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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데우스
in 광림bbch홀, 2018.02.28 8시 공연
한지상 안토니오 살리에리, 김재욱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함연지 콘스탄체 비버, 박영수 요제프 황제. 프리뷰이자 자첫.
극에 대한 궁금증이 커서 자첫을 프리뷰로 당겼는데, 지나칠 정도로 취향이어서 망했다. 모차르트와 살리에르를 다룬 극이 많지만 관심을 주지 않은 이유와 상황이 있었기에, 연뮤덕 3년차임에도 불구하고 이 흥미진진한 관계와 이야기를 잘 모른다. 일단 알게 되면 반드시 취향일 것임이 자명하여 의식적으로 피하고 있던 소재였는데, 첫만남이 한지상 배우에 무려 살리에리여서 너무나 신나고 짜릿하고 행복하고 동시에 앞으로의 회전문이 걱정된다. 로딩이라는 단어가 존재하는 것 자체를 무색케 하는 유려하고 온전한 첫공 연기에, 인터미션 포함 3시간 내내 지루할 틈 없이 완전히 몰입했다. 배우의 성대낭비라며 아쉬워했던 과거가 우스울 정도로, 연기력과 무대장악력을 마음껏 펼쳐낼 수 있는 연극이라는 이 필모에 감사한다. 정말 한지상 배우를 좋아하거나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관객이라면, 꼭 반드시 필히 한 번은 관극하길 권한다. 그 많은 대사를 실수 없이 풀어낼 뿐만 아니라 모든 문장들 속에 해당 장면에 적합한 감정, 목소리, 속도, 호흡, 톤의 높낮이와 굵기, 단어 사이의 공백, 숨소리 등등을 조절하여 캐릭터의 설득력과 이야기의 흡입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린다. 지루하거나 늘어질 틈이 없음. 거기에 그 찰나의 표정들. 예상치 못한 순간에 거는 미소, 강렬한 감정이 일렁대는 눈빛, 그러다 순식간에 애절하고 처절하게 바뀌는 눈망울, 바닥을 쓸고 구르며 온몸을 내던지는 절망과 환희와 절규와 자학의 몸짓, 그리고 다시 그 눈. 살리에르라는 캐릭터를 철저히 이해하고 온전히 공감하여 완벽하게 제 것처럼 소화해 표현하는 핝살리를 보며 전율을 느꼈다.
개인적으로 한지상 배우 자체는 살리에르보다 모차르트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미친놈 연기를 찰떡 같이 해낸다는 이유도 있지만, 지금껏 여러 작품에서 만난 이 배우가 지닌 타고난 재능이 매번 신선한 충격을 주며 감탄을 자아냈기 때문이다. 물론 이 배우 역시 엄청난 노력파라는 걸 알지만, 노력만으로 만들어 낼 수 없는 번뜩이는 재치와 센스가 숨겨지지 않는다. 그래서 이 배우는 노력파 범재보다는 천재에 가깝다고, 아주 주관적으로 주장하는 바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과 운명을 저주하고 원망하는 연기를 너무나 설득력 있게 해내는 배우이기도 해서 살리에르 역을 맡은 것이 무척 기쁘고 고맙다. 천재를 시기하고 질투하여 저주하고 부정하고 괴롭히고 끌어내리다가 결국 스스로마저 파멸로 치닫는 2인자이자 '평범한 인간' 을 너무나 치열하고 인간적으로 표현해서 살리에르의 행동과 인생이 '이해' 가 됐다. 용서는 모를 일이고. "욕망을 주셨으면 재능도 주셨어야죠!" 등의 살리에르 말들에 공감이 많이 됐다.
김재욱 배우는 자첫이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연기를 잘해서 너무 행복했다. 딱 뽀드윅 자첫했을 때 기분이다. 연기를 너무 잘 하는 배우를 만나면 이런 연기가 정말 가능한가 싶은 어리둥절함과 놀라움이, 그러다가 당황과 경이가, 그리고는 감탄과 찬사가 터져나온다. 매우 드문 이 경험을 아주 오랜만에 할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2막 후반 연기가 최고조였다. 핝살리와의 합으로 만들어진 클라이막스 장면의 그 짙은 농도의 쫀쫀한 감정선은 직접 온 몸으로 느껴봐야 한다. 왜 다들 극찬하는지 한 방에 이해한 배우였다. 슈제프도 아주 찰지고 캐릭터성 분명하여 매력적이었고, 함연지 배우도 찰지게 장면들을 소화했다. 이 배우도 자첫이었는데 대사톤은 좋았고, 몸 쓰는 건 상대 배역들과 합을 조금만 더 맞춰보면 완벽할 것 같다. 작은 바람들 역의 다섯 배우들도 아주 좋았는데, 홍일점인 김하나 배우는 바로 알아보겠더라ㅎㅎ 이외 궁정 직책으로 나온 박소리 배우도 옷핏은 물론이고 대사나 표정 연기가 기대 이상으로 마음에 들어서 계속 시선이 갔다. 남자 배우들은 못 알아봄ㅜ 자둘은 op석이니까 그때 자세히 보려고 한다.
그리고 연출. 장면과 대사, 전환 시점이나 타이밍 등은 상당히 좋았다. 극 몰입도도 좋고 개연성도 괜찮았다. 대사가 많다거나 불필요한 부분이 있다는 건 느끼지 못했지만, 핝살리의 대사속도가 살짝 빠른 듯해서 조금 쳐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듣는 사람이 조급해질 정도의 빠른 속도는 아니었지만, 대사가 반의반박자 정도 평소보다 앞서 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마이크 음량이 좀 작아서 대사의 '내용'이 바로바로 뇌에 전달되지 않는 듯했다. 굳이 비유하자면 대사의 글씨가 기울임체 같았다. 배우가 살짝 다급한 정도의 속도로 나아가지만 뒤쫒는 관객은 글자의 발끝을 보며 쫓아가는 느낌이랄까. 이대로 가도 큰 불만은 없지만, 줄일 여지를 좀 더 찾아보면 좋겠다. 일단 아쉬운대로 배우들 마이크 음량은 키워야 한다. 2막 첫 장면에서 핝살리 목소리가 뒤에 노랫소리에 잠식되어 잘 안들렸다. 조명연출은 좀 아쉬운 부분도 있고, 역시 늘 미묘하게 취향이 아닌 이 극장 특유의 색감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리고 문제는 무대공간연출. 휑한 무대가 이지나 연출가 특징이라고는 하지만, 공간이 너무 비어있는데다가 구조물과 소품이 허술하고 단조로운데다가 예쁘지도 않아서 무대 전체의 퀄리티마저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다. 샹들리에를 대신하는 조명이나 횃불 기둥 디자인은 예쁘긴 한데 광활한 치킨홀의 크기에 비해 너무 작아서 볼품없어보였다. 왕가 문양도 지나치게 모던했고 기타 구조물들이 대부분 과하게 소박했다. 웅장한 오페라 장면에서 내려오는 아기천사 판넬에서 결국 기함을 금치 못했다. 객석 곳곳에서 헛웃음 나오더라. 무대 디자인에 그렇게 돈을 아끼고 싶었으면 작은 극장으로 가셨어야죠.
모차르트와 살리에르. 이 인물들에 대한 배경지식이 몹시 부족하여 공부가 더 필요하다. 이들이 소재로 다뤄지는 이유와 그걸 표현하는 방식과 연출 등에 대해서도 계속 생각하고 있는데 이건 극을 몇 번 더 보면서 다듬어보고 싶다. 일단 다음주에 핝뽀 회차로 자둘을 잡아놨으니까 가까이에서 한 번 더 보고 잔뜩 뒤섞인 생각들을 정돈해봐야겠다. 모래시계 자첫자막은 아마데우스 핝살리를 회전 돌기 위함이었다..! 드디어 지루했던 휴덕이 끝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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