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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르담 드 파리 (Notre-dame De Paris, 내한공연)
in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2015.10.18 2시 공연
9개월 만에 다시 만난 노트르담 드 파리 내한공연. 뮤덕이 되기 전의 관극과 뮤덕임을 인정하고 난 뒤의 관극은, 사뭇 달랐다. 1월 공연 때는 "내가 이 공연을 정말 실제로 보고 듣고 있다니!!" 라는 감동과 감격으로 가득했다면, 오늘 공연을 보면서는 "아, 정말 언제 만나도 감동 그자체의 명작이구나.....!!" 라는 감탄이 연신 터져나왔다.
콰지모도 맷 로랑, 에스메랄다 스테파니 베다, 그랭구와르 리샤르 샤레스트, 프롤로 제롬 콜렛, 클로팽 안젤로 델 베키오, 페뷔스 존 아이젠, 플뢰르 드 리스 미리암 브루소.
※스포있음※
페뷔스와 프롤로 말고는 1월과 동일한 캐스트였다. 페뷔스는 이반 페노, 프롤로는 로베르 마리앵이었다. 캐슷이 비슷하니 기준을 두고 어느 정도의 비교가 가능하다. 1월에는 맷콰지가 괜찮았는데, 오늘 공연에서는 좀 과하게 목소리를 긁어서 아쉬웠다. 잘생긴 목소리를 일부로 긁으면서 노래를 하다보니, 고음부분에서 본래의 목소리가 슬쩍슬쩍 비져나왔다. 몸짓 연기도 조금 기대에 못 미쳐서 과거의 기억이 왜곡된 것인가 싶다ㅠㅠ 그랭구와르는 정말정말 좋았다. 서울 앵콜 공연 초반이라 그런지 다들 목소리가 짱짱했는데, 리샤르그랭 목소리 너무 좋아..♡ 에스메랄다도 1월에는 좀 많이 아쉬웠는데, 오늘은 정말 깔끔하고 좋았다. 지난 공연 때 미리암 브루소의 노래가 정말 좋았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오늘 역시 아주 훌륭했다. 이 배우가 에스메랄다를 하는 공연도 있는 것 같던데, 한 번 보고 싶다. 안젤로클로팽의 허스키하지만 섹시한 목소리도 여전히 귓가에 생생히 울린다.
그리고 페뷔스. 1월 공연 때는 페뷔스에게 시선이 잘 안갔다. 누가 봐도 명백한 똥차(.....)인 그에게 전혀 공감이 가지 않았다. 그러나 오늘 존페뷔는, 잘생긴 목소리 하나로 캐릭터의 개연성을 완벽하게 부여했다ㅠㅠ 와 정말 어쩜 그렇게 노래를 잘 하는 거죠...? 솔로곡 Dechire 넘버를 부르는 그 목소리가 너무나도 매력적이라서 흠잡을 곳 하나 없는 두 여자가 왜 그를 사랑하게 됐는지 자연스럽게 납득이 됐다. 반면 프롤로는, 1월 로베르프롤로가 더 좋았다. 저음의 쥬뗌에 가슴이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는데, 제롬프롤로는 쇳소리가 많이 나서 별로였다. 화가 많은 프롤로라며 불호라는 후기를 봤는데, 분노로 가득한 노선 자체가 나쁘진 않았다. 평생 신을 믿고 따르겠다 결심한 뒤로 그렇게 살아왔는데, 고작 천한 집시 여자 하나 때문에 인생이 뿌리부터 흔들린다. 그를 사랑하지만 근간에는 미움과 분노와 원망이 가득한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한 게 아닐까. 다만 노래가 참 많이 아쉬워서...ㅠ
블퀘 3층 1열 중블 음향 괜찮더라. 세상에, 블퀘에서 공연을 보고 이런 말을 하게 되다니. 1막 내내 딱히 흠잡을 곳이 없는 음향에 스스로에게 놀랐지만, 2막에서는 음향팀의 실수인지 원래 그렇게 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몇몇 배우의 마이크 음향을 키우지 않아서 조금 답답한 장면이 있었다. 난간으로 인한 시야 방해도 없고, 전반적으로 1+1 가격으로 보기에는 아주아주아주 만족스러운 자리였다. 정가 9만원 다 내기에는 좀 너무하고^_ㅠ
공연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나도 훌륭했지만, 1막에서 유난히 인상 깊던 장면을 꼽아보자. La cour des miracles. 시인이란 존재는 교수형 당해 마땅하다며 그랭구와르를 조롱하던 클로팽이 너를 아내로 삼겠다는 사람이 있다면 살려주겠다 하자, 에스메랄다가 흔쾌히 자청한다. 여기 클로팽의 노래와 앙들의 군무가 아주 매력적이다. 그리고 그랭구와르에게 '페뷔스'라는 이름의 뜻이 라틴어로 '태양' 임을 들은 에스메랄다가 플뢰르와 듀엣으로 부르는 곡 Beau comme le Soleil 의 연출은, 1월에 보고 이미 알고 있었음에도 새삼 감탄이 나왔다. 이어지는 페뷔스 솔로 Dechire. 막 너머로 다섯 명의 댄서를 번갈아서 비추는 조명의 타이밍과 임팩트가 존페뷔의 목소리와 어우러지며 아주 강한 인상을 남겼다. 더 이상의 찬양이 필요치 않은 Belle. 울진 않았지만, 온 몸이 황홀함으로 긴장됐다.
2막은 Les Cloches 에서 콰지모도의 노래에 맞춰 종을 울리는 앙들의 몸짓이 너무나도 훌륭했다. 짧은 기간에는 결코 완성할 수 없는 그 동작들. 약간 허전한 듯 비어 있는 무대에 '사람'의 목소리 혹은 춤으로 채워나가는 극을 아주 사랑하는데, 노담이야말로 그 절정을 보여주는 극이다. 앙상블들의 모든 몸짓 하나하나는, 예술 그 자체다. 에스메랄다의 솔로 Vivre 의 마지막 절정에서 조명이 관객석까지 가득 채우며 퍼져나가는 순간 온몸으로 느끼는 소름은 글로 표현할 방법이 없다. 마지막 콰지모도의 절규. 쏟아지는 박수. 3층이지었만, 일렬로 선 배우들을 본 순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환호와 기립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너무도 훌륭한 공연이었다...ㅠㅠb
내한 끝나기 전에, 정말 한 번만 더 보고싶다....ㅠㅠ 이대로 보내기에는 너무나도 아쉬운 그대여... 그나마 내년쯤 라이센스판이 올라온다는 소식에 위안을 얻어보지만, 프랑스 오리지널이랑 한국 라이센스는 분명히 다를 것이 뻔해서 너무 섭섭하고 벌써부터 그립다. 흡. 원쁠원은 왜 벌써 마감된 것인가ㅠㅠ 덕분에 행복한 일요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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