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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베카

in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2016.02.09 3시 공연





레베카 3연 자둘. 류정한 막심, 신영숙 댄버스, 김보경 나, 최민철 파벨, 김희원 반호퍼. 류막심 자둘. 신댄, 킴나, 미남파벨, 희원반호퍼 자첫. 류신킴. 류신킴미남희원 페어 세미막. 페어막도 잡은 나에게 셀프칭찬을ㅎㅎ 


표를 받을 때까지만 해도 op 2열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1열이라는 단어를 보고 혼자 당황했다. 티켓팅할 때 인팍에서 거하게 망하고 땅파고 있다가, 예당홈페이지에서도 예매가 열린다는 말을 듣고 빛의 속도로 가입하고 예매를 시도했었다. 운 좋게 op를 잡고 기뻐하며 까맣게 잊고 있었다가 표를 받고서야 1열임을 알게 된 나도 참 둔하다ㅋㅋ 결론적으로 해피엔딩^^ 확실히 1열보다 가깝고 가깝더라ㅠㅠ 무대가 엄청 높지도 않아서 생각보다 목이 아프지도 않았고, 통로지만 중블이어서 그런지 배우가 배우에 가리는 일이 거의 없었다. 음향은 울림이 좀 심했지만, 어차피 예당에서 좋은 음향을 기대하진 않았기 때문에 나쁘지 않았다. op 1열 중블, 최고다.





※스포많음※



0. 프롤로그 - 어젯밤 꿈 속 맨덜리


기대하고 있던 킴나. 목소리가 엄청 유니크한 배우였다. 뭔가 매끈한 유리구슬이 땡그랑 하고 굴러가는 듯하면서 다른 군더더기 소리가 전혀 없다. 솔직히 내 취향에선 불호 쪽에 가까웠지만, 그 불호를 가뿐히 뛰어넘을 정도로 안정적인 노래와 일관성 있는 연기를 보여줬기에 관극에 전혀 거슬림이 없었다. 오히려 극 후반부에서는 킴나가 나올 때마다 저절로 만면에 웃음이 지어질 정도로 사랑스러워졌다. 시선이 꽤 자주 마주치는 자리였는데 류막심 보느라 아이컨텍 몇 번 뛰어넘은 것 같아서 죄송스럽다ㅠㅠ 반투명 막 너머 꼿꼿한 자세의 신댄이 잘 보인다.



1-1. 절대 귀부인은 못 돼


희원반호퍼는 지연반호퍼보다 더 걸걸하고 조금 더 무례하다. 지연반호퍼는 눈치가 없는 쪽이었다면, 희원반호퍼는 굳이 신경을 쓰지 않는 쪽이었다. 하지만 확실히 정은 더 많다. 사교계에 전혀 관심이 없고 마이웨이로 사는 이히를 한심해하면서도 천애고아인 그를 안쓰러워하는 면도 강했다. 류막심과의 대화. 천박할 정도로 가슴을 다 드러낸 반호퍼의 의상에 눈 둘 곳을 몰라하면서도 가까스로 예의를 갖춰 인사한다. 의외로 순순히 손등에 키스를 해주고, 그에게 강제로 이끌려 자리에 앉는다.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이히를 쓱 훑어본다. 받아치는 몬테까rrrr로. 따라해보라며 킴나 양쪽에서 혀를 굴려대는 두 배우 덕에 웃음이 터져나왔다. 짧게 대화를 끝내고 떠나는 막심. 무례했다며 오히려 이히를 나무라는 반호퍼. 콧물 나왔다, 하면서 킴나 손가락을 자기 코에 가져다대서 배우들도 현웃이 살짝 터진 것 같았다ㅋㅋ 올화이트의 막심이 의자에 앉아 신문을 드는 모습이 슬쩍 보여서 괜히 설렜다.



1-2a. 아침식사


그 자세로 신문을 한참 들고 있는 게 꽤나 힘들 것 같다. 테이블을 적셔 버린 이히를 자신 옆으로 부르는 류막심. 아, 쫌! 간신히 같은 테이블에 앉은 이히에게 다정하게 전날의 무례를 사과한 뒤 호구조사를 한다. 제가 돈이 좀 필요해서요, 하는 킴나의 목소리가 뭔가 달랐다. 송나는 할 일도 능력도 없어 돈 많은 반호퍼부인을 따라다니며 젊음을 소비하고 있는 이미지였다면, 킴나는 그림이든 글이든 본인이 원하는 것이 있어서 말동무 일이라도 해서 돈을 벌어두려는 목적의식이 있는 듯했다. 송나는 촌구석에서 온 어리고 순진한 여자였다면, 킴나는 동글동글한 목소리와 얼굴과는 다르게 묘한 성깔이 있는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류막심이 송나를 더 예뻐하나 싶기도 했다. 정말 소심하고 자기 의견 없는, 레베카와는 완벽하게 다른 이히가 송나다. 킴나는 엄청 사랑스러운데 마냥 순진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그저 세상의 가십에 별 관심이 없어 뒤떨어진 듯했다. 아주 개인적인 생각이니 실제 배우분들 노선과는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    


 

1-2b. 절벽에서


파도소리. 어두운 기억에 잠긴 얼굴. 예쁜 곳에 가서 밥 먹자고 여자 꼬셔놓고, 막상 여자가 아름답다 칭찬하는 소리는 귀기울여 듣지도 않은 채 다른 여자 생각에 빠져있다. 오오, 이렇게 적어놓으니 막심, 정말 나쁜 남자네. 물론 금세 사과하고 겉옷을 입혀 이히를 먼저 내려보낸다. 



1-2c. 놀라운 평범함


이 넘버, 사실 좋아하지 않는다. 가사가 썩 와닿지 않는데다가, 류배우님이랑 어울리지 않는다ㅠㅠ 이 넘버 하나 때문에 창법을 운운하는 건 어불성설일 것 같고, 어떻게 호흡만 조금 다르게 하면 좀 괜찮아질 것도 같은데....... 라고 미친 소리를 소심하게 해본다ㅠㅠ 경력 20년에 가까워지는 배우에게 주제도 모르고 이런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죄스러운 일이라서ㅠ 이런 류의 노래가 오히려 더 어렵다는 걸 잘 알고 있지만, 끝음이 너무 불안하니까 속상해서 그런다ㅠㅠ 오늘도 삑 살짝 났다고.. 아주 살짝... 흡... 너무 정직하신 성악 발성과 호흡을 하셔서 좋은데 아쉽고 막 그러네...



1-3a. 행복을 병 속에 담는 법


뉴욕으로 돌아가겠다는 반호퍼부인의 선언. 절망하는 이히. 개인적으로 송나 버젼이 조금 더 취향이었다. 이날 킴나 컨디션이 베스트는 아니었던 것 같단 생각이다. 물론 생애 처음 뵙는 배우라서 확실하진 않지만ㅠㅠ 물론 감정선은 좋았다. 꿈 같던 막심과의 시간들을 병 속에 담아 평생 잊고 싶지 않다는 목소리. 나도 그런 거 있었음 좋겠다. 행복하고 기쁜 기억만 잔뜩 넣어두고 인생 살면서 가끔씩 꺼내볼 수 있는, 펜시브 같은 유리병. 



1-3b. 전환 음악


아 쫌!! 나 지금 너한테 청혼......하는 거야.. 말 끝을 흐리는 류막심. 등을 돌리고 어휴, 답답해. 어쩜 저렇게 센스가 없지. 투덜대고는 다리 쫙 벌리고 확 무릎을 꿇는다. 나랑 결혼해줘. 모르겠어요ㅠㅠ 라고 말하는 킴나의 표정에 순간 빵 터지셨는지 고개를 푹 숙이시더니 비슷하게 모르게쒀여ㅠㅠㅠㅠ 하고 킴나를 따라하시는 류막심ㅋㅋㅋ 이 애드립 첨 보는 거라 너무 좋았다ㅋㅋㅋㅋㅋ 괜찮아. 정말 괜찮아. 정색하고 나가려는 류막심. 킴나의 고백에 뒷모습에서도 미소짓는 게 보였다. 꽉 끌어안는 두 사람. 


반호퍼부인의 작별키스를 격렬하게 거부하는 류막심. 오 마이.. 같이 가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그의 가방을 주워 주며 우아하게 말하고 퇴장하는 류막심. 투덜거리는 반호퍼부인의 대사가 분명 한국어였던 것 같은데 류막심도 나도 제대로 못 알아 들은 듯하다.... 날 속였구나? 이히를 향해 입을 삐죽이는 희원반호퍼의 표정이 얄밉지만은 않다. 지연반호퍼는 질투심이 기저에 옅게 깔려있었는데, 희원반호퍼는 외려 걱정이 살짝 깔려있었다.  



1-4. 새 안주인 미세스 드 윈터


주인이 돌아온다는 소식에 쓸고 닦고 광내는 맨덜리 하인들. 그 사이로 뚜렷한 존재감을 뽐내는 신댄. 차댄과는 완전히 다른 색깔의 댄버스다. 어떤 새 안주인이 오실지 기대감으로 넘치는 분위기. 일렬로 도열하여 주인내외를 맞이하는 사람들. 신댄을 바라보는 류막심의 표정에 지겨움, 그리고 짜증이라는 감정이 스친다. 위아래를 정확히 선긋는 느낌이다. 이 두 캐릭터가 더 가열차게 맞붙었어야 하는데!!!! 아무튼 새안주인과의 첫만남은 실망스러운 인상만 남긴다.



1-5a. 영원한 생명


일명 난초송. 레베카가 사랑했던 난초를 아끼고 보살피며 광기에 가까운 집착을 보여주는 신댄. 차댄이 엄마이자 자매이자 절친인 관계의 '사랑'을 했다면, 신댄은 격렬한 팬질이 낳은 '사랑'을 행한 것 같았다. 품어주고 보듬는 역할에 머무르며 레베카의 행동을 묵묵히 지지하고 뒷처리를 함께 해주던 댄버스가 차댄이라면, 레베카의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고 열광하며 감탄하고 매번 찬사를 보내줬을 법한 댄버스가 신댄이다. 만약 레베카가 사이비 종교 수장이었다면 지고지순한 애인 혹은 동료가 차댄, 가장 열성적인 오른팔 신도가 신댄이지 않았을까 싶다.....ㅋㅋ 역시 배우분들 실제 노선과는 전혀 다를 수 있는 개인적인 감상이니 걸러 읽어주시길. 


아침의 방을 킴나에게 소개하는 신댄. 이미 킴나는 신댄을 조금 많이 이상한 사람이라고 인지하고 있다. 친구가 될 수 있을 거라고 말하는 송나는 꽤나 진심이었지만 킴나는 어느 정도의 거리를 유지한 채 조심스럽게 말한다. 친근하게 다가가며 스킨십하는 것도 송나보다 덜한 킴나. 장난스런 얼굴로 큐피드상을 만지던 킴나가 조각상을 깨뜨린다. 당황하여 조각상을 숨겨버리는 이히.



1-5b. 가족이란 낯선 이름


정화 베아트리체 컨디션이 지난 번보다 좋아졌다! 캐릭터는 소설 속 베아트리체가 더 매력적이라고 생각하지만, 막심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누나 캐릭터도 나쁘진 않다.  



1-6a. 행복하니?


체스를 두는 부부. 일견 행복해보인다. 행복하니? 조심스러운 질문. 행복해요. 당연하다는 듯 곧장 돌아오는 말. 안도하는 것 같으면서도 괜히 단점을 나열하는 류막심. 무도회, 라는 단어 하나만으로 금세 기분이 가라앉는다. 그러나 킴나의 애교에 녹아 미소 짓는 류막심. 그 시간을 방해하는 신댄. 관심 없다는 듯이 미간을 확 찌푸리고 귀찮아하는 류막심에게 안절부절 못하며 실수를 고백하는 킴나. 자신에게 바로 말하지 않은 이히에게 그리 화가 났다거나 실망을 느끼지는 않는다. 비싸든, 레베카가 소중히 여겼든, 뭐든, 정말 별 관심이 없다. 그러나 신댄이 비웃음 가득한 얼굴로 말한다. 로버트에게 사.과.해야겠습니다. 차댄은 감히 레베카의 것을 망가뜨렸다는 사실에 대한 노여움을 오히려 굉장한 딱딱함으로 포장했었는데, 신댄은 오히려 꼬투리를 잡아 잘 되었다는 듯 목소리에 감정이 한껏 묻어난다. 그 비아냥을 제대로 인지한 류막심은 짝짝, 박수를 치며 역시 신댄을 향해 비꼬며 말한다. 잘됐네요 진실을 알게 되었으니, 하고. 거기서 물러나지 않고 생전의 드 윈터 부인까지 운운하며 끝까지 할 말을 다 하는 신댄에게 가열차게 다가가 노여움을 담아 그의 이름을 부르는 류막심! 신댄을 살짝 내려다보는 류막심의 시선 높이까지 완벽했다b 두 사람의 눈이 마주치는 허공에서 불꽃이 튀는 것만 같았다. 애써 화를 억누르며 이를 악문 채 나가보라 말하는 류막심. 그에게 고개를 살짝 숙인 뒤 퇴장하는 신댄. 



1-6b. 화났어요?


신경 쓰지 말라는 말에도 지나칠 정도로 소심한 이히의 모습에 대체 무슨 말을 들었냐 화를 내는 류막심의 분노. 행복, 내겐 너무도 낯선 말. 류막심의 말에 절망한 표정을 지으며 뛰쳐올라가는 킴나. 그런 그의 뒷모습을 보며 후회하는 류막심. 어둠이 맨덜리 실내에 짙게 깔린다. 



1-7. 하루 또 하루


귀호강 제대로 하는 구나ㅠㅠ 류막심, 이렇게 꾹꾹 눌러서 불러주면 제가 좋아 죽습니다ㅠㅠ 저절로 눈이 감기며 오롯이 귀로만 즐기고 싶은 노래가 귀를 가득 메우는데, 행복, 제겐 너무도 가깝고 비싼 단어랍니다..ㅠㅠㅠ 본인 성량을 줄이지 않고 그냥 끝까지 마음껏 불러주니까 너무나 행복했다. 벗어날 수 없음을 깨닫고 절망하는 막심.



1-8. 절망에 지친 몸부림


베아트리체 솔로. 이 누나도 프랑켄 빅터의 누나처럼 동생을 사랑하긴 하지만 이해는 못한다.



1-9a. 남자들이 숭배한 그녀


레베카가 남긴 돈이 있을까 이것저것 뒤지는 미남파벨의 뒤를 쫓으며 감히 레베카의 물건을 만지냐는 듯 앙칼진 태도로 물건을 빼앗아 제자리에 소중히 내려놓는 신댄. 마치 제집인 양 온 방 안을 헤집고 다니는 파벨. 미남파벨 정말 덩치도 옷태도 좋다. 쎈캐로 레베카랑 아주 잘 어울렸을 법한 커플이다. 



1-9b. 둘만의 비밀 (언더스코어)


보라색으로 가득한 레베카의 방. 스산하다는 이히의 대사에 맞춘건지 갑작스러운 한기가 휘몰아친다. 독한 향수 냄새에 인상을 확 찌푸리며 신댄이 억지로 쥐여준 향수병을 가만히 테이블에 내려놓고 휘휘 손을 내젓는 킴나의 디테일이 좋았다. 레베카를 삼킨 바다가 보인다며 서편 창문을 여니 몰아치는 바람과 파도소리. op에 앉으니까 레베카의 이름을 속삭이는 바람소리가 그리 어색하지 않게 들린다. 배우들이 집중하기는 좋겠네..ㅎㅎ 



1-9c. 레베카 1 


사랑스러운 레베카의 물건들을 하나씩 하나씩 자랑스럽게 보여주면서 그와의 행복했던 일상을 늘어놓는 신댄. 목소리 가득 애정과 사랑이 흘러넘친다. 뭔가 댓가를 바란 사랑이 아니라, 그저 몇 마디의 칭찬과 감사만 있으면 충분했던 맹목적인 사랑. 한껏 떨리는 목소리가 담아내는 환희와 전율이 결코 가볍지 않았다. 이 넘버에 중간에 앙상블의 노래가 같이 깔리는 파트가 있는데, 그 부분의 킴나 연기에도 감탄했다. 레베카를 부르짖는 목소리들이 마치 바로 앞에 있는 듯한 환상을 보는 것마냥 관객석을 공포에 질린 눈으로 쓱 훑어보더라. 마치 내가 레베카를 찬양하고 있는 것만 같은 묘한 착각이 들어서 새삼 감탄했다. 관객을 극 안으로 자연스럽게 끌어들이며 몰입시킬 수 있는 능력은 어느 정도 타고나야 한다고 믿는데, 이 배우에겐 그게 있었다.  



1-10. 뒷담화


주인이 아니라 하녀 같은 마님에 대해 뒷담화 하는 하인들. 근데 마지막 '신부님도 그녈 무시해' 하는 부분은 왜 굳이 그런 연출을 넣었는지 자둘인데도 잘 모르겠다. 어쩐지 라만차 느낌도 나고, 별로다. 신부라면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대하는 사람인데 이히는 그 안에 들지도 못함을 보여주려는 거겠지만, 글쎄, 그리 와닿지 않는다.



1-11a. 그녀는 떠났어


연기도 노래도 잘하는 순택벤. 백탁색의 연기가 짙게 깔리는데, 설탕뽑기 만들다가 가볍게 구리를 태우는 것만 같은 달큰한 냄새가 매번 나서 종국에는 속이 조금 니글거렸다. 각오했던 것보다 시야를 가리진 않지만 냄새가 꽤 강하게 나서 신경이 쓰였다. 벤이 친절한 이히의 얼굴을 쓰다듬으려 손을 가져가자 휙 피하는 연출이 있던데, 너무 과한 설정이 아닐까 싶다. 그렇게 따지면 프랭크랑 정분 안나는 게 더 이상...하던데.... 내가 너무 깊이 생각하는 건가..? 아무튼 친절하고 자신을 보호소에 보내지 않겠다고 약속까지 하는 이히에게 매우 호감을 느낀 벤. 순택벤의 노선도 분명해서 꽤나 매력적이다. 



1-11b. 신이여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역시 귀가 정화된다.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을, 저주를 말한다. 도망칠 수 없다 절규한다. 레베카.. 내 머릿속에서 사라져 제발!!!! 맨덜리로 돌아왔으니 다시 그 과거를 마주해야 한다 다짐한다. 이 넘버는 오슷이랑 퀄리티가 너무 다르다. 물른 하루 또 하루나 칼날송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말이다ㅠㅠ 히스테리컬한 류막심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1-12a. 가장 아름다운 여자 (언더스코어)


레베카는 얼마나 아름다웠나요? 라는 물음에 망설임 하나 없이 '제가 본 가장 아름다운 여자였습니다' 라고 대답하면 됩니까 안됩니까. 송나는 프랭크가 건넨 손수건에 아예 얼굴을 파뭍고 엉엉 울던데, 킴나는 엉엉 울면서도 눈화장이 지워질라 조심스레 눈물을 찍어내더라ㅋㅋㅋ  



1-12b. 별빛 같은 한 사람


역시 이 넘버는 별로야.... 가요에 뽕삘이야.... 그리고 프랭크 역의 윤선용 배우님 창법이 참 내스타일이 아냐ㅠ



1-13a. 맨덜리 가장무도회


가장무도회에 도착하는 사람들. 그들을 환영하는 주인, 류막심. 한껏 신난 사람들이 흥겹게 춤을 춘다. 크게 원을 돌며 사람들과 인사한다. 그러는 중 시끄럽게 도착을 알리는 반호퍼부인. 반갑게 그를 맞이하는 류막심을 번쩍 들어올린다. 줄리'앙' 대령에게 눈독들이는 그. 팔뚝살 흔들리는 걸 만지더니 같이 격하게 몸을 떨어대는 류막심 애드립이 귀여워서 또 빵 터졌다. 옆의 프랭크에게 그 진동 전달해주고ㅋㅋㅋㅋ 



1-13b. I'm An American Woman


자유분방한 여자. 그런 그에게 호감을 느끼는 허정규 줄리앙! 만면에 미소가 가득한 그는 앙들이 다가오는 것도 눈치채지 못하다가 깜짝 놀라며 뒤로 물러서기도 하지만, 끝까지 희원반호퍼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귀여워, 이 커플ㅋㅋㅋㅋ 대극장에서 이 정도 길이와 과장을 담은 쇼뮤 넘버 좋다. 딱 요 수준의 느낌으로.  



1-14. 오늘은 나의 세상


정화베아트리체랑 킴나의 대화 목소리가 엄청, 뮤지컬스럽다. 두 배우 모두 어쩜 그렇게 예쁘고 몽글몽글하면서 인공적이지만 위화감은 없는 느낌으로 대사를 칠 수 있는 걸까. 직접 맞춘 드레스를 입으며 마치 자신이 아닌 것 같은 모습에 한껏 들뜬 이히의 모습이 벌써부터 안쓰럽다ㅠㅠ 오롯이 자신을 위한 날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 그의 목소리에 행복함이 가득 묻어난다. 무엇보다도 사랑하는 막심, 그를 기쁘게 해줄 수 있으리란 기대감으로 부풀어있는 모습이다.  



1-15. 1막 피날레


하지만 전혀 다른 반응. 찬사가 아니라 수근거림이, 칭찬이 아니라 이 악문 목소리에 담긴 비난과 분노만이 그를 맞이한다. 옷 갈아입고 와! 라는 말을 못 알아 듣고 멍하니 있는 이히에게 결국 소리 높여 화를 내고 마는 류막심. 사람들 앞에서 창피를 당한 당혹감과 슬픔에 방으로 뛰쳐올라가는 킴나. 그 모습을 보며 만면에 미소 짓는 신댄. 극장 가득 레베카의 이름이 흘러넘친다. 그 자리에 있지도 않으면서 누구보다도 강렬한 존재감, 레베카.  





2-0. 2막 오프닝 (간주곡)


2-1a. 맴도는 이름, 레베카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하고 결국 레베카의 방으로 막심을 찾아온 킴나. 송나가 이 넘버에서 뤠베카-라고 발음해서 내심 당황을 했었는데 킴나는 그렇게까지 굴리지 않더라. 방에 있는 것은 막심이 아니라 댄버스. 아무렇지 않게 날씨 얘기나 하고 있는 댄버스에게 화를 내는 이히. 되려 본색을 드러내는 신댄. 



2-1b. 레베카 (긴 버젼)


캬하. 이 넘버는 진짜, 시각적으로도 청각적으로도 임팩트가 대단하다. 신댄의 노래에 좋아서 입이 다물어지지가 않았다ㅠㅠ 막 무서운 얼굴로 광기에 번뜩이며 노래하는데 보는 내 얼굴에선 희열로 인한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마지막 음이 끝나고 나서 역시 한참동안 쏟아지던 환호와 박수. 대단하다, 정말.



2-1c. 저 바다로 뛰어!


너를 위해, 주인님을 위해, 뛰어내려! 죽어 마땅한 건 너야!! 절묘한 타이밍에 마지막 순간 계획이 틀어져버리자 애써 멀쩡한 척 대답하지만 난간을 확 내려치며 눈을 부릅뜨는 신댄. 같은 동작임에도 차댄과는 정말, 색이 전혀 다르다. 신댄은 음모 같은 걸 잘 꾸미고 태연하게 실행했을 것 같다. 마치 레베카, 본인처럼.



2-2. 건지는 놈이 임자


이 넘버 막 뒤쪽에서 마지막에 건져지는 사람이 막심이라고 해서 주의깊게 보고 있었는데 결국 캐치 못했다ㅠㅠ 막심을 찾아 헤매는 이히와 그를 방해하는 파벨. 영차, 하는 앙들의 목소리가 긴장감을 끌어올린다. 



2-3a. 그녀는 떠났어 (리프라이즈1)


2-3b. 그녀는 당신의 전부


바닷속에서 침몰한 레베카의 배, 그리고 그 안의 시신을 발견했다는 소식을 듣고 무너지는 류막심. 그런 그에게 다가가 당신이 레베카를 잊지 못하는 걸 알지만, 부디 나를 당신 곁에서 떠나게 하지는 말아달라 부탁하는 킴나. 그 말에 류막심은 비릿하게 미소 짓는다.  



2-3c. 칼날 같은 그 미소


난 레베카를 사랑한 적이 없어. 난, 레베카를 증오했어!


비로소 고백하는 진실. 유난히 간드러지는 류베카의 목소리. 울먹이는 목소리에 담긴 감정은 분노일까 모욕일까 자괴감일까 혹은 또다른 무언가일까. 안 그래도 안 잊혀져서 미쳐버릴 것 같애!!!! 절규하는 목소리. 보트보관소의 문을 박차고 들어가 레베카를 마주한 류막심. 말 좀 해봐 이 걸레같은 년아! 미소 지은 채 레베카가 말한다. 막심.. 날 똑바로 봐... 라고. 히스테리컬한 웃음소리. 피가 솟구쳐 그를 밀쳤고, 정적. 그년 죽었어!!! 울음 섞인 목소리 끝 부르는 이름 레베카... 레베카... 미안해.... 웃는 얼굴로... 잊을 수 있어도 지울 수 없는 그 미소, 칼날 같은 그 미소.


미안해, 라는 애드립을 0130 공연 때부터인가 했다고 기억하는데, 실제로 보고 들으니까 확 와닿았다. 류막심은 레베카를 사랑했다. 가슴 속 깊은 곳에서부터 끓어올린 그 이름. 토해내듯 뱉어낸 말, 미안해. 레베카를 죽인 건 결코 고의가 아니었고 그럴 의사도 전혀 없었다. 넘쳐흐르는 죄책감. 여기에 새로운 애드립. 막심, 날 똑바로 봐. 레베카도 막심을 완전히 무시하거나 비웃기만 한 건 아니었다. 사랑, 까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레베카는 고고해보이면서도 결국 자신의 조건을 받아들이며 모욕을 인내하고 견디며 잘 연기해내는 류막심을 조금은 인정했고, 류막심은 온전히 제 것이 되지 않는 레베카에게 분노하고 그의 파트너들을 질투하면서도 애써 그 모든 감정들을 꾹꾹 누르고 집어삼키면서 사랑을 애증으로 바꾸고 있었다. 그런 엇갈린 감정이 폭발하며 결국 레베카는 원했던 대로 류막심의 손에 죽었고, 류막심은 증오하지만 그래도 사랑하긴 했던, 그 복합적인 감정이 여전히 잔재하고 있는 레베카를 제 손으로 죽였다는 죄책감에 휩싸여 고통스러워한다. 아니, 할 것이다. 아마도 평생. 


막심 캐릭터에 입체감과 스토리와 생명력을 부여하면...... 팬들은 그냥 망하라는 거죠, 배우님?ㅠㅠ 하아. 좋은데 미묘하게 슬프다.... 행복한데 고통스러워, 크흡. 



2-4. 여자들만의 힘


바다를 가르고 산을 옮길 수 있는 여자들의 힘, 이라는데 뭐 시대상 감안합니다. 네. 마지막까지 그의 편이란 건 여자든 남자든 사랑하고 애정하는 사람에게 마땅히 행해야 할 도의 같은 거라고 생각한다. 팬질도 그렇고.



2-5. 새 안주인 미세스 드 윈터 (리프라이즈)


전환되는 맨덜리의 분위기. 레베카의 잔재를 모두 내버리라는 새 안주인의 지시를 따르는 하인들. 명령일 뿐이니 이유는 묻지마. 처음으로 자신의 뜻이 아닌 일들이 진행되는 저택의 모습에 당황하는 신댄.



2-6. 미세스 드 윈터는 나야


신댄에게 먹히지 않는 킴나의 목소리가 감사했다. 근데 신댄이든 차댄이든, 그 정도 성량의 20대중반-30대초반 배우가 그렇게 없나..? 아님 이히의 넘버가 유난히 여리고 가성이 필요한 고음이 많은 건가? 조금 강한 보이스의 이히 노래를 들어보고 싶다. 아무튼 얄짤없이 레베카의 모든 것을 치워버리는 킴나. 무너져내리는 신댄.



2-7. 공판


재판 장면에서 류막심 연기 정말 좋았다. 류팬텀 때 본 듯한, 신경질적으로 목을 왼쪽으로 두어번 빼는 동작이나 안면 근육을 묘하게 일그러뜨리며 파르르 떠는 섬세한 연기가 잘 보여서 너무 행복했다. 계속 옷매무새를 다듬고 목 주변 넥타이를 만지며 애써 분노와 긴장을 진정시키려 한다. 이를 악물며 대답을 이어간다. 하지만 사생활을 집요하게 묻는 검사의 질문에 결국 폭발하고 만다.   



2-8a. 한 손이 다른 손을


미남파벨 느끼한데 노래가 엄청 안정적이다. 류막심은 능글맞은 그 협박에 흔들리지 않고 줄리앙 대령의 앞에서 공식적으로 일을 해결하려 한다. 덤덤하고 차분한 목소리와는 다르게, 얼굴 가득 불안함이 담겨있다.



2-8b. 그녀는 떠났어 (리프라이즈2)


벤은 아무 것도 몰라. 벤은 착해. 목격자로서의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하는 벤의 상태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거리는 류막심. 두 사람의 눈이 마주친 것도 같다. 대신 불려온 신댄. 방 안의 모든 이에게 적대감을 내뿜는 그의 입에서 레베카에 대한 찬양이 쏟아진다.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며 소파에 몸을 파묻는 류막심. 유약한 모습을 드러내면서 무너져내리는 신댄. 모든 게 게임이었다고, 오로지 자신에게만 솔직했다고 부르짖는다. 사건은 계속 진실을 향해 다가간다. 개인병원. 산부인과. 미남파벨의 비아냥에 폭발하는 류막심. 이 개 같은 새끼가!! 닥쳐! 분노, 그 이면에 명백한 질투가 있다. 자신의 죄가 드러날까 두려워하는 마음, 동시에 레베카를 사랑하며 혹은 애증하면서 느꼈던 감정이 분명 존재한다. 차라리 레베카가 그랬던 것처럼, 류막심도 이 모든 상황을 게임으로 여기고 받아쳐줬다면 조금은 결말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싶기도 했다. 물론 그러기엔 시대 분위기도, 막심의 사회적 지위나 위신마저도 지나치게 고지식했지만 말이다. 와, 온갖 상상의 나래가 펼쳐진다...... 진짜 류배우님.... 대단하시다ㅠㅠ 



2-9a. 우린 어찌될까?


동요하는 맨덜리. 혼돈을 뚫고 울리는 전화벨소리. 앙들이 박자에 맞춰 한 발자국씩 뒤로 물러나는 연출 좋다. 



2-9b. 완벽한 속임수


전화를 받는 류막심. 프랭크의 재촉에 대답한다. 그녀가 병원에 간 이유는 오직, 단.하.나. .....암이었어...... 그녀는 내 삶도 망가뜨리고 싶었던 거야. 처참한 표정으로 퇴장하는 류막심.



2-10. 레베카 (리프라이즈)


난 뭐야... 진실을 알게 되고 무너져내리는 신댄. 어떻게 레베카, 네가..... 나에게 숨기는 것이... 날 배신하다니..... 완벽하게 절망 나락 끝으로 떨어지는 모습이, 아프고 가엾다. 완벽한 저주도 지독한 슬픔도 아닌, 뭐라 정확하게 정의내리기도 어려운 고통스러운 감정으로 발버둥치는 모습.  



2-11. 밤의 저편


기차역에서 재회하는 류막심과 킴나. 결국 모든 것은 레베카의 뜻대로, 내 삶까지도 모두 망가뜨렸다 괴로워하는 류막심을 위로하고 부둥켜안는 킴나. 이제 아무런 해도 끼칠 수 없다 단언하며 새로운 삶을 약속하는 말들. 이거 왜 오슷 없죠. 왜죠ㅠㅠㅠㅠㅠ 



2-12. 불타는 맨덜리


저건 태양이 아니야! 저건 맨덜리야!! 활활 활활 불타는 맨덜리. 항상 단정하던 머리를 다 풀어헤친 신댄의 절규가 류막심의 목소리와 어우러지며 절정을 향해 달린다. 



2-13. 에필로그 - 어젯밤 꿈 속 맨덜리 (리프라이즈)


다 타버린 맨덜리를 복구할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여러 호텔을 전전하지만, 결국 함께인 두 사람. 원하는 결말을 맞이한 레베카와 가까스로 덫에서 벗어나 삶을 이어가는 두 사람 중 과연 어느 쪽이 승리한 걸까. 레베카를 사랑했던, 그래서 평생 그 저주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을 류막심. 그런 그의 곁에 평생 머물며 보살펴주고 지켜주며 자기 정체성을 이어갈 킴나. 그리고 나이듦을 두려워하며 확 꺼져버리는 인생을 동경하던 레베카. 잘 모르겠다. 매력적이면서도 참 한심한, 그렇지만 역시 가장 달콤하고 유혹적인 이야기다. 이런 질척거리는 러브스토리란 건.





커튼콜까지 너무너무 좋았다. 신영숙 배우님은 반짝거리는 특유의 느낌이 분명히 있는데, 류배우님이 그 특징을 '챠밍'이라고 아주 적절히 이름 붙여 주신 것 같다ㅋㅋ 취향은 음습한 차댄인데, 묘한 사랑스러움을 지닌 쨍하고 열정적인 신댄도 정말 좋다. 송나는 지켜주고 싶은 애정이 샘솟고, 킴나는 보고만 있어도 괜히 미소가 지어지는 행복함이 가득하다. 삼연 캐슷 참 잘 모셔왔네. 응. 특히 류배우님. 헤헤. 앞자리 덕후면서 무례하다는 거 정말 잘 알고는 있는데, 어쩔 수 없이 시선이 늘 류배우님에게 고정된다. 반성합니다. 하지만 류배우님 나오시는 관극은 앞으로도 이럴 것 같습니다. 미리 죄송합니다......ㅠㅠ 매번 하면서도 지치지 않으니 또 찬양합니다, 류배우님♡ 삼연 첫 매진 공연에 함께 할 수 있어 영광이에요. 게다가 꽤나 좋은 자리였고! 현재 들고 있는 표가 오늘 캐슷의 페어막뿐인데, 과연 제멋대로 풀리는 보유석을 잡아서 한 번 더 갈 수 있을지, 무한 산책을 해봐야겠다ㅠ 덕분에 연휴를 아주 알차게 마무리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행복, 뭐 멀리 있나요. 이런 게 행복이지ㅎ 비록 죽이고 죽는 캐릭터를 주로 연기하시며 또 그런 비극에 특화되신 배우님이시지만, 현실 속 평범한 일상은 부디 늘 행복만이 가득하시길 빌어본다. 새해니까 덕담으로:) 행복하시고 건강하시고, 올해 역시 열일해주세요, 배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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