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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in 충무아트홀 대극장, 2017.05.26 8시 공연




박은태 로버트, 옥주현 프란체스카, 박선우 버드. 은버트, 옥프란, 선우버드. 버드 역 이외에는 주연까지 포함하여 원캐스트인데, 원캐 공연 특유의 쫀쫀한 합은 인상적이었지만 아무래도 프란이나 로버트의 넘버가 많고 감정도 짙어서 좀 힘들어보였다. 전반적으로 극이 상당히 '완성'된 느낌이 강했다. 무대 전환 연출이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는데, 다양한 무대 소품들을 앙상블들이 직접 옮기는 연출은 살짝 몰입을 방해했다. 아주 부드럽게 장소를 바꾸고 장면을 전환한다는 연출 의도는 자연스럽게 전달이 되었지만, 공간을 표현하는 중요한 무대장치들이 '사람'을 통해 옮겨진다는 것이 시야에 들어오는 건 사람이 만들어 내는 '극'이라는 점을 부각시켜서 극 자체에 대한 몰입을 떨어뜨렸다. 물론 이건 나 개인의 취향이다. 중소극장에서는 이런 연출에 대해 전혀 불만이 없는데, 대극장에서는 불호였다. 다른 시간 다른 장소의 인물들이 분리되지 않고 서로의 공간을 침범하며 무대에 함께 존재하는 연출도 여러 번 등장했는데, 워낙 동선이 자연스러워서 각각의 이야기가 서로 더 돋보이게 만들어줬다. 오케 반주와 배우 노래의 합이 잘 맞았다. 마이크가 좀 작은지 1막 초반에 가사가 잘 안들리는 부분이 있긴 했지만 카랑카랑한 목소리의 배우들이 많아서 귀가 금방 적응했다. 스토리도 크게 급작스럽지 않았는데, 이야기의 큰 줄기를 이미 알고 있어서 잔잔하게 영화 보듯 관극할 수 있었다. '이해'는 하지만 '공감'은 되지 않는 감정이 넘쳐났는데, 나이가 더 들면 조금 달라질 수도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1막보다 2막이 더 좋았다. 넘버들도 초반 넘버보다는 후반부 넘버들이 더 취향이었고. 



단 한 번의 순간. 은버트가 무반주로 노래하는 이 넘버의 초반부가 너무너무 좋아서 그 순간이 영원하길 내심 바랬다. It All Fades Away 는 은버트 노래 나온 뒤로 주구장창 듣고 다녔는데, 라이브로 들으니 역시 훌륭했다. 청량하고 맑은 이 넘버와 무대 연출이 아주 잘 어울렸다. 옥프란은 같이 보러 간 엄마가 극찬을 하시며 감정선을 칭찬할 정도로 연기가 훌륭했다. 특히 1막 첫 곡에서 자신의 인생을 풀어내는 넘버를 아주 짙고 여운 넘치게 부르며 객석 몰입도를 확 높이는 옥프란의 존재감이 충무를 꽉 채웠다. 이 극은 '여성' 캐릭터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말해주는 넘버가 2곡이나 있다는 점이 아주 인상적이었는데, 유리아 배우의 Another Life 가 엄청 시원시원하고 매력적이었다. 2막 첫곡에서 로데오 경기하는 부분의 넘버도 무척 좋았고. 그러나 이 날 관극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배우는 딸 캐롤린 역의 송영미 배우였다. 목소리와 노래가 카랑카랑하고 매력적이었고, 연기도 좋았다. 이 배우 처음 만나는 것 같은데 앞으로 다른 극에서도 자주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더라. 



※스포있음


훈훈하고 멋지며 매력적인 은버트를 설렘 가득한 기분으로 바라보고 있었는데, 아이스크림 가게로 몸을 돌리는 옥프란을 눈물 가득 고인 눈으로 바라보며 입가에 미소를 거는 모습에 제대로 심장을 얻어맞았다. 가족을 사랑하는 그 모습까지도 사랑했다며, 사랑하는 상대의 선택을 존중하고 그 행복을 빌어줄 수 있다는 그 미소. 애타는 얼굴로 간절하게 떠나자며 손을 내밀던 은버트가, 사랑의 미련이 여전히 짙게 남아있는 표정을 그대로 남겨둔 채 슬프지만 옥프란을 이해한다는 미소를 입가에 띄우는데, 그 마음이 애틋하여 여운이 짙다. 옥프란도 그런 은버트이기에 금세 사랑에 빠지고 열렬하게 시간을 공유하며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날 결심도 할 수 있었으리라. 물론 그렇게 떠났다면, 이 사랑의 색감이 사뭇 달라졌을 것이다. 운명적인 사랑을 믿고 갈구하지만 영원한 사랑은 불신하는 나는, 이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죽는 그 순간까지도 영원히 그대를 사랑했노라 고백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뤄지지 않았기에 절절하고 애틋하고 아름다울 수 있는 감정, 사랑. 



카드사가 주최하는 문화행사 매번 쏠쏠하게 이용하고 있다. 관객들에게 '독초' 꽃을 나눠주는 센스 덕분에 집에 돌아오는 내내 노란 꽃을 보며 기분이 좋았다. 은버트 차기작은 뭐가 되려나. 벤허 해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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