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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총사

in 디큐브아트센터, 2016.05.17 8시 공연





카이 달타냥, 박은석 아토스, 조강현(조성윤) 아라미스, 장대웅 포르토스, 윤공주 밀라디, 조윤영 콘스탄스, 김성민 리슐리외, 이재근 쥬샤크. 카타냥, 쥠토스, 엉라미스. 카쥠엉공주. 



드디어 삼총사를, 엠뮤 공연을, 자첫하고 왔다. 저 캐슷을 맞춰보려고 첫 티켓오픈 때부터 노력했는데, 이번 공연과 어찌나 타이밍이 맞지 않던지 막공을 겨우 한 달 여 남기고서야 만날 수 있었다. 어떻게든 보고 싶어서 꾸역꾸역 보고 온 보람이 있었다. 이런 동화 같은 분위기에, 화려한 무대, 거기에 귀를 호강시키는 좋은 노래들까지. 이 극이 이 캐슷으로 충무에서 올라왔다면, 백퍼 회전문 돌았을 거다. 디큡은 내 기준에서 너무 멀다. 곧 작년처럼 뺀질나게 들락거리겠지만. 





카타냥은 카치성 이후로 처음인데, 멍뭉미가 넘쳐 흘러서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그 와중에 노래는 또 어찌나 잘 하시던지. 이벵석이 내 뒷줄이었는데, 땀을 어마어마하게 흘리고 계셔서 새삼 놀랐다. 쥠토스는 처음 뵌 배우였는데, 역시 노래가 훌륭했다. 저음 목소리도 좋고, 아토스 특유의 분위기도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연기는 살짝 부족하다 싶더라. 사랑과 충성 사이에서 고민하고 절규하는 넘버에서 노래는 짱짱한데 연기가 크게 와닿지 않았다. 엉라미스!! 는, 원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가 아라미스라서 내심 기대한 바가 컸는데 그 이상을 보여줬다. 이 배우를 네 번째 만나는 건데, 볼 때마다 내 취향을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만들어준다...ㅋㅋㅋ 1막에서 노래도 연기도 목소리도 정말 좋아서, 아라미스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하고 얼굴 한가득 피어나는 미소를 감출 수가 없었다. 오페라 재연할 때 배우는 감정에 북받쳐 울고 있는데 관객은 너무 좋아서 웃고 있으려니, 조금 민망하기도 했다. 그렇게 배우에게 또 치이나 싶었지만, 2막 초반 넘버에서 콧소리가 심해서 아쉽게도 실패했다. 배우 특유의 노랫소리가 있는데, 솜에서는 크게 부각이 되지 않았지만 대극장으로 오니 신경이 좀 쓰였다. 이것만 아니면 극호 쪽이라서, 짹에서 자주 뵐 것만 같다. 윤공주 배우 역시 아리랑 이후로 처음 뵀는데, 악역이 썩 어울리지는 않더라. 하지만 2막 '버림받은 나' 에서 앞부분의 불호를 모두 날려버리고도 남을 멋진 노래와 감정을 보여줬다. 와, 노래 자체의 강약조절과 그에 따른 감정선까지 완벽했다. 대웅포르토스 멋있어! 썩 선호하는 캐릭터가 아님에도, 솔로 넘버 이후부터 계속 눈이 갔다. 윤영콘스탄스는 임혜영 배우랑 상당히 닮은 느낌인데, 노래는 조금 더 다듬어야겠더라. 카타냥과 꽁냥거리는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원캐들도 좋았다.



앙상블은, 전반적으로 예쁘장하게 생긴 편이다. 하나의 공연만으로도 엠뮤가 어떤 느낌으로 배우를 선택하는지 알 것 같았다. 동글동글하게 생긴, 계속 시선을 강탈하던 여앙이 있었는데 역시 이름을 모르겠네. 그 여앙이 마지막에 왕비 역으로 나오는 그 배우가 맞나.... 꽤 많은 수의 앙상블을 아낌없이 잘 활용한 극이다. 군무가 꽤 많아서 연습을 엄청 했을 것 같다. 칼싸움만 해도, 이리저리 휘두르는 것 같아 보여도 다 합을 맞춘 걸 테니까. 엉라미스는 계속 한 쪽 손을 뒷짐진 채 펜싱하듯 칼싸움을 해서 괜히 귀여웠다. 삼총사가 호탕하게 웃는 장면마다 또 한 쪽 손을 위로 올리고 웃는 것도 계속 눈에 밟혔고ㅋㅋ 포르토스 솔로 곡 끝나고 근본 없는 춤을 추는 엉라미스랑 쥠토스, 카타냥을 보고 있자니 웃기기도 하고 사랑스럽기도 하고 그래서 한참 웃었다. 멀쩡하게 생겨서 병맛인 행동을 하는, 소위 말하는 멀병미를 썩 좋아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보다보면 같이 웃게 되고 그로 인해 행복해지는 기분이었다. 뭐 이런 사랑스러운 극이 다 있어!



(출처: http://www.musicalthreemusketeers.com/bbs/board.php?bo_table=music)



평소답지 않게, 세트리스트를 긁어왔다. 이 좋은 배우들을 데려왔으니 오슷... 아니, 실황음원이라도 좀 내주지...ㅠㅠ 카타냥이 파리에서의 첫날밤을 말하는 솔로 넘버가 '파리의 낭만' 맞나? 이것도 좋고, 앞서 말한 밀라디 솔로 넘버도 좋고. 전반적으로 넘버 자체가 엄청 취향인 건 아니지만, 묘하게 한 번쯤 더 듣고 싶어지는 중독성이 있다. 이날 페어가 다음주 화욜이면 막공이라서 너무 아쉬울 뿐이다. 그날 공연도 예매는 해놨었는데, 윤탁 막공이라 울면서 포기했다. 왜 최애캐슷 날짜는 매번 겹치는 건가요ㅜㅠ



※아래 한 문단 스포 있음※



스토리는 그냥 가볍게 보면 된다는 걸 알지만, 결말의 이야기가 썩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 시대에, 그것도 왕실에서, 하필이면 쌍둥이로 태어나 버려지고 가까스로 살아남아 복수를 꿈꾸던 남자. 물론 아무리 불쌍한 운명이라 해도, 수많은 피가 흐른 폭력적이고 비열한 복수가 정당화될 순 없다. 하지만 그를 그저 악인이라 치부하고 악을 무찔러낸 것이 '정의' 라고 단정짓는 것 역시 그리 바람직해 보이진 않았다. 단순한 극을 너무 어렵고 진지하게 바라보는 건가 싶긴 하지만, '사연 있는 악역' 을 만들고 싶었다면 그에 맞는 결말로 마무리짓길 바라는 게 지나친 욕심인가 싶기도 하다. 





이렇게 엠뮤극 덕질을 시작하고...... 애정배우가 늘어가고...... 뭐, 그런거지. 최근에 뮤덕질이 좀 시들하긴 하지만, 그래도 관극 후의 이 행복감과 짜릿함 때문에 도저히 휴덕은 못하겠다. 피곤한 일상을 견디면서도 꾸역꾸역 극장을 또다시 찾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음 시즌에도 이 꿀캐슷들이 꼭 돌아오길.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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