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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노
in 엘지아트센터, 2017.10.07 2시 공연







류정한 시라노, 최현주 록산, 서경수 크리스티앙, 주종혁 드기슈, 김대종 르브레. 류라노, 블리록산, 경티앙, 주기슈, 대종르브레. 류블리경. 류라노 및 더블캐슷 세미막. 시라노 11차 및 류라노 9차 관극.


곧 총막 보러 들어갈 예정이어서 세미막 후기는 간략하게 류라노 노선만 남긴다. 총막 리뷰도 과연 길게 쓸 수 있을지 확언할 수 없지만, 나중에 극을 앓기 위해선 아주 사소하더라도 가능한 자세히 남겨야함을 알기에 노력해야지. 특히 더블캐슷 노선은 정산 포스팅에서라도 꼭 하자!





※스포있음※


류배우님 세미막 답게 클래식한 노선으로 회귀하는 동시에 지금껏 했던 애드립을 풍성하게 하면서도 감정선은 깊고 묵직한 공연이었다. 특히 모자를 벗어든 손을 들어 커다랗고 밝은 달을 향해 삿대질 하고선 시작된 얼론의 감정이 짙고 강렬해서 노래가 바로 심장에 내려꽂히는 기분을 느끼며 눈물을 주륵주륵 쏟았다. 그리고 크리스티앙의 죽음을 목격한 직후의 그 표정이 어마어마한 농도의 절망을 담고 있어 보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순앤가스콘은 두려움이 매우 짙었고 그래서 죽음조차 엉망진창이라 말하는 마지막 장면이 자포자기한 듯 무력함이 가득했다. 이렇게 숨어있어선 안된다고 하며 지팡이를 들어 죽음의 신에게 말하는 목소리도 평소보다 약했다. 내 코가 보이는가!! 하고 외치기 직전 지팡이를 놓쳐서 무대 상수 쪽으로 날아가는 참사가 있었는데, 오히려 기운이 빠진 시라노의 마지막을 더욱 부각시키는 효과가 있었다. 이러한 일련의 감정을 보며 류라노의 마지막이 참담하고 헛헛하리라 각오하고 있었는데, 키스를 하고 그를 꽉 끌어안는 록산의 눈을 보던 시라노의 입가에 서서히 미소가 피어올랐다. 수많은 감정이 일렁이는 눈빛으로 작게 고개를 끄덕끄덕거리고선 아슬한 미소를 짓던 류라노의 마지막이, 양 팔을 벌린 채 "우리의 영혼" 을 끝까지 지켜냈다 말하는 그의 언어가, 이 세상 그 무엇보다도 위대하게 다가왔다. 극 초반의 오만하고 허세 넘치던 시라노가 두려움과 절망으로부터 도망치지 않고 '싸워야하는 적들' 을 올곧게 마주하며 당당히 맞섰기에 더욱 강렬하게 다가온 마지막이었다.





후우, 잘 보내줘야지. 어떤 극이든 항상 자체자막을 결심하고 실행해왔기에 크게 공감하지 못했던 '막공으로 강제자막 당한다' 는 표현을, 시라노를 통해 처음으로 경험해본다. 오늘 공연이 끝나면 기약 없이 류배우님의 차기작을 기다려야 하기에 이 마지막이 더욱 아쉽고 아프고 막막하다. 올해 4분기를 어떻게 견뎌낼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총막, 너무 많이 울지는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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