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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작년에 비해 책을 많이 못 읽었다. 학교 도서관을 이용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9월 쯤 되어서야 적어도 50권은 읽어야지!! 라는 목표를 세웠고, 나름대로 선방했다.
(주: 파란 글씨는 책 원문을 그대로 인용한 것임.)
2014.01.01
1. 호빗 (The Hobbit, 1937) - J.R.R 톨킨
그저 책 한 권을 읽었을 뿐인데, 수많은 사람들과 지금 이 시대에서 이 책을 읽게된 것에 대한 감사함이 끊임없이 터져나왔다. 광대한 세계관보다는 '동화적인' 아기자기한 스토리의 성격이 강하다. 무엇보다도 문체가 다정해서, 마치 할아버지가 무릎 위에 손주들을 앉혀놓고 잠들기 직전까지 조곤조곤 읽어주는 이야기들을 직접 듣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애초 당신의 자식들에게 들려주기 위해 시작한 이야기라던 그의 말이 크게 와닿았다.
2014.01.16
2. 런던 일러스트 수업 (2010) - munge&sunni
일러스트나 애니메이션과 같은 장르는 내가 지금껏 살아온 환경과는 꽤 동떨어져 있기 때문에 막연한 동경이나 부러움을 갖게 만든다. 특히 어느 정도의 입지에 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자면 그 감정이 더욱 심화된다. 하지만 이십여 년을 살아오며 나만의 '취향'이라는 것도 확고해진데다가 그 노고나 괴로움 등에 대해서 어렴풋하게나마 알고 있기에, 이제는 각박한 현실에서 길을 잃지 않은 그 열정을 존경할 뿐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나의 일상이 담겨 있던 장소나 물건들은 사진에 전혀 담아오지 못한 것 같다. 일상이 되어버려 너무나 당연해진 곳들은 좀처럼 새로운 시각으로 담아지질 않으니 말이다.(p.237-238)"
2014.02.12
3. 전략적 포지셔닝 이론과 사례 (2008) - 김진한
새로운 시장 혹은 개념을 창출해내는 것도 중요하나, 그로 인해 확보한 우위를 보전하려는 수비(방어)적인 태도 역시 전략적 포지셔닝의 목적 중 하나라는 내용이다. 6년 전의 책인데 시절의 흐름을 느낄 수 있어서 현대사회의 속도를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
2014.03.14
4. 제주기행 (2011) - 주강현
화산섬이라는 독특한 개성을 지닌 제주. 단순히 한국의 가장 큰 섬이라거나, 최근 들어 관광객을 많이 끌어들여 외화벌이에 큰 공헌을 하고 있는 섬, 혹은 한 번쯤 살아보고 싶은 섬 등 막연하고 추상적인 미사여구의 시선에서 벗어나, 제주 자신의 관점에서 진짜 제주를 들여다 본다. 제주는 고유의 독창적인 전통이 현재까지도 전승되고 있는 곳이자, 살아가는 사람들의 애환이 곳곳에 적절하게 배어 있는 곳이다. "따라서 함부로 단일민족 운운하지 말 일이다. (중략) 우리에게는 국민국가를 위한 한국사가 아니라 다소 불편한 점이 있다손 치더라도 진실한 역사가 필요하다는 주장. (중략) 박노자가 <거꾸로 본 고대사>에서 쓴 표현대로, '민족과 국가의 너머'에 있는 어떤 진실을 찾아나서야 하지 않을까.(p.403-404)"
2014.03.16
5. 주진우의 전통시사활극 주기자 (2012) - 주진우
"나는, 내 기사는 편파적이다. 하지만 편파로 가는 과정은 냉정하고 치열하다. 항상 약자의 시선에서 세상을 보려 한다. (중략) 세상이 이렇게 불공평한데 중립을 지킨다는 것은 결국 강자 편을 든다는 뜻 아닌가.(p.7)"
2014.04.03
6. 조영탁의 행복한 경영이야기 (2004) - 조영탁
살짝 모순되는 내용이 없지 않았으나, 전반적으로 되새김질 해볼 만한 이야기들이었다. 특히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 기업의 CEO를 비유하며, 적합한 인재를 기용하고 독려하여 비젼을 성취해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CEO의 매력을 배가시켰다. 남들과는 달라야 한다는 것, 기존의 룰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 무엇보다도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해야 한다는 것. 실천이 참 어렵다.
2014.04.29
7. 좀머 씨 이야기 (1991) - 파트리크 쥐스킨스
<향수>와 동일한 작가. 어린 시절 자신의 경험 속에서 마치 풍경 속에 녹아 있는 것처럼 작지만 무시할 수 없는 영향력을 내비치던 좀머 씨를 함께 묘사하는 문체가 인상적이었다. 결론적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뿌옇게 잊혀진, 어디에나 있을 법한 독특한 인물에 대한 구체적 묘사는 전부 생략해버렸지만 여운은 짙게 남겼다.
2014.04.28
8. 플루토의 지붕 (2010) - 한수영
어린아이의 1인칭 시점에서 진행되는 성장소설은 어딘가 동화책을 닮았다. 일상공간인 '현실'을 상상력과 매개체를 통해 어딘가 빛바랬지만 아름다운 모습으로 재탄생하게 만든다. 그리고, 재개발 소재. 21세기가 되어서도 여전히 진행형인 참단한 자본의 논리에 가슴이 한없이 무거워진다. "날아갔다. 모두 날아갔다.(p.262)" 땅에 발 붙이고 살아가야만 하는 인간이 지붕 위까지 올라가서라도 성취하고 싶어하는 것이 있다. 땅에 붙어있어야 하는 우리의 터전은, 보금자리는, 안식처는, 자꾸만 땅을 떠나 하늘로 멀리멀리 날아오른다.
2014.04.30
9. 손님 (2001) - 황석영
쉽게 책장을 넘길 수 없었다. 한국의 근현대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사건은 단연 한국전쟁임을 새삼스레 깨달았다. 해방 후 아슬아슬하게 유지되던 사회는 각종 사상들이 분파까지 나뉘며 난립하고 조직화되고 서로를 적대했기에 잠시나마 균형을 유지했을 뿐이었다. 그 긴장이 전쟁을 기점으로 세상을 산산조각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웃음과 정을 나누던 이웃이, 서로를 악으로 규정하고 죽이고 괴롭히는 적이 됐다. 오십여 년이 지나서야, 과거의 아픔을 껴안고 그저 용서하며 한 많았던 생을 훌훌 털어버린다. 그 비극이 불과 몇 십년 전의 현실이었다는 것이, 괴롭고 아프다. "그 때 우리는 양쪽이 모두 어렸다고 생각한다. 더 자라서 사람 사는 일은 좀더 복잡하고 서로 이해할 만한 일이 많다는 걸 깨닫게 되어야만 했다. (중략) 신학문이라고 받아 배운지 한 세대도 못 되어 서로가 열심당만 되어 있었지 예전부터 살아오던 사람살이의 일은 잊어버리고 만 것이다.(p.176)"
2014.05.05
10. 그 후 (1909) - 나쓰메 소세키
특유의 나른한 분위기와, 극적이지 않은 평범하고 소소한 갈등들만 이어지는 전개로 인해 쉽게 읽히지 않았다. 주인공 다이스케의 과하다 싶을 정도의 무심함과 섬세함이 섞인 성격이 당시 내 처지와 맞물려 불편했던 이유도 있다. 일본 유산계급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었다.
2014.05.10
11. 지상에 숟가락 하나 (1999) - 현기영
제주 출신 작가의 자전적 소설. 화자가 유년시절에 겪은 지독하고 끔찍한 현대사의 거대한 흐름이 인상적이다. 생생하게 어린아이의 시점으로 보여주는 4.3의 비극. 과하지 않은 정도의 현란한 묘사. 자연이라는 모태 속에서 언제나 삶 속에 죽음을 곁에 두며 살아가던 당시의 생활상이 또렷하게 눈앞에 그려졌다. 이 시각 뿐만이 아니라, 두엄냄새와 같은 후각, 따뜻하게 햇빛에 달궈진 돌의 감촉 같은 촉각, 폭우 뒤 건천이 빠르게 흐르는 소리 같은 청각, 기근으로 풀뿌리만 먹던 시절 운좋게 먹게 된 꽈배기의 단맛 같은 미각까지, 오감을 총동원하면서 40년대 후반부터 50년대 초중반까지의 시대를 느낄 수 있었다.
2014.05.11
12. 모모 (MOMO, 1973) - 미하엘 엔데
아주 오랜만에 다시 읽은 동화, 모모. 살아가면서 문득문득 떠올릴만큼 인상 깊은 이야기였기에, 놀라울 정도로 익숙하기만 했다. 바쁘게 시간에 '쫓기며' 살아가느라 정작 인생에서 중요한 것들을 잃어가고 있는 현대인들의 초상을, 동화라는 틀을 빌려 아기자기하고 따뜻한 문체로 조근조근 들려준다. 평생, 담고 살아갈 이야기다.
2014.05.13
13.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2010) - 박노해
'시'라는 형식은, 읽을 때마다 가슴을 두드리는 충격의 강도가 전혀 다르다. 박노해의 시는 나 자신을 돌아보며 반성하고 새로이 의지를 불태우게 만드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아직은 가슴이 세차게 뛴다. 앞으로도 더 뜨겁게, 지치지 않고 뛰는 심장을 가지고, 불의에 분노하고 함께 눈물 흘릴 줄 아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
2014.05.22
14. 가모우 저택사건 1권, 2권 (1996) - 미야베 미유키
단순한 추리소설 이상으로, '역사'에 대한 정의와 그 의미에 대해 심도 있는 고찰을 바탕으로 하여 인물을 투입해 저절로 사건이 흘러가게 만드는 훌륭한 이야기였다. "우리 인간은 역사의 흐름에 있어 단지 부품이라는 거지. 대체가능한 부품일 따름이야. (중략) 역사는 자신이 가고 싶어 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뿐이야.(1권, p.202)" 지독히 수동적이지만 납득할만한 주장에 고개를 끄덕거리고 말았다. 위로하자면, 역사의 큰 흐름 자체가 변하진 않아도 세세한 부분들은 '인간'의 노력으로 바꿀 수 없다는 희망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점이다. "마음 속의 외침이 밖으로 나와 버릴 것 같아 양손으로 입을 가렸다. 토해 낸 한숨이 하얀 연기가 되어 허공으로 흩어진다. (2권, p.236)" 알고 있지만 바꾸지는 못하는 '작은 개인이 느끼는 절절한 무력감'이, 차디찬 겨울 공기에 섞여 하얗게 흩어지는 장면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2014. 05.24
15. 조의 두번째 지도 (2013) - 한수영
지도는 함축적으로 주제를 표현하기에 매력적이다. 지도를 인간관계에 접목시킨 독특함이 돋보인다. 한 개인을 중심으로 전혀 연관성 없어 보이는 타인들 사이에 인연의 끈이 맺어지는 과정을 보고 있자니, 우연들의 연속으로 만들어지는 인생이 기묘하게 다가왔다. 비둘기의 시선을 빌려 동화적인 분위기가 풍겼다. "지금까지 이 정도의 순도를 가진 말을 해본적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 표면에 뜬 말들만으로도 충분했어. 굳이 저 아래 가라앉은 것을 휘저어 끌어올릴 필요 없었지.(p.111)"
2014.05.26
16. 사이시옷 (2006) - 손문상 외
"두 낱말이 어울려 한 낱말을 이룰 때 그 둘 사이를 이어주는 '사이시옷'. (중략) 그 '시옷'(ㅅ)이 사람(人)에 대한 진정어린 생각, 편견 없는 생각이라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p.5)"
2014.05.26
17. 쥐 1권, 2권 (Maus, 1973-1991) - 아트 슈피겔만
여전히 과거 속 역사의 기억이 현재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끔찍함의 극치를 달린 그 시절의 피폐한 생활에서도 살아간 사람이 있다는 것이,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집단광기로 가득했던 세상을 겪지 않았다는 행운이 다행스럽지만, 여전히 세상 속에서 지엽적으로 그 광기가 모양만 달리 하여 진행되고 있는 현실이 괴롭다.
2014.05.31
18. 파페포포 안단테 (2007) - 심승현
"짧은 순간이지만, 행복한 꿈에서 깨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건 내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을 회파하고 싶은 마음 때문일 것이다.(p.193)"
2014.06.02
19. 오만과 편견 (Pride and Prejudice) - 제인 오스틴
원문 자체가 긴 문장이었겠지만 그럼에도 만연체로 지나치게 늘어지는, 번역투가 가득한 문장들이 과해도 너무 과했다. 전형적인 무뚝뚝하고 오만한 상류층 남자와, 버릇없어 보일 정도의 가벼움으로 겉을 포장한 깊은 속내가 실은 편견으로 가득차 있음을 숨기는 낮은 계층의 여자. 두 사람의 사랑이 작가 제인 오스틴의 손에서 유려하고 매력적으로 생명을 얻었다.
2014.06.04
* 눈 뜬 자들의 도시 (2004) - 주제 사라마구
3년 만의 재독. 지방선거라서 다시 읽어봤다.
2014.06.26
20. 강신주의 맨얼굴의 철학 당당한 인문학 (2013) - 강신주, 지승호
나는 '인문학 정신'을 희미하게나마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현실화시키는 실천력이 부족하다. 치열하게 아파야 한다는 것을 잘 알지만, 비겁하게도 자신의 안위를 버리지 못한다. 큰 물욕은 없지만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존에 대한 기준을 포기할 수 없다. 부귀나 명예를 바라지 않지만, 평범한 인생의 행복 정도는 개인으로서 누리고 싶다. 이율배반적이고, 진정한 지식인의 올바른 태도가 아님을 잘 안다. 부끄럽다. 스스로에게 부끄럽고 싶지 않은데, 위대해지기는 애초부터 글러먹은 성정이다. 이 괴리감 때문에 글을 쓰는 것조차 부끄러워 매번 주저하게 된다. 김수영 시인처럼, 강신주 철학자처럼, "언어의 고통 이전의 고통"이 없는데 어떻게 진한 감정을 실은 글을 쓸 수 있단 말인가. 내 경험은 죄다 간접경험이다. 실체 없는 가짜다. 머리로는 이게 억압이고 저게 비자유고 그게 옳지 않은 것임을 알지만, 그 뿐. 나는 탱크의 총부리를 마주하고 맨 앞줄에 설 것인가, 아니면 뒤에 숨어버릴 것인가. 이런 생각조차 쉽사리 입밖으로 뱉어내지 못하는 소극적인 태도가 한심스럽다. 이런 자기반성도 이제는 지겨울 정도다. "인문학은 '나'예요. 각자 각자의 나. 그리고 각자 각자의 '나'들이 공명하는 것이고요. 그래서 인문학의 궁극적인 그림이 민주주의죠. (중략) 모든 사람이 100퍼센트 같지는 않지만, 디테일은 다르지만, 공명할 수 있다는 보편성. 그것이 인문학의 가능성이고 민주주의의 기초죠.(p.81-82)"
2014.07.03
21. 아톰의 시대에서 코난의 시대로 (2011개정판, 2007) - 강양구
"진짜 낙관주의는 항상 최악의 상황에 준비하면서, 그런 상황을 극복할 수 있으리라고 믿는 이들이다. (중략) 지금 이 시대야 말로, 로맹 롤랑이 말하고 안토니오 그람시가 강조했던 '지성의 비관주의, 의지의 낙관주의'가 절실한 때다.(p.9-10)" 읽는 내내 이토록 가슴이 철렁이는데, 이 위기를 제대로 인지하는 것조차 못하고 있는 자들이 태반이라는 현실이 오싹하기까지 하다. 안전불감증에 뿌리부터 젖어들며 썩고 있는 이 대한민국을, 이 지구를, 어떻게 해야 부끄럽지 않은 낯으로 고개를 들고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을까.
2014.07.05
22. 반 고흐 인생수업 (2014) - 이동섭
자기계발서의 훈계조가 아니라, 자신의 경험을 양념처럼 덧붙여 고흐 자신의 편지를 인용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더불어 이런저런 생각할 거리도 많이 남겼고. "지식은 흐릿한 흔적만 남기고 대부분 사라졌고, 설익은 한 줌 지식으로는 누구의 가슴도 움직이지 못했다. (중략) 지식이 커피콩이라면 경험의 물이 있어야 커피로 내려마실 수 있듯이, 지식과 경험의 삼투압으로 얻어진 한 줌의 말과 글이 내 공부의 추수였다.(p.121)"
2014.07.07
23. 거대권력의 종말 (The End of Big, 2013) - 니코 멜레
네트워크형 기술의 발달로 인한 소규모의 광범위한 권력의 분산이, 각종 사회분야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포괄적인 분석을 제시한다. 저자가 전반적으로 취하고 있는 '조심스러운' 비판들이 합리적으로 느껴지지만, 그렇기 때문에 겉핥기식의 논의로 그쳤다. 대중적 입문서 느낌이 강하다. "급진적 연결(radical connectivity)"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개념이다. "책임감과 신뢰성을 확보하는데 기여하는 몇몇 기관을 잃게 될 것(p.312)"이라는 비판은 유효하다. 공신력 있는 기관의 허약화로 인한 책임의 부재 및 루머의 난립 등은 제대로 된 언론과 지식, 기술을 위협하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2014.08.07
24. 어스시의 마법사 (1968) - 어슐러 르귄
J.R.R.톨킨과 더불어 판타지 소설의 거장으로 불리는 이 작가를 이제야 접했다. 다소 길게 번역한 감이 있지만, 묘사와 비유가 상당히 시적이다. "촛불 하나를 켜는 건 곧 하나의 그림자를 던지는 거란 말이다.....(p.75)" 라는 말이 이 소설을 관통하는 빛과 어둠 간의 강력한 인력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런데 타고난 재능을 가진 천재들은 꼭 이러한 극단적인 경험을 통해서만 올바른 자아를 형성할 수 있는걸까.....?
2014.08.28
25. 왼쪽으로, 더 왼쪽으로 (2009) - 박노자
박노자 씨는 내 기준, 한국어를 사용할 수 있는 지식인 중에 가장 진보적이다. 그래도 이제는 '덜 불편해졌다'는 것이 스스로에 대한 위안이자 변명이랄까. 5년이 지난 지금, 그가 우려스런 눈으로 걱정하던 불안한 미래가 이미 현실이 되었다. 희망은 거의 보이질 않고, 뒷걸음질치기만 한 부끄럽고 잔혹한 현실만이 지금 눈 앞에 놓여 있다. "유효 기간이 지난 경제, 사회의 전반적 시스템의 문제(p.10)"에서 비롯된 대한민국의 각종 병폐들은, '혁명'적인 수단으로 변화시킬 수 없다. 현실을 직시하고 '급진적 개혁'으로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두자.
2014.09.01
26. 팬덤의 경제학 (2013) - 제레미 홀든
후반부에서 자신이 만든 이론을 실제 자신의 현실에 적용하는 태도가 신선했다. '컨텐츠'가 중요한 산업요소가 되었기에 '팬덤'이라는 현상은 상당한 연구가치가 있다. 대중의 감정을 흔들어 그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이도록 만드는 것이다. 인터넷을 통한 공유가 일반화된 구조 속에서 다수의 힘과 영향력이란 마치 거대한 파도와 같다. 비논리적인 감정에 쉽게 자극 받고 흔들리는 팬덤을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는 지적은, 상당히 뼈가 있다.
2014.09.06
27. 생각의 좌표 (2009) - 홍세화
주입된 지식이 내포한 편견에 매몰되지 않고 끊임없이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하는 양심. 끝까지 지닐 수 있을까.
2014.09.11
28. 젊은 기획자에게 묻다 (2014) - 김영미
'기획'이라는 것은 결국 전체를 볼 수 있는 시야를 가지고 다양한 요소를 융합하는 작업이다. 막연하게 상상력과 독보적인 아이디어를 가져야만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통해 기획에는 그 이상으로 다양한 능력이 필요함을 알았다. "기획자는 (중략) 논리를 뒷받침해 사람들을 설득하고 실체화하는 힘을 지녀야 합니다.(p.55, 송한샘)" 에서 강조된 논리성과 "실패와 시행착오가 쌓여야만 좋은 기획자가 될 수 있다. (중략) 일을 이루기 위해서 어디에 혹은 어떤 사람에게 뭐가 있는지 알아내고 그것을 취합해서 조합하는 능력이 중요하다.(p.240, 인재진)" 에서 강조된 경험과 융합능력이 가장 중요한 듯하다.
2014.09.14
29.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No Country for Old Men, 2005) - 코맥 매카시
책의 제목과 책의 내용이 썩 어울리지 않는다. 몇 십년 전 시대상을 잘 담아 분위기에 녹아낸 능력은 훌륭하지만, 세대가 변하고 그 흐름이 옳지 않다고 생각하면서도 그저 앉아서 한탄만 하고 있는 이전세대의 넋두리를 왜 이런 스릴러물로써 보여주어야만 했던 것일까. "무사히 돌아온 많은 젊은이들도 아직 많은 문제를 안고 살아요. 그들 뒤에 나라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중략) 전부터 이미 글러먹은 나라였소. 베트남은 거기에 결정타를 먹인 셈이오. 우리는 그들에게 아무것도 쥐여주지 않고서 거길 점령하라고 했던 거요.(p.323)" 가 작가의 하고싶던 말이 아니었을까.
2014.09.17
30. 도가니 (2009) - 공지영
상식이 없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너무나도 '상식적이지 않은' 일이라서 그럴 리가 없다며 은폐하고 불신하고 되려 누명을 씌운다. 이미 더러워진 자들은 진실에게도 구정물을 들이붓는다. 이 순간이 지나고, 대중의 관심이 시작한 속도만큼 빠르게 사그라들면 그들의 돈과 자본과 권력으로 다시 번드르르하게 포장할 수 있으므로. 한장 한장 넘길 때마다 한숨이 끊이질 않았다.
2014.09.19
31. 너의 목소리가 들려 (2012) - 김영하
보려하지 않고 들으려하지 않았던, 이 사회 청소년들의 날 것 그대로의 현실을 사실감 있게 그려냈다. 직접 들은 이야기를 소설화했음을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로 강조한 소설 형식이다. 성적인 이야기를 담담하게 뉴스기사처럼 전달하는 문체가 특이했다. 그 성격의 개방성과 담대함도 그렇고.
2014.09.20
32. 검은 꽃 (2003) - 김영하
나라 없는 국민이라는 건, 끈 떨어진 뒤웅박이 깨져버린 꼴이라고 비유하면 옳을까. 아니, 그보다 근본적인 가난. 생계를 이어나갈 수조차 없는 퍽퍽하고 절망적인 그 근원적인 공포심을 막막한 심정으로 가만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참 멀리도, 참 여러 곳으로, 미처 생각지도 못한 운명 속에서 타의에 의해 흩어지게 된 삶들이 애잔하다. "그 열정은 기묘한 것이었다. 그것은 무엇이 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되지 않고자 하는 것이었다.(p.350)" 라는 후반부의 글귀가, 흘러가는 대로 운명에 몸을 맡겨 살아가던 민초의 상황과 그 심정을 정확히 대변했다. 그래도 일본인으로는 죽기 싫다는 그 단호한 말은, 어느 맥락에서, 어떤 의미로 받아들이면 좋을까.
2014.09.22
33. 살인자의 기억법 (2013) - 김영하
치매에 걸려 점점 자기자신이 사라지는 과정을 짧지만 깊은 호흡으로 전한다. "나는 거대한 우주의 한 점에 고립되었다. 그리고 여기서 영원히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p.145)" 라는 표현처럼. 그리고 결국에는 그 한 점도 폭삭- 하는 작은 소리를 내며 사라져버리겠지.
2014.09.23
34.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1996) - 김영하
자살을 돕는 조력자, 그가 전하는 한 단편 이야기. "압축의 미학을 모르는 자들은 삶의 비의를 결코 알지 못하고 죽는다.(p.10)" 김영하 소설가의 문체에는 묘한 매력이 있다. "흑백사진은 인간의 그늘을 보여줘요. 주름살과 주름살 사이에 담긴 한 인간의 인생을 잡아내죠.(p.60)" 같은 문장들.
2014.09.23
35. 엘론 머스크, 대담한 도전 (2013) - 다케우치 가즈마사
자신만의 비젼을 가지고 뚜렷한 목표를 세워 꿈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을 흔히 '위인'이라 부른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보통 '돈'으로 연결되곤 하지만, 엘론 머스크는 참 특이한 위인이다. 지구의 건강을 염려하는데다가, 인류의 화성이주계획을 목표이자 꿈이자 이상으로 삼고 있다니. 그 꿈을 위해 페이팔을 팔고 테슬러, 스페이스X, 나아가 솔라시티까지 만든다. 비용으로 인한 재산 감소를 전혀 개의치 않으며. "전례가 없는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내야 할 때는 기본 원리로 돌아가 모든 대상을 재검토해야 한다.(p.40)" 는 자세를 취하며 전기자동차와 재활용로켓을 만든다. 그가 내놓은 아이디어는 천재적이지만, 더 대단한 점은 허황되다는 비판을 들으면서도 꿋꿋하게 그 길을 한 발자국씩 걸어간다는 것이다. "'어떤 질문을 던질 것인가'는 어려운 과제지만 일단 질문을 찾아내면 나머지는 정말 쉽다는 사실을 가르쳐준 책입니다. (중략)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하는지 더 잘 이해하려면 생각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지요.(p.26)" 내 인생의 질문은 뭘까.
2014.09.26
36.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2010) - 김영하
"그런 이들은 잡음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잡음에 묻어 있을 자신의 추억을 사랑하는 것(p.251, 바람이 분다)" 사회의 어두운 면에 대해 큰 애정이 없는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토닥여주는 듯한 태도를 취하는 문체가 좋다.
2014.09.27
37. 호출 (1997) - 김영하
투박하게 날이 서 있는 문체와, 보다 형이상학적이고 추상적인 이미지와 인상을 다루는 소재가 매력적인 작가의 데뷔 초기 단편모음집이다. 소설 속에서 갑자기 지신의 바로 그 소설 <도마뱀>의 한 구절을 인용한다던가, <손>이나 <베를 가르다>처럼 페티쉬적인 집착을 예술적으로 묘사한 점이나, 대금노래를 상상하게 만드는 <도드리>, 사진이 보이는 찰나의 순간을 묘한 상징과 비유로 풀어낸 <나는 아름답다>, 무엇이 현실이고 무엇이 망상인지 모르도록 특이한 액자 형식을 취하는 <호출>까지 각각이 인상적이다. "본디 가장 결정적인 순간의 느낌들은 지나치게 강렬하여 오히려 쉽게 휘발되지 않는가. (중략) 단지 서술될 수 있을 뿐이다. (p.46, 호출)"
2014.10.01
38. 새의 선물 (1995) - 은희경
조숙한 어린아이의 영악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1960년대의 좁지만 전부였던 세계. 소설의 제목이 왜 '새의 선물' 인지는 모르겠다. 어린아이다움을 가장할 수 있는 능력을 자각하고 영악하게 이용할 줄 아는 열두살의 인생관은 신기하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외롭고 안쓰럽다. "대체 우리들이 나라고 생각하는 나는 나라의 존재의 진실에 얼마나 가까운 것일까(p.360)" 어정쩡한 '이방인'의 위치를 절감하며, 그 역할을 자신의 정체성으로 눌러버리는 건조하고 냉담한 냉소가 역겹지 않다. 비유가 서정적이고 문학적이어서 부드러운 인상으로 남았다.
2014.10.06
39. 열린 사회와 그 적들 (2002) - 김소진
사투리와 끊기지 않는 호흡의 문체가 진입장벽을 높이지만, 뒤로 갈수록 단편들의 주제의식이 뚜렷해져 편했다. 북에서 내려온, 가장 답지 않은 아버지들이 유난히도 많이 등장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이 작가의 핵심이자 맹렬한 고민이었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아버지는 테제도 그렇다고 안티테제도 아니었다. (중략) 그러나 내게 아버지란 존재는 이도 저도 아닌 개홀레꾼에 불과했다.(p.398-399, 개홀레꾼)" 이 외에도 '처녀성'을 상징한다는 항아리를 다룬 <파애>라는 단편이 인상깊었다. "우리나라 역사에도 혁명이라고 부르는 사건들이 그럭저럭 솔찬히 있긴한데 말이야 쩝쩝. 어딘지 모르게 단막극적이어서.....(p.344, 혁명기념일)"
2014.10.17
40. 템페스트 (1611) - 윌리엄 셰익스피어
셰익스피어의 마지막 희극. 극이 무대에 올랐을 때, 수많은 관객들이 보냈을 어마어마한 찬사가 능히 상상된다. 삶에 대한 찬가와 관용적인 용서와 화해는 전형적인 권선징악이지만, 그 특유의 문체와 농담따먹기는 다른 이가 쉽게 따라할 수 없다. 다만 편집오류...... 세계문학전집 만들 때 출판사에서 주의를 더 기울여주길 바란다.
2014.10.23
41. 사랑을 찾아 돌아오다 (2008) - 기욤 뮈소
어느 시점부터 복선이나 미스테리가 지나치게 빤히 보여서, 결말까지 도달하는 것이 지루했다. 계속해서 시간이 되돌아가는 그 개연성 없는 판타지는 이제 감흥을 주지 못한다. 기욤 뮈소가 자신의 소설마다 꾸준히 강조하는 운명적인 사랑이라는 것이 진짜 존재할까. 본인은 그걸 확고히 믿고 있을까.
2014.10.27
42. 북유럽 사회민주주의 모델 (2013) - 니크 브란달, 외이빈 브라트베르크, 다그 에이나르 토르센
'사회민주주의'라는 개념을 이 책을 통해 정확히 배웠다. '궁극적인 이상향', 즉 유토피아적 세계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이룩해내기 위해 노력하는 자유주의와 사회주의 양 극단과는 다르게, '정치'를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개선'의 '수단'으로 활용하여 모든 시민들이 자유와 민주주의를 구가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사상이 사회민주주의다. 최근 다양한 문화가 하나의 국가 혹은 사회에 편입되면서 여러 정치사상들이 본질적인 위협에 노출되어 있는데, 이 책의 저자들은 그러한 고민이야말로 사회민주주의 사상의 근본 성격을 살려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는 분위기라고 강조한다. "북유럽 사회민주주의 모델이 시간적으로도 공간적으로도 보편적인 것이라는 주장이다.(p.331, 옮긴이의 말)"
2014.10.28
43. 냉정과 열정 사이 Rosso, Blu (1999) - 에쿠니 가오리, 츠지 히토나리
http://tinuviel09.tistory.com/216
2014.10.31
44. 경제상식사전 (2014개정판) - 김민구
2014.11.09
45. 더 잡 (The Job, 1998) - 더글라스 케네디
극한의 경쟁을 겪는 세일즈맨, 그것도 뉴욕 한가운데에서 IT관련 잡지사의 영업사원 인생이 디테일하게 그려져 글만 읽는데도 숨이 찼다. 기업의 생리를 여실히 보여주는 잔혹한 인수 및 합병. 이어지는 사모펀드와 유령회사, 돈세탁까지. 중간에는 '자신을 팔아야 하는' 취직 이야기까지 있었다. 너무나도 현실적인 이야기들이 몰입도를 한껏 높였다. "'셈'이 우리의 삶을 결정짓는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 셈이 우리의 가치를 결정하니까. 셈은 야망의 연료이니까. (중략) 셈은 우리에게 불안을 안기고, 엿 먹이고, 아침 일찍 일어나게 만든다. 그리고 셈은 우리가 하루하루 살아갈 이유를 제공한다.(p.49-50)"
2014.11.11
46.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2009) - 요나스 요나손
20세기의 굵직한 세계사 사건들과 유명인, 세계정세의 흐름을 '알란 칼손'이라는 100세 노인의 인생에 녹여냈다. 작가의 첫 작품이라고 하기에는 퀄리티가 상당히 높다. 읽는 내내 영화 <포레스트 검프>가 연상됐다. 그 영화는 정말 불편했는데, 이 소설은 키득거리며 페이지를 넘길 수 있어 신기했다. 그 이유로는 아무래도 장르의 차이와, '미국'에 한정되지 않은 역사적 사건들, 그리고 주인공의 가치관 차이가 있다. 이 소설의 전반적인 논조는 정치나 사상에 대해 상당히 냉소적이면서도, 동시에 인생이란 순리대로 흘러가는 것이니 그 흐름에 나를 맡기면 된다는 낙천성을 보인다. 그 문체가 적절히 균형을 이루며 중심축을 잡아줬다고 생각한다.
2014.11.13
47. 상실의 시대 (Norway No Mori, 1987) - 무라카미 하루키
책을 덮자 기묘한 고독이랄까, 사무치는 쓸쓸함이 가슴을 시리게 했다. "나는 때때로 공중에 떠도는 빛의 입자를 향해 손을 내밀어보았지만, 그 손가락 끝에는 아무 것도 닿지 않았다.(p.54)" 혹은 "나는 그런 어둠 속으로 몇 번이고 손을 뻗어보았다. 손가락에는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 자그마한 빛은 언제나 내 손가락 끝의 바로 조금 앞에 있었다.(p.78)" 와 같은 무라카미 하루키 만의 표현 방식이 마음에 든다. 인생 이른 시기에 마주하게 된 여러 차례의 상실들을 모두 안고, '극복'이 아니라 '수용'하고 견뎌나가는 것. '청춘'들이 앞으로 남아있는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 스스로를 보호하고 더 단단해지기 위해 선택할 수밖에 없는 태도를 잘 짚어낸 소설이다. 덧붙여 잃어버린 것에 대한 아쉬움까지 말이다. 또다시 읽게 될 것 같다, 이 책은.
2014.11.16
48. 이성복 산문집_나는 왜 비에 젖은 석류 꽃잎에 대해 아무 말도 못했는가 (2001) - 이성복
예술가는, 특히 압축의 미학인 '시'를 쓰는 시인은, 지식인으로서 매순간 치열하게 인생을 마주하면서 살아간다. "그는 '시인은 세상 모든 것에 빚지고 있다'는 말에 절대적으로 동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의 직무유기에 대해 지독히도 후회하지 않는다.(p.38)" 또한 <다시 무위의 늪에서>라는 글에서 "그 괴로움은 내가 정말로 괴로워하고 있지 않다는 데 대한 변명 같은 것(p.169)" 이라며 더 깊게 무위의 늪으로 빠져든다는 자기반성이 현재의 내 모습 같아 아프게 찔러댔다. "이 재난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길은 단 하나뿐이다. 그것은 지독하게 후회하는 일이다. 돌이킬 수 없이 후회하는 것이다. (중략) 나는 후회하고 싶다. (중략) 그러나 나는 아직도 후회할 때가 아니라고 우기고 있다. 나는 내가 앞으로도 결코 후회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후회하기를 바라는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마음 편하게 살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중략) 아, 누구에게 개처럼 걷어차였으면 좋겠다. (중략) 제발, 아프지 않게만......(p.171)"
2014.11.24
49. 나의 제주는 당신의 도시보다 아름답다 (2011) - 김윤정, 김현주
표지는 평범하지만, 내부 책 디자인이 전반적으로 깔끔하고 세련됐다. 작가들의 일상 속 취향이 담뿍 묻어나서, 마치 가까운 지인을 알아가는 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떠날 만큼 떠나본, 그럼에도 여전히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나는 떠나서 단 한 번도 자유로웠던 적이 없었다고 고백한다. (중략) 떠남이라는 것은 더하기일 뿐이다.(p.71)"
2014.11.25
50.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2012) - 히가시노 게이고
초반 첫 에피소드의 분위기가 아주 매력적이었다. 일본 특유의 '기묘한 하룻밤'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전반적인 완성도와 마무리가 상당히 퀄리티가 높지만, 중간중간 개연성에 의문이 드는 부분이 없진 않다. 묘한 인연으로 얽히고 섥히는 부분도 '관계'를 중시하는 일본문화 다웠다. 인간을 아주 사랑스런 눈으로 바라본다. "백지이기 때문에 어떤 지도라도 그릴 수 있습니다. (중략) 모든 것에서 자유롭고 가능성은 무한히 펼쳐져 있습니다. 이것은 멋진 일입니다. 부디 스스로를 믿고, 인생을 여한 없이 활활 피워보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p.447)"
2014.11.26
51. 대통령의 글쓰기 (2014) - 강원국
명확한 주제를 가지고 뚜렷한 정체성을 내보이는 나만의 글이 쓰고 싶어진다. 모든 글쓰기의 근간은 자기성찰과 분명한 실천이다. "정보는 널려 있다. 따라서 글감은 많다. 구슬을 꿰는 실이 필요하다. 그 실을 어떻게 얻을 수 있는가? 바로 생각이다. 생각이 글쓰기의 기본이다.(p.27)"
2014.11.28
52.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 (2012) - 양창순
스스로의 인생을 스스로 꾸려가며 주체성 있는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한 궁극적인 가치는 '사랑'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지닌 나르시즘을 균형있게 유지하며 스스로를 사랑해야만 한다. 자연스러운 흐름과 어느 정도의 운명에 순응하는 지혜 역시 필요하고.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와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에 집중하다보면 당연히 갈등에 빠지고 헛된 욕망으로 괴로워하게 된다.(p.127)" 라는 프리츠 펄스의 지적이 아프다.
2014.12.16
53. The First (2014) - 김동완
'글'이 너무 적다. 더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었는데, 아쉽다. 까탈스럽기 그지 없는 예술가적 기질이 다분한 인물이라는 점이 글 전반에 고스란히 녹아 있어 새삼스럽기까지 했다. 작가로서 그가 글쓰기를 멈추지 않길 바란다. 주변의 말들에 과하게 흔들리지 않길 바란다. 미니콘(이라 쓰고 팬미팅이라 읽는)에서 느꼈지만, 작가와 독자가 지나치게 가까우면 좋은 글이 나오기 어렵다. "니가 날 아무리 실망시켜봐라. 내가 널 떠나나... (p.47)" 오박에서 읽고 내내 마음에 담고 있던 한 문장이다. 이제는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 없다. 꽁꽁 묶여버렸으니까.
2014.12.21
54.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1993) - 알랭 드 보통
철학자의 관점으로 '사랑'이라는 일상을 고찰하는 책. 연인 간의 관계에서 더 나아가, '나'의 입장에서 통렬하고 냉정하게 자기중심적인 성찰을 하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의 본질적인 '평범함'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그 광기를 드러낸다.(p.120)" 라고 냉정하게 사랑을 평가하고, "우리가 존재한다는 것을 보아주는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우리는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중략) 본질적으로 우리는 사랑을 받기 전에는 온전하게 살아있는 것이 아니다.(p.143)" 라는 예찬적 묘사와 동시에 "내 사랑이 한시적인 것으로서 끝을 맺는다는 것은 다름 아닌 내 일부의 죽음을 의미한다.(p.173)" 라며 사랑을 설명한다. 논리를 소개하고 여러 철학자의 이야기를 가져오되, 그러한 시각의 장단점을 구체적인 사례로 비유하며 설명하는 서술방식이 독특하다.
2014.12.24
55. 자살을 할까, 커피나 한 잔 할까? (2012) - 엘리엇 부
여러 주제들에 대해 다양한 명사들의 문장들을 꼴라쥬처럼 이어붙여 글을 만들고, 관련된 명언들에 대해 말장난, 비꼼, 의문 등을 담아 되묻는다. 독특한 형식이라 인상적이긴 했지만, 책이 너무 두껍다. "신이 지겨워할까봐 나는 기도를 하지 않는다.(오손 웰즈) 신은 너무 두려워서 웃지 못하는 관객 앞에 선 희극배우다.(볼테르)(p.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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