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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타하리
in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2016.05.13 8시 공연
류정한 라두, 옥주현 마타하리, 엄기준 아르망, 김희원, 홍기주. 류라두, 옥타하리, 엄르망. 옥류엄.
결국 보고 왔다. 여기에 리뷰를 길게 쓸 생각은 없다. 류배우님이 무대 위에 계실 때만큼은 조명이 있든 없든, 무대 끝에 서시든 정중앙에 서시든, 오로지 류라두만 바라보며 간만의 재회를 마음껏 즐겼다. 1막 후반부터 2막 내내 목이 너무나도 짱짱하셔서 눈과 귀가 모두 행복했다. 무대인사에서 옥타하리 덕분에 짧게라도 배우님 육성을 들을 수 있어서 감사했다.
무대 연출팀 상 받아야 한다. 음향, 의상, 조명팀은 여러 측면에서 아쉽고 실망스러웠다. 특히 음향. 정말 1막 초반에 스피커를 발로 차서라도 답답함을 풀고 싶었다. 블퀘 만든 사람은 결코 '공연장' 비스무리한 곳 근처에도 얼씬거리지 마시길. 넘버는 전반적으로 불호. 작곡가 본인 자가복제는 별로 없었는데, 몇몇 넘버에서 다른 노래들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라두 넘버에 저음이 많았던 것만큼은 아주 좋았지만. 아, 안무팀도 반성하길. 예술에 대해 상당히 관용적임에도 불구하고, 여자 앙상블들의 거의 모든 안무들이 '예술' 이라기보다는 '음란' 에 가깝다고 느꼈다. 안무, 몸짓, 행동이 천박해보이니 극 전체의 퀄리티마저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듯했다.
배우들은 좋았다. 옥타의 목상태가 최상은 아닌 듯했지만, 잔잔하고 감성적인 넘버에서 예쁜 목소리가 유난히 빛을 발했다. 엄르망은 첫 등장씬에서 소년미가 넘쳐서 깜짝 놀랐다. 아르망 넘버들을 듣다보니 택르망이 어떻게 노래를 할지 너무나도 생생하게 상상이 되어서 오히려 궁금증이 완전히 증발해버렸다. 넘버들이 레오 목소리와 음역대에 상당히 어울릴 듯하지만, 취향은 결코 아닐 게 뻔하다. 희원배우님은 레베카 때보다도 훨씬 좋았다. 연기도, 노래도, 감정도.
오슷은 결국 안 나올 분위기다. 류배우님만을 보며 또 관극을 하기엔, 너무 지친다. 이 극을 제작한다는 말을 듣는 순간 상상했었던 그 모든 것들이 고스란히 담긴 세 시간을 실제로 마주하자니 짙은 피로감이 축적됐다. 극은, 뮤지컬은, 종합예술이니까. 내가 아무리 류배우님 목소리 덕후이자, 류배우님 얼빠라고 하더라도, 아닌 건 아닌 거다.
그러니 류배우님, 막공까지 무탈하게 공연하시고, 7월에 디큐브에서 뵙겠습니다. 레베카 이후 두 달을 참았는데, 까짓거 뭐 두 달 더 참아보죠. 아니, 참아야만 하는 거죠. 찰나를 쫓는 이 막막하고도 찬란한 덕질을 하는 순간부터 이미 선택할 권리는 박탈당했으니. 입덕 1주년 기념일은.... 무지 맛있는 맥주라도 홀로 마시면서 쓸쓸히 자축하겠습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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