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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윅
in 홍익대아트센터 대극장, 2017.09.03 2시 공연
마이클리 헤드윅, 제이민 이츠학. 마욤뒥, 제츠학. 마욤 및 마제페어 세 번째 공연이자 자셋.
처음으로 중블에 앉아봤고, 확실히 시야가 좋았다. 그러나 제챡이 정확하게 헤뒥 퇴장을 가리는 위치여서 너무나 속상했다ㅠㅠ 언제쯤 헤뒥 퇴장장면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거야ㅠㅠㅠㅠ 전반적으로 노선이 가장 확고하고 선명했던 회차였고, 보다 무대에 익숙해진 언니와 몇몇 콜백 덕에 애드립이 풍성해지기 시작했다. 제츠학의 노선과 연기도 마욤드윅과 잘 어울려서 이 페어의 색깔이 확실해졌다. 이 헤드윅의 노래가 늘 훌륭했지만, 이날 공연에서 유난히 '완벽'했다. 이 목소리, 이 감성으로 표현되기 위해서 이 주옥 같은 넘버들이 이 세상에 나온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을 정도로, 너무너무 좋았다. 제발 작년처럼 배우별 실황앨범 내주세요, 쇼노트ㅠㅠㅠㅠㅠ 홍아센인 거 용서해줄게ㅠㅠㅠㅠ
※스포있음※
이 언니는 따뜻하고 정이 많아서, 모진 척 굴면서도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게 보인다. 지금껏 만났던 여러 언니들 중, 가장 덜 히스테리컬하다. 호루라기를 불며 Immigration!! 을 외치는 표정이나 이츠학을 비웃고 놀려먹는 얼굴에서 오히려 장난기가 뚝뚝 묻어난다. 그러나 웃음 뒤엔 속으로만 삭혔던 분노가, 외로움이, 고독한 절망이, 설핏설핏 스친다. 난 웃었습니다, 안 그랬으면 울었을 테니까. 하는 대사가 온전히 들어맞는, 무너지지 않기 위한 방어기제로서 담담한 척 아무렇지 않은 척 필사적으로 매 순간을 견뎌내는, 그래서 미처 다 숨기지 못한 날 것 그대로의 감정이 음악에 실려 튀어나오는 그 찰나가 너무도 아프고 안타까운 헤드윅이었다. 그래서 그에게 음악이 너무나도 중요했고, 그것이야말로 존재의의였으며, 스스로를 가장 온전하게 내보일 수 있는 수단이었다. 그렇기에 토미의 wicked little town 을 들은 뒤 일렁이다 못해 넘쳐흘러 텅 비어버린 두 눈동자가,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짙고 무거운 정적 속에서 아주 천천히 손을 뻗어 마이크를 쥐고 가발을 들어올리는 몸동작이, 구원이라기보다는 먹먹하고 날카로운 현실로 다가왔다. 토미에게 전달 받은, 후련하지만 아득한 꿈 같은 무언가를 고스란히 이츠학에게 전달해주는 헤드윅은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그러나 이츠학이 화려하게 무대로 돌아오는 모습을 본 순간, 헤드윅의 그 새까만 눈은, 정말, 암흑 같았다. 무대 한가운데 가만히 핑크색 마이크를 내려놓으며 너무나 소중하다는 듯 마지막으로 그걸 쓰다듬는 손길이, 그 안에 담긴 의미가, 시리도록 아팠다. 마지막 퇴장이 시야에 들어왔다면, 그가 그 문을 나선 뒤 어떠한 미래를 선택했을지도 느낄 수 있었을텐데.
올진럽에서 "looking through one eye-" 부분에서 목소리와 톤도 너무나 사랑하지만, 왼손으로 한쪽 눈을 가리고 저 부분을 부른 뒤 고개를 살짝 오른편으로 기울이며 저 너머 어딘가에 숨겨진 지식, 사랑, 반쪽, 그 무언가를 갈구하듯 찾는 듯한 표정이 정말 좋다. 작년에 딱 한 번 만났던 뽀드윅의 올진럽은 마치 완벽한 이야기 하나를 들려주는 듯한 서사성 때문에 아직도 강렬하게 기억하고 있다. 이번에 반해버린 마욤드윅의 올진럽은, 동화 같은 이야기가 아니라 마치 신화의 한 구절 같았다. 이 이야기의 모티브가 플라톤의 <향연>에서 온 것임은 이미 잘 알고 있었지만, 그 맥락과 의미를 날카롭게 풀어 고스란히 노래에 담아냈다는 기분은 처음 받았다. "YOU, KANT! Always Get What You Want" 라는 논문 제목을 말하면서 이 언어유희를 이해하면 참 좋겠다고 아쉬워하는 이 헤드윅이 철학전공자임을 여실히 느낄 정도로, 특유의 아우라가 있었다. 개인적으로 한국어로 진행되는 라센 공연과, 영어로 진행되는 이 공연은, 비슷하지만 전혀 다르게 받아들이고 있다. 단순한 언어의 차이가 아니라, 맥락의 차이다. 번역으로는 담아낼 수 없는 원가사 특유의 감성이 묻어나는 문장들이 있고, 반대로 한국어로 번역되면서 더 애틋하고 아름다워진 문장들이 있다. 그래서 지난 시즌과는 전혀 다른 공연을 보고 있다는 생각을 하며 이번 시즌의 회전문을 돌고 있다.
윅인어박스 싱얼롱 부분에서 제츠학이 이런 맥락의 대사를 했다. "Language is NO Barrier. Because Music Is Soul!" 이 따뜻한 말에 엄청 울컥했다. 지금 이 극을 보고 있는 관객이라면 다들 알고 있을, 날 선 의견들 때문이다. 관련해서 조만간 길게 생각을 풀어보고 싶다. 응. 제챡은 이날 연기도 노래도 정말 좋았다. Creep을 연속으로 두 번 들어서 좀 질리려나 싶었는데, 전혀 다른 도입. 데스페라도. Long Grift 끝나고 헤드윅이 내뱉는 말들에 상처 입는 그 표정. 그에게 침을 뱉지도 못하고 충격, 분노, 그 모든 감정에 휩싸인 채 구석의 제 자리로 돌아가 뒤돌아 선 제츠학의 덜덜 떨리는 어깨를 보고 있자니 내 감정 또한 와르르 무너져내리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넘버에서의 비명 같은 고음. 헤드윅과 이츠학의 그 절규. 저마다의 아픔으로 각자의 깊은 나락까지 떨어지는 순간. 곱씹을수록, 비극이다.
후기가 맥락없이 엉망진창인 것 같은데, 일단 이 정도로만 해야겠다. 이 정도 쓰는데 두 시간 넘게 걸렸다. 헤드윅 후기는 너무 힘들어ㅠ 그래도 요새 헤드윅을 마음껏 만나고 있어서 행복하고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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