가버리고 남겨진 시라노는 잔뜩 울상인 얼굴로 다친 오른손을 쓰다듬으며 "그래요, 아프지 말아야죠" 하고 중얼거린다. 



"아리따운 손님이 또 오셨네요," 하는 라그노의 말과 함께 등장하는 중대장 카르봉. "혼자 좀 있을 수 있을까요?" 하는 시라노의 말에 무슨 소리냐며 다들 자네 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사람들을 들어오게 한다. 모자를 벗으며 입모양으로 '망했어,' 하고 속상해하는 시라노와 그런 그에게 달려와 "친구도 만들 줄 아냐" 면서 기뻐하고 록산과는 어떻게 됐냐고 묻는 르브레. 짜증스럽게 조용히 하라는 제스쳐를 취하는데 상수에서 등장하는 드기슈. '백작' 이라는 직책에 시라노와 르브레는 한 손 주먹을 가슴에 대고 고개를 숙여 인사한다. 부하에게 멋진 시를 선사해주는 건 잘 봤다는 드기슈의 말에 "감사합니다," 하는 류라노 말투가 동글동글하고 톤도 살짝 높은 편이라 매번 좋았다. "시건방이 하늘을 찌르는" 이라는 드기슈의 표현에 발끈하던 대원들은, "소문이 아니라 사실이죠 / 건방지지 않으면 가스코뉴 출신이 아니니까요" 하는 시라노의 말에 '그렇지!' 하며 큰 목소리로 동의한다. "재미있군요," 하며 "요새 이름 있는 귀족이라면 시인 한 명쯤 데리고 다니는 게 유행이라던데, 내 사람이 될 생각 없" 냐는 제안을 하는 드기슈. "그 누구의 사람도 될 생각이 없" 다며 단칼에 거절하는 시라노에게 "당신 작품을 파리 최고의 극장에 올라가게 해주겠다" 고 회유한다. 르브레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벌써부터 흥분하고, 류라노도 대부분의 회차에서 흠, 뭐 제안 자체는 나쁘지 않군, 하는 표정을 짓는다. 두어번 정도는 같잖은 얘기하고 있네, 하는 얼굴을 보이기도 했었고. 그러나 이어지는 "민감한 부분을 좀 수정하면" 이라는 말에 완전히 정색하며 노여움에 입술을 살짝 깨물듯 꾹꾹 누르는 말투로 강하게 거부한다. "내 작품에 토씨 하나라도 건드릴 생각을 하니까 피가 아주 거꾸로 솟는데요," 하는 시라노의 말에 르브레가 무슨 소리냐며 달려들지만, 오히려 '가만히 있어,' 라고 매서운 눈으로 그를 막는다. "나보다 후한 값을 쳐줄 순 없죠," 하고선 "난 단어 하나하나에 내 영혼을 불어넣고, 그 단어는 시가 됩니다. 그리고 그 시는," 라고 말한 뒤 세미막과 막공에서 "내게 노래를 불러주죠" 하는 대사에 리듬을 넣어서 노래처럼 불러줬다. "티났나요?" 하고 비웃음과 비아냥을 가득 담아 웃는데, 용기슈를 향해 제 얼굴을, 특히 커다랗고 긴 코를 들이밀며 고개를 앞뒤로 마구 움직이는 류라노 때문에 빵 터졌다. 류라노 코끝이 용기슈 코끝에 닿았는지 제 코를 만지며 발베르를 돌아보는 용기슈 얼굴에 어이없음과 웃음이 묻어났다. 칼에 꽂힌 모자들을 바라보며 호오, 하고 탄성을 지르고 왼손으로 하이파이브를 한 다음 하수 쪽으로 가서 모자 갯수를 세어보는 류라노. 자신이 한 짓이라는 드기슈 쪽으로 검 끝을 내팽개치며 "이걸 친구분들에게 돌려주시죠!" 하고 말한다. "말씀 드렸을 텐데요! 건방지지 않으면 가스코뉴 출신이 아니라고!" 하고선 "안 그런가!!" 하는 시라노의 말에 팔을 들어올리며 격하게 동의하는 대원들. 시름과 근심 가득한 얼굴로 똑같이 한 손을 들어올리는 르브레가 킬링포인트다. 가스콘. "프랑스의 자랑 / 딱 보면 알잖아" 하며 중대장 어깨를 두드리고, 대원들 사이를 지나가며 가볍게 손을 맞잡는다. "백 번 쓰러져 천 번 일어난 불멸의 군대" 하면서 하수에 선 드기슈를 향해 인사하며 어그로 끄는 디테일을 공연 중반부터 계속 했다. "든든한 어깨" 하며 본인 왼쪽 어깨를 오른손으로 탁탁 친다. 일렬로 선 부대원들 정중앙에 함께 선 시라노가 "이 몸에 넘치는 / 굵은 땀 붉은 피" 를 부르는 부분에서 서두르지 않지만 긴장감 있는 걸음걸이가 우아하다. "죽음이 불러도 / 쉽게는 안 가지" 하며 한 쪽 입가에 거는 자신만만한 미소가 의미심장하다. 떼창과 화음이 너무나 훌륭한 넘버. 뒤쪽 테이블 위에 올라가서 왼쪽 한 번 오른쪽 한 번 팔을 뻗어 가리키고, 상수 쪽 김봄앙을 향해 프리스비 던지듯 모자를 날린다. 머리카락을 한 번 쓸어넘기고, "하!" 하는 기합 뒤 박자에 맞춰 손뼉을 치고 발을 구르는 시라노. 그 앞으로 네다섯 씩 줄을 서며 함께 발을 구르는 가스콘 대원들. "싸울 땐 싸우고 / 놀 떈 놀고 / 쓸 땐 팍. 팍. 써" 하며 손으로 돈 뿌리는 동작과, "낮일도" 하며 오른손을 앞으로 뻗고 그대로 "밤일도" 하며 허리 쪽을 가리키고선 "성실하게 너무 잘하셔" 하는 부분에서 골반 튕기는 디테일이 매우 몹시 취저다ㅋㅋㅋㅋ 그대로 무릎만 살짝 굽혀 자세를 낮추고 합창으로 "허세가 아니라 과장이 아니라 우리가 이 정도야" 하는 부분의 끝의 풍성한 화음이 짜릿할 정도로 좋다. "영광에 죽는다" 나 "영원히 살리라" 하는 독창의 목소리는 물론이고, 붉은 조명을 받는 류라노가 너무 섹시해서 심장 아프다 흑흑 가스콘 노래 박제도 중요하지만 영상 박제도 해주셨어야죠ㅠㅠ "사랑도 좋고 / 술이 젤 좋고" 하는 가사가 아주 마음에 들고, "말빨도 죽여" 할 때 씩 웃으며 양손을 앞으로 뻗은 채 열 손가락을 움직이는 디테일도 사랑한다. 본인은 테이블에서 내려와 건네받은 모자를 다시 쓰고 위에 올라간 여앙들을 향해 객석을 등진 채 만세하는 포즈로 "호오~" 하며 환호 추임새 넣는 것도 좋아하고. 뒤로 홱 돌아 "간다-" 하며 무대 앞쪽으로 걸어나온 뒤 칼을 든 팔을 하늘 끝까지 치켜들고 고개를 숙이는 피날레 포즈까지, 가스콘 넘버는 전부 다 사랑이다ㅠㅠb


돈키호테를 읽어보라는 드기슈의 말에 장갑을 끼며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주인공이 저와 닮은 점이 참 많더군요." 하면서 객석 향해 눈을 크게 뜨며 강조하는 류라노. "풍차의 날개가 별들이 있는 곳까지 날 올려줄 수도 있죠" 하며 드기슈의 칼을 쳐낸다. "시라노! 잘해써!" 하며 양 팔을 벌리는 르브레에게 다가가며 똑같이 "잘해쓰!" 하고 따라하는 류라노. 대종르브레랑 할 때는 "그래쪄~?" 하는 애드립 후반부에 계속 했다. 르브레에게서 술병을 받아 벌컥벌컥 마시는 류라노. 계속 입모양으로 대화하는데, 막공에는 술을 흘렸다는 듯 앞섬을 털더라. 뒤편에서 "아, 저 사람 코 말이죠?" 하는 크리스티앙의 말을 공연 초반에는 그냥 못 듣던 류라노가, 후반에는 "코?!" 하며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선 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몸을 틀며 당장이라도 달려나갈 자세를 취했다. 그를 뜯어 말린 지욱앙이 그의 팔을 잡아 끌며 이야기를 해달라고 조른다. "얘기! 얘기!" 하는 사람들의 말에 못 이긴 척 "좋아!" 하고 손뼉을 치고선, "아주 짧게 할게" 하고 이야기를 시작하는 시라노. "어젯밤, 나 혼자, 백 명을 상대하러 시계탑 앞으로 갔어. 한밤중에 달이 휘영찬란하게 떠있는데, 갑자기 구름이 몰려와서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거야. 눈 앞에 보이는 거라곤 오직," 하는 순간 치고들어오는 목소리. "코 뿐이었지." 망했다는 듯 몸을 돌리는 앙상블들 한가운데에서 류라노는 완전히 정색한 얼굴로 "쟤 누구야?" 하고 묻는다. "오.늘." 들어왔다는 대원의 대답에 칼을 뽑아들며 뛰쳐 든다. "오.늘. 의가사하겠구만!" 하며 달려드는 시라노 앞을 다급하게 막아서며 "살살 하라고" 말하는 중대장. "크리스티앙 드 뇌빌레트" 라는 이름을 듣자 분하고 화난 마음이 놀라움에 멈칫거리던 시라노는 울상인 얼굴로 주변을 휘 돌아보고선 "환영하네," 하고 말하며 칼을 다시 집어넣곤 자리로 돌아간다. 사람들이 그를 향해 "대인배! 대인배!" 라고 외치자 "그만해!" 하고 자르고 다시 이야기를 이어가지만, "콧노래를 부르며" 하는 어그로에 재차 끊기는 말. 애매한 분위기 속에서 류라노가 직접 "대인배, 대인배" 하며 박수를 치는데, 세미막 때 여기서 류라노가 뭔가 하려다 멈칫하시는 걸 보고 짹 막공에서 하셨던 것처럼 막공 때 이 부분에서 커다란 애드립을 하나 터뜨리실 것 같다는 예감을 하긴 했었다ㅋㅋㅋㅋㅋㅋ 근데 진짜 하셨엌ㅋㅋㅋㅋㅋㅋ 앙들이 대인배 복창하는데 갑자기 "잠깐만 잠깐만" 하시길래 이미 광대가 치솟고 웃음이 터지기 직전이었고, 무대 앞쪽 객석을 바라보며 "안하는 사람 있어" 하셔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객석 다 터짐ㅋㅋㅋㅋㅋㅋㅋ "계속할게" 하시는데ㅋㅋㅋㅋㅋ 다들 넘 터져서ㅋㅋㅋㅋㅋㅋ 이 막공을 제외하고선 매번 거의 울 듯한 표정으로 크리스티앙의 눈치를 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가다가 "다들 술냄새가" 하는 본인의 말을 뱉는 순간 치고 들어올 어그로를 짐작하고 스스로를 질책하듯 상황에 분노하듯 눈을 꽉 감고 주먹을 꽉 쥐는 류라노 디테일 사랑했다. 공연 후반부엔 여기서 하찮기 그지없는 발길질과 섀도복싱을 하는 디텔도 넘나 좋았다ㅋㅋㅋ 류라노가 자발적으로 선창하는 "괜찮아" 는 객석에서 아예 시작부터 해줬고ㅋㅋㅋㅋㅋㅋㅋ 다 왔다면서 이어가보지만, "코키오 코코코코" 에 결국 폭발하는 시라노. "나가!!!" 하며 칼 빼들고 막 휘두르고 테이블 때리는 류라노ㅋㅋㅋㅋㅋ 경티앙은 류라노가 칼을 빼들자마자 본인 칼을 빼들고, 빙티앙은 한 두번만 그랬던 것 같다. 씩씩거리며 크리스티앙에 다가간 시라노는 칼을 다시 집어 넣고 화난 얼굴로 "이리와," 하고 명령하다가 갑자기 표정을 확 풀며 양 팔을 벌리고선 "안아주게" 하고 말한다. 이날 껴안았는데 의상 단주 살짝 걸려서 참사 날 뻔했다ㅎㅎ "록산의 오빨세" 하는 말에 과장스럽게 놀란다거나 닮았다는 말에 완전 정색하며 "아니요." 라고 궁서체로 단언하는 빙티앙. "전혀?" 하는 물음에도 단호박으로 부정하니, 류라노가 양손으로 그의 어깨를 마구 때려댄다. 막공에서 때린 본인도 좀 아팠는지 손을 만지작거려서 객석이 또 터졌고ㅋㅋㅋ "정말 잘 생겼구만. 코도 아주 작고" 하며 이 악물고 코를 꼬집는 시라노. 경티앙의 언어가 보다 구어체에 가깝다. 록산이 편지를 기다린다는 말에 "안돼," 하고 탄식하듯 말을 이어가는 경티앙과 "오 맙소사 (혹은 세상에?)" 하며 딱딱하게 말하는 빙티앙. "빌려줄게!" 하는 시라노의 호언으로 시작하는 완벽한 연인. 이 넘버에서 류라노 표정이나 목소리를 초 단위로 앓고 싶은데 왜 박제가 없는가ㅠㅠ 크리스티앙의 말에 처음에는 극혐에 어이 없다는 표정을 잔뜩 짓다가, 갈수록 눈꼬리를 잔뜩 휘며 귀엽다는 듯 바라보는데 그 눈빛에 애정이 넘친다. 게다가 "사르르 녹아내릴" 하며 양손 주먹 앙다물고 몸 흠들며 녹아내리고선 "거.야." 하며 그 자세 그대로 왼쪽 오른쪽 흔드는 류라노 덕에 내 심장이 같이 녹아내렸다ㅠㅠ 지난주에 빙티앙이 류라노 성악 발성 따라해서 이 부분 살짝 놓치며 현웃 흘리신 적도 있었고. 이렇게 귀여운 모먼트 직후에 바로 풍성한 저음으로 "그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로맨스" 하고 불러주시면 덕후 심장이 남아나질 않아요, 배우님ㅠㅠ 품에서 편지지와 깃털펜을 꺼내들고는 크리스티앙을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절고는 펜 끝에 침을 살짝 묻히는 제스쳐 후 글을 적어내린다. 모자를 벗고 서로에게 인사하는 두 사람. 양 손을 맞잡고 춤 추며 한 바퀴 돈 뒤 시라노의 왼손에 들린 편지를 오른손으로 건네받은 크리스티앙. 빰, 빰! 하는 박자 맞춰서 맞잡지 않은 손을 각각 반대 방향으로 뻗는 두 사람. 고맙다며 시라노를 꽈아악 끌어안고는 신나서 상수로 달려나가는 크리스티앙과 그런 그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시라노. 하수 쪽으로 퇴장하면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입모양으로 "달이 떴네," 하는 막공주 디테일이 있었는데, 막공에선 팔을 들어 빠이빠이, 하듯 달을 향해 손을 흔들어서 심장이 덜컹했다. 누가 봐도 작별인사라서....ㅠㅠ


상수 쪽 빵집 무대구조물을 닫으러 나온 라그노가 조명이 꺼지지 않는 걸 보고 잽싸게 시를 꺼내들고 낭송을 시작하려 하지만, 금세 조명이 어두워지고 록산의 목소리가 편지를 읽는다. 양손을 내젓고는 퇴장하는 라그노. 크리스티앙의 편지에 푹 빠져있는 록산과 서두르라 독촉하는 뒤에뉴. 블리록산은 화려하고 아름다운 언어에 황홀한 듯 푹 빠져있고, 린록산은 이렇게 완벽하고 멋진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을 사랑한다는 상황에 행복해한다. 별로 똑똑해보이지 않던데, 하는 뒤에뉴의 말에 블리록산은 변명하듯 변호하듯 편지를 들이밀며 "말보다는, 글에 더 능숙한 사람이에요!" 하고 말하는데, 린록산은 본인도 잘 알고 있다는 듯 아무렇지 않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 사람이에요~" 하고 반박한다. "너무 아름다워서 숨을 쉴 수 없어요" 하는 말투도 블리록산은 완전히 황홀감에 빠져있고, 린록산은 멋진 언어 하나하나에 기쁨과 환호를 담고 있다. 동일한 상황, 거의 똑같은 텍스트 임에도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차이가 선명하다. 마차소리 후 무대 하수에서 등장하는 드기슈 또한 더블캐슷이 서로 다르다. 용기슈보다 주기슈가 조금 더 설명조다. 류라노와 뎅라노의 말투 차이랑 비슷하다고 보면 되는데, 원 대본에서 빠져 있는 부분에 대한 부가설명을 위하여 어미를 살짝 바꾼다던가 사소한 단어를 첨가하는 쪽이 뎅라노와 주기슈다. 더 친절한, 구어체다. 개인적으로는 극적이고 고전미 넘치는 문어체가 좋지만, 당연히 개인 취향이다. 용기슈는 그냥 넘어가는 단어를, 주기슈는 "이건 징집명령서라는 겁니다," 하고 설명을 위해 문장을 한 번 끊은 뒤 이어나가는 게 대표적인 차이였다. 이외에도 어미가 미세하게 다른 부분이 꽤 있었고. 물론 가장 큰 차이는, 마지막 키스를 요청할 때 용기슈는 "손등에" 라고 정확하게 지칭하지만 주기슈는 그 단어를 아예 빼버린 점이다. 눈 앞의 손등을 보고 아니, 내가 말한 건, 하고 웅얼거리며 얼굴을 바라보지만 록산은 모르는 척 고개를 돌려버린다. 그 모습에 손을 덥썩 잡으며 "바로 내가 원하던 키스였소!" 하며 부러 커다랗고 축축한 소리의 키스를 손등에 남긴다. 용기슈는 록산의 손을 잡은 채 "호오오" 하면서 과장스럽게 기뻐해서 웃음을 유도한다. 용기슈는 항상 귀여운 편이었는데, 회전 중반에서야 처음 만난 주기슈는 딱 자첫 공연에서 못된 악역 노선이어서 신선했다. 그 이후에는 용기슈와 비슷한 노선이었는데, 극 자체가 동화 느낌이 강해서 악역마저도 지나치지 않은 편이 더 취향이어서 괜찮았다. 악역 노선은 레어회차로서 인상적이었고. "사랑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하고 단호하게 돌아서는 록산의 말에 용기슈는 황급히 화제를 바꾸고 주기슈는 잠시 시무룩해있다가 자랑할 점을 찾아내고선 연대장 승진 얘기를 꺼내는 차이도 있었다. 이 캐릭터도 소소하지만 꽤나 달라서 재미있었다.



무대 상수로 퇴장하는 두 여성과, 그 눈치를 보며 하수에서 등장하는 두 남자. 이제 록산이 자신을 사랑한다는 확신이 생겼으니, 시라노의 말을 빌리지 않고 직접 말을 전하겠다는 크리스티앙. 그의 다짐은 금세 돌아오는 록산의 모습에 5초도 되지 않아 끝나버린다. 류라노의 팔짱을 꽉 끼는 빙티앙이 지난주부터 "대인배님," 하는 애드립을 넣었는데 막공에서 류라노가 그 팔을 풀고 퇴장하며 "아까 대인배 안해줬으면서," 하고 뒤끝 쩌는 궁시렁거림을 넣어서 또 터졌다ㅋㅋㅋㅋㅋㅋ 벤치의 아무말대잔치. 막공에서 빙티앙이 "사랑 그것은 꿀벌. 당신은 꿀, 나는 벌. 나는 꿀벌" 뭐 이런 말을 한 것까지는 그냥 웃겼는데, 그러고선 아주아주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화려한 언.어." 라고 첨언해서 엄청 웃었다ㅋㅋㅋㅋㅋ 크리스티앙의 모가지 발언에 블리록산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면서 경악을 금치 못하는 목소리로 "모가지요!?!?!?!" 하고 되묻고, 린록산은 짧은 대화로 쌓아가던 실망감에 쐐기를 박힌 듯, 한심함과 어이 없음으로 싸해진 목소리로 "모가지요↘" 하고 말한다. "그만하세요" 역시 블리록산은 진절머리 난다는 듯 부들거리며 말을 싹둑 잘라버리고, 린록산은 짜증스럽다는 듯 냉랭하게 끊어낸다. 크리스티앙 솔로곡. 중반부터 위에서 달이 천천히 내려온다. "답답하고 숨이 막혀 벗어날 길 없으니" 즈음에 하수에서 재등장하여 구조물에 기댄 자세로 그 노래를 듣고 있는 류라노. "이 마음만큼은 진실하단 걸 알아줘요" 라는 크리스티앙의 말을 인상 깊게 듣는다. "말을 할 수 있다면" 마지막 부분을 가성으로 부른다. 록산 넘버에서 시라노가 마지막 "내 사랑" 을 가성으로 처리했던 것처럼. "꼴 좋구만. 그렇게 자신만만해 하더니." 하며 다가오는 시라노. "이번에야말로 진심을 고백하는 거야. 긴장하지 말고." 하며 기운을 북돋아주고선 발코니 아래에 자리를 잡는다. "크게 불러!" 하고 구박하는 것도 잊지 않고. 빙티앙은 멋진 목소리가 화려한 언변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듯, 중요한 부분에서 일부러 목소리를 굵직하게 내는 디테일이 있었다. "크리스티앙, 입니다." 라고 멋지게 말하고선 "당신은 절 사랑하지 않아요," 라는 록산의 냉정한 말에 거의 울먹거리는 어조로 "아니에요, 당신을 사랑해요," 라는 말을 즉시 내뱉는다. 경티앙보다 도련님 같으면서 철이 없다는 인상이다. 블리록산은 시라노 출처의 화려한 언사에 다시 마음이 녹아내린다면, 린록산은 마치 아름다운 언어를 발굴하듯 되묻고 칭찬한다. "왜 더듬거리시죠, 상상력이 메말라가나요?" 하는 질문도 블리록산은 의문이 강하고 린록산은 의심이 강하다. 아니 록산 왜이렇게 다르냐고ㅋㅋ 옷을 크리스티앙과 바꿔 입은 시라노가 등을 진 채 달빛 아래 그림자 안으로 들어선다. "당신은 빛 속에 / 난 어둠 속에" 하는 대사는 매번 류에릭을 연상시켜서 마음이 아프다. 떨리는 목소리의 고백. 이어지는 록산의 답가. 그 목소리에, 슬픔과 애타는 마음이 섞여 반짝이던 류라노의 얼굴에 기쁨과 행복이 번져나간다. 오른손을 더 높이, 왼손은 살짝 아래에 든 채 닿지 않는 뭔가를 잡으려는 듯 팔을 뻗는 그의 귀에 "왜 몰랐던 걸까 / 이토록 진실한 그대" 라는 말이 들려온다. 챙그랑 대며 부서져내리는, 지독하리만치 찬란했던 찰나의 행복. 그 절망을 보는 것만으로도 억장이 무너져내리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 모자를 푹 눌러 쓰고 한껏 상체를 웅크린 채 돌아온 시라노는 크리스티앙과 다시 모자를 바꿔 쓴다. 환한 빛 속에 나서 모자를 벗은 크리스티앙이 록산을 올려다보고, 시라노는 발코니 아래 어둠 속에 숨어 오른손으로 심장 부근을 붙들고선, 탄식을 내뱉지도 못할 만큼 먹먹한 상실의 고통에 고개를 젖히고 숨이 멎은 것마냥 입을 살짝 벌린 채 고통스러워한다. 류라노 동작을 일부러 세세하게 적고 있는데, 류배우님을 만나본 사람이라면 무슨 느낌인지 백퍼센트 이해할 특유의 그 감정이다. 볼 때마다 내 숨도 같이 막혀오는, 그 먹먹함에 심장이 같이 저려오는, 그 감정. 그의 입술에 닿는 나의 이야기. "내 말을 품은 입술에 / 나의 그녀가" 라고 부를 때 발코니에 서서 사랑을 확인하는 두 사람과 똑같은 손동작을 취하는 시라노의 행동이 시리게 아프다. "입 맞출 때" 하면서 눈 감은 채 손가락 끝을 제 입술에 가져다대곤 나비가 아주 잠시 앉았다 날아가듯 섬세하고 애절하게 허공을 향해 손 끝의 언어를, 감정을, 떠나보낸다. 


신부님 최영민 배우의 등장에 황급히 감정을 추스르고 얼굴의 눈물을 닦아내는 류라노. "정말 오랜만이네!" 하고 크리스티앙과 모른체를 한다. 드기슈의 편지를 완전히 바꿔 읽는 록산과, '결혼' 이라는 단어에 놀라고 황망해하는 시라노, 그저 기뻐하는 크리스티앙. 록산이 쥐어준 편지를 펴서 빠르게 읽어내린 그가 이게 뭐냐는 듯 록산을 쳐다보지만, 그는 그저 드기슈를 막아달라 부탁한다. "가요, 크리스티앙" 하면서 바쁜 걸음으로 그의 팔짱을 낀 채 무대 상수로 나가버리는 록산. 한숨을 푹 내쉬고는 "자, 그럼 무슨 수로 드기슈를 10분 동안 붙들어 놓는담" 하고 중얼거리는 류라노와 마침 등장하는 세 명의 가스콘 부대원들. 속닥속닥 할 때 토끼, 얘기하면서 양손을 머리 위로 들어 앞뒤로 흔드는 동작하는 류라노 디테일 애정한다. 막공에선 짜고 나왔는지 설명 끝났는데 대원들이 "뭐?!" 라고 해서 살짝 멈칫한 류라노ㅋㅋㅋㅋ 다시 모여보라며 손짓하고 얘기를 하려고 하자마자 "아아~" 하고선 배우님 눈치보며 "대인배! 대인배!" 외치며 달려나가는 배우들ㅋㅋㅋㅋㅋㅋ 그 뒤에 대고 우씨, 하듯 주먹을 들어보이는 류라노ㅋㅋㅋㅋㅋㅋ 암튼 휘휘 둘러보다가 벤치에 놓인 록산의 가면을 집어 들고 아까 숨어있었던 발코니 아래 구조물에 올라탄 채 드기슈를 기다린다. 언젠가 한 회차에서 넘버 초반에 가면으로 얼굴을 안 가리고 그냥 모자를 푹 눌러쓴 채 진행한 적이 있었다. 위에 첨부한 본공 전에 찍었던 영상처럼 말이다. 답장이 없는 록산의 태도에, 용기슈는 "그냥 내가 직접 찾아가봐야겠어" 하고 말하는데 주기슈는 "그래, 그녀는 편지를 싫어하는 게 분명해!" 라고 납득할만한 근거를 첨언한다. 달에서 떨어진 나. aka 삐리빠라뽕. 조명은 형형색색 무지개 빛으로 어지럽게 번쩍이고, 류라노는 신나게 박자에 맞춰 몸을 흔든다. 그 뒷모습을 보고 있으면 홀린듯 같이 박자를 타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히는 내 몸을 가만히 두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해야 했다^_ㅠ 벤치 위에 서서 리듬 맞춰 몸을 흔들며 추임새 두 번 넣은 뒤, "두 눈이 번쩍 띄일 걸" 부분을 성악톤으로 묵직하게 부르는 건 공연 후반에만 몇 번 해주셨다. 보통 저 부분 다 부르고 내려오시는데, 막공에서는 중반쯤에 내려오시길래 의아해하고 있는데 무대 앞쪽 중앙으로 오면서 막 웨이브를ㅋㅋㅋㅋㅋㅋㅋ 평소보다 더 어마어마하게 넣으시는데ㅋㅋㅋㅋㅋㅋㅋ 진짜 광대 폭발할 뻔했다ㅋㅋㅋㅋㅋㅋㅋ 완전 신나서 다 내려놓고 추는 춤이었다고ㅋㅋㅋㅋㅋㅋ "은하계가 들썩일꼬야" 하는 애교와 귀여움이 치사량을 넘어서는 부분도 넘나 취저고ㅠㅠㅠㅠㅠ "우주의 기운이 충만히 넘치니라" 하는 부분에서 상수 쪽에 선 가스콘 대원들을 향해 얼굴을 마구 들이밀며 더 크게 부르는 류라노를 보며 설마 아까 그 애드립 때문에 복수하시는 건가 싶어서 또 터졌다ㅋㅋㅋㅋㅋㅋ "저 달에서 떨어져따" 하는 거나 "삐리빠라↗" 그리고 "놀러와라~앙" 하는 목소리에 심장 멎을 거 같았는데ㅠㅠㅠㅋㅋㅋㅋ 넘버 끝나고서도 잔뜩 찬 뽕이 채 가시지 않았다는 듯 "삐리빠라뽕 / 삐리빠라뽕" 하는 디테일도 사랑하고, "10분 지난 것 같아 수고했어" 한 다음에 바로 멋진 목소리로 "지금 막 두 사람의 혼인서약이 끝났을 겁니다" 하며 소매 정리하는 것도 좋다. 비로소 진실을 깨닫고 배신감을 느끼는 용기슈는 악에 받쳐 있고, 주기슈는 싸늘하게 분노한다. 보복이 분명한 급작스런 소집 명령에 모자를 바닥에 내팽개치는 등 분노하는 가스콘 대원들과 눈 앞에 닥친 이별에 절망하는 크리스티앙. 대원들은 한 사람 씩 칼을 뽑아들고 무대 정중앙 선에 맞춰 서서 뒤로 돌아선 후, 끝을 위로 향하게 한 칼을 가슴팍에 올리고선 한 번 휘두르며 아래쪽 사선으로 뻗는다. 시라노 역시 소집명령에 따라 발 뒤꿈치를 탁 마주하며 절도 있게 객석을 등지고 선 채 걸음을 떼는데, 크리스티앙을 떠나보낸 록산이 매달리듯 그의 팔을 붙잡는다. 그를 부탁해요. 애써 미소를 지으며 그를 안심시키다가, "당신이 막아주세요 / 방패가 돼줘요" 라는 가혹하고 잔인한 록산의 말에 흔들리는 눈빛으로 절망 속으로 침잠하는 류라노 연기가 갈수록 좋아져서 더 속상하고 아팠다. 



긴장감을 조성하는 오케 반주. 뒤로 돌아 터덜터덜 달을 향해 걷는 시라노의 뒷모습. 세미막에서만 모자를 벗은 손 그대로 달을 향해 삿대질했고, 다른 회차에서는 항상 왼쪽으로 모자를 세차게 내팽개쳤다. 막공에선 유난히 끝음을 더 길고 무겁게 찍어 누르듯 불러서 더욱 강렬했다. "아프고 / 아프고 / 아프고 / 아파도" 역시 평소에는 살짝 이어부르는 부분이 있었는데, 이날은 전부 끊어서 불렀다. 천천히 무너져내리듯 바닥에 무릎을 꿇는 시라노. 평소보다 조금 긴 정적. 고통과 절망에 사로잡힌 얼굴, 파들거리는 주먹 쥔 오른손. 그러나 시라노는 그 감정들을 몰아내며 이를 악물듯 가사를 씹어 뱉으며 스스로를 다잡는다. 코를 감싸듯 가리키며 "콧대를!" 하고 강조한다. "거친 광야 속에서" 하는 부분에서 객석을 등지고 달을 향해 걸어간다. 류라노는 막공에서 "거친 광야 속에서 이슬 맞으며 잠을 자도" 하는 부분에서 갑자기 뎅라노 디테일처럼 달을 '끌어안을 듯' 양팔을 활짝 벌렸다. 온 품으로 달을 안아내겠다는 듯, 혹은 달에 꼭 도달하고야 말겠다는 듯한 그 눈부시게 찬란한 뒷모습. 그 자세에서 왼손은 내리고 오른손으로는 달을 삿대질하고선 그대로 뒤돌아 선 채 하늘을 향해 삿대질하는 류라노. "이대로 나 앞으로 / 나아가리 / 나아가리 / 홀로" 를 부르면서 그 손을 내리는 동시에 마지막 주먹 쥔 자세로 커다란 달 한가득 들어차는 실루엣을 남긴다. 포스터보다 더 등이 굽은, 고통과 고뇌를 잔뜩 어깨와 등 위에 짊어진 채 고개를 떨어뜨리듯 숙인 그 자세 때문에, 실루엣 잔상의 먹먹함이 평소보다도 짙었다. 가시밭길임을 아주 잘 알지만, 그럼에도 꿋꿋이 걸어가겠다는 의지. 류라노의 목표이자 인생 그 자체를 보여주는 얼론.


1막처럼 앙상블의 넘버로 시작하는 2막. 넘버 자체가 수미쌍관. 지친 실루엣 사이로 무대 안쪽 하수에서 시라노가 등장한다. "고작 편지 때문에 매일 목숨까지 걸어야겠" 냐는 르브레의 걱정 가득한 한탄을 향해, 시라노는 "록산에게 (...) 약속했" 다는 단순하지만 그에게 있어선 가장 중요한 이유를 든다. 또 어딜 가냐는 물음에 "편지 쓰러" 라며 간단하게 대답하고는 자리를 잡는다. 전날 전투에서 계급장까지 버려가며 꽁무니를 뺀 드기슈의 행동을 우스워하지만, 눈앞에 들이닥친 절망적 상황의 전투에 다시 공기는 무겁게 가라앉는다. 록산에게 편지라도 쓰고 싶다는 크리스티앙에게 "이미 다 썼어" 라며 편지를 건네는 시라노. 여기서 경티앙은 록산을 향한 시라노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눈치 채고 의심하지만, 빙티앙은 그저 감사한 마음이 크다. "죽는 건 괜찮지만 / 두 번 다시 그녈 볼 수 없는 건 숨이 막혀" 하는 목소리가 애틋하게 떨린다. 덜컹거리며 뒤쪽 상수에서 등장하는 짐수레. 용감하고 당찬 록산의 손을 잡는다거나 그의 향기를 맡은 부대원들이 황홀해하는 연기가 깨알 같다. 록산의 하얀 손수건을 받아든 중대장이 잃어버린 부대 깃발 대신 그 손수건을 창 끝에 매단다. 너무 작지 않냐는 걱정에 "이 아래에서면 죽어서도 여한이 없" 다고 답한다. 라그노의 기발한 마차에 깨알같이 애드립을 하는데, 바게뜨빵을 보고 "천재야, 천재!" 하고 감탄하는 류라노. 술병을 건네 받고 마시려다가 크리스티앙에게 권하지만 거들떠도 안보고 록산에게 다가가 키스하는 그를 보며, 류라노의 얼굴에서 싱글거리던 웃음이 점차 걷힌다. 씁쓸한 얼굴로 손에 쥔 병을 만지작대다가 한 입도 안 마시고 다시 마차에 숨긴 뒤, 대원들을 향해 "이제, 배고픈 연기를 해" 하며 지시를 한다. 그 와중에 바게뜨빵 두 개와 소시지를 끌어안고 허둥지둥 대는 홍브레ㅋㅋㅋㅋ 술 한 방울 안마신 시라노에게 "자넨 누가 봐도 술에 취한 사람 같구만!" 라고 하는 드기슈. "술에 취한 게 아니라 승리의 향기에 취한 겁니다!" 하며 시작하는 넘버, 영광을 향해. 가스콘만큼 남앙들의 화음이 돋보이는 넘버다. "망설이지마 절대 쫄지마" 하는 가사에 맞춰 이상호 배우 등등에게 "쫄지마, 쫄지마!" 하고 말하는 류라노 디테일. "내게 주어진 남은 시간 / 얼마나 될 지 몰라" 하는 중대장에게 "가시죠," 하며 인도하는 시라노. "숨을 거둘 때까지 / 끝까지" 하는 앙상블 노래 끝에 "앞으로" 하는 화음 같이 넣는 류라노. 왼쪽 다리는 소품 위에 얹고 칼을 뽑아든 오른손을 큰 원을 그린다. 매번 보고 들을 때마다 테니뮤가 연상되는 안무와 화음이 가득한 넘버인데, 특히 칼을 챙챙 거리는 소리가 경쾌하다. 자신도 남아 싸우겠다는 용기슈는 라그노가 쥐어주는 빵을 항상 '한 입에' 넣는 게 디테일었다. 근데 막공에서 라그노가ㅋㅋㅋㅋㅋ 길다란 바게뜨빵 하나를 통째로 쥐어줘서ㅋㅋㅋㅋㅋ 객석 다 터지고ㅋㅋㅋㅋ 용기슈도 헛웃음 치면서 "따악 한 입만" 하는 입술이 부들거렸는데, 센스 넘치게 반으로 살짝 가른뒤 위아래로 길쭉하게 마치 오리 주둥이처럼 위아래로 꽈악 깨물어서 한참을 웃었다ㅋㅋㅋㅋㅋㅋㅋ 퇴장하는 길에 류라노를 향해 그 긴 빵을 막 흔들어서 더 웃겼고ㅋㅋㅋㅋㅋ 



그렇게 웃음과 환호가 무대와 객석을 훑고 지나갔지만, 금세 잡히는 분위기. 하루 또 하루. "글자 하나하나에 / 마음을 담아 / 당신이 오늘도 / 기다릴테니" 하며 모자를 품에 꼭 끌어안는 류라노. 세 사람의 마음이, 시선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엇갈린다. 처음에는 겉모습 만을 사랑했으나 이젠 그 영혼을 사랑한다는 록산의 고백에, 그가 건넨 한 뭉텅이의 편지에, 크리스티앙의 절망은 더욱 깊어진다. 록산이 자리를 비우게 하고 시라노를 부른다. 장갑을 끼며 나온 류라노는 싱글거리는 얼굴로 "뭐야?" 하고선 "영혼이 홀라당 나간 얼굴인데" 라고 말하는데 이때 표정이나 목소리톤이 너무 좋았다. 세미막이랑 막공에선 평소처럼 크리스티앙을 바라보는 옆모습이 아니라, 객석에 정면이 보여서 더 좋았고..ㅠㅠ 박제 좀... 그녀는 당신을 사랑해. 록산이 자신을 사랑한다는 크리스티앙의 말에, 어이가 없다는 듯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는 듯 고개까지 절레절레 저어가며 단 한 톨도 그 말을 믿지 않는 류라노. "잘들어," 하고 대사 넣는 디테일 좋아한다. "확실해," 하며 듀엣으로 찍어누르는 부분을 포함하여 두 남성 보컬이 강렬하게 맞대결하는 노래가 황홀할 정도로 시원하고 멋지다. 마지막 "사랑해" 하는 화음도 좋고. 이 곡도 박제가 없다니ㅠㅠ 록산을 부르는 크리스티앙을 말리지만 실패하고선 한숨을 쉬며 머리를 헝클어뜨리는 류라노. "사랑은 외모에 비례하지 않아요, 제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처럼" 이라는 록산의 말에 폭탄 소리와 함께 내려앉는 심장. 비로소 진실을 말할 용기가 생긴 그가 입을 열지만, 그 순간 전해 받는 비보. 록산의 눈치를 보며 그에게 달려가 "그녀가 진정으로 사랑한 건 자네야, 알겠지?" 하고 말하는 시라노. 그의 시체를 끌어안으며 토해내는 절규는 블리록산이 더 아프게 느껴졌는데, 정말 세상이 무너지는 앞에서 쏟아내는 절망이 심장을 후벼파는 느낌이어서 눈물이 매번 그냥 쏟아지곤 했다. 그리고 류라노. 이보다 깊은 절망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망연한 그 얼굴, 공허한 눈빛. "눈을 떠 / 날 위해" 하는 록산의 노래 끝에 얹는 그의 목소리. "이젠 말할 수 없어 / 절대 / 절대 / 아주 오래 전부터 / 전하지 못한 말 / 입술 끝에 맴도는데 / 이 마음을 잠재워야겠지" 하며 눈을 감고 흘러넘쳐 일렁이는 감정을 몸 주변에 두른 채 그들에게 다가간다. 록산을 한참 바라보다가 크리스티앙의 이름을 중얼거리며 그의 얼굴을 쓰다듬는다. 완전히 어긋나버리고 나서야 포개지는 세 사람. 그 절망을 깨뜨리는 전쟁 소리. 서둘러 록산을 드기슈에게 부탁하고선 하얀 손수건을 매단 창을 건네 받는 시라노. 그 뒤를 쫓아가기 전 라그노는 "시라노, 꼭 살아 돌아오셔야 합니다. 기다리겠습니다" 라고 했었는데, 막공에서 "제가 쓴 시 한 번 봐주셔야죠," 라고 해서 울컥했다. 그 말 속에 많은 것들이 담겨있음을 알기에. 그 뒤를 향해 창을 위로 치켜 들며 "아듀우우! 록! 산!" 하고 절규하듯 외치는 시라노. 순앤가스콘. 두려움과 공포에 완전히 사로잡힌 채 독백하듯 시작하는 노래. 시리도록 새파란 조명 속에서 양팔을 감싸 안으며 써늘함을 표현하는 류라노. 망연하고 절망스런 눈으로 주변 모든 것이 두렵다는 듯 휘휘 둘러보고 "말없이 칼을 들지만" 하며 칼을 뽑아들지만 부들거리는 손. "내 심장아 / 말해다오" 하는 목소리에 뚝뚝 묻어나오는 감정, "텅 빈 눈에 저 달빛이 사실 조금 두려운가" 하며 하늘을 올려다보는 그 눈빛에 휘몰아치는 감정. 도망치듯 무대 뒤편으로 가서 힘이 빠져 파들거리는 다리로 기어오르듯 언덕 위로 올라선다. "내 운명아" 하며 이날 류라노에게 있어 가장 큰 적이었던 운명을 부르고, "말해다오" 는 절망과 울음을 섞어 부르짖는다. 하지만 눈을 꾹 감고 들이마시는 숨에, 넘쳐흐르던 "초라하고 어리석은 절망" 을 안으로 속으로 집어삼킨 채 단호한 결심을 담은 매서운 눈빛으로 꾹꾹 누르며 "사,치,라고" 를 내뱉는다. "두려워말라 친구들이여. 오늘 이 자리에서 두 죽음에 대한 복수를 치르자. 크리스티앙의 죽음!" 하고선 "나 시라노의 죽음을!!!" 하고 절규하듯 외친다. 두렵지만 꼿꼿이 맞서겠다는 의지로 오만한 죽음에게 "어서 멋대로 몸부림쳐봐" 라고 하고, 운명을 향해 "기꺼이 난 따르리라" 고 하면서 그 모든 것들을 똑바로 마주한다. 가스콘맆의 남앙 화음 속에서 "삶을 즐긴다" 거나 "축복하소서!", "거친 자유가 휘몰아쳐온다" 라고 노래하는 류라노의 독창. 웅장하고 장엄하며 비장한 이 넘버는, 보고 듣지 않은 사람에겐 글로써 설명이 불가능하다. 각각의 부대원들 앞에 서서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창을 치켜드는 류라노. "가스콘" 하는 솔로 파트를 길게 뽑아내며 마지막에는 절규처럼 심장을 뽑아 토해내듯 절규하고 바로 "알아서 기어 / 건들면 죽어 / 우리는 가스콘" 하고 이어나간다. "자 긴장해 / 폭풍이 칠테니" 하고 노래할 때 뒤로 돌아 무릎 꿇는 류라노 디테일을 사랑하는데, 막공주에만 왼손으로 성호를 천천히 위 아래 왼쪽 오른쪽 순서로 긋는 걸 보며 심장이 내려앉았다. "우릴 인도해 시라노여" 하는 소리에 일어나 다시 객석을 향해 돌아서고, "간다-" 하며 가스콘의 피날레처럼 무대 앞쪽으로 걸어나오는 가스콘 부대. "가스콘" 하는 마지막 노래에 배우들이 온 힘을, 온 마음을 쏟아내는게 영혼으로 느껴져서 너무나 벅차올랐다. 



가을의 나날들. 9월에 들어서고 가을이 성큼 다가온 이후로, 이 넘버를 들을 때 자꾸 눈물이 쏟아지더라. 가사 한 소절 한 소절이 가슴에 박히는 느낌이다. 아주 차분히 가라앉은 블리록산과 다르게, 린록산은 웃음도 여전하고 장난기도 사라지지 않아서 신기했다. 시라노의 소울메이트라는 표현이 린록산에게 부합한다고 느꼈는데, 시라노의 죽음을 마주한 블리록산은 그를 따라갈 것 같다는 인상이 강했다면 린록산은 그의 의지를 잇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살아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기슈는 록산을 여전히 사랑했고, 그의 마음에 영원히 남아있을 크리스티앙을 진심으로 질투했다. 최고의 남자 넘버를 들으며 눈가가 새빨개지는 모습에 괜히 마음이 아려올 정도였다. 여섯시 종이 다 울리고 나서야 계단을 올라오는 시라노. 크리스티앙의 마지막 편지를 건네 받고, 파들거리는 손가락이 종이를 꽈악 붙든다. 15년 전에 그랬듯, 조심스럽게 애틋하게 건네는 그 고백. 비로소 알게 된 진실. 안녕 그대. 이 넘버에도 막공이라서 더욱 쓰리게 느껴지는 가사들이 많아서 눈물이 쏟아졌다. "안녕 그대" 하는 시라노의 말에 "왜 그런 말을 해요" 하는 록산의 말이, 딱 내 마음이어서ㅠㅠ 속삭이듯 말하는 마지막 "아주, 잠시, 안녕" 가지마요, 시라노ㅠㅠㅠㅠㅠ 이렇게 있으면 안된다며 다 죽어가는 몸을 의자에서 일으키는 시라노의 모습에 눈물 범벅인 채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 그래야 시라노지, 하는 표정을 하고 있는 린록산 디테일 좋았다. 무대 앞으로 나온 류라노. 그의 말. "뭐라고? 희망이 없다고? 희망이 있을 때만 싸우는 게 아니다, 이 멍청아. 희망이 없을 때 싸우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영웅의 태도지! 난 내가 싸워야 할 적들을 잘 알고 있다. 거짓된 자. 오만한 자. 위선과 편견. 그리고 허영과 비겁함. 뭐? 날 더러 포기하라고? 천만에! 절대 안되지! 백 명이든 천 명이든 모조리 데려와. 거인을 데려와! 난 싸울 것이다. 난 끝까지 싸울 것이다. 난 죽을 때까지 싸울 것이다." 그리고 막공에서만 추가한 부분. "비겁한 것들아. 너희들이 아무리 간교한 수를 쓰고 우릴 속여도, 우린 끝까지 맞서 싸울 것이다" 그리고 이어간다. "내 말이 들리는가. 내 코가 보이는가!" 라고. "월계관도 장미꽃도 내게서 모든 것을 빼앗아가도, 단 한 가지 내가 가져가야 할 것이 있다. 모든 걸 견디며 지켜낸 그것은, 티끌 한 점 없는, 얼룩 한 점 없는," 이라고 한 다음, 양 팔을 가득 벌린 그가 말한다. "우리 <모두의> 영혼" 이라고. 그 순간, 시라노 본인은 물론이고 록산, 그리고 객석의 모든 관객까지 그 말 하나에 묶인다. 극 안에 한정되어 있던 핵심적인 가치가 무대의 경계선을 넘어 관객, 극 바깥으로 확장되는 그 찰나야말로, 관극을 통해 가장 극렬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지점이다. 그래서 류라노의 이 언어가, 직접 이 극을 고르고 제작이라는 험난한 도전을 자처하며 무대에 직접 서기까지한 배우이자 프로듀서 류정한이 진정으로 전하고 싶던 말이었고, 그래서 그 마음을 고스란히 전달 받은 순간 느낀 벅찬 전율과 감동은 쉬이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아주 작은, 사소한 단어만으로 이렇게 관객의 가슴을 세차게 울릴 수 있는 배우이기에, 그의 팬이라는 것 자체만으로도 행복하고 감사하다. 두려움을 느끼고 절망하면서도 삶의 마지막까지 맞서 싸운 시라노. 그가 곧 우리 자신이자 나아갈 바이기에, 이 극은 아주 찬란한 빛으로 반짝이며 내 가슴 속에 오래도록 남아있을 터다. 



총막은 전반적으로 '유쾌함' 이 깔려있어서 지나친 슬픔 없이 공연 자체를 오롯이 즐길 수 있었다. 배우들 모두 영혼을 갈아 혼신을 다해 노래하고 춤추고 연기하는 게 느껴졌으며, 관객 또한 후회 없이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거인을 데려와 커튼콜 역시 마지막이기에 더욱 최선을 다해 따라 불렀다. 류배우님의 큰절을 보니 여러모로 복합적인 감정이 들더라. 제발, 부디, 오래 쉬지 마세요, 배우님... 쉬엄쉬엄 일하시되 쉬지만은 마시라고 매번 이야기하는데, 막공 후 모임에서 배우님피셜로 "기약 없는 휴식" 을 말씀하셨다는 얘기를 전해듣고 가슴이 미어진다ㅠㅠ 세미막 후기 끝부분에 "기약 없이 류배우님의 차기작을 기다려야" 한다고 내가 직접 썼으면서도, 막상 저 표현이 배우님 입에서 나오니 억장이 무너지네ㅠㅠㅠㅠㅠ 극 떠나보내는 것도 아쉽지만, 류배우님을 마냥 기다려야 한다는 게 더 절망적이야ㅠㅠㅠㅠ 흑흑 이렇게 시라노 총막 리뷰는 질척임과 미련을 남기며, 일단 매듭 지어야겠다..... 아듀! 시라노..   


'공연예술 > Ryu Jung Han'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닥터지바고 (2018.03.08 8시)  (0) 2018.03.09
닥터지바고 (2018.03.01 2시)  (2) 2018.03.04
시라노 (2017.10.07 2시)  (4) 2017.10.08
시라노 (2017.09.30 7시)  (0) 2017.10.02
시라노 (2017.09.22 8시)  (0) 2017.09.24
공지사항
«   2024/12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