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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in 샤롯데씨어터, 2015.09.11 8시 공연





막 내리기 전에 남아있는(...ㅠ) 전캐를 보고 난 뒤 보내야할 것 같아서, 이미 예매해둔 재곰영김과 하나도 겹치지 않는 11일 공연, 은한장지를 관람했다. 은한 세미막. 무대 위의 모든 배우들이 혼신을 다해 완성시킨 공연이었다. 지크슈는 이것으로 열 번째 관람. 한 시즌에 회전문 1n을 찍다니.....!!!   





쉿크릿 들락날락하다가 중블 보여서 냉큼 예매한 자리. 자첫 2열을 제외하고 가장 음향이 좋은 자리였다. 게다가 정중앙이라서 배우들과 시선이 자주 맞부딪혀 집중을 높였다. 비록 가끔씩 무대의 배우가 다른 배우를 가리기도 했지만, 극을 관망하는데 최적화된 자리였다. 극 장면들마다 사진으로 남기고 싶다는 욕망이 저절로 불타올랐다. 배우들이 서 있는 위치도, 조명도, 실루엣까지도, 참 극적이고 예쁘고 아름다웠다. 여기에 공연까지 훌륭하다니, 정말 너무나도 행복하다.   



※스포있음※



베네데이 이후로 은저스를 한 달 만에 만났다. 그는 오늘, 신에 가까웠다. 왓츠더버즈 첫 소절부터 꿀을 바른듯 달달하고 우아한 목소리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는데, 제자 및 추종자들에게 보내는 부드러운 미소와 대비되어 하늘을 바라보는 무표정한 얼굴이 세차게 감정을 건드렸다. 음을 누르며 앞으로 밀어내는 듯 노래를 꾹꾹 눌러 담는데 그 속에 이미 각오와 결심이 잔뜩 묻어있었다. 유난히 자주 하늘을 올려다보는 그 얼굴에는 원망보다는 낮게 깔린 노여움과 주어진 운명을 수용하리란 옅은 체념이 어렸다. 눈부시게 새하얀 조명을 받는 새하얀 옷의 지저스. "고통과 절망을..." 하고 한참의 공백. 짙은 긴장. 이어지는 낮고 굵은 단호한 목소리. "내 죽음뿐이리..." 정면을 바라보며 미소 짓는다. 눈은 눈물이 차올라 글썽거리면서도, 웃는 입가가 단단하다. 허탈함이 깔려 있는 미소지만, 그리 유약해보이지 않는다. 나병환자들의 목소리에 놀라지 않는다. 덤덤한 표정으로 그들을 향해 손을 뻗던 그지만, 밀쳐지고 둘러싸이고 갈수록 무겁게 짓누르는 요구와 간청에 이내 당황하고 황망해한다. 주체하지 못하겠다는 듯 고개를 내젓는다. 그만---!!!! 꿈에서 깨어난 그는 여전히 곧은 자세로 서있다. 미세하게 흔들리던 표정은 마리아의 위로에 다시 본궤도를 찾는다. 마리아의 품에 안기지 않고 오히려 뺨을 가만히 쓰다듬어준다. 어깨까지 살며시 두드린 뒤 무대 뒤쪽 겟세마네 동산에 가 선다. 빛을 한참 노려본다. 천천히 손을 모으고 고개를 살짝 숙인다. 벌떡 일어나 유다와 오래오래 시선을 맞부딪힌다. 유다의 배신. 뜻대로 배신을 행해준 유다를 향해 양팔을 벌린다. 그 품에 차마 안기지 못하고 어깨를 붙들며 무너지는 유다에게 손을 뻗지만, 닿지 않는다. 앞으로 걸어나온 그가 양손을 들어올려 번갈아 바라본다. 마치 그의 손에 박힌 대못이 생생하게 보이는 것마냥. 눈물로 얼룩진 그 얼굴이 흐릿한 잔상으로 남는다. 막이 내린다.


라섶. 부드러운 목소리로 자신의 피와 몸을 건네며 잊지 말라 달라 당부하지만, 이내 자신을 잊어버릴 제자들에 대한 감정을 무대 앞으로 나와 터뜨린다. 정적. 하난 날 배신하고 하난 날 부인한다! 웅성거리는 소리들. 그리고 유다와의 대립. 여기 가사가 뭔가 달라진 것 같아서 숨을 헉 들이켰는데, 착각이었나? 중간에 가사가 분명 "내가 아닌 너의 뜻!" 인데, 은저스가 이 부분을 "주어진 신의 뜻" 이런 비슷한 뉘앙스로 하길래, 순간 소름이 확 끼치며 맥락상 훨씬 와닿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확히 기억이 안난다ㅠ 라섶은 전반적으로 대사를 치듯이 말했는데, 유다를 불쌍해하는 모습은 전혀 없이 그저 네가 해야만 하는 일을 행하라며 선을 긋는 단호함이 극대화 되었다. 마지막으로 뻗어보는 한유다의 손을 중간에 제지하고, 되려 자신이 그의 뺨을 쓰다듬어줬다. 마치 에브리띵에서 그랬던 것처럼. 그리고 그대로 그의 가슴을 부드럽게 밀어내듯 툭 친다. 그 어떤 말보다 더 강하게, 더 단호하게. 그가 고개를 살짝 끄덕인다. 한유다도 설핏 화답하며 고개를 끄덕인 것도 같다. 뛰쳐나가는 한유다. 고요해지는 반주. 어두워지는 조명. 떨리는 목소리로 부르는 제자들의 이름. 돌아오는 대답은, 없다. 


초반에 부드럽고 여린 목소리로 부르던 겟세마네. 아이워너노우 할 때 기도하듯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이며 빌듯 노래하는 모습에 가슴이 미어졌다. 그리고 점차 강해지는 목소리. 하늘을 향해 삿대질하는 그 눈에 알아야겠다는 분노와 짙게 깔린 원망이 가득 담긴다. 씨하우아이다이!!!!! 정적. 정적. 그리고 정적. 칠흙같은 정적을 깨며 앞으로 무너지는 은저스. 엎드린 채 흐느끼듯 이어나가는 목소리. 뜻하신 대로 날 죽게 하소서, 시선이 정확히 마주친다. 끝내야 할 나의 운명, 그의 얼굴에 허탈한 미소가 걸린다. 지금!!!! 눈물 투성이 얼굴로 단호하게 내뱉는 두 음절에 담긴 수많은 '인간적인' 감정들. 엉망이 된 표정을 얼굴 가득 짓고 있는 지저스 옆으로 유다가 나타난다. 주체하지 못하고 흘러넘치던 감정이 다시 고스란히 그의 안으로 꾸역꾸역 들어가는 모습이 선명하게 눈에 보이는 듯하다. 유다, 흔들리던 눈빛이 점차 가라앉는다. 배신의 시간이 왔구나, 어느새 종전의 표정으로 되돌아가 있는 그 얼굴. 휘몰아치던 폭풍우는 어디가고, 잔잔해진 수면처럼 고요한 얼굴에 유다는 배신의 키스를 한다. 


이리저리 밀쳐지지만, 아파하거나 원망하는 표정은 전혀 없다. 칼을 든 제자들을 제지하는 얼굴도, 입모양으로 속삭이는 베드로, 라는 이름도 지나치게 담담하다. 하늘을 올려다보지만, 그 눈빛은 오로지 관객만이 볼 수 있다. 그는 그렇게 조용히, 가라앉는다. 이제 주어진 일만 남았다. 그렇게 그는 메시아가, 나아가 신이 된다. 내팽개쳐진 유다를 쓰다듬어주고, 유다데쓰 직후 하늘을 올려다보는 서글픈 원망의 표정 이외에는 '인간'의 감정을 내보이지 않는다. 헤롯의 모욕도 마치 텅 빈 껍데기인 것처럼 無의 표정으로 흘려보내고, 군중의 아우성에도 그저 자신은 진실을 말했을 뿐이라 단호하지만 조용한 목소리로 말한다. 서른아홉 번의 채찍질. 등이 아니라 앞쪽으로 받아낸 짙고 붉은 피가 얼굴을 온통 피투성이로 물들인다. 끔찍하고 잔혹한 몰골로 쓰러지지만, 눈은 형형하게 빛난다. 넌 결코 알 수 없어, 절망으로 무너지는 빌라도에게 지저스는 미소를 지어보인다. 공포에 질린 얼굴로 지저스의 손을 떼어내며 빌라도는 절규한다. 그 절규를 집어삼킬 듯이, 깊은 속부터 끓어오른 고함 같은 비명을 입 밖으로 쏟아내는 지저스. 마지막임을 알기에, 비로소 보이는 결말을 마무리짓기 위해 남은 힘을 쥐어짜내 내뱉는 소리. 휘청대며 십자가를 향해 걸어가는 뒷모습이 무너지는 지빌의 모습과 겹쳐 보인다. 극한의 육체적 고통을 느끼며 쥐어짜내는 마지막 말들. 십자가에 매달려 까무룩 기절하고 깨어나길 반복하며 거칠게 숨을 몰아쉰다. 가까스로 내뱉는 단어들. 예언을 제대로 끝마치기 위해 극한의 정신력으로 뱉어내는 무의미한 문장들처럼 들렸다. 그리고 마지막, 다... 이루..었.....다.... 은저스는 미소 짓는다. 기쁘게. 마침내 끝났다는 듯이. 비로소 신이 되었다는 듯이.





헤븐 때 한유다가 "하늘이"에서 아주 살짝 삑이 났는데, 이어지는 "예언한 메시아" 하면서 피식 웃으며 마치 그건 유도했던 것인마냥 만회하는 걸 보고 감탄했다. 창법이나 목소리나 연기톤이 절대 내 취향은 아니지만, 놀랍게도 가슴 속 깊은 감정선을 정확히 찾아내 흔들어대는, 묘한 울림을 가진 배우다. 배신 직전, 무릎에 손을 얹고 몸을 살짝 숙여 한숨 섞은 탄식을 내뱉더니, 은저스가 만져줬던 뺨에 다시 한 번 제 손을 가져가본다. 떨리는 목소리로 내뱉는 단어. 그에게 쏟아지는 목소리. 한참 허공을 헤매던 그의 시선이 천천히 소리가 들려오는 하늘로 향한다. 허망한 얼굴. 팔을 벌려 자신을 환영하는 듯한 은저스에게 걸어가는 발걸음이 휘청댄다. 쿵, 떨어진 돈주머니의 무게가 배신을 행한 그의 마음을 소리로 표현하는 것만 같다. 차마 지저스의 품에 안기지 못하고 어깨를 붙들며 무너진다. 무대 앞으로 나온 은저스의 그림자가, 무너진 한유다의 실루엣을 삼킨다. 


라섶. 지저스의 단호한 행동에도 차마 떠나지 못하고 애달픈 얼굴로 그를 바라보는 한유다. 은저스와 한유다의 시선이 길고 짙게 마주치는 그 감정선이 지독하게 아프다. 제발 뜻을 돌려달라 마지막으로 절규하는 목소리는, 마치 온몸의 내장을 입밖으로 토해내는 듯한 절박함 그 자체다. 결국 예언대로, 그를 메시아로 만들어주기 위해, 그가 시키는 걸 다 하는 유다는, 주어진 죽음을 마주한다. 내려온 밧줄을 바라보며 광기와 자조로 가득한 웃음을 쏟아내는 한유다의 뒷모습이 외롭다. 유난히 긴 유다데쓰. 오케가 반주하기 힘들겠단 생각도 잠시, 속에서부터 끌어올린 절규의 끝, 순간의 정적. 삶의 마지막 순간에 속삭이듯 내뱉는 세 음절. 지저스. 쿵. 어마어마한 소리의 반주에 맞춰 질끈 눈을 감는다. 무너진 마음을 숨 한 번 들이쉬는 것으로 추스리며 천천히 눈꺼풀을 들어올리면, 붉은 조명 속에서 홀로 덩그러니 흔들리고 있는 밧줄이 시야을 가득 메운다. 쏟아지는 노래 소리에 맞춰 천천히 올라가는 밧줄. 모든 실루엣이 그저 냉랭하게 느껴진다. 따뜻한 색감의 조명이, 얼음물보다도 차갑게 느껴진다.





지빌은 부디, 등장할 때의 그 실루엣을 박제하고 싶다. 너무나도 완벽한 실루엣. 납득할 수 없는 자신의 운명에 절규하고 절망하는 연기가 고통스럽게 다가온다. 장마리아는 늘 노래가 좋다. 지저스가 부러 바닥에 밀쳤을 때, 소중하게 향유를 쓰다듬는 디테일을 보고 감탄했다. 시몬은 조금 힘들어보이긴 했지만 역시 깔끔했고, 베드로의 감정선은 갈수록 깊어진다. 제사장들, 특히 안나스가 클린하게 고음을 완성하면, 눈물을 흘리고 있으면서도 자꾸 미소가 지어진다. 오늘 가야바님은 입속에 파란 하트 사탕을 내보이며 커튼콜을 한층 즐겁게 만들어주셨다ㅎㅎ 앙들도 이제 얼굴이 다 익숙하다. 오버츄어부터 격렬한 안무를 선보이는데, 여기에 추가된 커튼콜까지 온전하게 소화해주셔서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사이드 쪽에 서있는 앙들도 찍긴 했는데 너무 흔들려서 그냥 개인소장해야겠다ㅠㅠ 






7열쯤의 좌석을 밟고 바로 눈앞에 선 한유다...!!! 인데 조명이 없고 그냥 관객석 불이라서 역광이다^_ㅠ 지지난주 불명 보고 난 뒤부터 쭉 생각한 건데, 수염 민 거 정말 존잘이다b 그래서 한지상 회차로 고래고래도 예매해둠...





바뀐 커튼콜 덕분에 찍을 수 있는 십자가. 얼룩덜룩 피가 묻어있는 십자가라니......





정말 제대로 '극'을 보고 온 것 같다. 충만함 가득한 공연이었다. 극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하게 몰입했고, 그래서 오히려 자잘한 디테일보다는 배우들이 전달하는 감정선에 집중하게 됐다. 아, 좋다. 행복하다. 역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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