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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즈

in 충무아트홀 대극장, 2016.04.21 8시 공연





디즈니 뮤지컬은 처음이었는데, 특유의 순수하고 희망찬 분위기가 노래와 스토리에 잘 녹아들어 누구에게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공연을 완성시켰다. 초반에는 지루해하던 주변의 몇몇 관객들도 후반부로 갈수록 극에 집중하며 환호와 박수를 보내는 모습을 목격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매 순간 온 힘을 다해 춤추는 신문팔이, 뉴스보이들의 열정이 가장 뜨겁고 강렬했다. 배우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주인공이라는 말이 새삼 실감나는 공연이었다. 





서경수 잭켈리. 강상욱 데이비, 강은일 크러치, 최수진 캐서린, 태경 레스, 황만익 퓰리처.  



서경수 배우는 처음 봤는데, 노래도 괜찮고 연기를 맛깔나게 살리는 장점이 있어서 앞으로도 자주 만나게 될 것 같다. 덩치는 되게 큰데 소년 같은 이미지를 아주 잘 구축해서 매력있었다. 1막 마지막 넘버 Santa Fe 가 정말 훌륭했다. 데이비는 원캐네. 강상욱 배우는 팬텀에서 에녹 배우 더블이었다는 것만 알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대사톤이 능숙하고 어울려서 놀랐다. 목소리가 좀 더 두껍거나 소리가 컸다면 더 시원시원했을 것 같다는 아쉬움은 있다. 목이 위태위태한 것까지는 아니지만, 저대로 7월초 막공까지 무사히 갈 수 있을까 하는 염려가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데이비가 주인공이었다면 훨씬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아쉽게도 이 극은 디즈니였다. 모든 소년들의 우상인 잭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들려주는 동화같은 이야기. 강은일 배우는 데뷔작이라고 들었는데, 정말 잘하더라. 노래 실력도 나쁘지 않았다. Letter from the Refuge 라고 보호소에서 부르는 솔로곡이 인상적이었다. 다리를 저는 역인데, 그렇게 발목을 꺾고 다니면 무리가 많이 갈 게 뻔해서 조금 걱정스럽기도 하다. 최수진 배우는 소시 수영 씨의 친언니로 알고 있는데, 목소리가 정말 닮아서 깜짝 놀랐다. Watch What Happens 라는 솔로넘버에서 글을 쓰다 자책하고, '나 천잰가봐?!' 하다가 '...는 개뿔..' 하면서 롤코처럼 오르락내리락하는 감정선을 아주 맛깔나게 살려냈다. 거의 랩수준으로 가사가 많은데 표정도, 숨쉬는 타이밍도, 소소한 동작들도, 여러 번 연습하며 몸에 배게 만든 것 같았다. 잭과 듀엣으로 부르는 Something to Believe In 넘버 중간중간에 반음 정도 떨어지는 음이 몇 개 있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노래가 나쁘지 않았다. 아무래도 몇 년 전 뎅티율 볼 때 만난 배우 같은데, 그 무대는 기억이 잘 안난다..ㅠㅠ 태경레스는 역시, 감칠맛나는 당돌하고 미워할 수 없는 사랑스런 꼬맹이를 아주 잘 연기해줬다. 개인적으로 가브로쉬보다는 레스가 더 좋았다. 





뉴스보이즈 배우들은 하나하나 구분을 하지 못해서 아쉽긴한데, 신예로 구성되어 있다는 게 믿기 어려울 만큼 능숙한 몸짓으로 무대를 꽉꽉 채워줘서 고마웠다. 발레동작이 꽤 많았고, 아크로바틱도 곳곳에 빠지질 않았다. 탭댄스, 는 소리가 조금만 더 컸으면 좋았을 것 같다. 발레턴 되게 잘하던 배우랑, 춤을 잘 추던 안경 쓴 배우, 약간 호이배우 분위기가 나는 밝은 표정의 배우, 이렇게 세 사람은 계속 시야에 밟혔고, 나머지 배우들도 그저 구분(...)을 못할 뿐,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구석구석 전부 쳐다봤다. 공연을 거듭할수록 무대 위에서 파스향이 진해질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떼창과 군무로 채운 Seize the Day 넘버가 가장 좋았다. 통로로 입장, 퇴장을 하는 장면이 몇 개 있는데, 어른들 입장할 때 나프탈렌 냄새가 갑자기 훅 풍겨서 당황했다. 엄청 쿰쿰한 냄새던데, 그걸 입고 공연하는 배우들이 힘들겠다 싶더라.



어째 배우 위주 후기가 됐는데, 스토리는 워낙 예측가능한 방향으로 흘러가서 덧붙일 말이 없다. 그래도 뻔하거나 질질 끌면서 진행되지 않는다는 건 장점으로 봐야겠다. 19세기 말 뉴욕에서 실제 일어난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는 이 극의 주제는, 백 년을 훌쩍 넘긴 지금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극 초반은 뮤지컬 빌리엘리엇의 노동자들 분위기가 물씬 풍기기도 했다. 다만 투박하고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빌리엘리엇과는 다르게, 뉴시즈는 '현실' 을 언급하면서도 '꿈' 같은 전개를 진행시켰다. 그래도 마냥 유치하거나 어이없다는 감상보다는, 조금의 위안과 약간의 용기를 충전받은 듯하다는 기분이 든다. 디즈니가 아이는 물론이고 어른들에게까지 먹히는 이유가 바로 유치함과 밝은 희망 사이의 미묘한 정도를 잘 지키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마냥 가볍지는 않지만 쉽게 공감하고 함께 웃으며 박수칠 수 있는 극이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처럼 '사람'이 꽉꽉 채우는 무대여서 인간미 넘치는 극이기도 하다.





자, 이제 배우 이외의 거의 모든 것들을 대차게 까볼 시간이 왔다. 적지 않은 돈을 내고 공연장을 찾은 관객이 원하는 건 단 하나다. 완성도 있는 공연. 실수나 예기치 않은 사고를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뜻이 아님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아리라 믿는다. 그저 사람들 앞에 내보이는 '작품' 이 미완성이거나 부실하지는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 리허설만 하다가 실제로 공연을 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잡다한 문제점을 찾아내 보완하라고 있는 것이 프리뷰고, 프리뷰의 존재는 곧 본공연의 완성도를 기대해도 된다는 반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시즈는 유명제작사가 올린 뮤지컬이라고 하기에는 많이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프리뷰의 소소한 사고는 차치하더라도, 19일 공연에서 무대장치가 망가지는 사고가 생겨 급작스럽게 공연을 중단하고 인터미션을 두었고, 같은 장면을 다시 시작하는 해프닝이 있었다. 관객들은 공식적인 사과를 기대했지만, 배우들의 개인SNS에 올라온 사과문조차 갑자기 사라지며 불만감만 가중되었다. 그리고 21일, 음향사고. 신문 가격을 올리고 분노한 소년들이 노동조합 결성을 외치며 조합의 조건과 자신들의 의견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대사도 많고 내용적으로도 가장 중요한 바로 그 장면에서, 모든 마이크가 꺼졌다. 대략 5분 여 간이었다고 짐작되는데, 배우들이 그 순간 최선을 다해 육성으로 전달하는 이야기에 애써 몰입하려 했지만 웅성거리는 객석의 분위기는 한동안 가시지 않았다. 이 공연이 끝나기 직전에 사과문이 올라오긴 했지만, '어느 날짜' 에 발생한 '어느 사고' 에 대한 사과인지 전혀 명시하지 않은 두루뭉술한 사과였다. 그리고 나는 이미 2막에서 또다시 발생한 음향사고에 짜증이 끝까지 올라왔을 뿐이고....ㅋ 캐서린이 탭댄스 추기 직전, 오른쪽 대형스피커에서 우우웅 하는 울림이 객석의 모두가 움찔거릴 정도로 크게 울렸다. 결국 공연 끝나고 뛰쳐나와서 컴플레인 하고 귀가했는데, 정말 헛웃음이 나더라. 음향팀 진짜 정신 좀 똑바로 차립시다. 



그리고 조명도 타이밍 안 맞는 거 몇 개 있었고, 꾸준히 말 나오던 3층 구조물의 흔들거림은 여전히 보는 이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오디, 지킬에서 난 사고, 기억합니다. 기업으로써 원가절감을 추구하는 것이 당연함을 알지만, 그 이전에 '안전' 이라는 가치를 좀 고려해봅시다. 이번 이엠개 사태를 보고 느낀 바가 있으리라 믿지만, 이제 덕들도 더 이상 호구처럼 가만히 있지 않습니다. 제발, 적어도 '사람' 이 중심이 되는 분야만큼이라도, 자본논리보다 '인권' 이 우선시 되길 간절히 바란다.  



무대전환 연출 중에서 살짝 솜이 연상되는 부분이 있었다. 창틀 혹은 액자틀 여러 개를 겹쳐서 깊이감을 표현한 연출. 좁고 높은 계단들과 퍼즐처럼 움직이는 맨앞쪽 막 무대가 뉴욕의 복잡한 골목을 잘 표현해냈다. 그리고 안무는, 생각보다 다양하지 않아서 아쉬웠다. 배우들의 춤이 멋있긴한데, 안무 자체가 비슷하달까 거의 동일하니까 뒤로 갈수록 감흥이 떨어진다. 가사 번역은 좋았다. 오디 극은 대사와 가사가 동글동글하고 입에 착 붙는 느낌이라 마음에 든다. 다만 여자 캐릭터 캐서린이 중반쯤까지 잭한테 존대하는 건 조금 거술렸다. 영화 자막 번역에서 고질적으로 발생하는 문제지만, 같은 '반말' 인 영어를 번역만 하면 여자는 존대하고 남자는 하대하는 고정관념 좀 탈피해봅시다. 그래도 후반부에서는 같이 말을 놓길래, 어쩌면 저게 최선이었나보다 싶기도 했다. 좋은 집안에서 자란 아가씨와 거리에서 자란 소년의 신분 차이를 보여주는, 뭐 그런 느낌으로 첫 만남 장면 정도에서만 존대를 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재관람은, 아직 모르겠다. 공연이 아직 2달 넘게 남았으니까 기회가 된다면 또 보고 싶긴 하다. 넘버도 좋고, 배우들이 가득 채우는 무대도 좋고. 일단 누구에게든 한 번쯤은 보라고 강추할 만한 극이다. 재정만 된다면 부모님 모시고 가고 싶다. 초대권 남발보다는, 입소문 마케팅에 주력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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