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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g for you - 12화 김성수 감독님편 'W'

in 이화여자대학교 삼성홀, 2017.05.14 7시 공연



원래 본공연이 아닌, 콘서트나 팬미팅 형식의 공연은 가지 않았지만, 무려 김성수 음감님이 주인공으로 송포유를 진행하신다는데 안 갈 수가 없었다. 게스트가 누가 오든, JCS 오버츄어 하나만으로도 보러갈 이유가 충분하다고 생각해서 무난한 자리의 낮공을 하나 잡아두고 까맣게 잊고 있었다. 게스트 발표가 났을 때 혹시나 하던 이름이 없어서 오히려 다행이었고, 반가운 이름들이 많아서 기대가 차올랐다. 그런데 공연을 코앞에 두고 추가 게스트라뇨ㅠㅠ 뎅옵이 아예 안 오면 모를까, 온다는데 그 회차를 안 볼 수는 없었기 때문에 어찌저찌 밤공으로 표를 바꿔 들었다. 이어서 공개된 세트리스트를 보니 포우 함진과 헤드윅의 올진럽을 부르리라는 게 자명했다. 이날이 뎅드윅 첫공이자 뎅옵 뮤지컬 데뷔 6주년이라는 글을 얼핏 스치고 확신을 했고. 다만 낮공 셋리에 겟세마네가 있고 마저스가 온다는 말에 또 울었지만... 심지어 후기 읽어보니 마세마네 레전이었다고ㅠㅠ 흡. 하나를 위해서는 다른 하나를 꼭 포기해야만 하는 인생이여^_ㅜ 어쨌든 밤공만 보기로 하고 주말을 애타게 기다렸다. 


김성수 음악감독님. 밴드 및 오케스트라, 앙상블 배우분들. 송용진, 허규, 윤형렬, 최재림, 김지우, 린지, 최수형, 김도현, 이충주, 강필석, 김동완, 조형균. 


시작은 세월호 레퀴엠. EDM 풍으로 기계음 효과를 넣어 본인 목소리를 넣으며 디제잉과 지휘를 동시에 진행했다. 인간의 목소리가 어마어마하게 다채로운 악기가 될 수 있음을 드라마틱하고 극단적으로 보여줘서 조금 충격 받기도 했다. 익숙하지 않지만 경이로움 그 자체인 음의 향연에 둘러싸여 있다가 돌연 화질 안 좋은 영상. 짘슈를 비롯하여 여러 뮤지컬 오케피트에서 찍은 영상이었다. 그 사이 오케분들이 입장하셨고, 하얀 옷에서 검은 옷으로 갈아입고 나온 음감님이 뮤지컬 오버츄어 메들리를 지휘하셨다. 포우에서 JCS로 넘어가는 그 전환의 순간, 손 끝부터 전율이 치고 올라왔다. 지크슈 오버츄어의 절정에서 치닫는 충만감과 환희를 주체하지 못하고 눈을 꽉 감으니, 2년 전 여름 샤롯데 무대 위 새하얀 조명을 받으며 아래로 내려오는 거대한 십자가가 환각처럼 생생하게 떠올랐다. 바로 이어졌으면 좋았을텐데, 살짝 텀을 두고 곰유다의 헤븐. 락 한 곡과 포우 영원까지 세 곡을 했다. 그리고 재포우 등장ㅋㅋ 스탠딩 마이크 들고 들어오는데 왜 그 실루엣만으로도 웃음이 나오는 거죠ㅋㅋ 포우 매날 부르는데, 와 정말 목소리 짱짱하더라. 컨디션 최고라는 듯 시원하고 까랑까랑한 목소리에 영혼까지 시원해졌다. 성대를 타고났다는 걸 만날 때마다 느껴서 부럽기도 하고 그만큼 애정한다. 이어지는 슈퍼스타! 매날에서 배우 네 분이 코러스 넣어주시고, 수정앙? 맞으신가 암튼 유다걸이 슈스 때 신나게 춤춰주셔서 같이 신이 났다. 그리고 김지우 배우가 JCS의 I don't know how to love him 을 깨끗하게 불러줬고, 이후에 원령공주랑 애니 메들리가 이어졌다. 음감님 본인피셜로 '성덕'이라는 언급을 했는데, 그래서인지 이 연주를 할 때 유난히도 주변이 반짝거리더라. 지휘대 옆에 틀어 놓은 선풍기의 바람이 음감님 상의를 펄럭이는 모습에, 진부한 표현이긴 하지만 새하얀 구름이 가득한 연파랑색 하늘을 날고 있는 듯한 이미지가 겹쳐 모였다. 역시 인간은 본인이 가장 사랑하는 걸 하고 있을 때 가장 반짝거리더라.   


위대한 개츠비 넘버에 린지 배우 나왔고, 영화 Her에 나온 넘버를 불렀는데 옆에 음감님이 앉아서 기타를 치며 화음을 넣었다. 영화 인상적이었지. 연극이라 수락했는데 이십 몇 곡을 작곡했다던 극, 지구를 지켜라 의 노래도 연주됐고, 이어서 포우 나온 듯? 종 넘버 부르다가 셩그리 나와서 포우의 1막 마지막 피날레였던 이 넘버를 마무리해줬다. 널 심판해랑 맆까지 이어서 부른 거 같은데, 중간중간 대사도 다 해줘서 새록새록 1년 전 여름도 떠올랐다. 다음으로 처음 뵙는 김도현 배우님 나와서 페스트 제로 부르고, 이충주 배우가 달꿈 불렀다. 그리고 요옥균이 느릿하게 걸어나와서 곤투 저 바다 불러줬고. 허규 배우 다시 나와서 음감님 노래 및 포우 갈가마귀 불렀다. 이 넘버들의 향연 중간에 '지루한 시간' 이라며 연주곡들이 있었는데, 엄청 좋았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공포영화에 넣으려 했지만 실패했다던 '소울이터' 라는 곡이었다. 초중반에 발랄했다가 음산했다가 긴장감을 만들었다가 훅 치고 들어오는 반전과 반전에 홀린 듯 휩쓸려 같이 넘실댔다. 후반부는 뭔가 너무 익숙한데? 싶었는데, 나와서 찾아보니 이 곡을 포우에서도 사용했다더라. 키보드와 드럼을 제외하고, 주로 '현악기' 위주의 연주들은 마치 선이 분명한 도형들 같은 음을 공연장 가득 채워냈다. 개인적으로는 음감님이 왼쪽 아래로 지휘봉을 쾅 내리치면서 다함께 쾅- 하는 소리를 내는 굵고 강렬한 '선'을 가장 사랑하는데, 그 직선의 끝은 심장까지 닿는 거대한 진동의 파장이라서 더욱 풍만하고 강력하며 매혹적이다. 



마지막 게스트로 뎅옵 등장. 정중앙에서 살짝 왼쪽인 자리였는데, 정확하게 그 앞쪽에 스탠딩 마이크 세워서 너무 행복했다. 며칠 전 시라노 연습실 브이앱에서 연출 지시로 수염을 기르고 있다고 했는데, 이날 뎅라노도 그렇고 오늘 간담회 하신 류라노도 그렇고 수염 다 미신 것 같다. 여론이 안 좋아서 연출이 걍 포기했나? ㅎㅎ 아무튼 까만 줄무늬의 셔츠를 오른쪽 반절만 바지춤에 넣고 나머지를 늘어뜨리고, 까만 바지를 입은 오빠얌은, 진심 요정 그 자체였다. 목상태 별로고 연습 많이 못했는지 박자 틀리고 이런 실수들이 캐치는 됐지만, 나에게는 그저 '완벽했다'. 팬으로서의 콩깍지도 물론 있지만, 그 소년 같은 외모에 청량한 목소리 속 농염하고 끈적거리는 섹시함, 순간적으로 스치는 절망과 고독의 색감, 그럼에도 온 주변이 반짝거리는 위태하고 무해하지만 아름다움 그 자체. 그 순간이 너무 완벽해서, 이 순간을 그 감정을 가슴 가득 박제하고 싶었다. 그리고 뎅드윅으로 변신하여 대사를 좀 하고 the origin of love를 불렀다. 이야기를 풀어내듯 노래하는 목소리. 뒤돌아서 한 팔을 치켜올리는 듯 뎅언니 소환도 몇 번 있었는데, 따뜻함 그 자체인 목소리에 저절로 가슴 속 뭔가가 녹아내렸다. 뎅드윅, 언젠간 돌아오려나.


노래 끝낸 뎅옵이 게스트 토크 타임이라고 했지만 쏭이 나와서 아직 아니라고 쫓아보냈는데, 걸음걸이에서 다리 불편한 게 빤히 보여서 속상했다ㅠ 얼른 나아야 할텐데. 쏭이 음감님 칭찬하며 '하나의 브랜드' 란 이야기를 했고, song for you 인 만큼 음악을 많이 많이 전달하려 했다는 말도 했다. 그리고 다 나와서 간략하게 '성수 음감님은 xx이다' 하는 류의 토크를 했다. 곰을 제일 먼저 불렀다는 이야기나, 부르고 싶어서 고민했는데 흔쾌히 왜 말 안했냐고 하며 나와준 뎅옵 이야기도 했다. 아, 토그리 영상편지도 있었는데ㅋㅋㅋㅋㅋ 너무 타이밍 잘 맞춰서 "얘 보고 있는 것 같아" 하던 뎅옵과, 그 타이밍에 "촤아-" 해주던 구토델, 현토촤....ㅋㅋ 화룡점정으로 "김성수" 이름을 세로로 적은 종이컵을 들어 후루룩 마셔서 객석이 초토화됐다ㅋㅋㅋ 확실히 이상하신 분...ㅋㅋ 무대에서 객석 등지고 사진 찍었는데, 얼굴 잘 보일 것 같아ㅠㅠ 막곡 부르고 두 호흡 후에 앵콜 외쳐달라던 쏭의 말과 함께 이어진 페스트 코마. 앵콜은 록호쇼 오프닝이자 마지막 곡! 낮공에 마랑큰이 있어서 삼랑큰이 영어로 불렀다는데, 밤공은 마이클이 없어서 걱정이라며 토종 한국인이라 강조하신 조형균 배우님. 자첫이었다. 쏭랑큰, 쌀랑큰 둘 다 너무 좋을 것 같아.... 마이클 없으니 "적어도 두 번은 보라" 던 쏭ㅋㅋ 그리고 마지막 피날레 무대. 뮤지컬 록키. 모래성 쌓듯 다음 극을 올려 이전 극을 메꾸며 직원들의 정당한 임금마저 지불하지 않은 파렴치한 악덕고용주 엠뮤 때문에, 연습을 다 하고도 결국 공연 취소를 '당해야만' 했던 록키의 배우들과 스탭들. 그리고 그 상황을 같이 아파하고 속상해할 수밖에 없었던 음감님. 이 무대를 위해, 송포유 제안이 왔을 때 수락했다는 말에 가슴이 아팠다. 마지막 퇴장음악을 끝까지 듣고 벅찬 마음으로 공연장을 나섰다. 


극장에서는 매번 지휘봉을 흔들던 두 팔과 어깨만 보고 왔는데, 오늘 전신으로 음악을 지휘하는 음감님의 뒷모습을 마음껏 감상했다. 기억이 맞다면, 노다메 칸타빌레에서 작은 체구지만 지휘 도중 중요한 부분에서 '점프' 를 하여 집중을 유도하던 지휘자 캐릭터가 있었다. 본인이 음악을 즐기며 그 감동을 온 몸으로 내뿜는 그 장면이 아주 인상적이었는데, 김음감님의 지휘에 그 모습이 겹쳐 보였다. 통통 튀듯 박자를 맞추며 신나게 움직이는 발동작이나, 흐름을 강조하고 좀 더 끌어내려는 손동작, 위에서 언급한 칼을 휘두르듯 아래로 내리치는 동작, 눈을 감고 즐기듯 고개를 끄덕이며 흠뻑 빠져있는 뒷모습까지. 음악을 사랑하고 온 영혼을 다해 빠져있는 한 예술가를 만나고 왔다. 가능한 많은 음악을 내보이고 들려주고 싶어서 2시간 45분 여를 꽉꽉 음악으로 채워주신 음감님께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또 좋은 음악으로 귀를 황홀하게 해주시리라 굳게 믿는다는 말 또한 남기고 싶다. 너무너무너무 완벽하고 훌륭하고 감사한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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