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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더리퍼

in 디큐브아트센터, 2016.08.12 8시 공연





류정한 다니엘, 조성윤 앤더슨, 테이 잭, 김대종 먼로, 김예원 글로리아, 정단영 폴리. 류다니엘, 엉더슨, 테짹, 대종먼로, 예원글로리아. 류엉테. 짹 자둘. 



이 극, 다니엘이 주인공 아닌가? 처음 캐슷 발표 됐을 때 류배우님이 다니엘 캐슷이라는 말에 경악하던 반응이 여전히 납득이 안간다. 기존에 이 역할을 했던 배우들을 생각해보면 1막의 어리고 순수한 열정으로 가득한 모습이 어울리지 않으리라는 우려 때문이었을 것 같긴 하다. 하지만 앤더슨보다 다니엘이 훨씬 드라마틱하고 흥미로운 캐릭터라서 류다니엘을 만나볼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럽다. 물론 앤더슨 넘버를 부르는 류배우님의 목소리를 들어보고 싶긴 하지만.   



※스포임






글 쓰다 날려서 간략하게 디테일과 애드립 위주로. 엉더슨 비브라토가 많이 줄고 감정선은 더 깊어졌더라. 목소리는 취향인데 노래할 때 바람소리 섞이는 게 살짝 아쉽다. 그래도 '회색도시'부터 쭉 이어지는 짙고 어둡고 묵직한 감정이 너무너무 좋아서 같이 눈물을 쏟았다. 마지막 장면까지도 눈물이 흘러 넘치는 얼굴로 휘몰아치는 복잡한 감정을 서서히 가라앉히며 묻어버리는 연기가 아주 좋았다. '이 도시가 싫어' 마지막에 하이노트로 샤우팅 확 질러서 짜릿했다. 단영폴리는 1막 첫 솔로 '버려진 이 거리에' 넘버가 살짝 불호다. 하지만 2막에서 앤더슨과 마주하는 연기합이 좋고, 넘버 '아주 오래 전 얘기' 도 훌륭해서 의아하다. 초반인데 감정이 과하게 들어가서 짓씹듯 부르는 딕션이 크게 와닿지 않는 것 같다. 처음 만난 예원글로리아는 뭐라 딱 꼬집어 지적할 게 있는 건 아닌데 매우 미묘하다. 일단 너무 어리고 예뻐서 글로리아라는 캐릭터와 살짝 괴리감이 느껴지고, 노래할 때 사용하는 발성이 일관되지 않아서 넘버가 번잡했다. 실력은 괜찮은데 다듬어지지 않아서 들쭉날쭉한 느낌에 살짝 긴장을 하고 보게 됐다. 1막 넘버보다 2막 넘버가 훨씬 좋았다. 공연하면서 목이 풀리는 것 같았고, 해맑은 캐릭터보다 절절한 감정을 훨씬 잘 살려냈다. 성량은 예글이 킴글보다 괜찮았지만, 고음의 안정감이 조금 떨어지니까 '어쩌면' 듀엣에서 류배우님이 확 배려해주는 게 느껴졌다. 기본적인 발성도 괜찮고 연기도 좋은데 미묘하니까 신기하다. 어차피 글로리아는 더블 두 배우 가릴 캐슷은 없다. 마찬가지로 먼로 더블 캐슷도 둘 다 좋다. 의욱먼로가 '알 권리' 를 운운하며 인권침해를 자행하는 나쁜놈이었다면, 대종먼로는 가볍고 세속적인 면이 짜증스럽지만 종국에는 그 처절함에 혀를 차게 되는 불쌍한 놈이었다. 물론 두 사람 다 기레기인 건 마찬가지지만. 아, 카메라 플래쉬 많이 안 터뜨려서 좋았다. 테짹 넘버 훨씬 좋아져서 깜짝 놀랐다. 자첫 때는 호흡도 그렇고 발음 놓는 부분이 살짝 거슬리는 부분이 있었는데, 이날 관극 때는 아주 만족스러웠다. 비슷한 표정을 많이 짓는데, 짹이라는 캐릭터 자체가 워낙 평면적이라서 크게 거슬리지 않는다. 오히려 큰 눈과 길쭉한 프로포션을 살리는 표정 및 동작 연기가 장점으로 부각된다. 류배우님과의 합도 잘 맞아서 더 마음에 들고.  





류배우님 캐릭터 좋았다. 첫 등장에서 목소리가 너무 좋아서 컨디션 괜찮으시구나! 싶었고, 몇몇 넘버에서는 저음으로 꾹꾹 누르며 전혀 다른 느낌으로 불러주셔서 행복했다. 다만 본공첫공 때와 다르게 성량에 압도당하는 느낌이 적어서 아쉬웠다. 1막에서 "자...자...자세하게 말하자면" 라고 살짝 대사를 잊은 듯 했고, 2막에서 잭과의 만남에 대한 진술 부분에서 대사 조금 늦게 들어갔다. '누굴까?' 다음에 퇴장하면서 "아!" 하며 오른쪽 주머니를 뒤적뒤적하더니 텅 빈 걸 확인하고는 망설이다가 손키스를 짠~! 반응 좋으니까 한 번 더! 또 반응 좋으니 마지막으로 한 번! 격한 반응에 고개까지 갸웃 하고 황급히 글로리아의 뒤를 따라가는 모습에 광대가 내려오질 않았다. "날마다" 하면서 웃는 것도 좋고, "글로리아," 하고 부르고 "그냥 불러봤어요" 라는 애드립도 두 번이나 했다. "런던은 참 멋진 도시에요" 하는 애드립이 정말 마음에 든다. "난 이 도시가 싫다" 라고 하는 앤더슨의 모습과 대비되는, 영리한 대사다. 개인적으로는 '이봐 친구들아' 에서 "그래서 같이 가자고 하셨어요?" 라는 친구의 질문에 "아니요," 라고 대사 덧붙인 것도 완전 마음에 든다. 예전 뮤비들 보니까 질문 받자마자 바로 "편지를 썼어요" 라고 말하는데 좀 어색했거든. 이 부분 말투도 너무 좋다. 글로리아에게 가면서 "같이 올게" 라고 안하고 "같이 갈게" 라고 대사를 살짝 바꿨는데 이게 유지되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전반적으로 1막의 대사 목소리가 첫공 때보다 덜 어려진 것 같았다. 1막 마지막에 혼란스러운 표정이다가 광기어린 웃음을 만면에 지으며 테짹의 웃음소리와 함께 류다녤의 웃음까지 점차 합쳐지며 절정으로 치닫는 부분에서 소름이 확 끼쳤다.  



그리고 2막. 이미 스토리를 알고 있어서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류다니엘은 이날 유난히 '잭'을 자신의 또다른 자아로 보고 있는 듯한 인상이었다. 글로리아를 핑계로 댄 내면 깊은 곳의 끔찍하고 잔혹한 욕망. 그 모습이 자기자신의 일부임을 알고서도 외면하고 애써 양심을 내세우며 변명하고 회피하지만, 결국 '계약' 이라 운운하며 자기합리화를 하고 만다. 그 우울함과 짙은 패배감, 고통. 글로리아의 '기도' 를 들으며 절망하는 표정과 결심. 하지만 '내가 바로 잭' 넘버에서 광기에 찬 표정과 묵직한 목소리로 진실을 오롯이 마주한다. 이 넘버가 완전 취향이라서 좀 더 길었으면 좋겠다. 눈 희번뜩하게 뜨며 손에 쥔 칼을 바라보는 류다니엘의 표정이 섬뜩하다. 앤더슨을 쓰러뜨리고 먼로를 찌른 류다니엘을 향해 글로리아가 비명처럼 절규한다. 이제 그만! 이라고. 그런 그를 향해 "글로리아!" 라고 혼내키듯, 단호하게 이름을 부르는 류다니엘. 탕. 예상했던 결말인듯 차마 그 쪽을 쳐다보지 못하고 있다가 천천히 악몽에서 깨어나는 것처럼 숨소리가 거칠어진다. 정적만 가득 내려앉은 무대 위에서 유일하게 움직이는 한 사람. 어렵게 발걸음을 떼며 가까이 걸어가면서 점차 울먹임이 섞인다. 짧지 않은 정적의 순간 동안 그 공간, 그 시간을 완벽하게 장악하는 류배우님의 존재감에 압도당했다. 이 극의 주인공은 다니엘이 맞다니깐. 



물론 이 극의 주제는 연구실을 폭파시키기 전 앤더슨의 절규다. "동정하지 마!!" 이 이야기가 대중에게 알려진다면 그들은 동정받을 테고, 다니엘이 저지른 끔찍한 죄는 미화되고 포장되어 기억될 것이다. 그의 손에 희생된 다수의 생명은 잊혀지고 무의미해질 것이다. 결코 그런 결말을 용납할 수 없는 앤더슨은 모든 진실을 제 손으로 묻는다. 사건은 미해결로 남는다. 영원히. 하지만 앤더슨이 마냥 옳다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이날 엉더슨은 류다니엘을 제 손으로 죽인 뒤 먼로를 향해 눈물 가득한 얼굴로 울먹이며, 광기에 찬 웃음을 멍하니 흘렸다. 이 극에서 제정신인 사람은, 없다. 





이날 류배우님의 노선은 완벽한 싸이코패스여서 매우 흡족스러웠다. 레어한 노선인 것 같았다. 위압적이고 공포스러운 강렬한 표정을 한동안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신경질적으로 오른손으로 머리를 짚으며 짓는 표정도 무척 좋았는데 늘 그렇듯 내 눈은 박제 기능이 없어서 안타깝다. 아, 라만차 지뢰. 1막에서 짹을 뒤쫓는 경찰들까지 모두 사라진 뒤 "야 이 나쁜 놈들아!!" 하고 허공에 소리 지르고는 "깜짝 놀랐잖아" 라고 중얼거린다. 그리고 2막에서 레베카 지뢰. 폴리의 죽음 앞에 절규하는 엉더슨에게 비웃음 가득한 광기 어린 얼굴로 "덤벼" 라고 말했다. 소소하게 애드립 넣어주셔서 좋았다. 



다음 짹 관극은 아마 8월말이 될 듯하다. 디큐브 진짜 너무 멀어서 피곤하다. 류배우님 차기작은 충무 맞으신가요. 대극장 중에서는 충무가 가장 편하고 가까워서 작품과 무관하게 그냥 충무였으면 좋겠다ㅠㅠ 블퀘도 괜찮긴 한데 음향 때문에 짜증나서....... 휴우. 샤롯데도 나쁘진 않은데! 아직 샤롯데 무대 위의 류배우님을 못 만나뵈서 아쉽다. 내년 스위니도 샤롯데인가....??... ㅋㅋ 짹 마지막 티켓팅이 끝나니 슬슬 배우님의 차기작이 궁금해진다. 쉬지만은 말아주세요, 늘 그랬듯이. 무대 위 배우님 덕에 힘을 얻습니다. 이 더위에도, 이 슬픔에도, 이 무기력함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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