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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오브라만차
in 디큐브아트센터, 2015.10.27 8시 공연
10주년 라만차 막공주의 시작. 그리고 나에게는, 정말 어지간하면 자막일 공연. 6차 관극.
4열 정중앙 예대가 터졌으면, 휴가 직후 회사 복귀 첫날이라도 칼퇴하고 관극을 가는 것이 당연하지 않나요....? 배우와 시선이 정확하게 맞는 자리라서 예전 관극할 때부터 탐냈는데, 확실히 정중앙에서의 시선은 잘 맞았다. 그런데 고작 한두줄 차이임에도 거리감이 훅 멀어지는 느낌은 아쉬웠다. 역시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지.
채 어두워지지 않는 조명 속, 오버츄어부터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1막 내내 운 것 같다. 흥이 났는지 할배로 변장하는 순간부터 이리저리 몸을 흔드는 류동키의 뒷모습에 광대를 한껏 끌어올리며 웃다가도, 그 노랫소리에 또 눈물이 또륵 떨어졌다. 세류반은 극작가이자 무대를 만들어가는 연출자로서, 유난히 무대 위에 오래 머물면서 죄수들의 연기를 지켜봤다. 그리고 세류반 목소리의 철야기도. 이날 관극에선 맨오브라만차라는 극 자체보다는, 세류반이 꾹꾹 눌러 담아 건네는 대사 한 마디 한 마디가 머리를 거치지 않고 곧장 심장에 박혀들었다. 그저 모든 구절이 아프게, 선명하게, 고통스럽게, 가슴을 흔들었다. 인터미션 때 화장실로 뛰어 들어가 미처 내보내지 못한 눈물을 잔뜩 쏟아내고도, 2막의 첫 임드를 세류반의 목소리로 부르는 류배우님의 노래에 또다시 눈물을 흘렸다. 침대씬에서 알돈자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점차 변하는 류동키의 표정과 눈빛, 변론을 끝내고 돌려받은 원고를 꼭 껴안으며 계단을 오르는 세류반의 발걸음, 죄수들의 노래에 그들을 하나하나 둘러보는 그의 실루엣, 마지막으로 커튼콜의 류배우님 얼굴에 가득 담긴 감정까지. 마치 스냅샷처럼 담겨 아직까지 아른거린다. 그 순간의 노래를 돌이켜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새삼 울컥하는 기분이 든다. 류배우님의 목소리로, 무겁게 차곡차곡 쌓아간 수많은 문장들이, 이 극을 더욱 가치있고 유의미하게 만들었다.
회전문을 돌고 있음에도 이 극은 디테일과 애드립을 주절주절 나열하는 게 큰 의미가 없다. 그저 가슴을 가득히 채우는 무언가를 오롯이 온 몸으로 느끼고 기억하고 담아내고, 그리고 불필요한 수많은 무언가를 비워낼 뿐이다. 여섯 번의 관극을 하고 나서야 비로소 왜 류배우님이 이 극을 좋아하시는지 조금이나마 알 것 같다. 곱씹을수록 의미가 달라지는 이야기. 고전이 명작으로 거듭나는 극. 이번 시즌은 이번주로 마무리 되지만, 기다리면 또다시 만날 수 있을 극이기에 그 때까지 기억을 곱씹으며 살아야겠다. 감정적 마무리는 1002 공연으로, 전반적인 극의 마무리는 1011 공연으로 했으니, 이날 1027 공연은 장면장면을 새로이 마주하며 담아낼 수 있었다.
이제 류배우님을 두달반 동안 만나지 못한다는 게 그저 슬프고 아득할 따름이다. 해를 넘겨서야 만날 수 있다니, 믿기지가 않는다ㅠㅠ 아, 정말 최근 다섯 달이 꿈만 같다. 뮤덕이 되리란 걸 알고 있었지만 애써 부정하며 최대한 입덕을 지연하려 했건만, 단 한 순간에 모든 것이 뒤집히며 운명에 순응하게 됐다. 역시, 인생은 참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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