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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in 샤롯데씨어터, 2015.08.26 8시 공연





이러다 마저스 막공주 전관하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을 안고 이날 공연을 보기 시작했는데, 정말 아무 미련 없이 자체막공으로 삼겠다 확신하며 공연장을 빠져나왔다. 0825 마한은 공연 다음날 묘하게 감정을 건드리며 애잔한 기분이 들었는데, 0826 마재는 공연 다음날 내내 행복하고 멍했다. 1+1 대란 중에서도 다른 공연을 보고싶다는 생각보다는, 아, 어제 공연 정말 너무 행복했는데, 하는 생각만 가득했다. 뭐라 곱씹기조차도 아쉬울만큼 풍만한 감정으로 가득했던 공연이었다.   





마이클리. 최재림. 장은아. 김태한.



※스포있음※



재유다의 이날 연기 노선 개연성은 역대 최고였다. 그만의 디테일을 참 좋아한다. 매번 하는 연기로는 오버츄어 채찍 타이밍에 맞춰 같이 움찔거리는 등, 에브리띵에서 마리아를 비웃으며 군증들에게 공감을 구하는 제츠츄어, 호산나에서 추종자들에게 둘러싸인 지저스와 시선을 맞추며 이건 아니라고 내젓는 고개, 시몬질럿의 "우릴 위해 죽나요" 가사에 흠칫 하며 지저스를 돌아보는 모습, 유다데쓰에서 일부로 긁어 부르는 "저주 받을 내 이름 유다", "잘했다 유다, 착하다 유다" 목소리에 가장 빨리 반응하고 하늘을 올려다보는 허탈한 표정, 라섶에서 툭 털어넣듯 들이키는 잔, 지저스의 감정 변화를 가장 먼저 눈치채고 "생각해주길-" 소리에 짓는 놀란 표정, 긴 양팔을 천천히 벌리고 허탈과 체념섞인 표정으로 깊이 숙이는 고개, 슈스 때 "말해봐, 왜" 냉기 뚝뚝 떨어지는 표정, 등등...


보통 한유다를 '가장 지저스를 사랑하는 유다'라 칭하는데, 0826 재유다는 그와 다른 형태와 노선으로 지저스를 아주 많이 사랑한 유다였다. 재유다가 지저스를 배신하는 가장 큰 이유는 대부분 "사람들이 그의 목을 조여"오기 때문이었다. 다만 지난 공연들에서는, 배신하는 순간의 이 논리와 유다데쓰에서 '그를 메시아로 만들기 위해서' 스스로 죽음을 택하는 논리의 설득력이 잘 와닿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공연은 달랐다. 유다데쓰 때 가야바들이 퇴장하고 감정이 절정을 향해 치닫는다. 흐느끼며 아돈노맆을 부른다. "당신이 날 죽이는 거야!!!!!!" 어린아이처럼 울며 소리친다. 그러다 갑작스럽게 싸늘하게 가라앉아서 말한다. "당신이 날, 죽이는 거야." 단호하게 내뱉는다. 마치 '그래, 그가 날 죽이는 거잖아,' 라고 자기자신에게 위안하듯이, 설득하듯이. 그리고 절규한다. "당신이 날!!!! 죽이는 거야!!!!!" 라고. 정해진 운명을 향해 걸어간다. "당신이 날, 당신이......" 라며 울먹임에 말을 맺지 못하면서 밧줄 앞에 선다. 비명같은 오케. "지저스." 축 늘어지는 사지가 유난히 선명하게 잔상으로 남는다. 


똑똑한 사람이 있다. 그가 믿고 따르는 사람이 있다. 그와 함께라면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으리라 굳건히 믿고 함께 길을 걷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가 다른 길을 가려 한다. 똑똑한 사람은 자신이 생각하는 '최선'을, 존경하고 따르며 사랑하는 그에게 설득하려 한다. 오직 그 방법만이 사랑하는 그를 위한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설득은 실패한다. 철저하게 뜻이 꺾여버린 똑똑한 사람은 무너져내린다. 사랑하는 사람의 뜻을 억지로 따른다. 바닥까지 무너지는 똑똑한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을 믿지 않았기 때문에 고통을 겪는 것이라 탓도 해보고 왜 자신을 이용하느냐 원망도 해본다. 하지만 단 한 번만 나를 사랑해달라며 애원하고 절규한다. 결국 그를 위해, 그 사람의 굳건한 뜻을 이루기 위해, 운명을, 그의 선택을 따른다. 목숨을 버린다. 마지막까지 그 이름을 부르며.


물론 자의적인 해석일 뿐이나, 재유다의 유다데쓰 때 이렇게 논리적인 설득력을 느껴본 건 처음이었다. 마무리가 아쉽다 평했던 0818 공연과는 사뭇 달랐다. 여기에 노래도 시원시원하니 공연 볼 맛 나더라. 정말 베스트였다.





그리고 마저스.



0825 공연이 지친 노선이었다면, 0826 공연은 슬픈 노선이었다. 왓츠더버즈에서 군중들을 설득하려고 하지만, 다들 그걸 듣지는 않고 자기 할말만 하고 있으니 답답해보였다. "오직 너만이!!! 날 위로한다!!!" 라며 강하게 노래 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여기서 마리아 안 보고 유다들 보는 디테일 참 좋아하는데, 유난히 재유다를 노려보더라. 공연 초반부터 하늘을 자주 올려다보는 마저스. 에브리띵에서 "넌 알고 있으니 / 날 이용하거라" 하며 재유다의 가슴에 손을 올리는데 0818 공연에서의 박력 있는 모습과는 다르게 유하면서도 단호한 느낌이었다. "원한다면" 다 올려불러서 내적환호성을 질렀다ㅠㅠb 호산나에서 추종자들 어깨 위에 올라 휙 위로 솟아올랐을 때 하늘을 올려다봤다. 추종자들에게 웃어주는데 자신의 운명 또한 너무나 잘 알고 있어 순간순간 원망과 슬픔이 보였다. 이 부분의 마저스 노래가 참 좋다. 위안 받는 기분. 마저스 교 있으면 믿고 따라보고 싶을 정도로 눈부시다. 마멘. 활짝 웃으며 노래를 부르는데 뒤돌아 걸어가며 재유다 허리 감싸는 건 처음 봤다. 재유다는 황급히 그 손길에서 빠져나와 이러지 말라는 듯 고개를 젓지만, 마저스는 쳐다도 안보고 갈 길을 갔다. 푸어예루살렘의 떨리는 감정. "겟아웃!!!!!!!!!!" 흔들리는 목소리. 병자들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흠칫 하는데, 벅차게만 느껴지는 요구에 절망하고 안타까워하는 감정이 가득했다. 마이크가 켜져 있어서 비명이나 숨 헐떡이는 게 유난히 생생하게 들렸다. 온몸을 떨며 무너지듯 무릎을 꿇는 마저스. 마리아의 위로.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돌아 나오는 마저스. 뒤에서 기도할 때 고개를 숙이지 않는 것도 처음 봤다. 올곧은 자세. 유다의 배신. 천천히 앞으로 걸어나오는 마저스. 그 마지막 표정과 양 손을 앞으로 모으는 동작이 너무나 슬펐다. 마치 손 안에 가득 담겨 흘러넘치는 자신의 핏물을 보는 듯한.


라섶. 역시 제자들의 인사에 같이 고개 숙여 화답하지 않고 그저 가만히 눈만 마주치는 마저스. 배신을 예언하고 유다와 대립하는데, 재유다를 바라보며 불쌍하다는 표정을 너무 많이 지어서 더 아팠다. 제발 가서 배신하라고 밀어내지만, 행하라 요구하는 본인이 그렇게 흔들리는데 유다가 어떻게 쉽게 배신을 할 수 있겠는가. "그만해 / 다 끝났어 / 가!!!!" 하며 밀치고 서로 상처 받아서 등 돌리고 서있는 모습이 고통스러웠다. 무너진 재유다 옆에서 몇 번 망설이다 무릎꿇고 앉아서 그의 얼굴을 감싸며 왼쪽 뺨을 닦아주지만, 재유다는 그 손을 애써 밀어내면서 시선을 맞추고 자리에서 일어난다. 양팔을 벌리고 헛웃음을 띄우며 고개를 숙인다. 제자들의 이름을 불러본다. 베드로, 요한, 야고보. 겟세마네 부르기도 전에 그렇게 눈물을 흘리면 보는 나는 어떡하라고.... 초반은 두려움을 가득 담아 흔들리는 목소리, 이어지는 분노. 폭발. 죽을게요. 변주 없이 음원처럼 부른 겟세. 클린하고 완벽했다. 배신의 키스를 받는 마저스의 표정에 결심보다는 체념이 담겼다. 지친 체념이 아니라 보다 인간적인 체념이랄까. 군중들에게 둘러싸였을 때 하늘을 쳐다보지 않았다. 그저 운명에 순응하리란 체념. 재유다는 차마 그 옆에 오고 싶지 않아했지만, 내동댕이쳐진다. 시선을 피하는 재유다. 그런 그를 가만히 보다가 유다가 맞을 때 고개 돌리는 마저스. 빌라도의 추궁에도 그저 자신의 운명에 대한 생각만으로 가득해보였다. 헤롯송에서는 무관심에 가까운, 모욕보다는 상황에 대한 체념으로 담담했다. "빌라도에게 돌려보내" 라는 말에 하늘을 올려다본다. 이것이 바로 당신이 원하는 일인가요. 유다데쓰. 그의 죽음을 보고 또다시 하늘을 올려다보는 마저스. 이 부분의 노래를 꾹꾹 눌러담듯 불러줘서 좋았다. 군중의 변심과 죽음을 요구하는 광기에 아파하기보다는 허탈하고 허무하고 슬프다는 느낌이 강했다. 뒤쪽 "십자가에 / 못박아라" 는 한 번 질끈 눈을 감았지만. 채찍형을 선고하는 김빌을 쳐다보는 마저스의 표정이 아프게 다가왔다. 여전히 얼굴로 피를 다 받아내는 마저스. 빌라도가 끌어내려 앞으로 던질 때 아파하는 표정이 너무나 현실적이었다. 유난히 온몸이 다 피투성이. 빌라도의 얼굴을 붙들고 관객석으로 돌리는 마저스. 공포와 두려움으로 가득한 김빌의 표정. 십자가를 가져오는 앙에게 또 손짓했다. 힘겹게 십자가를 지고 걷는다. 무대 안쪽 정가운데에서 잠깐 멈춰 관객석을 바라보데, 그 실루엣의 임팩트가 대단했다. 





십자가. 저들을 용서하소서. 양 손을 번갈아바라보며 너무나 아파하는 목소리. 엄마, 엄마... 목마르다.... 헐떡이는 숨소리가 생생하게 들려온다. 제 영혼을.... 당신 손에... 맡깁니다. 그리고 내뱉는 마지막 말. 다.... 이루... 었다..... 귀를 찢는 듯한 오케. 사진 같은 조명. 정적이 내려앉는다. 마지막 음이 허공을 가른다. 다, 이루었다.



환하게 웃는 마이클리 배우에게 손바닥이 얼얼하도록 박수를 보내는데 순간 울컥 눈물이 차올랐다. 한동안 그를 만나지 못하리란 아쉬움과 너무도 훌륭한 공연을 선사해준 감사함, 이토록 여러 감정을 느끼게 해준 배우로서의 그 능력에 대한 감탄과 찬사까지. 비록 나는 마이클리 배우를 '마저스' 로서 기억하고 사랑하지만, 앞으로 또다른 모습의 그를 만날 수 있으리라 굳게 믿는다. 엘리전스 끝나기 전에 뉴욕 여행을 한 번 갈까 심각하게 고려 중일 정도로 그에게 잔뜩 반해버렸다. 마이클리 배우 얼굴만 봐도 행복한 감정이 차오르는데, 이상한 걸까. 스스로를 누군가 혹은 무언가의 '팬'이라 지칭할 때 나름 엄격한 기준이 있어서 아직 그의 '팬'이라 확언하지는 못하겠지만, 이 정도까지의 감정이 들면 앞으로 다른 공연을 보며 그의 '팬'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 같다ㅎㅎ 기대 중이다.



이대로 2015 지크슈 자체를 자막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일단 재저스는 꼭 봐야하기에 재저스 막공표는 있다. 중간에 분명 은저스 또 보고 싶어질 게 분명해서ㅎㅎ 총막 전까지는 자막을 확언하는 게 아니라면서요? 이렇게 먼저 마저스를 브로드웨이로 보내지만, 남은 지크슈 공연도 끝까지 지지하고 응원하며 후기를 찾아 헤매고 다닐 예정이다. 이토록 사랑스러운 애정극이 되어 버리다니. 헤드헤즈에 이어 츄종자가 되었다....!!!! 아무튼 마저스가 남은 마곰, 마한, 마재 페어막들까지 잘 마치길 바랍니다. 덕분에 이번 여름 내내 너무너무너무 행복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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