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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in 충무아트홀 대극장, 2016.02.18 8시 공연
초재연을 통틀어 프랑켄슈타인 199번 째 공연. 개인적으로는 열 번째 관극. 전동석 빅터/쟈크, 한지상 앙리/괴물, 이혜경 엘렌/에바, 이지수 줄리아/까뜨린느. 윤우, 조에. 동한이이. 동빅/동쟠 5차, 지앙/지괴 6차. 동한 3차.
아, 막막하다. 어떻게 시작하고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야 할 지, 모르겠다. '완벽한' 공연도, 취향에 '정확히' 부합하는 공연도 아니었지만, 농도 짙은 감정의 여운이 깊고 길다. 일렁이는 마음이 현실감을 무너뜨린다. 두 발을 딛고 있는 이 공간이, 당연하게 반복되는 이 시간이, 갑자기 생경하다. 뜨겁게 박수를 보내고 아웃트로를 들으며 툭, 사로잡혀 있었던 그 세계에서 벗어나 나의 현실로 돌아오곤 했다. 보통은, 그랬다. 그래서 지금 감정이 대체 무언지 명확하게 글로 풀어내기가 너무 어렵고 막연하다. 공연 후면 매번 생생하게 돌이켜보던 디테일이나 배우들의 노선, 오케, 조명, 연출 등등의 부분부분을 나열하는 것이 부질 없게 느껴진다. 그저 세 시간 내내 치열하게 대면했던 그 모든 장면장면들이 아까웠고 소중했고 눈부셨고 강렬했다. 소위 말하는 레전공연, 의 정의에도 정확히 부합하지 않아서 더 난감하다.
그래도 하루가 지나니 조금 진정이 된다. 평소처럼 기억나는 것 위주로, 쭉 풀어봐야겠다. 본래 각 주연배우들의 노선 위주로 풀고 그 이후에 디테일에 대해 언급하는 리뷰 방식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데, 프랑켄은 그게 잘 안된다. 가사나 장면전환 등등의 연출이 캐릭터의 일관성을 무너뜨리는 와중에 배우들이 저마다의 해석으로 각각의 장면들에 충실하게 몰입한다. 그러다보니 전체적인 이야기를 돌이켜봤을 때 개연성에 대한 의문이 짙게 남는다. 그래서 극 전체를 관통하는 노선을 다루기보다는 거의 항상 극의 전개 순서대로 글을 풀어나가는 방식의 리뷰를 적게 된다, 이 극은.
※스포주의※
아주 오랜만의 동한에 실루엣부터 입꼬리가 슬금슬금 올라갔다. 괴물을 철침대에 눕히고 한참 바라보다 얼굴을 손으로 쓰다듬으며 일어나, 라고 친구를 부르듯 속삭이는 동빅. 날 좀 내버려 둬 제발, 은 지침과 허무함이 뚝뚝 묻어난다. 벼락 소리에 벌떡 일어나 아래로 떨어지는 지괴. 쾅쾅쾅 세 번 바닥을 내려친 뒤 철침대에 왼손을 얹고 손톱을 긁으며 끼이익 소리를 낸다. 기괴한 몸짓으로 일어나 오른손을 힘없이 덜렁댄다. 화약냄새. 총성. 다리를 들고 나오는 지앙. 수염 없어서 비쥬얼은 좋았는데, 대사 칠 때 허스키하게 긁어내는 소리가 또 섞여서 아쉬웠다. 이날 지앙 넘버가 0128이나 0214보다 덜 짱짱했는데, 그에 반비례하여 지괴는 완벽할 정도로 좋았다. 물론 이미 애정배우가 되어버렸기에 취향이 아닌 모습이 보이더라도 마냥 행복했다는 게 함정이지만. 지앙은 다른 앙리들보다 절단된 다리 소품을 유난히 객석 쪽에 보여주는 듯한 모션을 취해서 볼 때마다 괜히 웃음이 나온다. 장호앙 말에 반발하는 지앙. 미친 건 바로 너! 마치 만화같은 BGM이 깔리며 동빅이 나온다. 지앙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장호앙을 우아하게 피하며 다가온다. 대사 치는 게 훨씬 좋아졌다. 동한도 두 달만이었지만, 동빅 자체를 1224 이후로 처음 보는 거여서 그의 변화가 신선했다. 매번 생각했던 건데, 동빅 경례 너무 못해...... 조금 뒤에 나오는 장교 유성현 앙이 가장 군인 같아 좋다. 홍룽게에게 끌려나가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지앙 디테일. 연구소를 내려다보는 동빅과 지앙. 역시 천천히 계단을 내려오며 어떤 명분이든 신의 뜻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하는 지앙. 그 와중에 깨알같이 맨 왼쪽의 앙의 가슴에 딱딱한 메모판을 툭툭 치더니 신경질적으로 바닥에 내던지는 동빅 디테일에 괜히 감탄했다. 자네, 고루하군. 아, 전쟁이 빨리 끝나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것? 하면서 지앙 뒤에 서서 귓속말 하듯 한껏 비아냥대는 동빅 모습이 매우 좋았다. 지나쳐, 에는 힘을 좀 빼고, 내가? 는 강하게 치면서 완급조절하는 것도 좋았다. 이날 공연을 보며 이 배우가 드디어 자신의 장점과 강점을 어느 정도 살려낼 줄 알게 되었다는 생각을 했다. 작년 엘리자벳 전까지만 해도 연기가 늘지 않는다는 평이 자자했었다고 아는데, 동톧부터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줘서 기쁘다. 그 주옥 같은 필모에도 연기가 늘지 않았다는 게 나로썬 참 이해가 안가는데, 직접 보질 못했으니 덧붙일 말은 필요 없겠지. 물론 현재의 모습에 대해 나름대로 말하고 싶은 것들이 있으니 그 점은 계속 이야기할 예정이다.
지앙에게 비아냥댈 때 동빅이 살짝 느릿하게 꾹꾹 씹어누르듯 대사를 쳤는데, 좋더라. 대사톤과 목소리가 많이 다듬어져서 더욱 세련됐다. 단하미 도입 직전 대사칠 때 살짝 급한 감이 있었는데, 지앙이 영리하게 잘 받아줘서 오히려 오만한 동빅의 캐릭터가 더 강조됐다. 동빅, 지앙 둘 다 좋아서 단하미 때 시선 옮기느라 너무 힘들었다. 지앙 파트에서 아하하하하 하며 비웃는 웃음이나 한껏 비아냥거리며 박수를 치는 디테일이 동빅답다. 덕분에 그 아래에서 나름의 소신을 말하는 지앙이 더 힘을 잃는 듯한 느낌이다. 동빅에게 설득당하는 지앙의 노선이 형한 공연과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형한 때는 빅터의 신념에 완전히 반한 느낌이었다면 이날은 수많은 죽음과 덧없는 전쟁 등을 목격하며 지쳐있던 와중에 마침 눈앞에 들이밀어진 이상과 꿈에 혹하며 그에게 설득당한 느낌이었다. 종전선언. 여기서 실망하는 연기도 엄청 좋아졌다. 형빅의 눈치를 보던 지난 번과 다르게, 장교의 말에 집중한다. 질문입니까, (살짝 정적) 명령입니까? 라는 동빅의 건방진 말에 지앙의 입가에 아주 옅은 미소가 어렸다. 지앙의 얼굴에 가까이 제 얼굴을 들이밀며 씩 웃는 동빅. 부탁이야, 친구. 하지만 넌. 어두운 날들과 싸웠네, 라는 지앙의 얼굴이 정말 어둡다가, 하지만 넌 달라, 하면서 갑작스레 밝아진다. 신념이 어린다. 평화의시대. 평화여, 영원하라 하는 부분에 맨 왼쪽 남자앙 이름을 모르겠는데 약간 아이돌 상이라서 지난 관극부터 눈에 띄었다. 사람 이름을 되게 못 외우는 편이라 아직도 앙상블들 이름이랑 얼굴이 매칭이 안되지만ㅠㅠ 그래도 나름 골고루 시선을 주고 있다. 엘렌 상대역의 김태원 앙이 줄리아 노래하는 와중에 오른편에서 나오는데, 높은 신분인 건지 배나라 앙이 고개 숙이면서 본인 파트너 소개해주고 안내해주듯 손짓하는 디테일을 이날 캐치했다. 혜엘렌과 지수줄리아를 오랜만에 봤다. 지수줄랴 음색이 참 내 취향인데, 안줄랴가 워낙 고급스럽게 생긴 외모에 표정 연기가 훌륭해서 두 배우 중 누가 더 좋은지 판단을 못 내리고 그냥 캐슷 무관하게 보고 있다. 혜엘렌은 사람들의 배척에 삐진듯한 표정이었는데, 사회생활 참 못할 것 같은 이미지였다. 돌아온 동빅. 누구에게도 시선을 두지 않고 곧장 계단을 올라간다. 형빅의 뒷모습을 줄곧 눈으로 쫓던 0214와 다르게, 주변 사람들을 돌아보면서 분위기를 살피는 지앙. 열쇠를 가지고 내려온 동빅이 열쇠를 든 손을 휙 들어 까딱 숙이며 앙리들에게 가자는 제스쳐를 취한다. 그러다 숙부 슈테판의 말에 휙 뒤로 돌아 월터 선한국 앙에게 손짓한다. 유학 가면 말이야, 하고 월터의 손을 잡아끌며 슈테판을 향해 몇 걸음 옮긴 뒤 그 얼굴을 향해 짓씹듯 말한다. 벗겨놓고 실망하면 안된다? 그리고 앞으로 나와 여러분도 제게 신경 좀 꺼주시면!! 대단히 감사하겠습니다. 하고 코트를 휘날리며 나가버린다. 대단히 송구스럽..하다가 룽게에게 끌려나가는 지앙. 나가면서 오른쪽 뒤 앙들에게 고개 숙이는 디텔 가끔 하는데 이날도 하더라.
외로운 소년의 이야기. 지앙은 형한이나 유한 때보다 어려진 티가 난다. 상대에 따라 달라지는 연기가 선명해서 회전문 돌 맛이 난다. 0128 때 많이 늘었다고 생각했던 윤우가 긴 공연이 피곤하긴 한지 좀 아쉬웠다. 혜엘렌도 컨디션이 엄청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감정은 좋았다. 초반에 감정을 살짝 죽이다가 엄마 시체를 가져온 빅터를 껴안는 장면에서 그를 아끼는 마음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 장면에서 지앙은 침대 발치에 서있다 무릎을 꿇는데, 그 눈높이가 어린 빅터의 눈높이와 맞는다. 마치 빅터의 과거의 아픔을 듣던 지앙이 어린 빅터의 시선과 동일한 눈높이에서 그의 생각과 감정을 이해하려는 듯한 인상이 들어서 울컥했다. 광기에 사로잡힌 세상은 횃불을 높이 들고 그들의 성에 불을 지른다. 아버지까지 잃어버리고 무너지려다가 애써 빅터를 껴안으며 보호하는 혜엘렌의 모습에 어린 소녀가 겹쳐 보여서 너무 안쓰러웠다. 고작해야 십대 초중반의 소녀였을 엘렌 역시, 지독히도 고된 인생을 감내해야만 했음을 혜엘렌이 잘 살려줘서 좋다. 조에 연기랑 노래 엄청 늘었구나! 강아지를 살려냈다며 책을 들이미는 어린 빅터의 모습에 엘렌은 보통 황망해하거나 설명해달라는 듯 룽게를 바라보곤 했는데, 이날은 눈을 질끈 감으며 엄마를 살리겠다는 동생의 집착에 안쓰러워하고 같이 고통받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가 짝, 하고 뺨 맞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빅터를 껴안는다. 동생을 떠나보내는 엘렌의 모습이, 참 아프더라.
펑. 연기와 함께 밖으로 나오는 동빅. 저, 그 꿈에 동참하고 싶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이해가 안된다는 표정의 혜엘렌에게 저런 말만 남기고 빅터를 쫓아가는 지앙. 한잔술. 안돼안돼안돼, 하며 동빅을 몸으로 감싸는 지앙의 모습에 미소가 절로 피어오른다. 박수 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안심하고 있는 지앙을 향해 동빅이 몸을 앞쪽으로 숙인 채 묻는다. 룽게가 그러던가? 내가 여기 있다고. 그 말에 씩 웃으며 다가가는 지앙. 자네 이렇게 취한 모습 처음 보네. 이렇게 포기가 빠를 줄은 몰랐는데? 그러자 손으로 자기 머리를 가리키며 말하는 동빅. 통찰력이지. 정확한 판단력. 어디서 신선한 뇌를 구하겠어? 그리고 지앙의 뺨부터 턱을 손으로 쓱 쓰다듬는다. 섬뜩한 안광이 번쩍이는 듯하다. 살인을 하지 않고서야. 그 말에 내심 자신의 운명을 예견한 듯한 지앙. 자네, 취했네. 이제 가지. 왜 돌아왔어? 연구도 쫑났으니 가라고 했잖아! 신경질적인 말. 아, 내 실패를 목격하고 싶었나? 자 잘 봐. 테이블 위로 올라가는 동빅의 대사 중, '이상주의자' 라는 단어가 새삼 강하게 꽂힌다. 전쟁통에서 지앙이 들었던 그 말. 너 같은 이상주의자, 나폴레옹 같은 독재자가 되는 거야, 라던 선고. 이상주의자이기에 현실에 안주하지 못하고 새로운 세상을 꿈꾸면서 열망하고 집착하며 끝까지 포기하지 못한다. 앙리, 앙리. 내 의지가 통하지 않아. 뭔가가 내 영혼을 삼키고 있는 것 같아. 앙리. 그런 동빅의 이마에 제 이마를 가져다 대는 지앙. 토닥토닥 위로하는 손길. 한 잔 하겠나? 감정을 수습하며 고개를 끄덕인 동빅이, 지앙이 건넨 술잔에 머릿 속의 근심을 툭 떼어 담아낸다. 신나게 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두사람. 지앙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동빅. 지랄하네 개풀 뜯어먹는 소리, 지나가는 개 풀 뜯어먹는 소리, 가 맞는 가사인듯ㅋㅋㅋ 아무튼 여기 박자 나만 거슬리나? 반주에다가 억지로 가져다붙인 느낌이라서 좋아하지 않는 파트다. 지앙의 노래를 들으며 입가에 미소를 띈 채 눈을 감고 다리를 꼬고 앉은 동빅이 정말 잘생겼더라. 사랑하는 내 친구, 빅터 프랑켄슈타인!! 지앙을 향해 하트를 만들어보이는 동빅. 똑같이 하트를 되돌려주는 지앙. 동빅 어째 춤은 더...... 흠흠. 오케에 토하는 디텔 엄청 유려해졌다. 노래 끝나고도 한참 웃으며 서로를 껴안는 두 사람. 행복해보인다. 룽게에게 동빅이 팔을 벌리며 이리와, 한다. 귓가에 쓸모가 있었어, 라 속삭이고 테이블을 양팔과 다리를 만세하듯 뻗으며 뛰어내려간다. 와 길다. 한잔술 맆 후 잠깐의 암전.
살인자. 사람들 눈치를 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하지만 이미 결심을 했다는 듯 강한 톤으로 죄를 뒤집어쓰는 지앙. 전쟁통에서도 적이든 아군이든 '생명'을 살리려고 분주히 노력하던 그가, 평화가 찾아온 시대에 누군가의 생명을 빼앗았다고 제 입으로 말하는 모습이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생명은 소중해! 라고 상사에게 대들던 앙리가 빅터로 인해 제 신념을 저버린 것이다. 친구를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 내놓는 것도 충분히 드라마틱하지만, 오히려 이런 믿음의 변화가 더 깊고 긴 여운을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아, 생각이 말로 잘 정리가 안 되네. 동빅의 나는 왜. 줄리아와 룽게가 퇴장할 때부터 등돌리고 책상 앞에 서있다가 왜에에에에!! 절규한 뒤 책상을 내려친다. 앞으로 걸어나온다. 거울에 비친 추악한 모습, 내가 모르고 있던 나. 이중인격 느낌이 난다. 이 넘버를 유난히 컨프롱처럼 부르는 빅터가 동빅이다. 노래를 잘하지만 목소리가 묘하게 앵앵거리는 느낌이 났었는데, 이날 공연에선 그런 게 싹 사라졌다. 저음도 음을 보다 분명하게 찍으면서 매력적인 목소리 장점을 한껏 살렸다. 내가 원하는 세상을 만들려면 희생이 필요해, 부분에서 형빅처럼 광기에 찬 미소를 지으면 더 느낌이 살 것 같다. 눈을 감아 귀를 막아, 하며 특유의 손동작으로 눈과 귀를 번갈아 막는 듯한 모션이 섹시하다. 손을 뻗어, 하면서 오른손을 앞으로 뻗는데, 여기서 동빅에게 가장 감탄한 디테일이 나왔다. 잠시 후면 원하는 걸, 하면서 손을 돌리며 마치 손 위에 뭔가를 잡는 듯한 모션을 취한다. 가질 수가 있어, 하며 번뜩이는 눈빛으로 그 무언가를 바라본다. 내가 왜, 나는 왜, 하면서 왼손으로 오른손을 내치면서 뒤로 돌아 고개를 젓는다. 이 오른손!!! 디테일!!! 마치 오른손이 본인의 야망을 상징하는 듯한 노선이었는데, 2막 도망자 때 실험일지를 품 속에 넣고 괴물의 말을 들으면서 제 오른손을 바라보는 디테일로 이어지더라. 이거 말고도 오른손 디테일이 한 두개 더 있었던 것 같은데 정확하게 기억이 안난다. 동시에 그 디테일을 잘 살릴 수 있는 부분들이 더 있었는데 그걸 살리지 않아서 아쉬움이 남기도 했지만, 그래도 이런 디테일을 워낙 사랑해서 너무 좋았다. 지괴 오른손에 이어 동빅도 오른손을...!! 동한 페어 참 많이 아낍니다. 그런데 남은 표가 없습니다.... 젠장ㅠㅠ
너꿈. 이제 뭐라 더 칭찬하기 힘든 넘버. 동빅이 몇 걸음 덜 와서 거리가 조금 떨어져있으니까 지앙이 센스있게 무릎으로 기듯 절박하게 다가가며 그의 손을 꼭 붙들었다. 철창 엄청 흔들리는 거, 왜 피드백 안하는지 모르겠다. 각오는 다졌지만 두려움이 짙은 지앙. 단두대 앞에 선 그의 모습이 유난히 작고 아프다. 지앙, 안녕. 생창. 동빅이 몸 쓰는 모습이 보다 우아해졌다. 얼마 전 동빅이 생창 기계 바퀴 돌리다가 떨어지는 참사가 있었다더니 확실히 뻑뻑해졌다. 난 정복하리라, 에서 고음 제대로 찍은 것 같고, 음, 더 이상 디테일이 기억이 안난다. 생창 기계소음 심한 것만 확실히 기억난다ㅠㅠ 철침대에 괴물을 눕힌다. 동일한 모습. 혜엘렌이 놀라 넘어지는 모습에 뭔가를 직감한 듯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괴물 쪽으로 몸을 돌리는 동빅 디테일 참 좋다. 앙리, 우당탕 바닥으로 넘어진 괴물에게 몸을 숙인 채 다가가는 동빅의 얼굴에서 기쁨이 감춰지지 않는다. 주체하지 못하는 괴물의 몸. 지괴는 빅터들 목을 손으로 조르는 걸로 고정했나 보다. 형빅이나 동빅이 좀 키가 많이 크지. 그런데 지난번부터 룽게의 목이 아니라 자꾸 어깻죽지를 물어서 이상하다. 왜죠. 경악스런 얼굴로 그 장면을 목격하는 동빅. 룽게!!! 입에서 살점을 뱉어내며 앞으로 나오는 지괴. 초점이 맞지 않는 눈으로 허공을 헤맨다. 피투성이의 지괴 얼굴에 놀라 본능적으로 앉은 자리에서 뒤로 후다닥 물러나는 동빅. 또 다시 저주가 시작되나, 동빅 노래 감정 다 좋다. 되살려낸 앙리라 믿었던 존재의 행동을 믿을 수 없다는 표정. 황망함과 허무함, 절망감. 쓰러진 엘렌에게 시선을 한 번 두고는, 비척대며 쇠사슬을 손에 쥐고 지괴에게 다가간다. 목을 조를 때 지괴 팔에 쇠사슬이 살짝 걸렸지만 금방 풀어내고 목이 졸려 발버둥친다. 내 운명, 아아악- 도망가는 지괴. 빗나가는 총알. 마지막 포효. 창문을 훌쩍 뛰어넘는 괴물을 쫓을 힘이 없어 망연한 표정으로 그저 무너져내리는 동빅. 안 돼!!! 돌고래 고음. 암전.
2막 시작 때 영상에 원래 핏자국만 뜨는 건가보다. 아, 이날 오버츄어 영상 살짝 늦게 시작해서 초반에 오케랑 안맞았다. 아니야, 실수였어. 달려드는 듯한 은괴(!!)의 실루엣이 사라진 창문 쪽을 향해 가까이 다가가다가 무릎을 꿇고 중얼대는 동빅의 모습에 죄책감이 짙다. 괴물을 달래는 까뜨린느와 겹쳐보이는, 동빅을 달래는 지수줄리아. 소파 팔걸이에 걸터앉은 동빅을 자연스럽게 이끌어 제대로 앉힌다. 국경 지대까지 샅샅이 뒤졌는데!!! 그나저나 제네바면 알프스도 있고, 유럽 대륙도 열려 있는데 3년이라고 해도 그 모든 곳을 다 뒤졌다고? 동빅은 줄리아를 꽤나 사랑한다. 슈테판 실종 소식 들을 때 동빅 표정 연기 조금만 더 해줬음 좋겠다. 그 말을 듣기 전후에 너무 변화가 없어서 위화감이 느껴진다. 빅터 프랑켄슈타인. 나의 창조주여. 지괴 대사 목소리가 0214 때보다 좋았다. 속으로 먹는 바람 소리 강한 목소리보다는 낮고 음산하게 까는 목소리가 더욱 매력적이다. 덜 지친 노선이어서 심판자이자 복수자의 이미지가 강한 덕도 있었다. 앙리, 라는 부름에 그렇게 부르지마! 하고 낮게 내뱉듯 외치고 끓어오르는 신음소리 내뱉는 디테일도 좋다. 아아, 도망자 박제 좀 해줘요. 지괴, 은괴, 뉴괴, 전부. 지괴는 유난히 허리를 푹 숙인 채 좌우로 왔다갔다하면서 갈 곳을 모르고 헤매던, 막막했던 그 시간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손에 잡히는 대로, 하며 손을 쭉 뻗는다. 다 먹어 치웠어, 처절했던 삶. 하늘엔 눈이 내렸어, 숲속은 너무 추웠지, 너무나 아름답게 쏟아지는 새하얀 눈송이들. 인간의 마을로 내려갔네, 꽤 길게 음을 뽑고 조금 늦게 오른쪽으로 퇴장한다. 도망자는 넘버도 좋고 가사도 단어 하나하나가 예쁘고 잘 어울린다.
저게 사람인가, 사람을 구했어! 이 문장은 대체 뭔지 모르겠다. 왜 괴물은 곰에게서 까뜨린느를 구하고 그를 안아 올린 걸까. 적대적인 시선으로 둘러 싸인 지괴의 표정은 지침과 공허함 뿐이다. 탄생한 순간의 빅터를 제외하면 처음으로 괴물을 향해 '적의'가 아닌 '웃음'을 보인 사람이 에바다. 여기서 대사를 치는 에바보다, 그 순간 괴물의 감정에 더 집중하는 연출을 원하는 게 욕심인 걸까. 격투장씬 전반적으로 쳐내고 싶은 사족들이 너무 많다. 남세. 이 넘버는 너무 배우 목을 혹사시키고, 안무도 앙들을 엄청 혹사시킨다. 구르고 휘두르고 들어올리고, 여앙남앙 모두들 고생이 많아요ㅠㅠ 링 안으로 들어선 지괴의 입가에 조소가 어린다. 광기에 찬 공간, 피를 보고 흥분하는 사람들. 쉽게 노해영 앙을 제압하고 보란 듯이 에바 쪽으로 끌고 가다 그의 반항에 휙 던지듯 놓아버린다. 아무 감정 없이 뚝, 뚜둑, 뼈를 부러뜨리고 머리통을 붙든다. 순간 마주친 눈. 덜덜덜 떨리는 얼굴을 손으로 부여잡고 잠시 쳐다보던 지괴가 미련 없이 그를 놓아버리고 앞쪽으로 나온다. 관객석도 격투장의 군중들인 양 둘러보고는 냉정한 눈으로 이고르의 창이 내리꽂히는 것을 바라본다. 상대를 살린 건, 동정심이 아니라 인간들의 잔인함에 대한 비웃음일 뿐이다. 남세 뒤쪽 고음을 굳이 그렇게 절정으로 넣어야 했는지 잘 모르겠다. 장기공연을 할 거면 배우들 상태도 좀 생각해주길 바란다. 동쟠 오랜만!! 여전히 예쁘다. 이날 동쟠은 혜바에게 마냥 쩔쩔매기보다는, 냉정한 본성을 가볍고 예쁜 척하는 모습으로 감추려는 노선이어서 정말 마음에 들었다. 남자 목소리도 슬쩍슬쩍 내비치면서 본연의 모습을 짐작케하는 연기를 보며 쟈크 연기가 물이 오를대로 올랐구나 싶었다. 그 괴물 새끼 데려와. 몸을 부들거리며 반항적인 눈으로 노려보는 지괴를 후려치고는, 우쭈쭈쭈, 우리 회색 괴무리♡ 하면서 턱을 들어올린다. 몇 대 더 내려치며 찍어 누르고는 실험일지를 꺼내 '빅터의 목소리'로 마지막 문장을 읽어준다. 내 친구 앙리의 머리를 마지막 재료로, 생명을 창조하려 한다. 노트를 휙 내던진다. 지 가장 친한 친구 머리를 따다 만든 잔인한 괴물 새끼야, 하며 다시 후려친다. '잔인한' 보다는 '끔찍한' 이라는 형용사가 더 어울리지 않을까 싶다. 괴물에게 쏟아진 비난과 욕설 중 대다수가 terrible, 예를 들면 끔찍한, 역겨운, 흉물스러운 등의 단어였을 텐데, 왜 자꾸 '잔인한' 이라는 단어만 사용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 넌괴물이야. 동쟠 노래도 좋고, 지괴의 연기도 한결 묵직하다. 인두로 지진 뒤 아임쏘리, 하고 거짓말이얌, 이건 이날 안했던 것 같다. 갈수록 잔인하다. 널 만든 사람조차 널 내버리라고 할 거야, 라는 잔혹한 말. 그 비웃음이 진실이기에, 정말로 창조주는 막 태어난 괴물의 목을 졸라 기계를 끄듯 꺼버리려했기에, 엎어진 채 홀로 남아있는 괴물의 모습이 더 외롭고 안쓰럽다.
기억, 안.. 나요? 지수까뜨의 손만 빤히 보던 지괴가 제 손을 들어그 손에 겹치며 살짝 좌우로 흔든다. 아..ㄴ..녀..어..ㅇ... 한참을 쓰지 않았던 성대에서 자음을, 모음을, 음절을, 문장을 만들어낸다.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얼굴. 그저 쏟아지는 말들에 적응하려 든다. 원작에서는 괴물이 말을 배우는 이야기가 꽤 현실적이었는데, 뮤지컬에선 뇌를 공유하기에 '쏟아지듯' 정보가 공유된다는 노선을 취한다. 그게 이상하다는 것이 아니라, 그렇다면 앙리의 기억 또한 공유되는 게 당연하지 않냐는 의문이 든다. 왜 2막 내내 앙리는 없냐고. 언어는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경험과 기억과 이야기를 통해 구축하는 정보이자 매개체다. '앙리=괴물' 일 수는 없지만, 완벽하게 분리 가능한 존재들인 것도 결코 아니다. 지괴는 평소보다 위축되어 있었다. 내가 무섭지 않아? 라고 할 때까지도 시선 높이가 줄곧 지수까뜨 아래쪽에 있다가, 난 인간이 아닌데도? 하면서 몸을 치켜들며 그를 내려다본다. 저는, 인간이 무서워요. 인간이 없는 곳에서 사는 거예요, 북극 같은. 방방 몸을 흔들며 순수한 동경으로 가득한 지괴와 지수까뜨. 나도, 나도 가고싶어. 라고 슬쩍 반말하더라. 얼마나 좋을까요? 아무도 없는. 아무런 속박도 없는.. 그곳에는. 너무 아프고 아름다운 넘버. 갈수록 좋다. 마지막에는 거의 키스하기 직전까지 두 얼굴이 맞닿았다. 밀어닥치는 현실. 끌려나가면서 안 돼, 안 돼, 하며 까뜨린느를 돌아보는 지괴가 아프다. 자체 인터. 이런 장면은 남자배우도 정신적인 충격이 남는다는데, 이거 넣은 연출가 얼굴 좀 보고 이유나 묻고 싶다. 눈은 감지만, 귀는 막지 못해서 너무 짜증난다. 유난히 진절머리가 나서 그만 봐야 하나 살짝 고민도 됐다. 라만차도 여섯 번을 가까스로 봤는데, 이건 뭐 돈 내고 트라우마 얻어가는 것도 아니고.. 후우.. 산다는 건. 어리고 앳된 얼굴의 지수까뜨는 안까뜨와 또 달라서 역시 이쪽도 캐슷을 가리지 않게 된다. 이 배우 목상태도 역시 좋지는 않았지만, 크게 실수는 없었다. 창 너머로 한참을 뻗고 있는 괴물의 손. 다음날 경기가 이어지고, 뭐 이야기는 평소처럼 진행된다. 괴물에게 발길질 하는 까뜨린느의 모습은 여전히 과하고 위화감이 강하다. 동그랗고 예쁜 음이 하나씩 흘러가고, 그 자세 그대로 흘리듯 시작하는 난괴물. 역시 달리 수식어가 필요 없는 넘버. 중간텀을 짧게 가는 걸 노선으로 잡았는지 이날도 뒤로 무너지듯 넘어진 뒤 바로 어젯밤.... 하고 속삭이듯 말하고 처음 난... 하며 주저 앉는 자세를 취한다. 얼굴에 눈물이 가득하다. 꿈을 꾸었네, 부분을 매번 미성으로 부르는 것이 정말 좋다. 나 그 꿈 속에 살 수 없었나- 하며 고음을 끝까지 매끄럽게 뽑아낸다. 요새 힘들텐데도 지괴 연기 자체는 좋아지기만 해서, 놓치고 있는 공연들이 너무나도 아쉽고 아깝다ㅠㅠ
난 불행하기에 악하다. 악하기에 복수를 원해. 그 말에 빅터의 외침. 그럼 여기서 끝내! 하지만 쉬이이-하며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하늘을 향해 손짓하는 지괴. 곧, 번개가 치겠지. 살인자 맆. 엘렌은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라고 말하는 동빅의 변론은 군중의 광기에 파묻힌다. 덜컹. 안돼!!!! 절규. 기차 경적소리. 어린 줄리아가 내민 손가락에 제 오른쪽 손가락을 걸었지만 금세 밀어내면서 어린아이처럼 말하는 동빅. 너도 나처럼 저주받아. 그런 그에게 다가온 엘렌. 그날에 내가. 룽게도, 슈테판도, 엘렌도, 그리고 곧 줄리아도, 이 세상에 없구나. 주위 모든 사람들이 죽음을 맞이한다. 자신의 운명을 저주할 수밖에 없는 빅터. 엉엉 울며 엘렌을 껴안는다. 가기 싫다는 듯 고개를 내젓는다. 동빅의 어린아이 같은 모습이 이 장면을 감정의 극단으로 끌어올린다. 놓쳐버린 룽게의 손. 바로 옆에 서 있는 자신이 아니라 아무 것도 없는 룽게의 옆자리에만 시선을 고정하고 있는 엘렌에게 집중하는 동빅. 오직 자신을 사랑하고 아껴주던 누나의 죽음에 완벽하게 무너져내린다. 제발 가지마. 흠칫 돌아보지만 금세 뒤돌아서 가 버리고 만다. 홀로 남아 엉엉 우는 동빅.
내가 살려줄게, 하며 엘렌 시체를 안고 들어가는 빅터. 이 장면에서 열이면 열, 한쪽 문이 좀 늦게 닫히던데 그거 왜 그런 건지 정말 모르겠다. 왜 이 장면에서만 문이 안 맞는 거야..? 왔는가, 나의 창조주여, 평소보다 조금 늦게 등장한 지괴. 그 목소리를 들은 동빅이 마치 생창 때 번개 소리를 듣고 테이블 앞에서 뒤를 휙 돌아보는 동작과 똑같은 모습으로 뒤쪽 하늘을 올려다보는 자세를 취해서 흠칫했다. 마치 신과 맞서 싸우려는 자신을 내려다보는 하늘을 경계했듯, 자신에게 내려질 심판을 두려워하는 모습이다. 그러다 그 정체가 괴물임을 알자 광기로 가득한 웃음을 쏟아낸다. 이 모든 거지 같은 운명이 조소거리에 불과하다는 듯, 세상 앞에 무너져 내린 절망의 웃음. 그런 창조주를 내려다보며 끼익 소리가 나는 것 같은 생창 기계 레버를 양 옆으로 밀며 비웃음을 쏟아내는 지괴. 동한페어는 두 배우의 광기어린 웃음이 겹쳐지는 부분이 많아서 더 취향이다. 빅터와 괴물, 창조주와 피조물, 두 존재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넘버'로 대립하는 씬. 절망. 차라리 날, 찢어 죽여라, 악에 받친 빅터의 말에 고개를 저으며 말한다. 안 돼, 너는, 끝까지 살아야 해. 살아서 내가, 아팠던 만큼, 느껴라. 무너지는 동빅. 제발, 날 죽여, 더는 살 수가 없어. 비웃듯 말하는 지괴. 아직 아냐. 바닥에 엎드린 채로 양손을 싹싹 빌며 절망적으로 부탁한다. 날 죽여라, 코트를 한 번 휘날리고 사다리를 오르며 말한다. 아직, 아냐! 마지막 절규. 제발, 죽여. 깨진 유리창 앞 지괴는 허리를 뒤로 젖히며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다. 교만한 나의 창조주여. 저 보름달이 갈라질 때, 그 때 다시 돌아와서 내가 당한 고통만큼 돌려주리라. 초연 때는 이 다음이 상처, 였던 게 맞나? 재연은 그래 와, 와서 날 죽여! 하며 유려하게 오늘 밤엔 넘버로 넘어간다. 알면서도 매번 아픈, 단하미 반주. 비웃는 김태원 앙 멱살을 잡으며 화를 내는 빅터. 유빅은 알았어?!!? 하면서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는데, 태원앙이 겁먹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끄덕 하며 네, 라고 대답한다. 형빅이나 동빅이랑은 달라서 신기했었다. 이 즈음부터인가, 무대가 지나치게 어두웠는데 아무래도 조명 사고인 것 같았다. 엄청 답답했다. 줄리아를 사랑하던 동빅이기에 그의 죽음에 더욱 아프게 와르르 무너진다. 왜, 내가 아니라, 줄리아를.. 냉랭하게 그를 바라보던 괴물이 성큼성큼 창가로 걸어간다. 난 북극으로 간다. 날 죽이고 싶다면 지옥 같은 추위를 견디고 와. 북극의 가장 높은 곳에서, 널 기다리겠다. 후회. 줄리아의 하얀 드레스에 묻은 핏자국을 지워내려는 듯 문지른다. 피에 트라우마가 있는 것마냥 황망한 표정으로 바라보다 와락 그를 껴안는다. 드디어 후회 넘버 마지막까지 정줄을 놓지 않을 수 있게 됐다! 역시 인간은 적응의 동물인가. 삼연 때 제발 바뀌어 오길. 동빅 마지막에 양 팔 벌려서 끝내는 거 안했으면 좋겠다. 어색해.
상처. 내 친구, 이야기. 라고 하는 지괴의 머릿속엔 무엇이 스쳐지나갔을까. 저 별이 되고 싶어했던. 굳이 '별'을 사용하는 이유도 참 의문이다. 그냥 하늘, 신, 이런 단어들을 사용해도 됐을텐데, 무대나 분위기를 보다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별을 가져다쓴 것 같아서 진부하고 식상하다. 레미나 두도시에서 다 했던 거잖아. 잔잔하게 말하던 하늘을 동경한 자의 이야기. 하지만 툭, 아이를 밀어 빠뜨린다. 아이를 비추던 조명이 천천히 꺼지고, 남은 빛의 잔상을 지켜보듯 그 자리에 시선을 둔 채 나지막하게 노래를 이어나가는 지괴. 한, 괴물이 있었네. 울음이 섞인다. 그저, 아픔 속에 살던, 울먹임이 짙어진다. 저 세상 끝 그 곳에... 행복, 그런 게 있을까.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난다. 무대 아래에서 잠시 지괴의 뒷모습을 노려보다 헉헉대며 무대 위로 올라가는 동빅. 오롯이 괴물의 신음소리만을 내뱉는 지괴. 붙잡은 칼을 쥔 손을 부들거리면서도 빅터의 얼굴에서 시선을 절대 떼지 않는 지괴 디테일 늘 좋다. 오른쪽으로 데굴, 굴러가는 동빅. 총을 주워드는 지괴의 손에서 망설임이 보인다. 탕, 지괴가 건넨 총의 방아쇠를 한 순간의 지체도 없이 당긴다. 끄으윽, 그 한 쪽 다리로는 이 북극을 벗어날 수 없어. 주위를 둘러봐. 넌 혼자가 되는 거야. 잠시의 정적. 빅터.. 멍한 얼굴. 빅터...? 커지는 눈. 아, 앙리..? 속삭이듯 내뱉는 이름. 빅터.... 울먹이듯 내뱉는 지앙의 목소리. 그 얼굴을 손으로 감싸며 제 얼굴을 가까이 가져다대는 동빅. 이해하겠어? 여기 지괴의 목소리가 아이 같은 옹알거림이다. 이게 나의, 동빅 호흡이 점점 거칠어진다. 앙리가, 여기 있다. 자신의 친구가, 살아났다. 복수야...... 흐릿하지만 선명한 지괴의 마지막 말. 앙리, 앙리, 괴물과 함께 사라져버린 앙리의 흔적. 그 흔적마저 제 손으로 없애버렸다는 생각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현실을 부정하려 든다. 문득 주위를 둘러본다. 아무도 존재하지 않는, 차디찬 땅을. 아아- 메아리만 울려퍼진다. 앙리, 라고 중얼거리며 괴물의 시체를 끌어당긴다. 조금 뒤쪽에서 부르는 마지막 넘버. 나는 프랑켄슈타인.
커튼콜 때 박수 보내면서 환호도 같이 하는 편인데, 이날은 목소리가 안나오더라. 마지막 오케 반주 끝날 때까지 의자에 몸을 기댄 채 감정을 수습하려 노력했다. 동빅이 지괴에게 쌍엄지를 척, 드니까 지앙도 돌려줬다. 동빅이 엄지 까딱까딱하니까 피식 웃으면서 똑같이 돌려주고는 웃으며 고개 숙여 인사. 오케에게 박수치고 주연 배우들 앞에 일렬로 서서 인사하기 전에 서로 등을 토닥토닥 해주는 것도 좋았다. 궁예해보자면, 이 공연 동빅의 노선이 초연의 류빅/류쟠과 가장 흡사하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그 노선 때문만이 아니라, 동빅 자체의 연기가 공연을 거듭하며 보다 매끄러워진 덕분에 이 날 공연 내내 몰입하며 볼 수 있었다. 여운이 이토록 긴 건 그 노선 덕분이 클 것 같긴 하지만 말이다. 지괴는 말할 필요도 없이 나날이 좋아지고.
이 글 수정하는데 6시간 걸렸다. 관극 시간의 배를 들여 이렇게 열심히 후기를 쓰는 이유는, 이렇게라도 남겨야 나중에 돌이켜보며 기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말이지 너무 힘들고 고통스런 덕질이야ㅠㅠ 근데 행복해..ㅠㅠ 글을 쓰는 와중에 충무 트윗 알람이 떴는데, 은괴가 무대를 못 서서 뉴괴로 대체됐다고 한다. 수요일의 동은 때 컨디션이 좋진 않지만 공연은 좋았다는 후기를 읽어서 다행이다 싶었는데, 이런 사태가 이어질 줄이야. 배우가 아파서 발생한 캐슷변경보다, 공연 15분 전에 행한 공지에 파장이 커지고 있는 것 같다. 사후처리를 잘 해줘야 하는 것도 당연하지만, 돈과 시간을 들이는 관객의 입장을 다시 한 번 고민해주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사람이 관계되는 일이니 피치 못한 불상사가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다고 해도, 그걸 수습하는 방식은 합리적이어야 한다. 기관지염이라던데, 근 한 달의 공연이 남아있음을 생각해보면 일주일 정도 제대로 치료받고 돌아오는 것이 더 나을 것 같기도 하다. 프로니까 현명한 결정을 내리시리라 믿는다. 아프지마요...ㅠㅠ 하아, 속상하게. 오늘 낮공 동뉴이이, 그리고 원캐 배우들 힘내서 잘 마무리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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