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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거 앨런 포 

in 광림아트센터 bbch홀, 2016.05.27 8시 공연





너무 궁금해서 잽싸게 프리뷰로 보고 왔다. 극 자체는 호에 가깝긴 하지만 매우 미묘하다. 일단 넘버는 일부 잔잔한 곡 도입만 제외하고는 극호인데, 전반적인 색감이 불호다. bbch홀 조명이 정말 내 취향이 아니기도 하고, 연출이 추구하고자 하는 이미지도 기대와는 많이 달라서 아쉬웠다. 물론 개취다. 일부 주연 배우들 낭비가 심하다고 느껴졌고, 캐릭터의 매력을 생각보다 부각시키지 못했다. 살짝 늘어지는 부분이 있었고 무대 사용이 편협하다고 느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 자체의 흡입력이나 전반적인 분위기가 독특하고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자첫 때 취향이 아니면 자둘, 자셋을 해도 첫인상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데, 이 극은 조금 다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김동완 포우, 윤형렬 그리스월드, 정명은 엘마이라, 장은아 버지니아, 안유진 엘리자베스, 유승엽 레이놀즈, 이하 원캐. 뎅포, 뎅포우, 곰그리. 뎅곰.   



스포 없이 간략하고 주관적으로 리뷰를 써보자면, 일단 뎅포. 뎅옵이랑 좀 싸웠다. 초반 '매의 날개' 라는 넘버에서 가성................을 쓰는데 순간 기함 섞인 숨소리를 목구멍으로 꿀꺽 삼켜야만 했다. 전반적으로 넘버들이 오빠 음역대랑 잘 안맞았다. 저음의 가사가 정확하게 안들리는 건 공연장 음향 때문이 컸지만, 그걸 감안하더라도 그 부근 음정의 파트 소화가 다소 부담스러워 보였다. 뎅옵 음역대에 맞는, 노래의 중간 즈음부터 클라이막스까지는 정말 좋았다. 감정도 제대로 담기고 시원시원하고 섹시했다. 하지만 최근 냈던 개인앨범 노래를 부를 때처럼 소프트락 느낌의 창법을 사용하니까, 묵직한 발성을 기대했던 내 입장에서는 실망감이 컸다. 심지어 다른 주연배우들이 다들 '노래'로 한가닥하는 뮤배들이어서 뎅옵 목소리가 살짝 붕 뜨더라. 함께 무대에 서있는 배우들과 비교된다기 보다는, 뎅옵 본인이 더 보여줄 수 있는 능력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 하지만 연기는, 정말 훌륭했다. 사실 그래서 더 기분이 꽁기한 걸 수도 있는데, 오빠 본업은 가순데 연기가 더 좋으니까 썩 탐탁치 않다...ㅎ 트리플 배우 세 명 모두 전혀 다른 느낌의 '포우'를 보여줄 것 같은데, 뎅포는 소년 같으면서도 신경질적이고 예민한 '작가' 포우를 완벽할 정도로 생생하게 보여줬다. 무대 위에서 인상적이면서도 과하지 않은 수준의 히스테리컬함을 표현하는 건 결코 쉽지 않은데, 그걸 해주더라. 



윤형렬 배우에게는 공연 내내 새삼스럽게 감탄하고 왔다. 일단 넘버 음역대도 그렇고, 그리스월드라는 캐릭터가 지닌 분위기마저도 너무나도 잘 어울려서 내적 환호성을 엄청 질렀다. 비록 2막에서 대사를 두어번 씹긴 하셨지만, 대사톤도 넘버도 아주 훌륭했다. 이 캐릭터 너무 매력적이야... 극 제목은 에드거 앨런 포인데, 왜 그리스월드가 훨씬 더 섹시하고 매력적인거죠. 이건 진짜 연출, 혹은 극 자체의 한계다. 관객 입장에서 포우라는 캐릭터에 동정이든 찬사든 감탄이든 애처로움이든, 뭔가 감정이 동하는 느낌을 받아야 하는데, 그 휘어잡는 설명선이 부족하다. 생각보다 발랄하고 자신감 넘치는 극 초반 포우의 매력을 제대로 살리지 못했고, 급격하게 변하는 극적인 부분들을 명확하게 강조하는 방식이 어설프다. 분명 이 단점은 공연을 거듭하면서 배우들이 보완해나갈 것 같지만, 연출도 조금 더 고민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오케 자체는 꽤 괜찮았지만 배우들과의 합이 완벽하지 않았다는 점도 살짝 영향을 미친 것 같고.



여배우들은 정말 좋았지만, 재능낭비가 심하더라. 이미 만난 적 있는 안유진 배우나 장은아 배우는 역시 훌륭했고, 정명은 배우가 기대 이상으로 좋아서 놀랐다. 그리고 레이놀즈 진짜 어쩔거야. 최종선 배우가 2층 1열에서 관극하시는 걸 봐서 더 안타깝더라. 제대로 된 넘버가 있는 것도 아니고, 대사도 거의 없는 거나 다름없다ㅠㅠ 차라리 앙상블이 훨씬 나았을 것 같다. 앙상블은, 넘버 소화도 좋고 아래에 깔아주는 화음도 매끄러워서 만족스러웠다. 안무는, 2주 후 마포우로 자둘할 때 다시 얘기해보자. 





자리는, 일단 2층 1열, 2열은 최대한 피하시길. 본무대 앞쪽으로 비대칭 V 모양 돌출무대를 만들었는데, 거기 나오면 배우가 안 보임. 윤형렬 배우가 키가 커서 어찌어찌 얼굴을 좀 보긴 했지만 거의 안보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3열부터의 시야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앞으로 광림 2층은 가지 않을 거다. 위에서 내려다볼 때 더 예쁜 조명이 분명 있지만, 한 번 본 것으로 충분하다. 게다가 포우는 무대 뒤쪽 배경을 많이 활용해서 1층의 시야가 더욱 생동감 넘칠 것 같다. 그리고 무대를 '편협하게' 사용한다고 위에서 말한 것처럼, 대부분의 장면이 본무대 앞쪽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굳이 2층으로 날아오를 이유가 없다. 포우는 왼블에 더 많이 오는 편이고, 그리스월드는 무조건 1층에서 봐야 한다. 



조명 자체의 활용은 깔끔한 편이었지만, 색감이 정말 취향을 벗어났다. 선명하고 정체성이 뚜렷한, 혹은 차라리 쨍할 정도의 색깔을 선호하는데, 포우 조명은 이런저런 색을 많이 섞어놓은 탁하고 우중충하며 보색 조합이 썩 어울리지 않는 색깔이었다. 특히 포우 약물 씬에서 원형의 조명. 모양이나 변화 자체는 너무 예쁜데, 색감이 정말 당혹스러울 정도로 촌스러웠다. 왜 굳이 그런 색들을 섞어 사용했는지 이해가 안간다. 그리스월드 솔로에서 네모난 조명은 정말정말 예뻤는데, 마지막에 그리스월드를 강조하는 조명 색깔은 귀신에게 잡아주는 듯한 색감이라서 무척 당황했다. '색'에 그렇게 민감하게 구는 편이 아닌데도, 포우 조명과는 정말 안 맞았다...ㅠㅠ 마리아 때도 조명 색 때문에 내심 많이 싸웠었는데...



의상은 죄다 단벌신사. 마지막에 포우 의상 하나만 다르더라....ㅎㅎ..... 뎅옵 망토자락 휘날리는 연습은 쬐끔 더 해야겠더라. 의상은 예쁜 것 같은데 가까이서 본 게 아니라서 확언하긴 어렵다. 예쁜 건 뎅포지. 와, 정말 존잘. 첫 등장 때 너무 잘생겨서 미소가 절로 나왔다. 오빠얌 미모를 한 번은 꼭 봐야 한다. 



스토리는, 결말이 당혹스럽다. 극 전개 자체가 완급조절을 세련되게 못하기도 하지만, 기대했던 설명은 완전히 생략해버리는 이야기 자체가 뜬금 없고 아쉬웠다. 무척 다급하게 마무리 짓는 느낌이다. 그리고 커튼콜도 별로였다. 조명이 다 켜져있는 상태에서 주연들 퇴장이 적나라하게 보이니까 대체 뭐하자는 건가 싶더라. 극 안에서도 암전 부분마다 배우들의 퇴장이 너무 잘 보이는 것도 별로였다. 조명 온오프 타이밍 등은 프리뷰니까 공연하면서 더 나아지겠지.    





혹평 투성이인 것 같지만, 기본적으로 넘버가 너무너무너무 좋아서 결론은 호다. 기대했던 것과는 조금 다르다는 점에서 실망도 아쉬움도 있지만, 여타 뮤지컬에서 보기 힘들었던 분위기와 캐릭터들이 무척 매력적이어서 마음에 든다. 치이진 않았지만 소소하게 몇 번은 더 볼 것 같다. 그리고 일단 배우들이.... 너무 좋잖아요.... 초연 캐슷은 결코 돌아오지 않습니다...!..... 게다가 포우-그리스월드 페어 별로 느낌이 상당히 다를 것 같다. 마곰 혹은 재곰으로 본다면 상당히 흥미진진할 대사가 몇 개 있고.....ㅋㅋㅋ 아아 갑자기 짘슈가 그립네..... 



스토리와 그에 따른 연출 등에 대해 하고픈 말이 더 많긴 한데, 일단은 프리뷰이기도 하고 자첫이기도 해서 보류하려 한다. 얼른 마포우 보고 싶다. 포우 넘버를 들으면서 마이클리 배우에게 잘 어울리겠단 생각을 드문드문 했지만, 마포우 고정으로 돌기엔 생각보다 대사가 많아서.....ㅠㅠ 2주 정도면 입에 더 붙었으리라 믿는다. 딕션 때문에 뎅포로 먼저 자첫했고, 그 점에서는 나름 만족스러웠다.   



최대한 유하게, 덜 감정적으로 쓴 리뷰다. 그리고 재차 강조하자면 매우 '주관적'이다. 비난은 거절한다. 첫인상은 자둘 이후로 바뀔 수 있고, 그럴 것이라고 본다. 무척 높았던 기대치를 만족시키진 못했지만 신선한 감상을 선사하며 새로운 기대를 하게 만들었다. 여러모로 더 깊게 고민해보고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극이다. 이런 미묘한 감정이 드는 관극은 거의 처음이 아닐까 싶다. 대중적인 인기는 끌지 못할 것 같은데, 덕후는 꽤나 생길 듯하다...ㅎㅎ 자첫도 했으니 이제 넘버들이나 찾아 들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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