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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in 충무아트홀 대극장, 2016.01.03 2시 공연





2016 새해 첫 관극은 프랑켄슈타인 7차. 박건형, 최우혁, 이혜경, 이지수. 형빅/형쟠, 뉴앙/뉴괴, 혜경엘렌/에바, 지수줄리아/까뜨, 윤우주디. 세 번째 형빅, 두 번째 뉴괴. 첫 형뉴 페어. 이로써 2빅터x3괴물=6가지 경우의 수를 전부 클리어했다. 다섯 배우 모두 최소 한 번씩은 가까운 자리에서 봤고, 최소 2번은 만났다. 



재연 개막 이후 가장 긴 텀의 재관람이었다. 덕분에 세 시간 내내 거의 완벽하게 몰입하면서 관극할 수 있었지만 동시에 이젠 덜 봐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 이전 여섯 번의 관극을 하면서 나름대로 머리 굴리며 쥐어짜냈던 개연성이나 부연해석들이, 죄다 부질없는 짓처럼 느껴졌다..ㅠㅠ.. 결국 이 작품 자체가 나아질 리 없다는 한계를 느끼는 것도 지쳤고, 더 나아가 살짝 짜증나는 단계까지 이른 것 같다. 절이 싫으니 중이 잠시라도 떠나야지, 응.





충무 2열은 처음인데 뒷목 꽤 아프더라. 하지만 배우들 표정이 생생하게 잘 보인다는 장점이 너무나 매력적이다. 지휘자에게 오늘 공연 잘부탁한다고 힘차게 박수를 보냈는데 오버츄어부터 음향이 이따위면 화가 나요, 안나요? 볼륨은 큰데 쨍한 소리에 윙윙 대는 기계음까지 살짝 섞이니까 귀만 아프고 웅장한 맛도 없었다. 상사에게 감히 바락바락 대드는 패기 넘치는 뉴앙. 아, 앙이 총 쐈는데 폭약 소리 안나와서 당황했다. 침착하게 방아쇠를 몇 번 더 당기니까 소리가 빵 나서 감정 유지한 채 다음 가사로 진행했다. 데뷔무대 이후 처음 만나는 거였는데, 원래 저런 2:8 머리였나? 와 잘생겼다, 라는 감탄을 1막 내내 한 것 같다. 뉴괴는 가르마를 반대로 넘기기도 했고, 자꾸 얼굴을 가려서 우울했다. 뉴괴 헤어 좀 바꿔줘ㅠㅠ 형빅을 가까이에서 본 건 처음이었는데 소문대로 잘생겼더라. 룽게가 애드립으로 "배고프다" 하고 "밥이나 먹어야겠다" 하고 퇴장하니까, 배우가 속으로 터진건지 "배고프면 밥 먹어야지" 라고 해서 순간 당황ㅋㅋㅋㅋ 이 배우도 아저씨st 애드립을 하는 경향이 있어....;; 가열차게 대들며 "어떤 명분도 신의 심판에서 자유로울 순 없을 겁니다!" 하는 뉴앙을 가소롭다는 듯 바라보는 형빅. "말씀이 지나치십니다!" 라고 빡쳐서 말하는 앙리, 반면 싸늘하고 덤덤하게 "지나쳐? 내가?" 하고 되묻는 빅터. 단하미 케미가 기대보다 좋다. "생명의 주체가 된다-" 라며 설득당하는 뉴앙의 표정이, 초연 내내 비판받았던 '금사빠 앙리' 가 어떤 느낌이었을지 아주 완벽하게 보여줬다. 빅터의 말에 완전히 빠져들어 그 연구를, 그 꿈을 위해서 목숨까지 내던질 준비가 이미 갖춰진 듯한 젊고 쉽게 불타오르는 청년이었다. 어쩜 그렇게 얼굴에 감정을 생동감 넘치게 담아낼까?? 덕분에 '하지만 넌' 넘버가 세 앙리 중 가장 눈부셨다.  



평화의 시대. 동빅은 그래도 줄리아에게 힐끗 시선을 던져주는데, 형빅은 완전히 무시한다. 그래도 두 빅터 모두 2막에서는 줄리아를 사랑하고 아끼며 어느 정도 의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외로운 소년의 이야기. 혜경엘렌의 박자 미는 건 덜했고, 뭔가 감정이 더 많이 실렸는데 과함은 덜어낸 느낌이라서 좋았다. 빅터의 유령 이야기를 다 들은 앙리가 눈을 반짝이며 '빅터는 친구 그 이상'이라 말하는데, 그런 뉴앙을 바라보는 엘렌 표정이 "이 이상한 놈은 또 뭐지...?!?!?...;;" 이런 느낌이라 조금 웃펐다. 유유상종이잖아요. 한잔술. 좀 많이 맞은 빅터. 달려온 앙리. 앙이 대사를 친 줄 알았는지 먼저 "이 사람의 친구요!" 라고 했다가, 앙이 대본대로 질문하니까 대사를 반복했다. 권투 자세 취하는데 너무 어정쩡하고 황급해서 그런지 은앙보다도 어설퍼보였다ㅋㅋ 긴장감이 맴돌다가 추바야 앙이 갑자기 박수를 짝, 짝, 짝 칠 때 그 쪽을 보고 있어야 하는데 뉴앙이 연기에 심취해서 반대로 고개를 돌리고 있으니까 그 쪽에 서 있던 앙이 손가락으로 저기 보라고 눈치를 주는 것도 귀여웠다. 이렇게 슬슬 앙들도 시야에 들어오구요..ㅎ... 한잔술에서 뉴앙은 빅터를 자꾸 데리고 나가려 하기 보다는 그의 말에 더욱 집중했다. 덕분인지 나이 차이가 조금 나는 친구 느낌이 더 강해졌다. 초반에 뉴앙이 살짝 삑이 나긴 했지만 크게 티는 나지 않았다. 춤 추러 앞으로 나오는데 완전히 만취한 연기를 해서 정말 놀랐다. 아니 뭐 취한 연기를 저렇게 잘해ㅋㅋㅋ 탁자 위에 올라 자기 이야기를 하는 앙리에게 빤히 시선을 주는 형빅 디테일 좋았다. 한잔술은 너무나도 반짝거려서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룽게가 허겁지겁 들어오고, 놀라서 탁자 아래로 뛰어내리는 빅터와 앙리. 그 와중에 컵인지 병인지를 넘어뜨렸는데, 여앙 한 분이 그걸 세우며 흘렸다고 투덜투덜하는 모습이 무지 귀여웠다. 지난 관극 때는 룽게의 소식에 스스로의 단순함을 탓하며 중얼거리는 모습이 더 많았던 형빅이, 이 공연에서는 앙리와 교류하면서 '왜 그 생각을 못했지?!' 하며 기쁨과 환희를 공유했다. 아, 정말 1막은 두 사람의 관계성이 완벽했다.



살인자. 덜덜 떨면서도 빅터의 죄를 다 뒤집어쓰는 앙리. 월터의 엄마 쪽은 쳐다도 보지 못하고 멘붕과 두려움에 떨려오는 몸을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나는 왜. 빅터가 엘렌을 어떻게 생각해왔는지 여실히 드러나는 장면. 좋은 누나지만 '이해'는 바랄 수 없는 가족. 살인자 맆. 체념한 듯한 표정이지만 여전히 기저에 공포가 깔려있다. 그리고 너꿈. 와, 이건 반칙이지ㅠㅠㅠㅠ 대사 잘 치다가 갑자기 빅터에게 말한다. "부탁이야, 친구" 라고. 이런 디테일 옳습니다. 형빅은 지난 번보다 살짝 어려진 듯도 하다. 너꿈 좋다. 중간에 빅터가 황망한 감정에 자리에서 일어나 주체를 못하고 뉴앙에게서 등을 살짝 돌리니까 바로 달려가 창살을 붙들고 절박하게 말한다. 너의 꿈을 믿는다고. 그 말에 다시 앙리와 시선을 마주치며 오열하는 빅터. 손을 뻗어 뉴앙의 손을 잡으려 하지만 그는 살짝 손을 빼내며 단호하게 노래한다. 들려오는 말, "앙리 뒤프레, 나와." 마지막 절정에서 삑 비스무리한 게 나왔지만 감정이 너무 좋아서 거슬리지가 않았다. 하지만 음향...ㅅㅂ 단두대 떨어지고 잡음 나오기 있냐고. 진짜 짜증나. 중간중간 잡음이 왜이렇게 섞이는지 모르겠다. 미묘하게 섞이니까 이건 뭐 컴플레인 하기도 어렵고. 



생창은 거의 완벽하게 클린했다. 괴물의 탄생. 원래 큰 소리와 함께 한 방에 팍 일어나야 하는데, 타이밍을 잘못 맞췄는지 먼저 한 번 크게 움찔했다. 헉, 하고 숨을 들이쉬는 순간, 영리하게도 한 번 더 몸을 일으키듯 움찔하며 마치 아까의 전기충격이 몸에 남아있는 듯한 인상을 줬다. 신인이 왜 이렇게 애드립이 유려해....ㅠㅠ 바로 콰광 하며 탄생하고, 끄으으윽 하는 낮은 신음소리를 흘리며 몸을 움직인다. 엘렌과 룽게의 등장. 바뀐 공기에 천천히 몸을 돌리는 빅터. 앙리, 앙리!! 친구를 살려냈다는 기쁨이 먼저다. 실험대 위로 훌쩍 뛰어오르는 몸짓이 가볍다. 부들거리며 일어나는 연기가 정말 좋다. 비극의 시작. 룽게의 피를 얼굴과 손에 잔뜩 뭍힌 채 그저 신기하다는 듯 손가락을 마주 대면서 장난치고, 얼굴도 근육 이것저것을 움직이며 여러 표정을 만들어보인다. 살짝 지체장애가 있는 듯한 인상을 줄 정도로 끊임없이 스스로의 몸에 적응해가는 뉴괴. 빅터가 목을 조르는 순간에도, 고통이란 감정보다는 오히려 아무 것도 이해하지 못한다는 듯 판단이 서지 않는 無의 표정으로 사슬에 손을 가져다 댄다. 그러다 숨이 막혀 오니까 그제야 몸부림 치며 벗어난다. 도망치며 룽게의 시체를 보고 놀라는 표정에 심장이 쿵 떨어졌고, 바람 같이 계단을 올라갔다가 왼쪽 생창 기계 쪽으로 길을 잘못 들어 헤매고 혼란스러워하는 몸짓을 보며 심장이 아팠고, 쨍 하는 총소리에 부르짖는 괴성에 마음이 쓰렸다. 자리가 가까우니까 1막이 끝나고 빅터 퇴장하는 모습이 여전히 잘 보여서 또 확 깼지만 말이다. 





2막은 디테일이 덜하다. 정말 앙리는 완벽하게 사라진다. 북극씬에서 괴물이 죽은 뒤 그 얼굴을 살짝 쓰다듬으며 가슴에 껴안는 형빅의 디테일로 간신히 떠오를 정도였다. 그리고 뉴괴는, '그곳에는' 넘버에서 연기, 노래가 되게 좋았지만 다른 부분에서 다른 두 괴물의 모습이 자꾸 오버랩 되어 조금 아쉬웠다. 관극 내내, 겨우 한 달 사이에 엄청나게 좋아진 성량과 발성에 감탄했지만, 동시에 아직 부족한 것들이 외려 부각되는 측면이 있어서 아쉬움도 남았다. 한 달 쯤 됐으니 이제 슬슬 비평을 들어도 될 만한 시기라고 믿고 '개인적인' 의견을 적어보자면, 넘버의 마무리가 흐릿하다. 딕션이 꽤나 정확한 배우인데, 마지막 음절을 자꾸 속으로 먹는다. 너꿈 때 절정 끝마무리가 탐탁치 않았다면, 상처에서는 고음을 가성으로 쓰면서 끝을 다 뭉개버리는 목소리에 내적탄식이 저절로 나왔다. 저대로 계속 공연하면 백퍼 버릇될텐데. 상처 넘버 특유의 느낌이 뭔지는 알지만, 한숨 섞인 흐릿함이 넘버 내내 계속되니까 감정에 몰입하기보다는 과하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대사칠 때도 가끔 끝음 끝까지 안 뱉는 부분이 있었던 걸 보면, 의식해서 수정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노래는 정말 많이 늘었다. 난괴물 본인 음역대에 맞게 변주해서 부르는 것도 좋았다. 다만 중간 정적 때, 발을 쿵쿵 구르며 폭발하는 감정선에서 "어젯밤 처음 난 꿈을 꾸었네" 로 넘어가는 애절하고 고통스럽게 아파하는 감정선으로 넘어가는 전환점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해야할 것 같다. 어지간하면 대극장 느낌의 오버스러운 표정 혹은 몸짓 연기에 대해 '과하다' 고 표현하지 않는데, 배우가 그 순간 고민하면서 어떻게 이어나가야 할지 머리를 굴리는 게 보일 지경이라 확실히 과하다고 느껴졌다. 솔직하게 느낀 점을 다 이야기하는 것이니 조금 강한 어조지만, 전부 짙은 애정을 바탕으로 지껄이는 말들이다.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이 부디 비난이 아닌 비판으로 받아들이길 바란다. 아직도 두 달이나 남은 공연이고, 앞으로 발전할 일만 가득한 배우인 만큼, 지금쯤은 맹목적인 칭찬보다는 옅은 비판도 필요하다고 굳게 믿는다.  



근데 정말 이 배우, 얼굴도 잘생겼고 무엇보다 목소리가 아주 훌륭해서 앞으로가 엄청 기대된다. 그 목소리에 그 정도 노래 실력이면, 앞으로 어떤 역할을 맡든지 뚜렷한 개성을 남기며 인상적인 배우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연기가 정말 좋아. 앞으로 뉴앙/뉴괴를 몇 번이나 더 볼 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표정 연기가 너무 좋아서 무조건 앞자리를 사수할 생각이다. 눈빛이 얼굴 전체를 반짝반짝거리게 만든다. 



형빅은 여전히 연기가 좋긴 한데, 이날 공연에서 묘하게 집중을 못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사실 이게 연출 때문인지 배우 본인의 컨디션 때문인지 잘 모르겠다. 2막은 장면장면이 이어지질 않고 끊어지는 느낌이 강해서, 분명 이 장면 만큼은 정말 연기가 훌륭하지만 그 감정이 다음 장면과 연결이 안 되며 물음표를 띄운다. 강렬하고 절망적인 사건들의 연속에 빅터의 좌절이 머릿속으로는 이해가 되는데, 감정적으로는 다가오질 않는다. 이 극을 3부작 영화로 만들어서 보고 싶다. 1편 빅터와 앙리, 2편 괴물의 인생, 3편 괴물의 복수와 빅터의 절망. 과하다. 너무 욕심을 부려서 2막이 뚝뚝 끊긴다. 이쯤되니 굳이 류빅 때문이 아니더라도, 초연을 보고 비교를 좀 해보고 싶다. 뭐가 어떻게 바뀌었고, 어떤 점에 더 집중을 하다가 무엇을 놓쳐버렸는지. 



트리플 배우들이 조금씩 서로에게 영향을 받는 모습이 보이는 것도 재관람 의사에 찬물을 끼얹었다. 캐릭터들이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캐릭터에 대한 배우들 저마다의 해석이 극을 더 풍성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쉬움이 짙다. 특히 뉴괴는 은괴나 지괴 연기를 직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합을 맞추는 배우들과 대화하고 건너 듣는 것 정도는 괜찮겠지만, 묘하게 다른 두 배우들의 연기를 직접 보고 조금씩 따라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안타깝다. 본인 역시 아주아주 잘 하고 있으니 독고다이로 밀고 나가면 더 좋을 것 같다. 매 공연마다 다른 디테일과 다른 노선, 이라는 쓸데없는 생각은 절대 하지 말고, 본인이 생각하고 파악하고 만들어낸 괴물을 더 깊이 있게 표현해줬음 좋겠다. 진짜 너무 잘하고 있는데 이런 말 하니까 괜히 미안하다ㅠㅠ 아, 형빅도 조금씩 어려지는 느낌이라서 괜히 아쉽다. 형빅은 나잇대 있는 어른스러운 빅터였지만 엘렌의 죽음 앞에서 와르르 무너지고, 동빅은 더 어리고 건방진 빅터로 엉엉 눈물 쏟으며 절망하고 실성 수준에 이른다. 분명 차이가 컸는데, 갈수록 묘하게 비슷해지는 느낌이 든다.... 동빅 안 본지 일주일 넘었는데 다시 봐야하나. 힘을 좀 뺐다던데 궁금하다. 각자의 느낌을 유지해줬음 좋겠다. 그 와중에 디테일 같은 거 해주면 감사하구요..ㅎㅎ 





좋은 말보다는 쓴소리가 더 많은 리뷰다. 공연 끝나고 나오면서 예매해둔 2개의 앞좌석 표 중 하나를 취소했다. 물론 중간에 예대가 터진다거나 하면 새로이 예매를 할 공산이 크지만, 일단은 잠시 쉬어가려 한다. 가격만큼의 효용을 달성하지 못하리라는 판단도 있지만, 공연 시작 직전 매번 느끼던 짜릿한 두근거림이 시들해져서 당황한 이유도 있다. 관극이 너무 일상이 되니까, 아주 특별하던 찰나의 행복이 무뎌졌다.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정도만 추구하고, 그 나머지 욕심은 내려놓아야겠다. 매 관극을 가장 눈부시고 강렬한 기억으로 남기고 싶으니까. 



아무튼 형빅/뉴앙 조합 역시 사랑이었다. 페어별 한잔술 좀 남겨줘. 앙리별 너꿈이랑 빅터별 생창도. 아니 그냥 오슷 좀 내주세요 충무ㅠㅠㅠㅠ 창작인데 왜 안내줘....... 로열티도 없다매..... 이왕이면 초연..도...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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