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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는 용감했다

in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 2015.10.30 8시 공연 





볼 생각이 거의 없었던 극이다. 다만 며칠 전부터 괜히 다작을 하고 싶어져서 이것저것 뒤적이던 중 막공이 얼마 남지 않기도 하고 의외로 평도 괜찮은 이 극, 형용을 보기로 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편안하게 즐기며 관극했다. 





석봉 최재웅, 주봉 김동욱, 로라 최유하, 춘배 박지일.



최재웅 배우는 처음 만났는데, 중저음의 솔로 넘버를 들어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목소리가 아주 매력적이다. 유하배우는 독특한 캐릭터에 맞춰 목소리나 연기를 변화시켜 멋지게 소화하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또한 이 극은 재미와 관객반응을 끌어내는 앙들의 노력이 아주 빛났다. 극에서 여러 번 반복되는 테마넘버의 합주나 군무 등이 딱히 흠잡을 곳 없이 잘 어우러졌다. 장면장면마다 극을 한층 살려내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전반적인 스토리는 보다보면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 하지만 진부함에 지루해지기보다는, 이야기를 잘 풀어내는 연출과 구성에 고개를 끄덕이며 끝까지 집중해서 보게 됐다. 원래 난 작가나 감독이나 연출가가 "울어라!!" 하는 부분에서 "넵!!" 하며 펑펑 울고, 나와서 "근데 좀 별로인 부분이 이거랑 저거네" 하고 비평하는 타입이다. 그래서 형용 역시 울 것이라 예상하고 갔고, 이변 없이 2막에서 눈물을 좀 흘렸다. 뻔하지만 울 수 밖에 없는 소재잖아. 게다가 비록 목소리는 좋지 않았던 지일춘배의 연기만큼은 정말 훌륭해서 슬픔의 깊이가 더욱 무겁게 다가왔다. 현실에 있을 법한 인생 하나를 엿보고 온 기분이라서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그러고보면 한국은 '죽음'이라는 테마를 다루는 방식이 독특하다. 무겁고 진지하게 받아들이지만, 마냥 우울하고 고통스럽게만 바라보지 않는다. 아쉬움과 한을 훌훌 털어버리라며 옷을 흔들고, 아이고 아이고 곡소리를 내면서 부디 가는 길 평안하시라 빌고, 그러면서 남은 이들은 마음을 추스리고 다시 서로를 돌아보며 일어나서 주어지는 삶을 새로운 마음으로 직시한다. 미련 없이 보내고 다시 한 번 스스로를 자각하는 매개체로서 '죽음'을 마주한다. 형용에 웃음코드가 많은 이유는, 주제 자체가 무겁기 때문에 그걸 풀어내는 방식은 가볍고 유쾌하게 만들어 극의 조화를 추구한 것이다. 그래서 웃지만 울고, 또 다시 웃으며 극장을 나올 수 있다.  



음향만 아니었으면 만족도가 완벽에 가까웠을텐데. 벌써 세 번째로 방문하는 공연장인데, 가장 음향이 별로였다. 왜 2층 뒤쪽 스피커는 바람소리 같은 극적 연출효과로서만 사용하는 거야.....?? 답답해서 복장 터지는 줄 알았다. 최소한 배우들 딕션은 제대로 들려야 할 거 아냐. 관객 졸지 말고 몰입하라고 일부러 그러는 것도 아니고, 어휴. 두 주연배우의 솔로나 듀엣까지는 그래도 들어줄 만 했는데, 앙들의 합창은 절반 정도 밖에 정확하게 못들었다. 음질 자체는 깨끗해서 더 화남.... 배우들 마이크를 좀 키워주던가 2층의 스피커 사운드를 더 키워주던가. 작년에 풀하우스를 2층에서 봤었는데, 소리가 먼 감은 있었지만 딕션이 안들리는 건 거의 없었다고 기억한다. 내 기준이 높은 건지, 한국의 공연장들이 죄다 답답한 건지, 도저히 모르겠다. 관객이 좋은 음향 원하는 게 잘못된 일인가?





'처음 마주하는' 관극은 지난달 고래고래 이후로 오랜만이었다. 요새 회전문을 좀 돌았더니ㅋㅋ 처음으로 새로운 것을 만나는 건 매번 두근거리는 일이다. 형용은 충분히 그 가치를 했고, 막 내리기 전에 만날 수 있어 즐거웠다. 다만 한 가지, 대체 왜 극 제목에 '용감'이라는 단어를 넣은 건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저 키워드로 설명할 만한 이야기가 전혀 아니었는데. 흠. 아무튼 다음 '자첫'으로는 어떤 극을 골라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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