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레미제라블

in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2016.02.26 8시 공연





양준모 장발장, 김우형 자베르, 전나영 판틴, 곽이안 가브로쉬, 이하 원캐. 양소전... 페어막이었구나!!ㅠㅠ 레미가 이렇게 끝나가는구나. 재연 레미 3차이자 양소선 예대가 터지지 않는다면 아마도 자막. 일부러 금요일에 맞춰서 갔는데 지휘자는 부음감님이셨다. 오케가 깔끔하긴 한데, 뭔가 가볍다고 느낀 건 괜한 착각이었을까. 강조하자면 음악 문외한입니다^_ㅠ 소소하게 백스테이지의 잡음이 들려와서 조금 아쉬웠지만, 음악과 배우의 노래가 절정의 합을 보여줘서 몰입이 깨지진 않았다. 막공 무렵이 되니 확실히 화음이나 감정선의 조화가 무르익었다.   



특히 앙상블. 한 사람 한 사람이 '노래'에서 주조연 급의 실력으로 탄탄히 극을 받쳐주는 앙상블을, 아직까지는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더 열심히 돌았다면 지크슈처럼, 프랑켄처럼, 앙들에게도 마음껏 애정을 줄 수 있었을 테지만, 이 극을 단시기에 여러 번 보는 건 너무 힘겨운 일이라서 아쉬울 따름이다. 오픈런합시다..... 라는 말을 애정극이 막을 내릴 때마다 매번 하지만 역시 한국 공연계에선 아직 불가능한 일이겠지. 삼연은 되도록 빨리 돌아와주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그래도 일반 대중들에게 많이 팔리는 극이잖아요....ㅠㅠ



※소소한 스포 있음※



2차 관극 때는 '실패한 혁명'의 주역들에 보다 몰입했다면, 이 날은 장발장의 인생에 조금 더 포커스가 맞춰졌다. 양발장이 부르는 Bring Him Home 을 정말 좋아하는데, 지금까지 관극 중 가장 목상태가 좋아보였다. 이 노래는 이제 반주만 들어도 울컥한다. 평화로 환희로 살아갈 아직 어린 청년 / 당신이 주신 그를 빼앗지 마옵소서. 폐허 속에서 마리우스의 생사를 확인하고 그곳에서 벗어나려다가 문득 바리케이드에 시선을 두는 양발장. 고요함이라 칭하기엔 너무도 아픈 정적. 깨워도 깨어나지 않을 어린 학생들. 오페라처럼 살기보단 정의로 살겠노라 외치며 총칼을 집어들었던, 민중들의 배반에도 절망할지언정 무너지지 않고 마지막까지 맞서 싸운, 패배했지만 헛되이 스러진 것은 아닌, 혁명의 수많은 핏방울들. Empty Chair 에서 발치에 놓인 촛불을 들고 훅, 입으로 바람을 불어 꺼버리는 연출이 극적 비장미의 절정을 보여준다.    



배우들이 유난히 꾹꾹 눌러 부르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Red and Black 이나 Do you hear the people sing 에서 민졸라 노래가 정말 좋았다. 우형자베르는 정말 기복 없이 잘한다. 초연 때 앙졸라 역이었다니 정말 궁금하다ㅠ 양발장의 인간적인 모습을 사랑하는데, 그 따뜻함이 노래에도 스며들어 참 행복했다. 프롤로그 Two Constables 에게 잡혀온 장발장, 당황한 그에게 건네는 주교의 말. 약간의 노여움, 그 이상의 자애로움. 한규정 앙이 한 마디 한 마디 힘주어 부르는 노래에 매번 그 장면부터 눈물이 났다. 자신을 부여잡고 가르침을 건넨 주교를 평생 잊지 못하고, 그가 건넸던 은촛대 두 개를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아끼고 보듬는 양발장. 극의 프롤로그과 에필로그가 하나의 선처럼 연결된다. 판틴이 담요를 거두어가면 늙고 지쳐 무겁던 육체에서 해방되어 자유로워진 영혼인 양 벌떡 의자에서 일어나는 양발장. 환하게 쏟아지는 빛. 눈부신 마지막 장면. 





아역 곽이안, 안소명은 2차 때 만났었는데 그 때보다 훨씬 좋아져서 깜짝 놀랐다. 이 아이들이 노래하면 투명한 구슬이 굴러가는 기분이 들며 무대가 반짝였다. 소호마리는 음색이 내 취향이 아닌 것 같고, 하경코젯은 음색은 좋은데 노래가 나랑 안맞는다..ㅋㅋ 언젠가 말했듯, 마리우스나 코제트는 내가 결코 좋아할 일 없는 캐릭터라서 어쩔 수 없다. 지연에포닌은 기복 없이 잘한다. 임기홍/박준면 떼나르디에 부부도 새삼스럽게도 유난히 좋았다. 나영판틴은 정말 판틴 그 자체다. 자기 장점을 잘 살리며 감정을 모아 관객에게 전달하는 배우 같다. 우형자베르, 양발장은 뭐 말해 무엇해... 그저 완벽할만큼 좋은 걸. 3번의 관극 내내 두 배우는 고정으로 돌았는데, 후회 없다. 정발장을 한 번쯤은 볼 생각이었지만, 재연 레미의 장발장은 그냥 양준모 배우로 기억에 남기기로 했다. 그래도 내일 정소전 공연을 부모님 보여드리기로 했으니, 간접적으로 감상평을 들어볼 수 있겠지! 딸은 중블 2열에서만 봤는데 부모님은 사블 자리를 잡아드려서 쬐끔 죄송하긴 하다..ㅎ 급작스럽게 정발장 공연을 연석으로 잡으려니 도저히 그보다 좋은 자리를 잡을 수가 없었다ㅠㅠ  



라만차 때도 그랬지만, 명작이자 고전은 리뷰를 멋들어지게 쓰기가 너무나도 어렵다. 극 자체의 완성도가 너무 높으면, 좋았다 이상의 말을 주절주절 나열하는 게 부질없게 느껴진다. 무대가 너어어무 어둡다는 것 이외에는 무대 연출에 대해 불평할 거리도 없고. 어두운 만큼 새하얀 강조 조명이 더욱 강렬하게 인상을 남길 수 있음을 잘 알지만, 2열인데도 눈이 침침해서 표정 보기가 힘들 정도면 조금 과한 게 아닐까. 참고로 교정시력 1.5다....



삼연, 금방 돌아와주길. 그리고 올 때 오슷 좀.... 한국어 오슷 듣고 싶다!! 레미제라블의 수많은 오슷들이 있는데 왜 한국어 오슷은 내주지 않는 것인가..!! 재연 남은 일주일, 끝까지 멋진 공연 완성해주길 바란다. 



'공연예술 > Musical' 카테고리의 다른 글

뉴시즈 (2016.04.21 8시)  (0) 2016.04.22
마리아 마리아 (2016.04.15 8시)  (0) 2016.04.15
넥스트투노멀 (2016.01.30 7시)  (0) 2016.01.31
레미제라블 (2016.01.22 8시)  (0) 2016.01.23
넥스트투노멀 (2015.12.26 3시)  (0) 2015.12.26
공지사항
«   2025/03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