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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

in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2015.05.06 8시 공연





예상치 못한 인연으로 뮤지컬 영웅을 보게 됐다. 구설수도 좀 있었고, 이렇게 대놓고 애국주의를 요구하는 것을 불편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결코 볼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표가 생겼으니 감사한 마음을 담아 재미있게 보고 왔다. 퇴근하고 저녁 먹고 가느라 조금 늦어서 초반 10분을 보지 못했다. 관람 역사 상 처음으로 극 시작시간에 늦다니ㅠㅠ 역시 단체활동은 나랑 안맞아......





자리는 그저 그런 18열. 하지만 정중앙이라서 무대연출을 감상하기에는 아주 좋았다. 1층 17열 뒤쪽부터 2층에 천장이 가리기 시작하는데, 그 때문에 음향이 막혀서 화가 났다^_ㅠ 어차피 블퀘에서 좋은 음향 따위는 일말의 기대조차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오케스트라 라이브까지 동원하는 뮤지컬인데 음향이 이래서야 원. 아무튼 위쪽 첫 번째 사진은 블퀘 1층 18열 시야 사진이다. 세세한 표정은 보이지 않지만 무대를 꽉 차게 볼 수 있는 자리다. 그래도 VIP석인 건 좀 너무한 듯......  





아예 저 은행에서 이 회차를 단체예매하고 초대석으로 뿌렸다. 그래서인지 커튼콜 인사 후에 메인배우가 갑자기 품속에서 큐카드를 주섬주섬 꺼내더니 "항상 우리 **은행을 사랑해주시는 고객 여러분....." 라고 말을 이어가서 다들 빵 터졌다. 같이 웃으면서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 대본을 읽으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ㅎ 


단체예매 초대공연이라 관크를 걱정했는데, 아니나다를까 2막이 시작되자마자 바로 뒷좌석에서 마구 울려대는 휴대폰 벨소리가 짜증을 유발했다. 그걸 또 받으시겠다고 남 뒤통수를 쳐가며 꾸역꾸역 밖으로 나가시던 분부터 절정에 치닫고 있는 공연이 지루하다는 듯 이곳저곳에서 켜지는 핸드폰 불빛들까지. 아무리 공짜라도 제대로 안 볼 거면 오지말라고!! 무대 위에서는 배우들이 손을 흔들고 있고 막이 채 다 내려가지도 않았는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휙 퇴장하는 것도 정말 예의가 아니라고 본다.





이 날의 캐스트다. 정성화 씨의 무대를 언젠가는 꼭 보고 싶은데, 기회가 있겠지. 강태을 씨도 폭발하듯 감정을 쏟아내는 노래가 인상 깊었다. 극 전반에 걸쳐 가장 가슴을 울렸던 건 역시 안중근의 어머니 등장 부분들. 특히 마지막 절정에서는 눈물이 뚝뚝 흘러내리는 것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조마리아 역을 맡으신 임선애 씨의 절규 섞인 노래가 어찌 그리 아픈지. 옳다고 믿는 길을 걸어가면서도, 그 길 위에 있는 선택 하나하나가 죽도록 괴롭고 아파서 그 고통을 오롯이 혼자서 감내하는 독립투사와, 그 길을 굳게 믿고 꼿꼿한 모습으로 뒤를 단단히 지탱해주는 가족이자 어머니. 극의 마지막 넘버는 초중반 가사가 조금 마음에 안들었지만, 감정선만큼은 정말 인간적이었다. 중간중간 '청춘'을 강조하는 가사와 대사들은 근래의 잘못된 인용 사례들 때문인지 영 곱게만은 들리지 않았지만, 나라를 잃은 청춘들이 분연히 일어나 자신의 삶을 다 바쳤던 그 역사를 늘 뼈아프게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아프지만 감사했고 다행스러웠지만 부끄러웠다.     



넘버는 뭔가 확 꽃히는 곡이 없고 묘하게 어디서 들어봄직한 베이스멜로디어서 아쉬웠다. 듀엣이나 콰르테 같은 합주가 별로였고, 몇몇 남자배우들 음정이 본인들 음역대에 비해 너무 낮은 부분이 있어서 듣기에 불편했다ㅠ 가장 기억에 남는 넘버는 '누가 죄인인가' 였다. 이건 노래도 가사도 아주아주 괜찮았다.  





유투브에서 긁어왔다. 이 영상은 쇼케이스라 다들 그냥 서서 부르는 게 아쉽지만, 안중근의 단호하고 날카로운 지적이 가장 돋보이는 넘버다. 이거 말고도 프레스콜이나 이것저것 꽤 있네. 



스토리는 다들 잘 알고 있는 그 내용에 가상의 인물과 사건을 조금씩 집어넣어 각색했다. 그보다는 연출이 아주 진한 인상을 남겼다. 일단 가상의 인물 '설희'가 등장하는 씬들. 창호지 너머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앞에서 고운 한복을 입고 노래하는 모습과 일본풍 다리 위에 서서 노래하는 장면을 보는데, 저 장면은 딱 저 구도에서 찍으면 완벽한 기사사진이 되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외에도 순사와 독립투사들이 쫓고 쫓기는 부분이 아주 볼만하다. 묘하게 일본 뮤지컬이 떠오르는 (내가 바로 테x뮤 덕이었다, 아니 사실은 휴덕 중이다ㅋ) 무대연출과 안무가 제대로 취향이었다.  





예전 영상이지만 가져와봤다. 이건 정말 전체샷으로 봐야 그 짜릿한 감동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안무는 조금 반복되는 부분이 많긴 하지만, 이 정도 퀄리티면 아주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암.



이 외에도 조명을 활용하고 막을 이용하며 새카맣게 암전된 여백을 제대로 사용하는 연출이었다. 무대 리뷰에서 늘 연출을 중요하게 다루곤 하는데, '영웅' 연출은 찬사를 받을만 하다. '정석'을 따르는 완벽한 무대 연출이다. 가까이 가서 무대 움직이는 거나 조명 등등을 구경해보고 싶다ㅠㅠ 재미있을 거 같은데......


 



생각보다 재미있게 본 공연이었다. 특히 인터미션이 적절한 타이밍이어서 2막을 볼 때도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았다. 20분이라는 긴 인터미션을 선호하지 않는 관객이기에 신선한 경험이었다. 뮤지컬은 정말 보면 볼수록 다른 극을 또 보고 싶어지는 마성의 예술이다...... 핸드폰의 일정에는 '티켓오픈' 계획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고, 이제는 티켓팅이 일상화되어 버렸다. 물론 재정적 한계와 곰손의 한계로 포기하는 공연도 아주 많지만 말이다. 오늘도 팬텀 티켓팅 하는데 티키 선예매가 죄다 가져갔어...ㅠ.... 지난주 데스노트 티켓팅은 장렬히 실패했고. 티켓팅 하니까 샤콘의 아픈 기억도 다시 떠오르네ㅠㅠ 아무튼 '초대석'이라는 감격적인 기회가 앞으로도 종종 주어지길 간절히 빌어보며, 이제 슬슬 내일을 위해 늘어져라 쉬어야겠다!! 내일만 일하면 주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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