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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in 충무아트홀 대극장, 2016.02.14 2시 공연
재연 프랑켄 9차 관극. 박건형 빅터/쟈크, 한지상 앙리/괴물, 서지영 엘렌/에바, 안시하 줄리아/까뜨린느, 문서윤, 김주디. 형빅 4차, 지괴 5차, 서엘렌 3차, 안까뜨 4차, 어린빅터 서윤 자첫. 이성준 음감님.
※스포주의※
디테일 위주로 처음부터 쭉 풀어보겠다. 주관적이고 자의적인 감상평이니 걸러 들으시면 됩니다.
오버츄어 오랜만에 짱짱하다. 중블 정중앙에 앉은 덕분인 것 같기도 하겠지만. 생창 기계. 제발, 날 좀 내버려 둬! 벼락 소리에 맞춰 벌떡 일어나는 괴물. 몸을 살짝 비틀어서 오른쪽 어깨를 들어올린 채 오른손을 부들부들 떠는 디테일, 1막 끝에도 똑같이 해줬다. 막 내려오고 군인들 등장. 살릴 수 있던 환자를 죽인 중위에게 덤벼드는 지앙. 그런 그를 명령불복종자라며 군기문란 및 간첩죄로 체포하는 중위. 비이성과 불합리에 분노하며 부들부들 떠는 지앙이 앳되다. 수염도 별로 없다. 쿡 찌르면 파르르 떠는 반응이 즉각적이다. 제복 차림의 형빅 등장. 잘생겼다. 매번 하는 거지만 등장할 때 거슬린다는 듯 장호앙을 옆으로 밀치는 거나, '비켜' 하고 싸늘하게 말하는 디테일이 너무 좋다. 오른쪽 계단에서 실험실을 내려다보는 두 사람. 눈으로 보면서도 믿기지 않는듯한 지앙과 제 할 말만 하는 형빅. 유난히 천천히 내려오면서 '어떤 명분도 신의 심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겁니다' 라는 대사를 계단 근처에서 마무리짓는 지앙. 비웃는 형빅. 홍룽게가 살짝 다리를 절며 걷는 등의 '나이 많음'을 표현하는 디테일이 생겼더라. 지앙의 반박에 "지나쳐? 내가?!" 를 세게 말하는 형빅. 첫 등장 때 헤어를 무스로 좀 더 바짝 올렸길래 젊어 보인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노선도 젊어졌다. 앙리, 앙리, 앙리 뒤프레. 하며 여러 번 부르는 디테일도 매번 좋다. 어깨를 꽉 쥐고 시선을 마주친 뒤 앙리의 논문에 대해 말하는 형빅. 그 논문이 마치 과거의 치부인 양 눈을 질끈 감는 지앙. '어차피 미래에는 신체를 만들어 쓸 수 있는 세상이 올 겁니다' 의 어미를 '올 테니까요'라고 했던 것 같다. 젊은 앙리, 괜찮았다. 단하미. 자네는 생명이 뭐라고 생각하나? 라는 물음에 보통 '생명은!!' 까지만 안들리는데 오늘은 "생명은 그렇게 쉽게--!!" 라는 대사가 들렸다. 신념에 가득한 태도로 형빅의 말에 반박하지만, 현 인류의 절망적인 상황을 읊어대는 형빅의 말에 흔들린다. 앙리의 말에 바로 "아니!!" 라고 애드립 넣고 "과학은 생태계를 뛰어넘어!" 로 이어지는 형빅 디테일은 늘 옳다. 무신론잡니까?! 하는 물음에 단호하게 부정하는 형빅. 흔들리는 지앙의 동공. 죽음, 지옥, 운명, 저주. 순서대로 시체들을 향해 고개를 돌리는 지앙 디테일. 살짝 금사빠 느낌이 난다. 뉴앙 노선이다. 젊고 열망으로 가득한 앙리. 환한 얼굴로 계단을 뛰어 올라가 형빅을 설득하듯, 혹은 자기자신을 설득하듯, 고개까지 끄덕이며 말을 이어나가는 지앙. 그러나 전쟁은 끝났다. 빅터의 눈치부터 보는 지앙. 형빅은 허탈함이 지나쳐 헛웃음 나오기 직전의 표정이다. 장군의 오른팔이 필요하시겠군요! 대사를 유난히 강하게 쳤다. 질문입니까 명령입니까? 하는 빅터의 말에 슬쩍 미소를 짓는 지앙. 똑같은 대사를 치자 형빅은 씩 웃으며 지앙의 가슴을 주먹으로 툭 친다. 부탁이야, 친구. 무척 눈부신 표정으로 하지만 넌 달라, 하며 노래하는 지앙. 금사빠 앙리, 맞네. 표정 다양하고 참 좋다.
평화의 시대. 사람들의 비난에 마음이 단단히 상한 서엘렌. 그런 그를 위로하는 안줄랴. "괜찮아" 하는 엘렌에게 가만히 있으라는 듯, 괜찮다는 듯 손바닥을 아래로 들어 진정시키는 제스쳐가 있는데 오늘 안하더라. 파티장에 들어서는 빅터는 그 누구에게도 시선을 주지 않고 방으로 향한다. 평소에는 사람들을 슬쩍 훑어보던 지앙이지만 이날은 빅터 뒷모습만 눈으로 쫓으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날카롭고 경직된 공기. 숙부의 강한 비난에 비아냥대며 모욕을 주는 빅터. 제발 관심 좀 꺼달라며, 노기를 애써 누른 채 말하고는 나가버리는 형빅. 룽게의 사과, 대단히 송구... 하고 끌려나가는 지앙. 속상함에 절망감까지 느끼는 줄리아. 서엘렌의 성 방문. 대신 나온 건 지앙이다. 대사톤이 재연 초반보다 훨씬 매끄럽다. 유령이에요. 빅터의 유령. 금요일부터 새로 투입된 빅터 아역 서윤이. 노래 정말 잘한다. 발성이 안정적이다. 다만 호흡이 아직 부족하다. 너무 정직하게 마디마디 숨을 쉬니까 노래가 늘어진다. 호흡만 좀 길게 할 수 있도록 연습하면 정말 좋아질 것 같다. 연기도 괜찮고, 얼굴도 예쁘고ㅎ 특히 기차씬에서 연기 좋았다. 줄리아의 부름에 바로 룽게 손 놓고 쪼르르 달려가는 것도 좋았고, 떠나기 싫다는 듯 질질 룽게의 손에 끌려가며 반드시 돌아오겠다 노래하는 부분도 매우 좋았다. 서엘렌은 초반 혜엘렌 노선의 느낌이 좀 났다. 외로운 소년 이야기 넘버에서 엄청 울고 엄청 감정적이었는데, 동생 빅터를 아끼는 마음이 아주 절절해서 내 마음까지 아팠다. 젠장, 하며 뛰어가는 빅터, 그를 잘 부탁한다 말하는 엘렌. 그를 통해 새로운 삶을 얻었다 말하는 앙리의 모습이, 눈부시지만 위태롭다.
늘 행복한 한잔술. 얻어 맞는 빅터를 향해 다급히 달려오며 안돼, 안돼, 안돼를 반복하는 지앙의 모습에 벌써부터 얼굴 가득 미소가 퍼졌다. 간신히 의자 끝에 빅터를 얹어놓은 뒤 이유나 들어보자는 지앙. 세상이 멸망하니 마니 재수없는 소리를 하잖아! 짜증스런 술집의 분위기에 오늘 여기 있는 술 다 제!가! 사리다! 하며 환심을 얻는 지앙. 간신히 사태를 마무리하고 의자를 붙여 빅터 옆에 앉는다. 왼쪽 의자 끝에 앙리를 등지고 앉아있는 형빅. 이렇게 포기가 빠를 줄은 몰랐는데? 웃음기 있는 지앙의 말에 통찰력이지! 하며 대사를 하다가 "살인을 하지 않고서야" 라고 말하는 형빅. 그의 손에 자신의 손을 턱 얹은 지앙이 취했다며 끌고 나가려 하지만 그 손을 뿌리치며 무대 앞쪽으로 나오는 형빅. 덕분에 가까이서 표정 볼 수 있었다. 이날 전반적으로 조명이 상당히 마음에 안들었는데, 배우들 등장했는데 조명을 늦게 키는 등 무대가 내내 너무 어두웠다. 성큼성큼 테이블 위로 올라가 오른쪽까지 누비며 깽판을 부리는 형빅. 자리에 앉힌 형빅이 의지가 통하지 않는다며 주정을 부리자 한숨 한 번 푹 쉬고 술을 권하는 지앙. 넘버 시작 전부터 지상배우 본인이 유난히 흥에 겨워 있어서 한잔술 춤을 매우 기대했는데, 역시나! 지금껏 가장 화려하고 흥이 넘치는 춤을 보여줬다. 중간부터 같이 추기 시작한 형빅도 길쭉한 다리를 뽐내면서 흥겹게 리듬에 몸을 맡겼다. 두 배우가 노래 시작이나 끝 부분에서 완벽하게 합이 딱 맞지 않는 건 쬐끔 아쉽긴 한데, 뭐 그것까지 바라는 것은 욕심이겠지. 중간에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지앙과 오로지 자신의 고뇌와 고민에 빠져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형빅의 모습이 매우 대조적이었다. 형빅은 지앙을 친구라기보다는 동료로 생각했다. 지앙과 형빅의 온도차가 눈에 보일 정도로 크다. 달려온 룽게의 "구했다" 라는 말에 들고있던 잔을 내팽개치고 테이블 아래로 내려오는 형빅과 잔을 살짝 올려놓고 내려오는 지앙. 장의사!! 미친 것처럼 중얼대며 왜 그 생각을 못했지?! 라는 탄식과 마침내 필요한 걸 구했다는 희열에 정신 없는 형빅. 생각해보면 그 정도로 만취상태였으니 살해당한 월터의 머리를 보고 급작스럽게 꼭지가 돌아버렸다는 전개가 납득이 된다. 전환음악. 살인자. 앙리는 빅터의 죄를 뒤집어 쓴 자신의 행동에 대해 단호하고 결연하다. 하지만 월터의 엄마와 군중들의 비난에 그제야 자신이 대신 짊어진 죄가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를 새삼 깨닫고 흔들리는 눈빛으로 끌려 나간다.
사정을 들은 서엘렌과 안줄리아가 빅터를 찾아간다. 앉아서 손깍지를 낀 채 고개를 숙이고 있는 형빅의 실루엣이 그림 같다. 왜 넌 침묵하는 거야! 뭐가 두려운 거야? 서엘렌의 호된 꾸짖음에 두려운 게 아니라며 반발하는 형빅. 앙리의.. 목이 필요한 거니? 여기서 서엘렌 넘버 중간에 작은 음향사고 있었다. 시간이 잠깐 멈춘 것마냥 찰나의 정적이 흘렀는데, 오케도 목소리도 안들린 걸 보면 음향이 완전히 죽었던 모양이다. 엘렌은 나가버리고 줄리아가 널 믿는다며 덜덜 떨리는 손으로 빅터의 손을 잡는다. 빅터는 밀어내지만 줄리아가 다시 당긴다. 안줄랴의 뺨에 손을 대며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형빅의 눈에 애정이 깔려 있다. 지금까지 엘렌 아가씨의 말씀, 사실이 아니라고 믿고 싶습니다. 룽게의 말에 급격히 흔들리는 눈빛. 어떻게 너까지!?! 라는 표정으로 그들이 나간 쪽을 바라보다 광기 어린 웃음을 흘리며 책상 앞으로 다가간다. 엄마와 함께 담긴 초상화를 똑바로 보며 "왜에에에에에!!" 하고 소리 지르면서 무너지듯 책상 앞에 무릎 꿇는다. 나는 왜. 지금까지 형빅 관극 중 가히 최고였다. "이 웃음은 대체 뭐야" 라는 가사가 넘버 시작 전의 그 광기 가득한 웃음이었고, 그래서 넘버 초반에 광기보다는 노여움과 혼란이 더 많이 담겼다. 눈빛이랑 표정이 생생하게 잘 보였는데, "내가 모르고 있던 나" 하면서 으아아악 하며 무너지듯 왼편으로 무릎꿇으며 오른손을 얼굴에 가져다대는 순간, 숨이 턱 막혔다. 저음을 꾹 눌러부르는 목소리가 유난히 좋았다. "내가 원하는 세상을 만들려면 희생이 필요해" 하는 부분에서 광기 어린 미소를 살짝 띄우는 거 마음에 든다. 손을 탁 쳐내며 의자의 코트를 집어 들고 휘리릭 입은 뒤 물기 어린 얼굴 가득 단호함을 띄우며 자백한다. 이글거리는 아우라가 형빅 주변에서 꿀렁대는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았다. 슈테판의 말에 아니라며 고개를 젓지만 결국 끌려나가고, 고민으로 많이 지쳐버린 지앙이 다시 재판관 앞에 끌려나온다.
앙리. 살짝 미소를 띄우는 지앙. 와줬구나. 이유를 묻는 형빅에게, 그냥 웃으면 안돼? 운명이라 생각하자. 말하는 지앙. 앙리가 '운명'이라고 말할 때 답답하다는 듯 둘 곳을 못찾으며 허공에 양 손을 내젓는 형빅 디테일을 엄청 좋아하는데, 이날은 그 단어에 철창을 확 붙들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했다. "니가 살아야!!!! 우리 연구 계속할 수 있잖아!" 지앙의 말에 벼락을 맞은 듯한 표정을 짓는 형빅. 친구야, 하며 너꿈을 부르는 지앙. 프랑켄 관극할 때 빅터보다는 앙리/괴물에게 더 집중하곤 했는데, 오늘 관극은 형빅 연기가 너무 좋아서 두 사람을 번갈아 보느라 바빴다. 그래서 너꿈은 그냥 두 사람의 감정에, 그 분위기에 완전히 몸을 맡겨버렸다. 그 날에 정해졌던 운명, 을 말하며 철창 사이로 손을 꼭 붙드는 빅터와 앙리. 이것만 약속해, 어떤 일 있어도 포기하지 않겠다고, 라는 말에 고개를 절래절래 저으며 엉엉 우는 빅터의 손을 다시 꽉 쥐며 확답을 받아내려 시선을 맞부딪히는 지앙. 빅터가 꾸는, 빅터와 함께 꾸었던, 그 꿈에 살겠다 말하는 지앙이 단두대 앞으로 걸어간다. 계단 난간을 붙잡고 꾸역꾸역 올라가는 모습이 위태롭다. 단두대 앞에 선 그의 온 몸이 떨린다. 살고 싶어!! 마치 절규 같은 마지막 말. 사방에서 들리는 '죽여!' '죽여버려!' 라는 외침 속, 단두대 칼날이 떨어진다. 생창. 문이 좀 늦게 열린 것 같은데 착각인가. 들고 온 통에서 앙리의 머리를 꺼내 가슴 위쪽으로 끌어안는 형빅. "지금부터, 나를, 창,조주라" 부분을 대사처럼 말하고 "부를지어다"는 저음으로 확 깔았다. 광기 어린 웃음소리와 함께 문이 닫히고 생창 기계가 등장한다. 무대 오른편으로 스태프 퇴장하는 뒷모습이 보이더라. 중블 정가운데 자리인데!! 뛰지도 않으시던데, 아무리 힘드셔도 그러지 맙시다. 관객은 현입된단 말입니다. 생창 클린. 중간중간 광기 가득한 웃음소리 흘리는 거 역시 취향저격. 계단 올라가고 눈물 쓱 훔치시던데, 공연 내내 유난히 많이 운 듯 했다. 철침대에 괴물을 눕히는 형빅. 첫 장면과 동일한 장면, 동일한 연기. 엘렌과 룽게의 반응에 바로 뒤를 돌아본 형빅의 얼굴에 서서히 성공의 희열이 서린다. 엎드리듯 꺾인 오른손을 축으로 침대 위에 올라간 지괴가 휘리릭 앞으로 고꾸라진다. 가까이 다가오는 빅터에게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는 지괴. 그러자 황급히 진정시키며 나야 나, 빅터, 라고 말한다. 양쪽 모두 까치발을 든 채 파들거리며 일어선다. 균형을 잡지 못해 부들부들 떨리는 오른쪽 다리. 계속 덜덜덜덜 떨리는 오른쪽 손. 마침내 똑바로 선 지괴가 무너지듯 앞으로 넘어지자 그를 받아낸 형빅이 룽게에게 코트를 가져오라 한다. 춥지? 코트를 입히고 멍하니 서있는 지괴 쪽을 향해 양 팔을 벌린 형빅이 고개만 돌려 엘렌들에게 기쁨과 자랑스러움이 담긴 말을 쏟아내는 동안, 지괴는 갓 태어난 아이처럼 형빅의 동작을 따라하며 팔을 벌린다. 기우뚱, 균형이 흔들린다. 휘청, 등이 확 뒤로 젖혀지며 생긴 불균형을 이겨내려 무게중심을 다시 앞으로 쏟는다. 그 자세가 마치 형빅에게 달려드는 자세가 되어버린다. 여기 배우들 간 몸동작 합 안 맞았다. 목 조를 때 지괴가 너무 손을 아래로 두면서 빅터에게 생명의 위협을 주는 느낌이 나지 않았다. 순간적으로 형빅이 몸을 앞으로 확 숙이며 그 손을 가려버린 덕에 좀 괜찮아졌지만, 이어지는 룽게를 향한 공격 때 목이 아니라 어깨 쪽을 물어버렸다ㅠㅠ 지괴 왜 그랬어요. 룽게!!!! 형빅이 절망으로 가득 찬 절규를 뱉어내는 순간 철침대 뒤에서 지괴가 튀어나온다. 무대 앞쪽 가운데로 와서 피투성이의 오른쪽 얼굴을 만지고 입 속의 뭔가를 우물거리며 손가락, 손, 목까지 만져보며 갑작스레 얻은 신체를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그런 지괴에게 다가와 망설임 없이 쇠사슬로 목을 조르는 형빅. 항상 무대의 왼쪽에서 하던 장면인데 오늘은 무대 가운데에서 해줘서 표정이 정말 잘 보였다. 휘몰아치는 감정들, 가까스로 빠져나와 비틀거리며 철침대를 지나 계단 쪽으로 걸어가던 지괴가 휙 빅터 쪽을 뒤돌아보지만, 그는 벌써 룽게 옆에 떨어진 총을 주워들고 있다. 두 번째 총소리 또 불발인 것 같던데 역시 확실친 않다. 와르르 깨지는 창문의 유리 소리에 짐승의 포효소리를 내뱉고는 도망치는 지괴. 안돼--!! 빅터의 마지막 절규.
자첫 이래 끝까지 제대로 집중할 수 있었던 2막. 망할 놈의 개새끼 헤도스 부를 때 원래 영상이 완전 암흑이었나? 오랜만이라 그런지 부정확한 게 많다. 아무튼 핏자국만 강렬하게 영상으로 등장했다. 그건 실수였어! 덜덜 떨며 바닥에 무릎을 꿇은 형빅을 발견한 안줄리아가 그를 소파로 부축한다. 그녀석이 입고간 코트에 실험일지가 있어. 3년 내내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며 온 제네바를 뒤진 빅터의 옆을 계속 지킨 건 줄리아. "운명 같은 건 없어. 다 자기가 선택하는 거라구" 라는 줄리아의 말. '운명'이라는 단어에 살짝 움찔한 것 같았다. 그래, 앙리 역시 선택을 한 거지. 운명이라는 이름을 붙여가면서. 잠시 그에게 기대보려 했지만, 슈테판의 실종 소식에 당황하여 수색에 나선다. 아직 이것이 괴물의 짓이라는 건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달라진 시선의 높이. 단하미 때 위쪽에서 아래에 있는 앙리를 내려다보던 빅터. 도망자 때 위쪽의 괴물을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빅터. 지괴는 이미 온전한 복수를 결심하고 찾아온, 분노와 복수심만이 남아있는 모습이다. 비릿한 미소를 지은 채 비웃음 가득한 목소리로 한 마디 한 마디를 힘주어 내뱉는다. 바람소리 섞은 속삭임과 짙은 무게의 목소리를 번갈아 사용하며 기이함과 스산함을 더한다. 빅터가 그를 '앙리'라고 부르는 순간 평소처럼 노여움이 가득한 목소리로 소리를 지르는 대신, 대사 치듯 나지막하게 말하고 끓어오르는 신음을 뱉어냈다. 복수의 마지막까지 완벽하게 계획한 괴물이다. 그래 난 돌아왔다. 그리고 간절히 원해. 하지만 창조주여, 그 전에 내 얘기를 들어라. 내가 겪은 세상. 내가 겪은 인간. 씹어뱉듯 말하는 단어, "인간". 도망자. 이 넘버는 지괴 특유의 보이스가 최고로 잘 어울린다. 다리 난간을 꽈악 부여잡고 좌우를 왔다갔다하면서 불안하고 혼돈으로 가득찬 당시의 상황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인간의 마을로 내려간 괴물. 서에바를 가까이에서 본 건 처음인데, 정말 예뻤다. 손 자를 때 살짝 버벅대고 손을 떨어뜨리기까지 했지만 무사히 주워들고 잘 진행했다. 남자의 세계. 윙크라니 너무 예쁘잖아요ㅠㅠ 목 컨디션은 지난번보다 좋았다. 노래 클린! 격투장에 들어간 지괴가 무려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시작된 격투, 에바의 눈치를 슬쩍 보고 성큼성큼 그를 향해 걸어가는 모습에 은괴가 떠오르긴 했지만 분위기가 달랐다. 마냥 백지 상태의 아이 같던 은괴, 분위기와 눈치를 읽을 줄 아는 지괴. 상대를 죽이지 않고 앞으로 살짝 나와서 군중을 쓱 본 뒤 이고르가 창으로 그를 죽이는 모습까지 확인한 뒤에 퇴장한다. 이렇게 자기주장이 확실하지만, 난괴물 때는 눈도 못 뜰 정도로 지쳐있어서 놀랐다. 온갖 고문과 학대에 지쳐버린 모습이라고 추측하긴 했지만 설명이 많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 싶다. 넌괴물이 괴물 입장에서는 되게 피곤할 넘버이긴 한데, 지괴 노선에서는 그래도 좀 더 반항해야 하지.. 않을까... 내가 너무 무리한 걸 바라는 건 잘 안다. 아무튼 역시 형쟠 이 넘버까지 잘 소화한다. 뽕삘은 그냥, 포기하면 편하...지만 포기가 안 되니까 괴물한테만 집중한다. 안까뜨와의 대화. 대사나 동작 하나로 확 웃겼다가 바로 진지해졌다가 다시 깨알 같은 웃음을 주고 또 무거워지는, 그 냉탕온탕의 반복이 아주 유려해서 감탄이 절로 나온다. 안까뜨가 흔드는 손에 반응하는 지괴. 안, 녕. 너댓번의 반복으로 만들어내는 단어. 그곳에는. 이 넘버, 거의 항상 좋긴 하지만 이날 유독 아프고 예쁘고 또 아팠다. 따라하듯 안까뜨의 노래를 비슷하게 부르는 지괴의 목소리가 힘겹고, 온몸을 바들바들 떠는 그를 가슴으로 꼭 껴안아주는 안까뜨의 표정이 애처롭다. 아름다운 오로라- 를 부를 때 안까뜨가 왼손으로 나비처럼 하늘하늘 움직이는 듯한 모션을 취하니까 지괴의 시선이 거기서 떨어지질 않았다. 그의 손동작이 멈추고 나서도 마치 너무나도 아름다운 것이 바로 앞에 있는 것마냥 멍하지만 행복함이 스치듯 담기는 표정을 지었다. 쇠사슬이 배우에게 좀 밟히긴 했지만 큰 문제는 없었고, 창살 저 너머 자유를 꿈꾸는 두 사람의 얼굴이 눈부셔서 더 괴로웠다. 형쟠-서에바 듀엣 정말 잔인하고 잘 어울린다. 잠시 천장에 달린 밝은 조명을 구경하니 눈물이 말랐다. 산다는 건. 엄청 좋아하는 넘버인데 오늘은 크게 와닿지 않아서 아쉬웠다. 안녕, 이라고 하듯 구멍 너머로 손을 흔드는 지괴. 끝까지 안녕을 하지 않고 마치 안까뜨를 붙잡고 싶은 듯 허우적대는 손짓을 했다. 결투의 날. 머리를 짚는다. 한껏 자세를 낮춰 추바야를 향해서 으르렁 거리다가 맞붙지만, 금세 약효에 취해 손이 꺾이고 팔이 꺾이고 목이 꺾인다. 까뜨린느 대사, 역시 과하다. 이 아이도 불쌍한데 너무 바닥 끝까지 내던지는 것 같아서 보는 내가 가해자가 된 기분이 든다.
차디찬 땅에 홀로 누워, 고독을 말하는 지괴. 넘버 초반에 살짝 창법을 바꾼 건지 평소랑 다르게 느껴졌다. 나의 창조주시여! 악에 받혀 부르는 이름. 분노로 가득 찬 모습. 고음 유려하게 뽑아내며 절규한 후 뒤로 쾅 넘어진다. 거의 없다시피 한 인터벌. 바로 들어가는 어젯밤, 이라는 단어에 음감님도 황급히 지휘봉을 들어 오케를 맞추기 시작한다. 처음 난 꿈을 꾸었네, 무릎 꿇은 채 덜렁거리듯 꺾인 오른손을 앞을 향해 들어올린다. 중블의 1,2,3열 관객 한 명 한 명과 시선을 마주치며 얼굴 가득 눈물을 쏟는다. 그 감정이, 고통이, 분노가, 고독감이, 괴로움이, 숨이 쉬어지지 않을 정도로 강렬하게 부딪혀온다.
다시 현재. 괴물의 과거가 너무 강렬하여 빅터가 생경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내게 복수를 원해?! 빅터의 절규에 답한다. 난 불행하기에 악하다. 악하기에 복수를 원해. 우위에 있는 자는, 제 할 말만 하고 사라져 버린다. 누명을 쓴 엘렌을 구하러 달려가는 빅터. 하지만 너무 늦었다. 교수형 당하는 엘렌. 안 돼!!! 순간 연기와 함께 기차경적이 울린다. 가지마 빅터. 난 니가 필요해. 어린 줄리아의 말. 주디야, 싫.어/싫.어/는 스타카토로 끊어서 하는 대사가 아니란다. 줄리아의 손가락에 제 손가락을 걸긴 했지만 여전히 멍한 상태인 형빅. 그를 향해 다가오는 서엘렌이 '혼자가 된다는 것' 에 대해 말한다. 걱정한다. 하지만 넌 특별하다 말해준다. 그런 엘렌을 끌어안으며 그 순간을 만끽하던 형빅이 룽게의 손에 끌려 걸음을 뗀다. 살짝 미소까지 짓고 있다. 순간 놓쳐버린 손. 당황해서 룽게를 바라보지만 마치 어린빅터가 여전히 제 손을 잡고 있다는 듯 태연히 걸어간다. 순간 밀물같이 몰아치는 깨달음. 이건, 환상이구나. 믿고 싶지 않아 애써 회피했던 절망스런 현실을 다시 마주하며 완벽하게 무너져내리는 빅터. 가지마, 가까스로 뱉어낸 말. 엉엉 울며 눈물투성이 얼굴로 떠나는 엘렌. 그 뒷모습을 향해 절규하는 빅터. 그의 시체를 안고 나오기 직전 암전 때 무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뭔가 하얀 물체가 확 굴러간 것 같은데 이것도 잘못 본 건가? 오늘 관극 때 컨디션 나쁘지 않았는데 왜 이렇게 소소하게 뭘 잘못 보고 못 듣고 이랬지?ㅠㅠ 다 부서진 생창 기계. 태연히 등장하는 지괴. 기계 앞에 당당하게 자리 잡고 생창을 위해 전기충격을 주던 레버를 양쪽으로 벌리며 마치 자신이 창조주인 것처럼 우아하고 고급스럽게 빅터를 조롱한다. 지괴의 이 디테일 늘 좋다. 오만한 자를 벌하는 심판자의 모습. 절망. 빅터와 괴물이 가장 극렬하게 대립하는 넘버. 날 태워 죽일 건가, 묻는 빅터의 말에 비웃으며 고개를 살짝 젓는다. 감히 그런 쉬운 죽음을 택하려 하는가, 라는 눈빛으로. 차라리 날 찢어죽여라, 살갗을 찢는 고통을 느끼는 듯 토해내는 빅터의 말에 망설임 없이 몸을 돌려 거절한다. 아직 아냐. 교만한 나의 창조주여. 저 보름달이 갈라질 때, 그 때 다시 돌아와서 내가 겪은 고통 돌려주리라. 이어지는 단하미 반주. 총성. 줄리아의 죽음. 서늘한 지괴의 말. 난 북극으로 간다. 후회. 이 넘버에서 마치 성악처럼 음을 꾹꾹 눌러불러줘서 반짝거리는 오케에도 끝까지 집중해서 들을 수 있었다. 신을 믿으면서 신을 거스르려 했던 자가, 다시 신을 향해 기도한다. 나약했던 한 인간의 외롭고 고독한 싸움을, 운명을, 들으라고. 기억하라고.
상처. 나도 길을..... 잃었는데. 피식, 허망한 웃음을 토하는 지괴. 내 친구 이야기, 하면서 하늘을 바라보는 지괴의 표정에서 순간 지앙이 떠오른 듯도 했다. 호숫가에 앉은 두 사람. 지괴랑 서윤이가 한 무대 선 건 처음이었구나. 상처를 노래하는 지괴의 목에서 한동안 시선을 떼지 못하다가, "인간은 왜 이 세상이 자기 거라 믿는걸까" 하는 부분에서 다시 지괴의 상처를 빤히 바라보던 서윤이 디테일 좋더라. 지괴가 인간이 아님을 강조하는 느낌이었다. 그의 머리를 쓰다듬다가 "너도 어른이 되면 인간 행세를 하겠지?" 하면서 등에 손을 대고 밀치려던 지괴가 순간 멈칫하고는 다시 꾸욱 힘을 주며 아이를 호수에 빠뜨린다. 그리고 고개를 푹 숙인 모습 그대로 "그러지마" 라고 속삭인다. 망설였다. 한 인간을, 아이를 죽이는 일에. 하지만 결국 죽였다. 아직 어른이 되지 않은 백지의 아이를. 한, 괴물이... 있었네... 울음이 섞인다. 지앙의 기억이 돌아온 걸까. 혹은 본성에 담겨있던 무언가가 불쑥 밖으로 튀어 나온 것일까. 빡빡하고 답답하던 극이다. 여백이 반갑지만, 블랙홀처럼 비어버린 공간이 아쉽다. 관객에게 상상의 여지를 가능케하는 판을 깔아줘야 하는데, 드넓은 미개척지를 알아서 헤쳐가라는 식의 질문만을 던진다. 괴물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다. 빅터의 고통과 고뇌를 조금 더 음미하고 싶다. 역시, 욕심인가보다.
북극.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휘릭 코트자락을 휘날리는 지괴 디테일은 지난번 유한 관극 때 처음 봤다. 가까스로 북극의 가장 높은 곳에 도달한 형빅. 몸싸움. 이미 알고 있는 동선과 합인데도, 유난한 긴장감이 맴돈다. 코트를 자연스럽게 걷어내면서 형빅이 칼에 찔릴 다리를 드러낸다. 지괴가 왼손으로 형빅의 오른쪽 발목을 꽉 붙들고는 기이한 신음소리를 내며 빅터의 얼굴만을 똑바로 쳐다본다. 천천히 꾸욱 누르는 칼. 고통에 쓰러진 형빅과 그를 지나쳐 총을 집어드는 지괴. 동작이 느릿하다. 총을 집어들고 빅터를 향해 총구를 겨눈다. 부들부들 온몸을 떨며 비명에 가까운 신음을 내뱉는다. 죽이고 싶다, 하지만 진정한 복수는, 죽이면, 복수를.... 감정이 휘몰아치는 것이 보인다. 천천히 총구를 돌리며 방아쇠를 건넨다. 비로소 죽을 수 있다는 기쁨으로 총구 앞에서 웃고 있던 형빅은 총을 받아들고 탕, 방아쇠를 당긴다. 쓰러지는 지괴. 두 사람의 거리가 조금 멀다. 천천히 마지막 말을 내뱉는다. 그 한 쪽 다리로는 북극을 벗어날 수 없어. 넌 혼자가 되는거야. 빅터... 빅터?.... 빅터... 마치 길을 잃은 아이처럼 앙리의 목소리로 빅터를 향해 기듯 가까이 다가간다. 근래의 지괴 노선인 것 같은데, 오늘은 크게 아프지 않았다. 형빅한테 앙리는, 2막 내내 없었으니까. 복수야- 라고 괴물 목소리로 마지막 말을 내뱉고 죽은 지괴의 턱을 쥐고 들어올리지만, 괴물이 앙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마지막 형빅의 절규는, 그저 모든 것을 잃어버린, 결국에는 복수를 하고야 말았지만 남은 것은 아무 것도 없는, 불행하고 저주 받은 자의 마지막 한탄일 뿐이었다. 숨막히는 긴장감이 가득한 북극씬은 벌써 9번째 관극임에도 그리 많지 않았기에, 지괴와 형빅 두 사람의 강렬한 감정선에 오롯이 다가가며 압도당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좋았다, 정말.
아, 지괴 전관하고 싶다. 형한이라도 전관하고 싶다. 오늘 공연 중 여러 장면을 박제하고 싶다. 머지 않은 동한을 보면 또 동한까지 전관하고 싶어지겠지. 3월 동한은 결국 하나도 못 잡고, 형한만 오늘이랑 비슷한 자리로 하나 잡아놨는데ㅠㅠ 게다가 이왕이면 동뉴로 자막하고 싶은데 가능할까 모르겠다. 왜 덕질은 하면서도 고통스럽지? 그래도 근래 관극들은 전부 만족스러워서 행복하다. 아픈데 좋아. 힘든데 신나.
2차 플북 샀다. 가격 대비 두께나 사진 갯수가 매우 만족스럽지만, 퀄리티가.... 왜 사진의 화질이 그 모양인가요. 아무리 어두운 곳에서 찍었다고 해도 너무 흔들리고 화질도 낮다. 사진사가 누군지 한참 뒤적였는데 못 찾았다. 아, 박은태 배우님 아프시다던데 쾌차하시길 진심으로 빈다. 나머지 배우들도 괜찮으시겠지. 오늘 지괴 보니까 엄청 운동을 한 건지 허리도 얇아지고 복근이 선명해졌더라. 잘 먹고 잘 쉬고 잘 관리해서, 막공까지 무사히 잘 마무리할 수 있길 바란다. 한 달, 정도 남았네. 삼연은 그리 빨리 오지 않을 테니, 아쉬움 없이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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