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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서울 스타라이트 뮤지컬 페스티벌
in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 2017.09.02
안 갈 것 같다고 한 게 불과 2주 전인데, 무대 사진 올라온 것을 보고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당일에 급 가기로 결정했다. 1시에 결심하고 3시에 올공역에서 내렸다는 것만으로 얼마나 급작스런 지름이었는지 설명이 되리라. 그나마 올공이 여러 콘서트 경험을 통해 나름 나와바리(....) 였던 지라 작년 자뮤페보다는 한층 쾌적하고 익숙하게 즐기고 올 수 있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편했다는 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벌레가 없었던 점이 가장 좋았다. 팅커벨 아닙니다. 작년에 비해 다양한 극의 다양한 넘버를 선곡한 세트리스트 및 신선한 편곡 등은 만족스러웠으나, 3시 및 피날레 무대에서의 음향은 다소 아쉬웠다. 10시까지만 진행이 가능했던 주최 장소의 한계도 약간의 섭섭함을 남겼고. 첫날만 가고 둘째날은 헤드윅 관극이 잡혀 있어서 포기했다. 섹동클 무대가 그렇게 어마어마했다는데 못 본 게 좀 아쉽다. 그래도 첫날에 내가 사랑하는 넘버들이 거진 다 나와서 7시간 내내 오롯이 즐기고 왔다.
기억에 남는 것 위주로 간략하게만 남겨 보련다. 자리는 솔플러의 이점을 한껏 살려, 돌출무대 오른쪽 대형스크린 앞쪽에 자리를 잡았다. 엉덩이 붙이고 다리 정도 뻗을 수 있는 공간이면 충분했기에 늦게 간 것 치고는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게다가 햇빛이 딱 그 즈음부터 무대 구조물 뒤쪽으로 가려지는 자리라서 행복했다ㅠㅠ 낮에 햇빛에 시달리지 않았다는 점도 이번 서뮤페를 쾌적하게 즐길 수 있었던 큰 요인이었다. 3시부터 창뮤무대였는데, 오랜만에 듣는 사찬 넘버와 달달한 목소리의 이지수 배우가 부르는 어햎 넘버, 그리고 강렬한 마돈크 넘버들이 한껏 몸을 달아오르게 했다. 허규 배우의 고음이나 박영수 배우의 눌러 담는 목소리가 좋았는데, 중간에 키 안 맞는다고 한참 헤매는 규븨와 이게 라이브라고 수습하는 슈백 덕에 한참 웃었다ㅋㅋ 슈백 상의가..... 해골투성이.... 라서 몹시 당황하였으나 뒤에 재등장할 때는 멀끔해서 감사했다. 앵콜 없어서 아쉽다며 깔끔하게 마돈크 앵콜까지 해줬다!
그리고 기다리던 송용진 배우의 시간! 등장하자마자 실망이라며 당장 일어나라고 종용해준 덕에 벌떡 일어나서 내내 신나게 즐겼다. 쏭랑큰의 Sweet Transvestite 과 더데빌 가디언엔젤을 부르고는, 무려 대극장 넘버들을 락편곡하여 들려줬다. 세상에. 대성당들의 시대, Memory, 지금 이 순간. 이렇게 세 곡이었는데, 개취로는 대성당 넘버가 너무너무 좋았다. 이 배우의 음악적 역량에 대해 몇몇 창뮤 ost를 들으며 미리 가늠하고 있던 바가 있었음에도, 그 셋리와 편곡이 어마어마하게 신선하고 충격적이어서 살짝 치이고 왔다. 게다가 피날레 무대도 얼마나 아름답고 멋있고 섹시했는지. 왜 이번 시즌 안 돌아오셨어요, 쏭드윅ㅠㅠ
(삭제) 다음은 대만에서 온 차이파오창 배우의 무대. 그 유명한 디어에반한센의 넘버를 이렇게 자첫하게 될 줄이야. 이어 빨래의 참 예뻐요를 한국어로 불러줬다. 다음 무대는 이상이 배우가 기타를 직접 치며 매디슨카운티의다리 넘버, 내게 남은 건 그대 를 잔잔하고 아름답게 불러줬다. 다음엔 유리아 배우가 청량한 목소리로 시작한 매다리의 '단 한 번의 순간' 넘버였는데, 슈버트와의 듀엣이 아름다웠다. 작년 자뮤페에서 부르고 싶었는데 못 불러서 아쉬운 곡이었다며 데놋의 Death Note 를 불러준 슈라이토! 이어 서경수 배우 올라와서 뉴시즈의 산타페와 JCS의 헤븐을 불러줬다ㅠㅠㅠ 정박으로 시원시원하게 불러주는 목소리가 경유다(? 를 기대하게 만들었다. 짘슈 돌아와ㅠㅠㅠㅠ 한껏 달아오르는 와중에 정원영 배우가 킹키부츠의 Land of Rola 를 너무나 완벽하게 불러줬다. 결코 쉬운 곡이 아닌데, 음정도 호흡도 흐트러짐 하나 없이 완벽한 딕션으로 분위기를 아주 후끈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킹키 곧 돌아온다던데, 햇살롤라 기대해도 되는 건가요ㅠㅠ 이어지는 아이비 배우의 무대. 레미제라블의 On My Own 과, 인생캐 글린다 위키드의 Popular 를 불렀다. 흐엉 너무 사랑스러워ㅠㅠ 이어지는 For Good 에서는 김선영 배우님이 같이 올라오셔서 듀엣을 불러줬다. 여왕엘파바는 이제 못 보는 걸까ㅠㅠ... 다음은 어렵게 모셨다면서 팬싱1에 출연하셨던 이동신 씨가 아이비와 같이 미녀와 야수 ost 인 Beauty and the Beast 를 불렀다. 그리고 오페라의 유령 Music of The Night 불러주는데 좋아 죽을 뻔했다ㅠㅠㅠㅠ 오유 뮤옵나 자체가 명곡인데, 이걸 성악톤으로, 연기까지 곁들여주니까 와, 정말 벅차올랐다. 프로그램 피날레로 과자암네리스가 My Strongest Suit 를 멋지게 꾸며줬고. 다양하고 풍성한 넘버들의 향연에 행복했다.
인터미션 때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ㅠㅠ 그 와중에 꼭보다 오형제 배우 다섯 분이 멋진 댄스무대를 보여주셨고, 영국에서 온 휴 메이나드 배우가 팝송 하나랑 미사공 Bui Doi 를 불렀다. 비 슬슬 그치고 마이클리 배우와 김선영 배우가 미사공 The last night of the world 를 불렀다. 미사공 초연 때 두 분이 공연하셨었구나. 이어 마이클리 배우가 본조비의 In these Arms 를 불렀다. 작년 단콘 락파티 때 셋리 중 하나였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왕이면 뮤 넘버를 불러줬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아, 그 전에 록호쇼 스윗트랜스베스타 영어 버젼으로 불러준 건 엄청 좋았다ㅠㅠ 마랑큰ㅠㅠㅠ 그리고 멘트 시간이 아닌데도 신나게 와우, 하면서 등장한 네 명의 배우, 정서62. 무려 스프링 어웨이크닝 넘버 2곡과 인더하이츠 넘버를 불러주며 분위기를 한껏 띄워줬다ㅠㅠ 잘 모르는 곡들임에도 신나게 즐길 수 있을 정도로 정말 좋았다. 노래와 댄스 모두 합이 딱딱 맞아서 콘서트 온 기분이었다ㅎㅎ (삭제) 데놋 삼연이 올라올지 모르겠지만, 햇엘도 상당히 좋을 것 같다는 상상의 나래가 펼쳐졌다. 이어지는 여왕님 무대ㅠㅠㅠㅠ 에비타의 명곡을 불러주셨다ㅠㅠㅠ 에비타는 왜 안 돌아오는 거지?ㅠㅠㅠㅠ Don't cry for me Argentina 와 부에노스아레스 두 곡이었고, 힘들 때 용기를 얻게 해준 곡이라며 지앤하의 A New Life 그리고 요새 하고 계신 레베카맆을 불러주셨다. 여한이 없다. 여왕님 오래오래 무대 서주세요. 여왕댄은 이번달에 보러가요ㅠㅠㅠㅠ
그리고 대망의 피날레 무대, 헤드윅. 이 무대야말로 이번 서뮤페를 즉흥적으로 지르게 만든 가장 큰 요인이었는데, 그 높은 기대치에 비하면 조금 아쉽긴 했다. Tear me down(마욤,영어ver)-Sugar Daddy(마욤,영어ver)-Who you are(율츠학 솔로)-Midnight Radio(쏭뒥,한국어)-Angry Inch(마욤,쏭) 였다. 뮤페이기 때문에 가능한, 헤드윅이라는 극을 피날레로 올린 프로그램이 무척 유의미했다고 생각한다. 서울 한복판에서, 이렇게 커다란 무대 위에서,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결코 '주류'라고는 할 수 없는 헤드윅의 이야기가 쏟아져나오는 그 순간은, 진심으로 놀라웠고 또 감사했다. 그러나 모두의 몸이 달아오르게 만들기엔 다소 부족했던 시간, 극 자체를 잘 모르는 대중에겐 다소 무리였을 원어 넘버, 무엇보다 음향이 참으로 아쉬웠다. 물론, 나에게만큼은 너무나 행복하고 완벽한 시간이었다. 꼬까옷 입고 등장한 마욤드윅의, 섹시한 눈화장에 까만 망사 나시티, 요염한 자세, 완벽한 노래가 야외 특유의 분위기와 어우러져 미친 듯 소리 지르고 뛰어놀게 만들었다. 마치 토미를 연상시키는 외양과 분위기가, 마토미의 속죄의 투어에 쫓아온 것만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줬다. 쏭뒥의 믿나는 또 얼마나 좋던지. 중간에 율츠학 솔로가 너무너무 훌륭해서, 이 언니의 보컬에 다시 한 번 반하고 왔다. 요새 율토로켱으로 보고 왔던 쓰루더도어 초연을 되새기게 되는데, 아무 것도 모를 때 이 세 명의 배우 캐슷으로 보고 온 과거의 내가 참 대견스럽다ㅋ 앵인도 보컬 마이크 말썽만 아니면 참 좋았을텐데. 상황 파악하고 바로 중간 나레이션 부분을 멋지게 소화한 쏭뒥에게 무한한 감사와 사랑을 보내며, 다음 시즌에는 꼭 돌아오길 바란다ㅠㅠ 앵콜이 없어서 너무나 속상했으나 도심 한복판의 페스티벌이었으니 감안해야 하는 부분이겠지. 이런 걸 다 감안하더라도, 어쨌든 첫 날의 피날레였기에 보다 완벽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작은 아쉬움을 남겨본다. 모든 공연은 적어도, 최소한, 피날레만큼은 완벽해야 한다 믿기에.
여러모로 자라섬 때와는 많이 달랐고,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내년 3회차 뮤페가 열린다면 올공에서 다시 해줬으면 좋겠다. 거리적 이점도 엄청나고, 무엇보다 지나치게 광대하지 않은 공간이 오히려 쾌적함을 선사했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무대가 준비되지 않았다는 비판도 있지만, 그건 작년 자뮤페 때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큰 불만이 없다. 차라리 이번주에 난지에서 열리는 더뮤페가 무대는 더 다양할 것 같다. 이건 정말 안 갈 거지만ㅎ 뜨거운 햇빛이 조금 괴롭긴 했지만, 2년 연속 무사히 열린 뮤페 덕분에 맑고 높은 푸른 가을 하늘 아래, 선선한 야외에서 아름다운 노래들을 또다시 즐길 수 있었다. 작년에도 얘기했던 바지만, 매년 이런 행사가 꾸준히 이어졌으면 한다. 내년은 또 어떠한 무대로 눈과 귀와 마음을 풍요롭게 해줄지 벌써부터 기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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