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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in 충무아트홀 대극장, 2016.03.04 8시 공연
재연 프랑켄 열한 번째 관극. 전동석 빅터/쟈크, 한지상 앙리/괴물, 서지영 엘렌/에바, 안시하 줄리아/까뜨린느, 윤우주디, 이하 원캐. 동한서안. 동빅/동쟠 6차, 지앙/지괴 7차, 동한 4차. 지괴 101번째 공연. 동한 세미세미막.
이 극의 컨텐츠를 전달하는데 있어, 감히 완벽했다 칭하고 싶다. 배우들의 노선이,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성 있게 지속됐으며 그 와중에도 임팩트 있는 요소들을 첨가시키며 전율을 자아냈다. 동빅이나 지괴의 목 상태가 최상의 컨디션은 아니었지만 그런 잡념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로 두 배우의 합이, 각자의 연기가 훌륭했다. 고백하자면, 재연 프랑켄을 관극하면서 단 한 번도 류빅을 떠올리지 않았던 건 이날 공연이 처음이었다.
※스포있음※
이날 동빅이나 지앙이나, 똑똑한 어린애들이었다. 동빅은 자신을 챙겨주는 룽게나 줄리아를 제 사람이라 여기긴 했지만 '사랑'하지는 않았고,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엘렌을 도리어 답답해하며 그리 소중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런 그에게 앙리라는 '친구'가 생긴다. 자신과 말이 통하고, 홀로 추구하던 야망이자 꿈을 공유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 앙리는 또 어떤가. 자신과는 다르게 반짝거리며 빛나는 빅터를 동경하고, 그의 꿈에 동감하며, 그의 실험에 동조한다. 빅터의 과거, 빅터의 유령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동정보다는 공감을 하며 더욱 그의 곁에서 그의 꿈을 실현시키리라 결심한다. 순간적으로 빅터를 기절시키고 모든 죄를 뒤집어쓰는 건, 이성보다는 본능이 더 앞섰기 때문에 가능했다. 비록 자신이 죽더라도 함께 꿈꾸었던 목표를 이룰 수 있다면, 두려움에 덜덜 떨면서도 '행복해' 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 진정한 '친구'의 죽음 앞에서 두려움과 혼란에 휩싸여 고민하고 망설였던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과 죄책감에 엉엉 우는 동빅. 단두대로 향하는 계단을 휘청거리며 오르다가 완전히 주저앉아버리는 지앙. 엇갈린 두 친구의 운명. 지앙의 유언이자 의지를 이뤄내기 위해 생명창조를 강행하는 동빅. 제 손으로 창조해 낸 생명체를 바라보며 친구가 살아났다 해맑게 기뻐하지만, 순간의 어긋남으로 인한 비극의 시작이 기쁨과 환희의 감정을 산산히 부숴버린다. 도망가는 괴물을 죽이기 위해 룽게의 총을 주워들며 "신께서 우리를 심판하시리라" 라고 노래하는 동빅의 표정. 절망감, 분노, 그리고 운명에 대한 저주. 그런 그를 비웃는 듯 비릿하게 웃는 지괴.
놀라움과 감탄과 감사함의 연속이었던 2막. 지괴의 심판자 노선이,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하게 취향이었다. 예전의 지친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도망자부터 남세 직전 잡혀가는 그 순간까지, 지괴는 지치고 괴롭고 황망해했지만 이 세상의 생명체가 아닌 듯한 냉랭한 분위기를 온전히 유지했다. 넌괴물까지도 강렬한 반항과 반발을 해줬는데 덕분에 안까뜨와의 장면에서 어린아이 같은 순수한 모습이 더욱 임팩트 있게 다가왔다. 애처로울 정도로 순진한 얼굴. 이어지는 허망함. 난 괴물. 중간정적 때 하늘을 향해 삿대질을 하더니 무대 너머 조명이 위치한 라인까지 넘어오며 분노하고 원망하며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쏘아봤다. 그 휘몰아치는 감정을 쏟아내고 싶은데 언어로는 표현이 되지 않아 웅얼거리며 괴로워하다가, 갑자기 오른손을 미친듯 흔들며 '안녕', 이란 인사를 건넨다. 맑고 크 눈동자에 슬픔이 가득 실리며, 제발 나를 누가 위로해달라 온몸으로 절규한다. 사무치는 외로움과 고독, 슬픔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위압적이고 비아냥대는 괴물의 이면에 유약하고 외로운 어린아이가 홀로 숨죽여 울고있다. 누군가 자신을 안아주던 꿈 속에 살 수 없나 고통스러워한다. 너의 꿈에 살고 싶다며 울듯 웃던 앙리가 겹친다. 이룰 수 없기에 더욱 애달픈, 꿈.
그렇게 지괴가 뮤지컬의 제목에 맞지 않게 마치 괴물이 주인공인 것마냥 무대를 휘어잡고 있을 때, 동빅은 평소보다 훨씬 섬세하고 설득력 있는 연기를 보여줬다. 마냥 아이처럼 엉엉 우는 것에서 더 나아가 끝이 보이지 않는 나락으로 무너지고 절망하는 감정을 아주 생생하게 표현했다. 줄리아의 죽음을 보고 정신 나간 사람마냥 웃으며 현실을 애써 부정해보려 하지만, 마주한 지괴의 모습에 무너져내리며 넋이 나간다. 이런 미묘한 감정을 단순히 허탈하거나 허망하다는 것 이상으로 유려하게 표현했다. 후회를 들으며 눈물을 쏟아낸 건 처음이다. 담백하게, 하지만 고통을 짓씹어 되새김질 하듯이 고통스럽게. 동빅이 이렇게까지 좋아질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상처. 냉정한 심판자와 외로운 어린아이의 중간에서 균형을 잡는 지괴. 동빅이 '신'이 되고 싶어서 생명창조를 꿈꾸고 실현시킨 게 아님을 알지만, 그의 손에 만들어진 지괴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겠다 싶더라.
그리고 북극. 하아.... 북극.... 천진하지만 악마같은 표정으로 동빅의 허벅지에 꽂히는 칼날을 주시하는 지괴. 그가 겨냥한 총구 앞에서 공포로 덜덜 떠는 한낱 인간, 동빅. 이날 공연에서 거의 내지 않던 괴물 특유의 신음소리를 쥐어짜낸 지괴가 총을 건넨다.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동빅이 총을 쥐기 직전 지괴는 하늘을 잠깐 올려다본다. 탕. 총성 끝 가까스로 마지막 말을 내뱉는다. 넌 이제 혼자가 되는 거야, 보다 넌 이제 혼자야, 라는 선고가 더 어울릴 것 같다. 그리고 호명. 빅터... 빅터... 커지는 동빅의 눈. 두 손으로 감싸쥐는 얼굴. 울먹이는 목소리. 이해하겠어? 그 말에 고개를 마구 끄덕이는 동빅. 내심, 이해는 무슨!! 이라고 속으로 반발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으윽, 으으윽, 하며 고통스런 울음소리를 토해내는 지괴와 눈물 가득한 울음소리를 흘리는 동빅.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친다. 이게 나의, 복수야. 괴물의 목소리지만, 예전처럼 오롯한 복수의 선고는 결코 아니다. 지괴는, 창조주 동빅보다는 그를 절망 끝으로 내몰았던 '신'을 더 많이 원망하고 저주했다. 진정으로 아끼던 마지막 존재의 죽음을 목격하고 완벽하게 무너져내리는 동빅. 차라리 날 저주해!!! 나는..... 프랑켄...슈타인...!!!!!
짧은 글솜씨로 오감을 자극하며 감정을 흔들던 3시간을 표현하려니 너무도 고단하다. 이건 진짜, 관극을 했어야 오롯이 이해할 수 있으리라. 북극에서 마지막 순간 쏟아내던 동빅과 지괴의 그 목소리가, 예측하지 못한 전개로 인한 강한 충격을 선사했다. 이날 실황, 정말 필요해. 마치 극 자체를 처음 마주한 듯한 반전과 스릴. 최고다.
디테일도 기억나는 게 많은데, 이 리뷰에는 못 적겠다. 그냥 다이어리에 소소하고 깨알 같은 이야기를 남겨야지. 서엘렌이 지금까지 관극 중 가히 최고였다. 서에바도 좋았는데, 서엘렌이 정말 훌륭했다. 안까뜨의 섬세한 연기 역시 극의 몰입을 더했다. 주디는 싫어싫어 말고는 많이 늘었고, 윤우도 연기는 안정감있다. 당장 코앞에 동한의 세미막이 있고, 심지어 페어막은 주중 마티네다. 스케쥴 짠 사람 얼굴 좀 보고 면담 좀 합시다. 이날 공연이 감히 레전이라 칭할 수 있을 만한 공연이라 그나마 다행인 것 같기도 하다. 마치 지크슈 마재 세미막 때처럼, 이대로 이 페어를 보내도, 괜찮을 것 같다. 아쉽긴 하지만 말이다. 하아. 이 페어가 재연 최애인데 벌써 마지막을 말해야 하다니.....ㅠㅠ 이날 앉았던 자리에서 두 눈으로 쫓았던 시야를 고스란히 프레임에 담아 실황영상으로 남긴다면 나노단위로 핥을 수 있을텐데... 일회성이기에 더욱 소중하고 가치 있음을 잘 알지만, 가시적인 무언가로 남길 수 없다는 비극은 그저 고통스럽기만 하다. 동한, 다시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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