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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윅

in 홍익대학로 아트센터, 2017.10.01 2시 공연





마이클리 헤드윅, 유리아 이츠학. 마욤뒥, 율츠학. 마율 페어 2차 및 마욤뒥 6차 관극. 



※스포있음※



2주 만에 만난 마욤뒥은, 웃음이 덜 했고 좀 더 히스테리컬 했다. 재관하는 관객이 많았는지 루틴한 애드립에서 크게 웃음이 나오지 않으니까 담백하고 빠르게 진행했다. 아픔과 고통의 시간을 겪어내면서 닳아버린, 동시에 어느 정도 정리된 감정을 속 깊은 곳에 완전히 침잠시킨 언니였다. 그래서 날선 감정으로 부르는 앵그리인치가 강렬한 청각적 자극에도 불구하고 한 템포 늦게 가슴을 치고 들어와서 땀과 눈물로 가득한 얼굴로 이제 떠난다며 환하게 웃어보이는 헤드윅의 뒷모습에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잘 마무리된 것처럼 보였던 고통이 폭발적으로 터져나오는 찰나, 어리벙벙한 채 미처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가 그 폭발이 다 소진된 후에야 순간적으로 훅 치고들어오는 아픔이었다. 미드나잇라디오 역시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텅 비어버린 얼굴이지만 너무도 단단하게 시작하는 노래에 이미 그는 '용서' 라는 테제를 심장에 안고 살며 그저 그 계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You know you're doing alright" 라는 가사를 짓씹듯 선명하게 부르는 목소리에 반 박자 늦게 저 위로가 어디에서 근간한 것이며 누구를 향한 것인가에 대한 생각이 섬광처럼 스쳐지나갔다. 가발과 의상을 모두 내던지고 오로지 인간 한 사람으로서 마이크를 붙든 채 노래하는 그의 존재감이, 너무 단단해서 오히려 현실감이 없었다. 이미 제 안에 결론까지 다 내려버린 헤드윅이었기에, 이날의 믿나는 가장 철학적이고, 섬세하며 동시에 담백했다. 망설임없이 마이크를 내려놓고 성큼성큼 걸어나가는 뒷모습이, 희망찬 미래를 꿈꾸며 동독을 떠나던 과거의 뒷모습과 겹쳐보이며 과연 그 이후의 삶은 어찌될 것인가, 애틋했고 또 걱정됐다.



"Think of the publicity," 라고 말하는 마욤뒥의 착 가라앉은 목소리가 여전히 귓가에 맴돈다. 이 헤드윅은 다분히 '철학적'이고, 어릴적 엄마가 말해준 사랑의 기원보다는 오히려 "Absolute power corrupts" 라는 말에 더 깊은 인상을 가지고 있다. 루터가 건넸던 플라스틱 비닐 속 곰돌이의 표정과 입 안 가득 물었던 젤리에서 '권력의 맛'을 인지한 순간부터,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필연적으로 존재하는 권력에 대한 생각을 떨치지 못했던 것 같다. 잃어버린 반쪽에 대한 가정들, 자신을 떠나간 사람들, 이츠학에게 가하는 억압, 대중성, 토미와의 관계. 마지막 순간 그가 이츠학을 제 손으로 놓아줄 수 있었던 것은, 그가 토미에게서 옭아매고 있던 자기자신을 마침내 스스로 놓아주었기 때문이었다. 권력을 내버림으로써 비로소 얻어낸 자유가 남긴 헤드윅의 뒷모습이, 실루엣이,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날 공연을 보며 문득, 배우 본체가 이렇게까지 보이지 않을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스쳤다. 스스로의 정체성을 숨기고 감추는데 익숙한 헤드윅을 연기기 때문일까, 아니면 그 스스로가 이미 '헤드윅'이기 떄문일까. 매 관극마다 다른 지점에서 고민하고 생각하게 되는데, 이 극의 끝은 과연 어디일지, 그런 게 있긴 한 건지 궁금하다. 쇼놋 포인트 10만점 넘은 거 확인했으니 얼른 한국어 버젼 한 번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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