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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루더도어

in 대학로자유극장, 2015.11.17 8시 공연





짧은 텀을 두고 금세 돌아온 쓰루더도어 재연. 입덕하기 전이긴 하지만, 초연을 나름 재미있게 봤었던 지라 나름 기대하고 있었는데 초반 평들이 썩 좋지 않아 망설였다. 그러던 차 당첨운이라고는 지금까지의 인생을 통틀어도 한 손에 꼽을 만한 내가, 인팍 기대평 이벤트에 당첨됐다는 문자를 받았다. 원래 베르테르를 예매한 날이었지만, 그 관극은 다음 기회를 노리기로 하고 엄마와 함께 대학로로 향했다. 





자유극장은 처음이었는데, 입장을 하자마자 의자를 보고 탄식을 뱉어낼 수밖에 없었다. 길지 않은 런닝타임 내내 허리와 엉덩이뼈가 너무 아파 죽을 것 같았다ㅠㅠ 그나마 우리 뒤쪽으로는 사람이 없어서 간간이 자세를 바꿀 수 있었지만, 앞으로 이 극장에 올라오는 극은 어지간하면 보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좌석이 지그재그도 아니고, 정말 무슨 생각으로 만든 공연장인지 모르겠다;





레니 양승리, 왕자 박성환, 샬롯 최서연, 신비남 박명훈, 신비녀 홍민아.



초연도 개연성이 그리 빼어난 건 아니었지만, 재연은 정말 배우들이 하드캐리하며 극을 억지로 끝까지 끌고 가는 느낌이었다. 인터미션도 없앤 짧은 런닝타임 안에 기존 스토리를 억지로 구겨넣으려고 하니 일말의 개연성마저 허공으로 흩어져버렸다. 소소한 개그가 삽입되어 지루할 때쯤 웃음을 주기는 했지만, 기존의 작품성은 사라졌다. 초연이 제법 괜찮은 극이었다면, 재연은 그저그런 무난한 극이 되어버린 듯해 안타깝다. 초연에 비해 원작에 더 가까워졌다는 평도 있던데, 원작과 비슷하다고 다 좋은 건 아니잖아요.... 



※스포약간※



무엇보다 가장 납득이 가지 않았던 건 역시 샬롯의 감정선이다. 물론 초연 샬롯이라고 해서 그 행동에 정당성이 크게 있던 것도 아니지만, 재연 샬롯은 진짜 미친..이라는 욕이 입술까지 치고 올라올 정도였다. 초연 샬롯에게는 '자신이 만들어 낸 소설 속의 인물' 에 대한 호기심이 있었다. 창조해낸 캐릭터에 대한 애정 및 관심을 바탕으로 시작한 대화가 지속되다보니 살아 움직이는 왕자의 순진하고 귀여운 모습에 마음이 동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을 거치며 사랑이라는 감정이 싹텄다는 전개는, 전혀 이해가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재연 샬롯은 정말이지 현실도피 그 자체일 뿐이었다. 잘생기고 멋진 왕자가 자신이 좋다고 다가오는데 내칠 생각은 안하고 그저 좋다고 희희낙락하고 있는 걸 보고 있자니, 자연히 레니의 입장에서 그를 동정하게 됐다. 그가 입에 달고 다니는, '다 널 위해서야' 라는 말을 참 싫어하는데도 말이다. 샬롯을 용서하고 포용해준 레니지만, 정말 그 두 사람이 계속해서 행복할 수 있을까. 사랑하는 이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생각할 줄 알던 왕자가 제일 불쌍하고 제일 어른스럽다.



레니의 기사 작위 수여 장면에서 장 피에르 왕자가 "더 이상 평범한 ~가 아닌!!!" 라고 말하는 순간 이곳저곳에서 터져나오던 웃음소리들. 라만차 지뢰라니...! 아, 세류반 보고 싶다ㅠㅠ 류동키도...ㅠㅠㅠㅠ  





지나간 극은 다시 오지 않으니 꼭 초연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을 이 작품을 통해 절절히 공감하게 됐다. 굳이 극을 도려내고 무대를 줄이면서까지 이렇게 빨리 돌아왔어야 했을까. 그래도 사랑스러움이 깔려 있고, 배우들이 훌륭하니 초연을 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한 번쯤 관극을 추천해줄 수 있을 것 같다. 



덧. 쓰루더도어 초연 0415 공연 리뷰: http://tinuviel09.tistory.com/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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