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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타보이즈

in 대학로 유니플렉스 1관, 2016.06.15 8시 공연

 

 

 

 

뜻밖에 초대권이 당첨되어 보게 된 공연. 바로 전날에는 유플 2관에서 관극했는데, 이날은 지하에서 막 개막한 무대를 보게 되다니 뭔가 대학로가 갑자기 내집 같아지더라. 간단히 총평하자면, 배우들의 열연과 밴드 음악의 조화에도 불구하고 극 자체가 너무 헛점투성이에 진부하기 짝이 없어서 혹평 아닌 혹평을 할 수밖에 없는 극이었다. 극이 처음으로 수출된 곳이 한국이었고, 초연을 충무 대극장에서 했다니 진심으로 상상이 가지 않았다. 초반 영상이나 흐름 등이 상당히 일본풍이어서 내심 당황했다. 약간 애니 우타프리 느낌이 나는 것이, 넘버는 무지 좋은데 내용은 병맛인 뭐 그런 무대였다. 

 

 

원래 자첫 전에 최대한 스포를 피하긴 하지만, 이 아이돌 그룹이 가톨릭신자들이라는 것 정도는 어디선가 미리 말해줬어야 하는 거 아닌가? 시놉에도 없는 것 같고. 선교하는 것처럼 믿음을 '강요' 하는 극은 아니었지만, 데려간 친구 눈치가 조금 많이 보였다. 지저스, 아멘 이런 단어들을 외치는 게 불편하지는 않았지만, 비종교인이지만 종교에 나름대로 관심이 많은 나의 눈에도 이런저런 지적거리가 보이는 것은 조금 불쾌하기까지 해서 아쉬웠다.. 

 

 

 

 

박광선 매튜, 박한근 마크, 김대현 루크, 우찬 후안, 이창용 에이브라함.  

 

 

※스포주의※

 

 

오블이었는데, 그쪽에 마크랑 에이브가 많이 와서 좋았다. 머발에서 만난 박한근 배우는 역시 노래가 남다르게 좋았고, 솜이나 올위송 등을 통해 얼굴과 이름을 익힌 이창용 배우도 아주 매력적이었다. 물론 나머지 세 배우도 무척 인상적이었다. 첫곡 끝나고 모두 비오듯 땀을 쏟아내는 모습에 걱정과 감탄이 같이 터져나왔다. 거진 모든 곡에 안무가 있던데, 연습을 정말 많이 했겠더라. 물론 아직 완벽하게 맞는 건 아니었고 특히 한근마크는 두어번 안무를 확 틀려버리긴 했지만, 공연을 거듭할 수록 합이 맞으리라 본다. 애드립 같은 건 서로 잘 받아쳐줘서 좋았다. 

 

 

마크라는 캐릭터가 정말 좋아하는 류라서 내내 눈을 뗄 수 없었는데, 딱 글리의 커트 험멜이라고 보면 된다. 덜 시니컬하고 더 소녀감성을 지닌 캐릭터인데, 문제는 이 소년이 가톨릭이라는 거지. 무려 성경에서 '죄' 라고 못 박고 있는 '동성애' 를 아무렇지 않게 씌웠으면서 그 점에 대한 심도 있는 이해나 설명 따위는 전혀 없다. 게이가 아니라 그저 소위 말하는 '여성스러운' 캐릭터가 아니냐고 보기에는, 여러 대사나 행동들이 빼도박도 못하게 남자를 좋아하는 남자다. 그저 극이라고 생각하면서, 웃으라고 치는 대사나 행동에는 웃고, 사랑스러운 어투나 몸짓에는 함박 미소를 지으며 보긴 했지만, 여러모로 씁쓸하다. 이거 말고도 어린 시절 성당에서 입은 의상이나, '성체' 라고 제대로 명명하지 않는 것, 하느님 하나님 막 섞어 부르는 것, 뭐 엉망진창...이라서....ㅋ... 정말 얕은 지식을 지닌 나조차도 신경 쓰이는 것들을 제대로 확인조차 하지 않고 무대에 올린 연출을 탓해야 하는 거겠지. 

 

 

그리고 무엇보다 결말. 솔직히 위에 지적한 것들이 신경에 거슬리긴 했지만 크게 개의치 않고 즐겁게 관극하고 있었는데, 하느님의 시험이니 뭐니 운운하며 돈을 쫓아 명예를 쫓아 서로를 '배신' 하는 그 내용 자체가 너무나도 촌스럽고 황당했다. 정말 캐붕 쩔더라. 와. 어떻게 맺음을 짓고 싶었는지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이토록 총체적난국인 절정과 결말에 할 말을 잃었다ㅠㅠ.....  

 

 

밴드는 좋더라. 양 옆으로 셀을 네 개 만들어놨는데, 오블통로석인 내 자리에서 드럼이 제대로 보여서 좋았다. 앵콜송 하기 전에 배우들 올화이트로 의상 갈아입는 동안 메들리 느낌으로 반주를 길게 해주는데 드러머 너무 멋있어서 한참을 주시했다. 스틱 돌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ㅋㅋ 이런저런 영상이나 LED조명 사용하는 건 무대와 잘 어울려서 나쁘지 않았다. 가끔 조명테러가 있긴 했지만. 

 

 

 

 

넘버들이 무척 매력적이고, 배우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가볍게 보라고 추천해줄만한 극이지만, 여러 번은 못 보겠다. '호응' 을 유도하는 '극' 을 좋아하지 않는 개인취향 탓도 조금은 있고. 

 

힝. 왜 이렇게 혹평투성이인 리뷰 같지. 끝까지 무척 재미있게 보고 나왔는데 말이지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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