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릴미 (2016.04.23 3시)

쓰릴미

in 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 2016.04.23 3시 공연 

강영석 나, 강동호 그, 이광호 피아노. 애기넷, 동촤, 광피. 동애기.  

이미 유투브 영상들을 통해 스토리는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기에 굳이 봐야 할까 고민했지만, 그래도 직접 관극을 해야 제대로 느낄 수 있으리란 생각에 무대 전체를 볼 수 있는 2층에서 자첫을 했다. 같은 대사, 같은 전개임에도 불구하고 배우의 해석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되는 극이라서, 다른 배우들의 쓸도 궁금해졌다. 망해써여..... 녹꽃 특공 보고 싶은데, 티켓팅을 완전 망해서 고통스럽다ㅠㅠ

※스포주의※

노선에 대해 느낀 바를 짧게만 적어보자면, 동촤는 생각보다 넷에 대한 애정이 있었다. 뺨도 몇 대 치고 몸을 아예 밀쳐서 던져버리는 폭력적인 모습이 있긴 했지만, '원하는대로 움직여서 가지고 놀 수 있는' 도구로만 보지는 않았다. 리차드 본인이 인지하고 있는 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그래도 근간에 미묘한 수준의 애정이 깔려있었다. 근데 쓰레기... 와.... 보는 내내 저런 미친 싸이코패스 같으니라고!! 라는 내적 짜증을 얼마나 읊조렸는지 모른다. 니체가 말하는 '초인'이 그런 의미가 아닐텐데요ㅋ 덕분에 네이슨의 말을 듣고 충격 받은 동촤가 그리 안타깝게 보이지는 않았다. 누가 누구의 인생을 망친 건지 스스로도 확언할 수 없을테니까. 그리고 애기넷은 소심하면서도 끝까지 매달리고, 마지막 반전의 순간 냉랭하고 무감각한 표정으로 완벽히 자신의 손 안에 들어온 동촤만을 바라보며 오싹함을 남겼다. 

애기넷이 등장하자마자 심의관 장면에서 대사 한 번 씹고, 중후반의 심의관 장면에서 또 살짝 씹었다. 동촤는 성냥을 한 번에 못켜서 일부러 그랬나 했는데, 뒤에 다이아몬드 성냥이 한 번에 켜진다는 대사가 있던 것으로 보아 그것도 실수였던 듯하다. 2층이라서 소리가 좀 작게 들려서 아쉬웠다. 두 배우의 노래 스타일이 내 취향은 아니었지만, 듀엣이 잘 어울렸다. 애기넷은 심의관 장면마다 착 내리까는 목소리가 매력적이었다. 동촤랑 애기넷 모두 피지컬이 좋아서 수트빨이 엄청났다. 극 초반에는 그냥저냥 보다가 중반에 접어들수록 몰입도가 엄청 나서 스스로도 놀랄 정도였다. 많은 쓸덕들이 불평을 하다가도 결국 내뱉는 "쓸은 쓸이다" 라는 말을 실감했다. 굳이 여러 번 봐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데, 또 보고 싶단 욕망이 슬금슬금 피어오른다. 90여분의 2인극이 주는 몰입도가 어마어마하다. 거기다가 반주는 오로지 피아노 한 대다. 모두가 숨죽인 좁은 공간에서 뿜어져나오는 긴장감. 매력적이다. 

연출이 직전 버젼과 거의 달라지지 않았다고 하던데, 내 취향에는 맞았다. 상당히 대칭적인 무대구성이 묘하게 풍월주를 연상시켰다. 가운데 살짝 높인 단 아래에서 조명을 비추는 연출, 정도가 인상 깊었고 나머지는 깔끔하고 무난했다. 연출 쪽으로 여러 시도를 해볼 수 있을 것 같은데 다음 시즌을 기대해도 되는 건지 잘 모르겠다ㅎ 

내년이 쓸 10주년이던데, 류넷... 안 오시겠지. 유투브 영상은 음질이 너무 안 좋아서 듣기 힘들다...ㅠㅠ "역대 최고로 '그'를 가장 절실하게 사랑한" (출처: 나무위키 '쓰릴미' 항목) '나'라니.....ㅜ 류촤도 상당히 다각적인 측면에서 해석한 캐릭터를 만들어낼 것 같아서 궁금하다. 에휴. 그 꿈 이룰 수 없어도~♪ 

이후의 표가 하나도 없긴 한데, 적어도 자둘은 하지 않을까 싶다. 2인극 좋아. 올위송도, 솜도 자둘까진 했었네. 90분 공연에 오케도 없는데 가격이 결코 저렴한 편이 아니라서 조금 부담스럽다. 재관람할인이 20%였던가.... 다음에는 1층에서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