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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테크리스토
in 충무아트홀 대극장, 2016.12.27 8시 공연
류정한 몬테크리스토/에드몬드 단테스, 린아 메르세데스, 최민철 몬데고, 조원희 파리아 신부, 난아 루이자, 장대웅 당글라스, 조순창 빌포트, 임준혁 알버트, 최서연 발렌타인, 류린미남 페어막. 류미남 페어막. 류몬테/류드몽 7차. 류몬테 막공주 첫 번째 공연...
아악 벌써 막공주라니 믿을 수가 없다ㅠㅠ 아니야, 꿈일 거야. 올해가 끝나는 것보다 류몬테 막공이 다가온다는 게 훨씬 슬프고 암담하다. 올해야 뭐, 어떻게든 끝나준다는 게 감사할 정도니까. 아무튼 커튼콜 때 지옥송 부르고 구십도로 인사하신 류배우님이 한참 허리를 피지 않으시길래 길게 환호를 보내드면서, 기분이 묘해졌다. 이제 한참 동안 무대에 서지 않을 배우가 온 힘을 다해 객석의 박수소리와 함성을 기억하려는 느낌이 들었달까. 힝. 시라노 무대 서주실거죠, 배우님..? ㅠㅠ 양 옆 배우들 손 붙잡고 인사하실 때 만세 한 번 하고 나서 인사해야 하는데 먼저 해버리셔서 민망해하시는 류배우 덕에 마지막은 웃었지만, 눈 앞에 닥쳐온 '끝'의 의미가 어마어마하게 다가온 관극이었다.
※스포있음※
그리고 뭐 여러모로 레어했달까, 화욜 징크스가 강했던 공연이었다. 넘버 개사를 이토록 심하게 하는 류배우님은 또 처음이었다ㅋㅋㅋㅋㅋ 지옥송 좋아하는 디테일 다 살려서 초반에 저음으로 내려깔고, 변주도 하고, 감정선이나 목소리도 짱짱해서 같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었는데, 계단에 다시 올라가서 부르는 후반부의 가사들이 제대로 짬뽕이 되어 버렸다. 원래 "분노한 신의 뜻을" 하면서 시작되는 부분을, "어서와 기다릴게 .... 앞에서~" 하며 가사를 먹고 아마 뒤에 "..에 자비는 없어 / 막다른 곳에" 하며 이어가셨던 거 같다. 인터 때 적었는데 기억이 안나네. 선명하게 기억나는 개사는 "마지막 행복 즐겨" 를 "공포와 두려움 뿐" 으로 바꾸신 거다ㅋㅋㅋㅋㅋㅋ 이어지는 가사 "금방 끝날테니" 는 제대로 하셔서 뭔가 엉망진창이 되어 버렸어ㅋㅋㅋㅋ 아니 뭐 복수송 하나로 휘리릭 끝나버린 복수를 생각해보면 말이 안되는 건 아니지만서도ㅋㅋㅋㅋ 배우님 동공지진이 6열에서도 느껴져서ㅋㅋㅋㅋㅋ 그래서인지 "무릎 꿇어봐" 하고 나서 "나에게 애원을 해봐" 이 부분을 평소답지 않게 분노와 빡침 가득 담은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불러주셨다. 뭐, 나름 레어라 좋았습니다...ㅎ.... 2막에서도 약간 핀트 이상한 부분에서 집중 떨어진 것 같은 느낌이 들긴 했다. 지하감옥 칼싸움에서 동선 타이밍이 미묘하게 안 맞고, 마지막 루이자 찌를 때도 칼동작 합 안 맞았다. 마지막 메르세데스가 찾아왔을 때 "당신이 내게 진 빚은 없소," 하고 이어지는 대사 살짝 혀 꼬일 뻔 하니까 잠깐 텀 두고 메르 팔 먼저 붙들면서 "'이렇게' 당신을 다시 만난 것만으로도" 하면서 제대로 이어갔다. 덕분에 목요일 세미막(...ㅠ)은 이 갈고 나와주실테니, 기대하겠습니다ㅎㅎ
화요일 징크스 이야기를 이어가자면, 일단 이제 드디어 몬테 음향팀이 충무 음향을 잡았다. 오래도 걸렸다, 증말. 이럴 거면 음향 잡을 때까지 프리뷰할인 줘. 하지만 음향이 깨끗해지니 문제는 오케. 이브 때도 그렇고 이날도 부음감님이신 것 같은데, 박자 진짜 이상하다. 오케만 나올 때는 크게 문제 없는데, 배우들 노래할 때 박자가 들쭉날쭉하니까 되게 거슬리고 오케에 자꾸 신경이 쓰인다. 음악이 긴장감 있는 쫀쫀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려면 일단 배우 넘버를 탄탄하게 받쳐줘야 하는데 그 기본적인 게 안되는 느낌이다. 언제나 그대 곁에 넘버는 이브 공연에서도 가장 거슬렸는데, 이날 공연도 제일 이상했다. 혹시 주말에 편곡 다시 한 건 아니죠....?.... 내가 알고 있는 넘버와는 전혀 다른 곡을 이날 듣고 왔다. 배우들도 전반적으로 좀 붕 떠있는 느낌이었다. 연말이라 그런가 다들 집중을 못하고 있는 것 같아서 아쉬웠다. 류배우님 막공주란 말입니다ㅠㅠ 몬테 자체자막 주간이란 말이에요ㅠㅠ 서연발렌타인의 연기가 크게 거슬렸던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 이날 정말 별로였고, 린아메르도 세월이 지나 넘버 중간에 살짝 몰입 떨어진 게 보여서 아쉬웠다. 준혁알버트는 어째 노래가 다시 좋아져서 그냥저냥 만족하고 있었는데 하루하루죽어가 맆에서 비음이 너무 답답했다. 다른 배우들은 특별히 꼽을 만한 아쉬운 점은 없었지만, 그래도 전반적인 공연 분위기가 산만했던 건 지적하고 싶다. 1막은 완전히 몰입해서 재미있게 봤는데, 2막은 살짝 집중이 떨어졌어ㅠㅠ
그래서 1막 중심 류드몽 디텔 위주만 남겨야겠다. 배 내려오기 전에 린아메르 얼굴 붙들고 키스 한 번 더 하고 내려오는 류드몽. 아예 작정하고 허리 접은 채 모렐선주 쪽으로 종종종종 돌진하다가 콩 하고 배를 툭 쳤다. 슬로모션 장면에서 원래 매번 배 위로 올라가려는 류드몽을 여앙 두 명이 막는데 이날은 올라가려는 시도 자체를 안 한 것 같았다. 탭댄스 전후에 린아메르 현웃 터진 거 있었는데 이유는 모르겠다. 체포한다고 말하는 병사앙에게 반박하다가 수갑찬 손이 병사 가슴에 실수로 닿았는데, 자연스럽게 놀란 듯이 제 손을 쳐다보고 고개 살짝 숙여 사과하는 류드몽 애드립 좋았다. 오통 내려가고 다시 무대로 올라오면서 자신을 붙든 병사에게 계속 억울함 호소하는 디테일 유지했다. "전 정치 같은 것에 관심 없습니다" 하는 답변을 빠른 속도로 아주 명확하게 쳐서 인상적이었다. 감옥에 들어오고 나서 닫힌 문을 손으로 쾅쾅 치고 둘러보다가 침대 앞쪽에 단정하게 무릎 꿇고 앉아서 기도하는 자세가 엄청 올곧아서, 아직 에드몬드가 현실인식이 덜 되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자신은 무고하니 곧 나갈 수 있으리라는 생각과 함께 기도 중 환상처럼 발견한 메르세데스를 향해 손을 뻗으며 힘을 얻는다. 여기 전후로 오른손 들어 머리 짚는 디테일을 지난 공연들에서도 몇 번 한 적이 있었는데, 리뷰 쓸 때 매번 까먹었더라. 이날은 한 번만 짚었다. 이브 공연에서 많이 짚었던 거 같음. 메르세데스 노래할 때 문 바로 옆 벽에 기대 무릎 세우고 앉아있다가 갑자기 오른쪽 팔을 확 들어 몸을 껴안는 듯한 자세를 취했는데, 별 거 아닌 동작이었음에도 그 외로움이랄까 고통이 훅 치고 들어오는 기분을 받았다. 언제나 그대 곁에, 목소리는 짱짱하셨다. 오케가 불만족스러워서 그렇지. 마지막에 "메르세데스," 하고 부르는 육성이 들렸다. 옆에 있던 사랑이 지금은 없음을 깨닫는 순간, 사무치게 외로움을 느끼며 몸을 감싸고 울면서 침대에 털썩 주저앉는다. 하루하루 죽어가 넘버도 좋았는데, 류드몽이 '한 발자국 씩' 죽어가고 있다는 게 지금까지 중 가장 강렬하게 들었다. 넘버 초반 머리스타일 때문에 만난 적도 없는 류지킬 지뢰를 밟았다. 이날 가발이 평소랑 살짝 다른 느낌이었다. 특히 14년 후 헤어가 상당히 단정해서 가발을 하나 덜 쓴 건가 하는 뻘한 생각도 했다.
14년 후 바닥돌이 들썩거리니까 손으로 툭, 퍽, 치더니 꾹 눌러버리려던 류드몽ㅋㅋㅋ 자신을 꺼내달라는 원희파리아 말에 "싫어요," 하며 도리도리하는 등 전반적으로 겁을 많이 냈다. 소심한 느낌. "자네 같이 건장한 청년과 함께라면 금방 탈출구를 뚫을 수 있겠어," 하는 말에 신나서 벌떡 일어나다가 스탭 꼬여서 대차게 휘청거리신 류드몽ㅎㅎ 안 넘어지셔서 다행이에요, 조심하세요ㅠㅠ 글 적으라고 던져준 목탄 이리저리 보다가 혀에 가져다 댄다거나, 숟가락 앙 무는 디테일은 매번 하시는 거고. "비열한 그자들" 하면서 부르는 부분 너무나 취향저격인 것. 원희파리아 넘버가 이날 정말 좋았다. 그 따뜻한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서도 극강의 분노에 휩싸여 부들거리는 류드몽 노선도 좋았다. 신부님을 여기에 두고 갈 수 없다고 울먹이다가, 세상을 용서하라는 유언에 눈빛이 바뀌며 활활 타오르는 푸른 불꽃 같이 터져나오는 감정을 스스로도 주체하지 못한다. 파리아에게서 지도를 받아들고 거기에 시선을 고정하며 "정의조차 사겠어!" 하고 짓씹듯 카랑카랑하게 노래하고, 그 참혹할 미래의 복수를 눈에 그리는 듯했다. 제 어깨 위로 툭 떨어지는 파리아의 얼굴에 울면서 "신부님.... 사랑해요" 하는 디테일 여전히 했고.
해적선. 말끔해진 류드몽 모습에 새삼 치인 것 같아. 으으. 핵존잘!! 이라기보다는, 그 눈빛이나 입가에 거는 미소가 훅 치고 들어오는 느낌이었다ㅠㅠ 앞으로 두 공연만 더 하면 쉬실 배우님한테 다시 치이면 대체 어쩌자는 거냐고, 나는ㅠㅜ "이 돛만 봐도," 하면서 뒤돌아 뛰어가실 때에야 비로소 멈춰있던 숨을 내뱉었다. 흐엉. 배우님께 그만 치이고 싶다..... 아무튼 강아지 인형 애드립ㅋㅋㅋㅋ 그걸 또 쿨하게 집어서 던져버리시고 오케 쪽 오시면서 슬쩍 현웃 흘리시던 류드몽. 오케피트에 엄청 꿍시렁거리셨다. 이날 류드몽은 '선원' 이었던 사람으로서, 해적선의 상태를 보고 그들을 한심하게 여기는 모습이었다. 이들을 잘 설득시켜서 이 배에서 살아남아야겠다는 긴장감도 있긴 했지만, 천방지축 분위기에 적응이 되지 않는다는 듯 '후우' 하며 한숨을 몇 번 쉬었다. 자코포한테 인상 쓰다가 미간 확 펴며 웃는 모습 매번 봐도 심쿵이다. 류드몽 손을 김선앙이 엄청 세고 아프게 잡았는데, 제대로 짝 소리가 났다. 그 소리에 놀라서 본능적으로 자유로운 왼손을 들어 오른쪽 귀에 가져다 댄 류드몽ㅋㅋㅋㅋㅋ 너무 놀라고 아프셨는지 제대로 애드립도 못하고 손 털면서 뒤쪽으로 갔다ㅋㅋㅋ 왕이되어 맆이야 늘 그랬듯 좋았고.
2막은 간략하게. 류몬테 수염 너무 진하다ㅠㅠ 아, 여자 에서 보통 메르세데스 환상을 보며 행복하게 웃는데, 이날은 별 표정이나 감정 없이 가만히 바라보더라. 가까이 다가왔을 때 살짝 웃어주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이날 류몬테는 아름다운 추억을 간직했던 '에드몬드' 를 완전히 잊어버렸다는 점에 무게중심을 둔 노선이었다. 이 넘버에서 눈 감은 채 이어 부르려다가 알버트가 치고 들어오니까 멈칫하고 씩 웃으며 어쭈 이놈봐라, 하는 표정 디테일 엄청 좋아한다. 복선 느낌 낭낭한 편이고. 칼싸움 위에서 대충 말했는데, 짠 하고 나서 박수 열심히 보냈지만 배우님은 계속 가만히 계시고 객석은 조용하길래 환호 제일 먼저 질러 드렸다ㅋㅋㅋㅋㅋ 팔 벌리고 눈 감은 채 환호성을 양껏 즐기시는 표정과 몸짓이 넘나 귀여우셨다ㅋㅋㅋㅋ 파티장. 오만하고 냉랭함이 가득하다. 몬데고를 소개하는 알버트 목소리에 얼굴 전체가 바들바들 떨리면서 온 몸으로 노여움을 짙게 뿜어냈다. 하지만 메르세데스와 눈이 마주치고는 뿜어내는 감정의 색감이 달라진다. 눈물 가득한 얼굴로 메르 얼굴 뒤쪽에서 "차가운 지하감옥에서 죽어버렸어" 하면서 울먹거린다. 확실히 이 두 사람이 십수년 동안 바라고 기대하고 상상했던 재회는 이런 게 아니었을텐데, 싶어서 안쓰러웠다. 린아메르 같은 경우는 에드몬드가 죽었다고 들었기에 그저 '기적' 을 바랄 뿐, 실제로 재회가 현실화 되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않았을 터다. 애초에 그의 기억에서 에드몬드라는 존재는 가장 아름답던 시절 가장 찬란한 과거 속에서만 존재하는 인물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류드몽은 감옥에 갇혀 있던 그 지리하고 고통스러운 순간순간을 오로지 메르세데스와의 재회만을 그리며 살아왔을 것이다. 특히 이날은 '사랑' 에 중점을 크게 둔 에드몽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을 테고. 그 엇갈린 두 사람의 세월이, 두 캐릭터의 의상처럼 강렬한 빨강으로 물들어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잔혹한 운명으로 다가왔다. 이 넘버를 통해 기나긴 시간 속에서 스스로를 좀 먹으며 짓눌려 버린, 살을 에는 괴로움을 느낀 건 처음이었다. 복수송 늘 그랬듯 훌륭했고, 과거의 나 자신도 아름다웠다. 지워버린 에드몬드의 기억이 생생하게 다시 차오르는 느낌. 몬테크리스토의 정체성이 에드몬드의 기억을 덧입으며 새롭게 태어나는 이미지가 연상됐다. 반짝거리는 느낌. 미남몬데고와 류몬테의 마지막 결투..ㅠㅠ 알버트가 자신의 아들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혼란에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는 표정이다가 천천히 계단에 주저 앉고는 마치 감옥에서처럼 무릎을 모으고 고개를 숙여 흐어, 하고 울어버린다. 이날 언제나 그대 곁에 맆은, 류몬테가 '알버트', 자신의 아들이라는 새로운 삶의 목표이자 의지를 얻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메르세데스가 알버트의 눈을 통해 자신을 보리라고 노래했던 과거의 내 모습 넘버 가사처럼, 몬테 자신도 그의 눈을 통해 과거의 자신을 다시 마주하게 된 것이다. 여러모로 마음에 드는 디테일과 감정선이 많아서 화욜 징크스든 지옥송 날림이든 죄다 무관하게 나름대로 만족스러운 관극이긴 했다.
설마 이제 류몬테 세미막 표 밖에 없는 거야, 나??!..... 누가 막공 표 좀 버려주세요ㅠㅠ 이대로는 못 보내드리겠어 엉엉 꿈일 거야.... 내년 상반기에 류배우님이 무대에 안 계실 리가 없어..... ㅠㅠㅠㅠ 입덕 이후 가장 긴 공백기를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아직 안됐어....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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