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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거 앨런 포
in 광림아트센터 bbch홀, 2016.06.10 8시 공연
마이클리 포우, 정상윤 그리스월드, 정명은 엘마이라, 장은아 버지니아, 최윤정 엘리자베스, 최종선 레이놀즈, 이하 원캐. 마포우 자첫, 토그리 자첫, 마토로. 포우 자둘.
예상했던 대로, 자둘에 치였다. 아주아주 만족스럽다. 하지만 동시에 아쉬운 점들이 더 부각됐다.
※스포주의※
01. Overture
김성수 음감님...!! 살짝 늦으셔서 후다닥 뛰어들어 오시고 인사도 없이 시작하시긴 했지만..너무 멋있다. 지휘하는 뒷모습이 이렇게 섹시할 일이냐고..! 1막 프롤로그에선 포우 포스터 그림에서 깃털펜과 글씨가 분리되며 뒤쪽 까마귀의 깃털이 우수수 떨어지는데, 2막에선 포스터 자체가 흑백으로 물든다. 극명하게 다른 분위기를 표현해줘서 좋았다.
02. Prologue 1,2
홀로 무릎 꿇고 있는 마포우의 실루엣이 시야에 들어오는 순간 가슴이 세차게 뛰었다. 거의 열 달 만의 재회였다. 심지어 새로운 캐릭터! 무대 위 새카만 망토에 후드를 뒤집어쓴 앙상블이 등장하고 둘러싸인 마포우. 초반에는 자신만만한 표정이다가 자신들에게 등을 돌리는 사람들의 모습에 점차 어두워진다. 비명이 귀에 들리는 듯하다.
03. 달님의 시간
참 사랑스러운 넘버. 마포우 목소리 하나에 마음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두 사람의 목소리와 오케가 만나는데, 오랜만에 '뮤지컬 보고 있구나' 하는 기분이 들었다. 첫 넘버부터 눈물이 나다니...ㅠㅠ
04. 매의 날개
마이클리 배우의 한국어 '대사'를 처음 들어보는 거라서 내심 긴장을 했는데, 역시 현입 되는 부분들이 없진 않았다. 뎅포우랑 비교해서 대사를 최대한 덜 하기도 했다. 하지만 걱정했던 것보다는 괜찮았다. 몇몇 문장들은 완벽한 발음이었을 정도였고. 정말 유일한 단점이다.
자신만만한 표정, 부드러운 말투 이면에 담긴 올곧은 단언. 빗소리에 순간 반짝거리는 눈빛. 매의 날개. 도저히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일단 프로필 사진의 그 분, 무대 위에 계시더라. 정말 잘생겼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다채로운 표정과 유려하게 발음하는 단어들에 담긴 감성들이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이 어려운 노래를 이렇게 완벽하게 들을 수 있다니. 게다가 이 넘버를 포함하여 몇 곡에서 애드립을 넣기도 하고, 특유의 미세한 변주도 하면서 정말 마음껏 노래해주셔서 너무 행복했다.
05. 모르그가의 살인사건
플뷰 때 이 넘버에서 앙상블 몇 분 노래가 살짝 아쉬웠는데, 이날 공연에서 아주 유려하게 다듬어졌다. 마포우도 랩처럼 속사포로 쏟아내는 문장들을 적절한 호흡으로 정확히 소화해냈다. 뎅포는 자신이 이런 이야기를 생각해냈음을 소년처럼 기뻐하는데, 마포우는 본인이 정말 탐정이 된 것처럼 추적해 나간다. 대사 중에 "불가능한 것을 제외하고 남은 것이 진실" 이라는 뉘앙스가 두 번인가 나왔다. 셜록 홈즈의 명대사지. 코난 도일이 포우에게 영향을 받았다는 점이 이렇게 간접적으로 드러났다.
06. 첫 대면
포우의 시를 무심한듯 신랄하게 비평하는 그리스월드. 발끈하여 '예술의 본질을 모르는 자' 라며 강한 어조로 반박하는 마포우에게 억지 웃음을 지으며 다가온 토그리. 얼마 주실 건데요? 하며 순수하기까지 한 얼굴로 바짝 다가선 마포우는, 그런 뜻이 아니라는 토그리의 말에 당연히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돌변하며 뇌물이라 단언한다. 얼굴에 역겨움과 거부감을 선명하게 내보이며 적대감을 굳이 숨기지 않는다. '어리다' 고 운운하는 토그리의 말은, 싫어하는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고스란히 내보이는 비사회적인 마포우의 성격을 정확히 지적하는 듯했다.
"그러니까 얼마나 주실 건지 물었습니다" 라는 대사를 하며 성호를 긋는 마포우 디텔 좋았다. 비아냥의 수치가 확 올라가는 느낌이다. 호불호가 상당히 강하고 그 판단을 완고하게 유지하는 성격이 보였다.
07. 널 심판해 1
한심하다는 생각을 드러내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그리 크게 개의치는 않고 있는 토그리. 돌출무대에 선 토그리와 세차게 지휘봉을 휘두르는 음감님, 그리고 본무대에 서 있는 마포우까지. 아마 이 넘버가 맞을 텐데, 그 세 사람의 모습이 상당히 강렬하게 이미지로 남았다.
08. 눈이 멀었죠
이 넘버 정말 좋은데, 좀 늘어진다. 엘마이라와 버지니아에 대한 포우의 애정과 사랑이 무척 개연성이 없어서, 이 넘버만 들으면 왜 포우가 금세 버지니아랑 결혼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이 넘버가 극 초반인데, 여기서 집중도가 훅 떨어지고 지루함을 느끼게 되는 관객은 후반부에도 이런 의문 때문에 집중을 할 수 없다. 자첫 때 늘어지는 기분을 느끼게 된 시발점이 바로 이 장면이었다. 뒤에 계속 서있는 그리스월드 다리 아프겠다는 잡생각까지 들 정도다. 최병광 배우가 맡은 엘마이라 아버지가 포우에게 현실을 모르는 것도 죄라며 소리 지르는 것도 그 맥락이 잘 안 와닿는다.
09. 함정과 진자
비틀거리며 술을 들이키고 책상 앞에 앉는 마포우. 몽롱한 반주와 함께 책상 가운데에서 손 하나가 불쑥 튀어나온다. 촌스러움 하나 없이 이토록 퇴폐적이고 몽환적인 음악이라니. 안무도 적당히 괜찮았고, 앞자리에 앉으니까 자첫 때 불호였던 바닥 조명이 전혀 보이지 않아서 좋았다. 배우 자체를 비춰주는 조명 색감은 그리 거슬리지 않아서, '서로 어울리지 않는 색깔들' 을 의도적으로 조합해서 불편하고 이질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려는 의도를 확실히 이해할 순 있었다. 물론 내 취향은 여전히 결코 아니지만. 마포는 초반에 광기어린 웃음소리를 자아내며 여자 앙상블들의 몸선을 농염하게 쓰다듬는 모션을 취하는 등 상당히 적극적이었지만, 양팔에 주사를 맞고 난 뒤에는 완전히 현실과 괴리되어 몸을 제대로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마치 띵- 하는 이명이 들리는 듯 왼쪽 귀 뒤편을 손바닥으로 누르는 제스쳐를 몇 번 했고, 극 후반으로 갈수록 그 고통이 오른쪽으로 옮겨갔다.
그런 포우의 앞에 나타난 그리스월드. 정중한 척 하며 자신이 주최하는 모임에 그를 초대한다. 토그리가 종선 레이놀드의 말에 책자로 그의 뺨을 세차게 내리쳐서 깜짝 놀랐다. 곧 자신의 마음에 드는 정보를 전달해주니까 만족스럽게 웃으며 때렸던 뺨을 손등으로 쓰다듬어 줬다. 아, 완전 또라이구나.
10. 갈가마귀
자신의 시를 먼저 듣고 싶다는 대중들의 말에 정중히 거절하며 토그리의 체면을 챙겨준 마포우가 등을 돌리며 만족스럽다는 듯, 혹은 고소하다는 듯 천진한 미소를 씩 걸었다. 와, 토그리 정말 싫어하는 구나. 결국 이를 악물며 포우에게 무대를 넘겨준 그리스월드. 읊조리듯, 잔잔하게 시작되는 이 넘버는 가사를 정확히 들으려 한참 몰입하던 집중력이 깨지려는 바로 그 순간, 뜨거운 온천수가 예고 없이 급작스럽게 위로 솟구쳐 오르듯이 강렬하고 투명하게 번쩍 빛을 발한다. 불처럼 뜨거운 폭발이라기 보다는, 물처럼 섬세하고 부드럽지만 예측불가능한 느낌으로 흘러 넘친다. 단언컨대 이 넘버는 누가 들어도 생경하지만 강렬한 인상을 받을 것이다. 레이븐, 이 시를 원문으로 읽어봐야 하는데.
11. 내 눈앞의 천재
쏟아지는 찬사. 애써 표정관리를 해보지만 수습이 힘들 정도로 엉망이 된 얼굴의 토그리. 곰그리는 내심 포우가 정말로 '천재' 라는 생각에 열등감을 설핏 내비쳤는데, 토그리는 오롯한 분노였다. 하룻강아지가 감히 자신의 위상과 입지에 대들고 위협을 가하는 것에 대한 노여움. 토그리는 이 넘버 전후부터 관객을 향해 싸패 노선을 가감없이 드러낸다. 진짜 미친놈이더라, 이 그리스월드는.
12. 함정과 진자 맆
같은 극인데 어쩜 이렇게 다른 노선인지. 토그리는 '목사' 라는 '직업' 을 그저 '선택' 한 인상이다. 진실로 신을 믿고 그 의지를 따른다기 보다,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평탄한 인생의 길을 따라간다. 굳이 고르자면 곰그리의 노선이 좀 더 취향이긴 한데, 확실히 토그리의 노선이 더 흥미진진하다. 딱 한 번만 관극해야 한다면 토그리를 추천해본다. 일일드라마 보는 기분이다ㅋㅋ
13. 모두 다 안녕
버지니아에게 청혼하는 마포우. 바로 이어지는 결혼식. 매우 중독적인 넘버이고, 무엇보다 흥겹다. 보는 내내 행복해진다. 남자그룹 여자그룹 나눠져서 풍부하게 화음을 넣고 발랄하게 춤을 추는 축제의 시간이다. '달님', '햇님' 등 몇몇 단어들이 극 전체에 걸쳐 반복적으로 사용되어 마치 동화 같은 아기자기한 분위기가 유지된다.
14. 종
결혼식의 행복한 종소리가 순식간에 어둡고 불길한 죽음의 소리로 바뀌는 순간. 쓰러지는 버지니아와 혼란에 갇혀버린 포우. 절망. 조여오는 어둠. 방금 전까지 밝게 웃고 있던 앙상블들의 얼굴이 삽시간에 적대감 가득한 무서운 표정으로 변한다. 위에 버티고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무너지는 마포우를 제압하듯 바라보는 토그리. 무척 강렬하고 잔인하다. 자첫 때 1막의 이 마지막곡에서 이미 버지니아가 죽은 줄 알았는데, 2막에 다시 등장해서 당황했다. 그만큼 상당히 극적인 음악과 연출이다.
15. Opening
오버츄어보다 2막 시작곡이 더 좋다. 쾅쾅쾅 쏟아지는 강렬한 소리.
16. One
5년 뒤. 헛된 희망을 운운하는 그리스월드. 자신만만하게 창간한 잡지도 결국 실패하고, 무너져내리는 포우. "하지만 더 중요한 건, 그가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는 점이죠." 라며 비져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는 토그리의 얼굴에 속에서 육두문자가 튀어나왔다. 어우. 진짜 완벽한 악역이자 짜증나는 위선자. 배우가 너무 연기를 잘했다. 반면 여전히 글쓰는 일에만 완벽하게 몰입하고 있는 마포우. 그토록 현실성 없는 그를 한심하고 답답하다 여기는 가족. 자신은 글을 쓰는 작가라며 제발 글을 쓰게 해달라고 비는 순간에도, 마포우는 글에 정신이 완전히 팔려 있었다.
17. 달님의 시간 맆
자신을 사랑해달라 애처롭게 구걸하는 버지니아. 그런 심경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하는 마포우. 사랑을 증명하려면 나를 위한 시를 써달라는 버지니아의 말에 어머니의 자장가를 불러준다. 버지니아를 껴안고 쓰다듬을 때 마포우의 마이크가 몇 번 부딪혀서 음향사고 있었다. 우웅, 하는 큰소리도 마지막에 났고. 초반에 엘마이라 껴안을 때도 머리핀 찍찍이에 마이크 들러붙었다 떨어지는 듯한 소리가 났었는데ㅠ
18. 관객석 그 어딘가
결국 죽음을 맞이한 버지니아. 애절하게, 절박하게 쏟아내는 마포우의 절규. 정말이지 영혼을 울리는 듯 세차게 가슴을 두드려대는 노래다. 무릎 꿇고 이토록 간절하게 빌어보지만, 관객석 그 어딘가 하느님은 자신의 기도를 듣지 않는다. 세상에 나와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뽐내고 싶었던 천재는, 그렇게 불행에 잠식당하며 한없이 추락한다.
19. 나를 믿어 1
무너진 그를 찾아온 토그리. 짐짓 걱정해주는 듯한 말투에, 이런 자신의 모습을 원한 것이 아니었냐며 소리 지르는 마포우. 거짓말!!!!!! 하고 길게 비명을 지르는데 훅 하고 명치를 맞는 기분이 들었다. 술을 들이키다가 목이 메이며 토하는 듯 세차게 기침을 하고 비틀거리는 마포우의 연기가 아주 좋았다.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일렁이는 감정을 얼굴에 담아내던 토그리는 소파에 그를 세차게 패대기친다. 그리고 너무나 가식적인, 부드럽고 선한 목소리로 자신이 도와주겠다 노래한다. 비틀거리며 휘둘리는 마포우. 마지막 순간 홀린 듯 토그리가 내민 손을 붙들며 악수를 한다. 휘청거리며 퇴장하는 그 모습에 혐오가 가득한 얼굴로 짜증스럽게 손을 털어내는 토그리.
20. 종 맆
결코 포우를, 그의 작품을 내버려둘 수 없다 강하게 노래하는 그리스월드.
21. 태양이 나를 비춰주길
무덤 앞에서 첫사랑 엘마이라와 재회하는 포우. 망가질 대로 망가져버린 포우의 모습에 가슴 아파하던 엘마이라는, 자신을 살게 했던 그의 시를 읊는다. 그냥 듣고 있다가 "애너벨 리" 라는 단어에서 화들짝 놀라며 '현실' 속으로 돌아오는 마포우. 여전히 몸은 비틀거리지만 점차 생기가 돌아오는 목소리와 눈빛. 다른 이들에게 영향을 주었던 자신의 글이, 타인의 입을 통해 다시 되돌아와 오히려 스스로를 위로하고 일으켜세운다. 글을, 시를, 다시 쓰고 싶어질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마지막에 엘마이라가 "이제야 당신 같군요, 에드거. 앨런. 포." 라고 하는 대사 좀 촌스럽다. 현입부분.
22. 나를 믿어 2
이 넘버에서 토그리의 위선이 절정에 달한다. 후견인이 되어준 자신만이 포우를 가장 아끼고 걱정하는 친구라고 전제를 깔면서 쏟아내는 못된 말들. 눈물까지 글썽이며 던지는 단어들과, 헛구역질까지 하며 역겹다는 티를 고스란히 내비치는 행동들까지, 너무나 위선적이다. 앙들을 등지고 무대 앞쪽에 섰을 때 즐거워서 못견디겠다는 듯 애 같은 웃음을 참기 힘들어하는 표정의 얼굴에 진심으로 주먹을 날려주고 싶을 정도였다. 여기서 돌출무대 활용도가 가장 높다. 소문소문소문, 하며 웅성거리는 노래가 엄청나게 중독성있다. 각기 경악을 금치 못하는 앙들의 연기도 무척 재미있다.
앙들이 휘몰아치며 나간 뒤에 레이놀즈와 남은 그리스월드를 찾아온 포우. 양 손으로 코트 앞섬을 꽈악 붙잡고 있는 모습이, 멀쩡하고 이성적으로 말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무척 긴장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자신의 작품을 돌려달라는 말에 굳는 토그리의 얼굴. 알겠다면서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됐냐고 묻자 돌아오는 포우의 대답. "내 작품이 나를 살게 했습니다." 마구 구겨지는 표정. 어떻게 감히!
23. 매의 날개 맆 / 죽음
토그리가 퇴장하자마자 코트를 붙든 손이 툭 떨어지며 덜덜덜 떨린다. 디테일 좋다. 조심스럽게, 하지만 예전의 그 자신감을 조금씩 찾아가며 절정을 향해 치닫는 노래. 하지만 결국 토그리와 그의 하수인들이 그를 죽음으로 내몬다. 무너진 채 토그리의 코트자락을 스치듯 잡았다가 바로 놓아버리는 마포우. 여기 신음소리 같은 거 넣어주면 좋을 것 같다. 너무 조용해서 극적인 느낌이 덜했다. 그리스월드의 새파란 조명에 잠식당한 포우. 덜덜 떨리는 몸이 애처롭다.
24. 달님의 시간 맆
엄마, 엄마... 읊조리는 포우에게 다가오는 엄마. 이제는 다 훌훌 털어버리고 새하얀 빛을 향해 떠난다. 마지막 순간 얼굴에 걸리는 미소.
25. 널 심판해 2 맆
포우가 우리 곁을 떠났다며 엄숙한 투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토그리. 이 세상에서 그가 사라졌으니, 그가 남긴 작품마저 완벽하게 자기만의 방식으로 없애버리겠다고 강하게 말한다. 그의 작품은 사라지고 나의 작품만이 신의 은총으로 남아 있으리라 부르짖는 그 목소리와 눈빛이 너무나 강렬해서, 일부 사람들이사이비종교에 왜 빠지는지 조금은 공감할 수 있을 정도였다. 위압당하는 기분.
자첫 때도 느꼈지만, 이 넘버만 들으면 포우 작품이 지금껏 우리 곁에 남아있질 못했을 것 같은데 바로 영원으로 이어지는 스토리가 도무지 와닿지 않는다. 그리스월드가 포우의 작품을 온전히 묻어버리리라 그렇게 강력하게 선언했는데, 왜 어쩌다가 실패를 했는가에 대한 설명이 없다. '에드거 앨런 포' 에 대한 극이긴 하지만, 너무 설득력이 부족하다.
26. 관객석 그 어딘가 맆
엘마이라와 버지니아가 부르는 추모곡.
27. 영원
완벽하게 아름답다. 이 이상의 수식어가 필요할까. 나는 영원해, 라는 말에 두 손을 꽈악 맞잡고 고개를 끄덕끄덕 해주고 싶은 기분이었다. 이 피날레곡은 정말, 훌륭하다.
마포우 앞머리 넘 길다. 처음 몇 곡은 세팅 완벽해서 정말 예쁘고 잘 어울렸는데, 후반부에 땀으로 펌이 풀리기 시작하니까 시야를 엄청 가렸다. 잘생긴 얼굴 머리카락로 가리지 맙시다. 마그랭 때문에 일부러 기르고 있는 거 아니면 조금만 다듬어주길 바란다. 약 놓을 때 옷 위에 바로 주사기를 들이미는 거 무척 현입된다. 외투도, 결혼식 때만큼은 좀 다른 걸 입혀주지. 의상팀 진짜 일 안합니까. 그리고 엘리자베스 의상도 어깨선 때문에 가슴이 너무 부각되서 안예쁘다. 치마도 좀 제대로 다리지 구깃하더라. 엘마이라 의상은 너무 이것저것 덧댄 느낌이고, 버지니아 의상도 좀 아쉽다. 앙상블 의상도 예쁘긴 한데, 의사나 버지니아 엄마처럼 '역할'이 주어진 앙들 의상은 역이 달라질 때 외투나 숄이라도 둘러줘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메이크업은 전반적으로 호. 기괴한 분위기에 아주 잘 어울리는 무서운 화장이 극의 특징을 선명하게 강조한다. 조명은 바닥이 아예 안보이니까 색감 불호가 그리 크게 와닿지 않아서 좋았다. 무대 연출은 깔끔하긴 한데, 좌우 너비가 불필요하게 넓은 느낌이다. 무대를 좀 작게 써도 될 것 같지만, 그럼 이 훌륭한 오케가 오지 않겠지..ㅠㅠ 안돼 오케 있어야 해... 이 극은 넘버가 가장 중요하단 말이다!!
마저스 이외에 처음 보는 마이클리 배우의 캐릭터인데, 전혀 전작이 생각나지 않았다. 물론 예수와 천재 작가는 전혀 다른 색깔이지만, 이토록 확연히 분리되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아서 신기했다. 조금 아쉬운 대사 발음, 이랄까 억양에도 불구하고, 매의 날개 끝나자마자 무조건 앞자리에서 한 번은 더 봐야겠다 결심했다. 지크슈 때 가장 가까이서 본 게 8열이었는데, 이날 더 가까이에서 얼굴과 표정을 제대로 보니 새삼 치인 기분이었다. 마포우 몇 번 더 보고, 마그랭도 보러 갈게요ㅠㅠ
자첫 후에 찾아본 연습실 공개나 프레스콜, 라디오 출연분 등에서 배우들, 특히 뎅포가 극이 어둡다고 강조하던데, 개인적으로는 아직까지도 그리 다크하고 우울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굴곡진 포우의 인생을 표현하는데 있어 진폭이 크고 드라마틱하다기 보다는, 잩게 늘어지는 느낌이다. 보다 세련되게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었을 것 같단 아쉬움이 크다. 자첫 플뷰 공연보다는 훨씬 쫀쫀해지긴 했다.
무엇보다 오슷 나왔으면. 넘버가 너무 아깝다. 갈증이 채워지질 않네...ㅠㅠ 곧 3차 관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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