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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월주

in 쁘띠첼씨어터, 2015.11.08 2시 공연





근래에 여러 공연장을 처음 마주하는 경험이 잦다. 뭔가 도장깨기(....)를 하는 것만 같은 기분도 들고, 공연장마다 각기 특유의 분위기와 냄새가 있어서 그걸 느끼는 것이 설레고 두근거린다. 쁘띠첼씨어터는 CJ답게 디자인 등이 깔끔하고 세련되긴 했으나, 내려가는 통로가 엄청 좁은데다 캐스팅보드도 제대로 보기 어렵게 해두어서 사진을 찍기가 너무나도 어려웠다. 좌석의자는 한 줄이 하나로 이어져있는지, 한 사람만 움직여도 전체가 삐그덕거려서 짜증이 났다. 2층 앞쪽이 춥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극 초반까지 바람이 엄청 나와서 정말 춥더라. 2층 단차는 아주 높았고, 1층은 내려가보지 않아서 확실하진 않지만 단차가 크게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음향은 깔끔한 편. 다만 주연 두 명의 솔로 넘버들 초반에 가사가 정확히 안들리는 부분이 있어서 아쉬웠다. 부인들 초반 넘버들도 가사가 부정확한 점이 없지 않았다. 그래도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았다. 


무대는 소극장답게 아주 작고 아담하고 아늑했다. 그리고 예뻐!!! 삐걱대는 마루와 기둥마다 걸린 등불들, 마루 아래에 소품을 두고 활용하는 센스까지 전반적인 무대가 정말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의상도 세련되고 예뻤다. 특히 진성여왕의 첫 번째 붉은 옷. 두 번째 옷은 그저 그랬다. 얇은 천을 우아하게 다루면서 움직이는 배우들의 몸짓이 매력적이었다. 전체적으로 소설 속에서 톡 튀어나온 듯한 무대가 마치 꿈 속의 장면들처럼 이어졌다.





계단 내려가는 중간에 충분히 캐스팅보드를 세울만한 공간이 있는데, 왜 굳이 이렇게 둔 건지 이해할 수가 없다. 그날의 캐스트는 'today'라는 표식을 붙여놓는 것 같은데, 아주 보기 불편하다. 



이율 열, 김지휘 사담, 정연 진성, 심재현 운장. 율열, 휘담.



벌써 삼연이고, 넘버가 좋은 극이라는 평에 한 번쯤 보고 싶었다. 극이 후반부 절정으로 치닫을수록, 넘버들이 참 좋다는 말에는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다만, 스토리적으로는 글쎄. 연출이 극의 개연성을 크게 돕지도 못한 것 같고, 쉽게 예측할 수 있는 전개에 아쉬움을 담은 옅은 한숨을 내뱉으며 무대만을 주시할 수밖에 없었다. 배우와 무대연출이 극의 집중도를 높이긴 했지만, 관객을 휘어잡는 결정적인 매력은 부족했다. 적어도 나에게는 말이다. 이 극의 스토리가 노리는 타겟층을 잘 알고 있고, 나 역시도 그런 류의 이야기에 꽤나 흔들리는 한 사람임에도, 오늘 관극을 하면서 단 한 방울의 눈물도 흘리지 못했다. 열과 담이의 마지막 듀엣을 보며 살짝 감정이 흔들리긴 했지만, 두 사람의 관계성이 알콩달콩하고 귀엽긴 했지만, 절절함은 부족했다. 담이가 여자였어도 괜찮았으리란 생각이 들 정도라면, 굳이 두 남자 기생의 사랑을 주제로 다룬 이유에 대한 설명이 너무 부족한 것이 아닐까. 





아름다운 무대와 예쁜 의상을 보면서 동시에 좋은 넘버들을 듣고 싶다면, 막을 내리기 전 한 번쯤 관극하는 것을 추천해본다. 포스터가 별로 마음에 안 들지만, 시간이 되면 웹툰도 찾아서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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