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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존중/Book

2013 독서목록 2탄

누비` 2013. 12. 30. 13:00


(참고: 파란 글씨는 책 원문을 그대로 인용한 것입니다.)



2013.07.02

51. 불량사회와 그 적들 (2011) - 강양구

"힘있는 이들이 규칙을 만들고 다른 가능성을 봉쇄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슨 대안을 말할 수 있겠습니까? 시간이 걸리더라도 노력을 하면서 자꾸 다른 가능성을 타진하는 과정 속에서 새로운 대안이 비로소 등장하는 것이지요. (장하준)"



2013.07.03

52. 민주주의는 왜 증오의 대상인가 (2005) - 자크 랑시에르

유럽에서는 몇 차례의 시민혁명을 수백년이라는 시간 동안 진행하며 점진적으로 민주주의라는 제도를 발전시켜 현재의 형태로 만들어냈다. 근래에 이러한 민주주의는 오류가 많으며, 심지어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정치의 개념이 상실된 상태에서의 '민주주의'라는 용어는 우리가 더 이상 사용하기를 바라지 않는 '지배체제'라는 말을 대신하는 용어이다." 



2013.07.05

53. 룸살롱 공화국 (2011) - 강준만

사회 지도층이라는 자들의 꼴 같지 않은 행태와 관습에 복장이 터진다. 단순히 현재의 모습들을 수치로 파악하고 그 역사(....)를 아는 것보다는, 그 행위에 사회적 수치심을 부여하는 것이 더 생산적일 듯.



2013.07.07

54. 투게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기 (2012) - 리처드 세넷

경쟁으로 삭막해지는 현대 사회에 점차 '협력'이라는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 약해진 협력의 역사와 더불어 협력에 희망은 없는가, 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책이다. 예상치 못한 평범한 사례에서 이야기를 확대해 나가는 것과, 사회학자 특유의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하고 주장을 정립해 나가는 연구과정'이 흥미로웠다. "산책자들의 경험, 즉 말없고 일시적이며 내향적인 경험은 교환이라기보다는 일방적인 자극 쪽에 더 가까웠다." 


2013.07.09

55. 불편해도 괜찮아 (2010) - 김두식

"인권을 아주 쉽게 정리한다면 결국 '남에게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라'는 황금률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내가 보장받기를 원하는 그 권리들을 다른 사람들도 보장받도록 하는 것이 민주시민이 가져야 할 올바른 덕목입니다."



2013.07.11

56. 괴짜사회학 (Gang Leader For A Day, 2008) - 수디르 벤카테시

90년대에 직접 흑인 갱단 안으로 들어가 지혜롭게 처신하며 10여년 간 그들의 공동체를 '관찰'한 사회학자인 저자의 노력이 대단하다. 실제로 조직(갱단)과 빈민층(흑인)의 상부상조, 혹은 공생 관계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매체를 통해 어느정도 가늠하고 있었기에 '매우 놀랄만한' 이야기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그러한 지식을 얻기까지 이러한 질적인 사회학을 연구한 학자들이 공이 정말 컸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근본적인 해결책에 대해서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2013.07.11

57. 시에서 아이디어를 얻다 (2010) - 황인원

경영의 마인드를 '시'에서 찾는다는 발상으로 시작된 책이다. "끝없이 궁금하고, 끝없이 호기심이 일어야 사는 게 재미있고 새로움을 추구할 수 있"다는 지적이 기억에 남는다.



2013.07.14

58. 이제는 누군가 해야할 이야기 (2013) - 김영란, 김두식

실제로 법조계에 몸을 담고 있던 두 저자의 대담 형식으로 한국의 부패 문제에 대한 실상과 예방책을 논의한 책이다. 특히 '김영란법'이라고 불리는 청탁금지법안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소수의 악당이 아니라 다수의 선한 사람이 부정행위를 저지르는 것이라면, 그걸 통제하는 방법이 중요해요. (중략) 행동강령을 도덕적인 각성장치로 활용하는 거죠." 공무원이 모두 부패했다고 믿는 사회적 인식 뒤에는, 억울한 공무원과 불신하는 대중이 공존한다. 이러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아예 제도를 만들어 신뢰를 쌓아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있었다. "다원 사회에서 뭐 하나를 가진 사람이 나머지까지 다 가져가는 건 평등하지 않다는 거죠." 라는 인식을 명예, 혹은 권력을 지닌 자들이 공감해야 하는다.



2013.07.15

59. 이상한 나라의 경제학 (2012) - 이원재

'시장'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가 전세계에 영향력을 떨치기 시작한 이후로, 세계는 점점 이상한 논리에 휩쓸리고 있다. 극과 극으로 치닫는 이 양극화의 세상에서, 99%의 자각이 필요하다. 주주 자본주의는 확실히 틀렸다. 본래의 목적을 잊은 채 소수 권력층(=기득권층)의 사익을 위해 활용되고 있는 모든 논리는 옳지 않다. 한국은 그 중에서도 유별나게 '이상한' 국가 중 하나다. 이 책 역시 협동조합을 대안으로 내세운다. 길게 가기 위해서는 '경쟁'이 아닌 '협력'이 필요하다며. 한국사회는 사람들을 자영업자로 '내몰지만', 그들이야말로 평범한 '위험회피자'라는 지적에 고개를 끄덕였다.



2013.07.17

60. 강남좌파 (2011) - 강준만

'강남'으로 상징될 만큼의 사회적 입지와 경제력을 지니고 있는 사람 중에서 '좌파'적인 사고를 하고 주장을 펼치는 사람들을 소위 '강남좌파'라고 한다. 강남좌파의 행보와 그들이 최근 몇 년간 한국 사회에 끼쳐온 영향력에 대해 저자는 다양한 사설과 칼럼을 인용하여 보여주고 있다. 강남좌파의 부상은, 극과 극으로 양분되어 서로를 증오하던 민주화 이전의 이념 문제가 아닌, '엘리트'로서의 행보가 중요시되는 문제와 연관된다.



2013.07.18

61. 이상한 나라의 정치학 (2013) - 이원재

한국 정치는 '증오' 하나만으로 세월을 낭비하고 있다. 해방 및 전쟁 이후 궁극적인 목표였던 산업화와 민주화를 어느 정도 달성했지만, 그 이후의 목표를 제대로 잡지 못하고 방황하며 내분만 일으키고 있다. 2012 대선 역시 과거의 경쟁구도 논리에서 어긋나지 않았던, 독재자의 딸과 독재자에게 대항했던 사람의 대결구도였다. 이제 한국 사회에는 새로운 기치가, 모두를 위한 캐치프레이즈가 등장할 때가 됐다. 증오의 정치에서 벗어나야 한다.



2013.07.21

62. 국가 (Politeia, 2013번역) - 플라톤 (천병희 역)

대화 형식으로 진행되는 소크라테스와 그의 제자들의 이야기로, '국가'와 '치자', '철인'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다. "나라를 훌륭하게 만드는 데서는 각자가 제 할 일이나 하게 하는 능력이야말로 나라의 지혜와 절제와 용기의 강력한 경쟁자인 것 같네."



2013.07.24

63. 환상 (2013) - 박종태(구술), 김순천(정리)

삼성 노동자의 현실을 제대로 마주하며 아찔한 기분을 느꼈다. 단순히 '비인간적'이라는 수식어로 설명할 수 없는 이 인권유린적 행태를, '돈'과 '자본'을 무기 삼아 뻔뻔하게 자행하고 있는 현실에 가슴이 먹먹하다. 전태일의 분신 이후로 단 한 발짝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것이다. '가족'이라 명명하면서도 직원을 기계보다 못한 부속품 취급을 하고 있는 삼성이라는 거대그룹은, 언제쯤 그 무식한 방식이 결코 통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깨닫게 될까? 23년 간 일해온 일터이기에, 너무나 밉지만 그렇다고 대놓고 증오할 수도 없다는 박종태 씨의 절절한 마음이 와 닿는다. "쇠처럼 강한 수천 개의 벽돌이 하늘에서 쏟아져 내려 회사와 나 사이에 길고 높은 장벽을 세운 것 같았다. 그것은 결코 화해할 수 없는 차갑고 단단한 장벽이자 다시는 이 세계에 발을 들일 수 없게 하겠다는 배제의 장벽이었다."  



2013.07.27

64. 시민의 정부 시민의 경제 (2012) - 우석훈

"나라의 기본은 우파가 지키고, 좌파는 생기발랄하게 뛰어놀면서 그 권위주의 내에 균열을 만들고 새로운 생각을 하는 나라, 그런 나라가 잘 사는 나라"라는 말이 가슴을 누른다. 이미 한국사회에서는 우파, 좌파, 보수, 진보, 빨갱이 등의 이념적 단어들이 전혀 의미가 없다. 고작 상대를 비난하기 위해 온갖 수식을 갖다 붙이며 욕처럼 사용되고 있을 뿐. "국민은 헌법으로부터 규정되는 존재이지만, 시민은 헌법을 만들어내며 헌법을 초월하는, 인간으로서의 보편적 권리를 갖는다." 



2013.07.31

65. 가재걸음 (A Passo Di Gambero, 2006) - 움베르트 에코

"책의 운명을 두고 말하길 뒷걸음치는 가재와 갖다고들 하지만, 나는 최근의 기술적 발전이야말로 진정 뒷걸음치는 것임"이라며 제목을 언급하고 있다. 빈라덴의 '테러리즘'이 사회에 '불안감'을 조성하기 위한 궁극적인 목적을 지니고 있었다는 분석이 새로웠다. 9.11은 그런 면에서 미국과 서양이 효과적으로 빈라덴을 광고해준 꼴이었다는 것이다. "자존심에 심각한 타격을 입은 미국 대중의 심리를 보상하는 일이 시급했으며, 이를 수행하는 유일한 방법은 구전쟁을 다시 제안하는 것이었다."



2013.08.01

66. 경제를 점령하라 (Occupy the Economy, 2011) - 리처드 울프 (인터뷰: 데이비드 버사미언)

부유한 자들의 경제 및 정치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세금을 나쁜 것으로 몰며 본인들은 쉽게 법망을 빠져나가 세금을 덜 내고 있는 이중적인 잣대를 직시하고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 2011년의 점령시위는 비록 지금까지 지속되지는 못했지만, 99%가 1%에 적극적으로 대항하며 함께 거리로 나선 사건이었다는 점에 의의가 크다.



2013.08.07

67. 교내 여성주의 교지 특별호

여성학. 여성주의. 페미니스트. 다양한 글들을 읽으면서 편협함으로 갇혀 있던 세계가 조금씩 넓어지는 것을 느낀다. 처음에는 이러한 글들이 '불편'했지만, 불편함은 조금씩 공감으로 바뀌어 갔다. 당황스러움은 관용과 부끄러움이 혼재된 감정으로 변했다. 날선 문체에 적응하며 그렇게 글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해 이해하게 되었다. 나의, 나만의이야기 역시 다른 사람들에게 그들의 사고 지평을 넓혀주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2013.08.14

68. 생각이 나서 (2010) - 황경신

문득문득 누군가를 대입하게 되어 눈물이 났다. 현대사회의 독특한 관계라고 믿어왔던 이 감정이, 실은 꽤나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고 공감해온, 역사 깊은 이야기를 담고 있겠구나. 이러한 에세이 글은 우선 작가의 감성이 나와 맞아야 하고, 그럼에도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독특한 아이디어를 보여주어야 하며, 무엇보다 문체가 내 취향이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가의 다른 글들에도 호기심이 생긴다. "언젠가 당신을 만날 때 나 봉오리 맺혀 있기를. 당신을 만나 활짝 피어날 수 있기를."



2013.08.14

69.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 (2007) - 김동영

"세상 모든 시작은 설렘과 두려움으로 시작된다. 우린 언제나 새로운 길 위에서 길을 잘못 들까봐 두렵고 시간이 더 걸릴까봐 조급하다. 하지만 우리들은 낯선 길을 헤매는 즐거움이 얼마나 큰 것인지 잘 알고 있다. 그 실수들 속에서 우리는 넓어지고, 생각지도 않은 행운들을 만나게 된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2013.08.16

70. 생각기술 (2003) - 조승연

10년 전에 추천받은 책이지만, 지금에야 공감가는 내용이 눈에 들어온다. 부딪히고 경험한 기억들을 지금껏 쌓아 왔기 때문에, 저자의 경험에서 나온 문장들이 비로소 빛을 발하며 더 가깝게 다가오는 것 같다. "감정과 격분을 가지고 세상을 예리하게 관찰하며 분노, 정복 정신, 강렬한 에너지를 기본으로 자기만의 투철한 논리와 이론을 엮어나가고, 현실과 타협하며 업그레이드 시키자. (중략) 모든 창조는 반응이다. 따라서 모든 창조는 반항이다." 



2013.08.16

71. 지식ⓔ 시즌7 (2012) - EBS 지식채널ⓔ



2013.08.25

72. 유토피아 (Utopia, 1516) - 토머스 모어

유토피아의 원래 뜻은 '어디에도 없는 곳'. 역설적인 의미를 지닌 고유명사는 유토피아 외에도 책에 여럿 등장한다고 '영어'로 번역한 필자가 말한다. 타고난 농담가였던 토마스 무어는 16세기의 척박한 정치 환경에서 검열과 수감을 피하기 위해 '누군가에게서 전해 들은 이야기'라는 형식으로 유토피아를 소개한다. 믿기지 않게 급진적인 내용과, 단순히 살기 좋고 천국같은 곳이 아닌, 정말로 '이상적인' 사회제도를 묘사하고 있는 내용에 충격을 받았다. 특히 아담 스미스는 한참 뒤의 사람인데, 16세기에 자본주의와 공산주의가 이렇게 깊게 고찰되고 있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철학적인 측면에서 수세기 동안 인간의 발전이 그닥 없었다는 불편한 진실 역시. 지금의 관점에서는 규제와 엄격한 처벌, 금욕적인 생활을 '이상향'으로 부를 수는 없을 것 같다. 



2013.08.26

73. 깨어나라! 협동조합 (2012) - 김기섭

전통적으로 한국사회에서 행해져왔던 두레와 계에 대한 분석과 그 의미, 협동조합의 정의와 대상 및 종류,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책이다.



2013.08.28

74.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 (Der Vorleser, 1995) - 베른하르트 슐링크

2차 세계대전을 전후로 독일에서의 전쟁세대와 전후세대의 갈등이 극심했다. 특히 나치전범, 혹은 적극적으로 가담하지는 않았지만 침묵과 동조를 한 소극적 동조자들을 부모로 둔 자식들이 느끼는 괴리감과 혼돈.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비록 우리가 손가락으로 죄를 저지른 당사자들을 가리킬 수 있다고 해도 우리 가슴 속은 수치심으로 가득 채웠다. (중략) 손가락질은 수치심의 수동적인 고통을 에너지와 행동과 공격심리로 전환시켜 주었다."



2013.08.29

75. 대한민국 나쁜 기업 보고서 (2012) - 김순천

꼭, 반드시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은 책이다. 사회 곳곳에서 도저히 믿을 수 없는 패악들이 자본의 탈을 쓰고 태연자약하게 만연해 있다. 사회 안의 기업들 간 구조가 철저히 자본의 상하관계로 이루어진 '갑을관계'에 바탕을 두고 있기에, 그 안의 작은 일원일 뿐인 '사람'들은 상처받을 수밖에 없다. 나 또한 그것까지 감안하고 취직할 곳을 찾고 있다는 현실이 더 암울하고. "우리나라는 직장인들이 회사 안에서 보내는 물리적인 시간이 너무 길어요. 물리적인 시간이 기니까 인생이 회사 중심으로 돌아가고 자기 인생이 모두 회사에 있게 되거든요. (최승원)"



2013.08.30

76. 나는 아주, 예쁘게 웃었다 (2013) - 봉현

"지금이 내 인생에서 제일 한가롭고 자유로운 시절일지도 모른다. 지금 이렇게 길게 게으름을 피우는 대가로 언젠가는 바쁘게 살아가겠지. 이런 시간을 꾹꾹 눌러 담아 두었다가 힘들 때마다 조금씩 꺼내 보아야겠다."



2013.08.31

77. 인연 (1996) - 피천득

철학과 사상에 관한 심도 깊은 이해와 공부는 21세기보다 20세기에 더 활발했던 것 같다. "내게 기다려지는 것이 있다면 계절이 바뀌는 것이요, 희망이 있다면 봄을 다시 보는 것이다."



2013.09.03

78.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 (2011) - 무라카미 하루키

하루키라는 작가의 개인적인 면을 엿볼 수 있어 신선했다. 특히 재즈를 좋아해서 실제로 재즈카페를 운영한 전력이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끊임없는 가치판단의 축적이 우리의 인생을 만들어 갑니다. (중략) 내 경우는 음악입니다. (중략)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살아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까지 듭니다."



2013.09.04

79. 다이어트의 여왕 (2009) - 백영옥

감칠맛나는 표현력(특히 음식의 식감)이 매력적인, 정말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주는 듯한 재미있는 1인칭 소설이었다. 주제는 다이어트와 식욕과 내면의 인간본성이라기 보다는, 잘못된 쇼프로가 얼마나 개인에게 악영향을 미치는가, 였던 것 같다. "바삭바삭한 햇빛가루가 어둑한 방바닥 아래로 우수수 떨어졌다."



2013.09.22

80. 기업, 인류 최고의 발명품 (The Company, 2004) - 존 웨이트, 에이드리언 울드리지

기업의 역사라는 것이 생각보다 오래되었음을 새삼스레 느끼게 해줬다. 특히 자본주의 도입 초반에는 기업과 정부 간 알력이 강했다는 것, 그로 인해 주식회사보다는 합자회사가 더 인기 있었다는 것 등이 의외의 사실이었다. 독일은 아예 초반부터 종업원과의 관계를 중시하며 신뢰를 쌓아갔기 때문에 협동조합이 가능했다. "기업이 미래에 직면하게 될 어려움은 기업의 사회에 대한 책임감보다는 사회의 기업에 대한 반응에서 파생될 소지가 크다." 는 결론이 현재 사회와 기업과 소비자의 관계를 정확히 지적하고 있는 듯하다. 



2013.10.06

81. 폭력의 자유 (2013) - 김종철

언론인이라면 반드시,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야 하는 '대한민국 언론사'다. "언론은 권력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되며, 언론 자체가 권력이 되어서도 안 된다."



2013.10.15

82. 정치는 역사를 이길 수 없다 (2013) - 김욱

'정치인은 국민을 대의하는 사람'이기에 국민과는 다른 지위를 가지고, 얻는 권리만큼 포기해야 하는 권리도 있다는 것을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다. 정치에서는 모든 말이 그 이면에 어떤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가를 정확하게 포착해야 한다는 것, 수사적인 멘트들 중에서도 '사과'는 가장 유의미할 수 있다는 것 등이 기억에 남는다. 무엇보다 역사의, 과거를 망각하지 않는 국민의, 그 끝없는 연속성과 영향력을 굳건히 믿는 저자의 생각에 동의한다. "정의로운 개인은 지칠 수 있지만 역사는 지치지 않는다. (중략) 그 지치지 않는 역사가 계속된다. (중략) 정치는 역사를 이길 수 없다. 나는 그런 역사의 힘을 믿는다."



2013.10.18

83. 왜 자본주의는 고쳐 쓸 수 없는가 (2013) - 김운회

금융위기와 관련해서 과연 현재 전세계가 채택하고 있는 이 경제체재가 합리적인 것인가에 대한 의문과 사상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이 책을 읽고 나서야 비로소 지금 서 있는 이 시점이 굉장히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빈곤한 철학으로 겉모습만 번지르르하게 포장하여 지금껏 사회의 주류인 양 행세하는 지금의 패러다임은 확실히 잘못되었다. 뭔가 새로운 것이 필요하다. "모든 창조는 과거의 지식이 고농도로 농축이 되어야 가능한 것" 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며, 윈슬로 테일러처럼 "아무리 훌륭한 생각이 있고 뛰어난 아이디어가 있다고 해도 방안에 가만히 앉아 있다면 의미가 없습니다. 그것을 실행할 수 있는 발로 뛰는 부지런함과 적극성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라는 실천적 행동을 보여야 하겠다.



2013.10.27

84. 왜 우리는 불평등을 감수하는가 (2013) - 지그문트 바우만

20대 80의 사회를 넘어, 1% 혹은 0.1%와 그 나머지 간의 대립으로 점철된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세계적인 경제위기로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는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지만, 단지 그 뿐. 경쟁으로 굴러가는 사회의 기본 틀은 여전히 굳건하다. "적극적 저항을 불러일으키는 '부정의'하다는 인식은 비교에서 나오는 것이다. (중략)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부정의하다'는 것은 대체로 '자연적인'(실제로는 '습관적인') 것으로부터 벗어남을 의미한다." 불평등함에, 부정의함에 익숙해져 있기에 적극적으로 저항할 의지가 생기지 않는 것이다. 현실에 안주하는 것이다. 현실이라는 것은 곧, "장애물들의 저항이 강할수록, 장애물들은 그만큼 더 '현실적'으로 느껴진다."는 지적으로 정의내릴 수 있다. 경제학이, 지배계급이, 돈 많은 권력자가 만들어 놓은 허상에 길들여진 일반 사람들은 그저 이 현실을 암담하다고만 느끼고 있을 뿐, 실질적으로 '변화'시키려는 구조적 변동은 시도조차 않고 있다.



2013.10.31

85. 왜 기업은 세상을 구할 수 없는가 (2008,2010) - 마이클 에드워즈

소위 '사회적 책임'을 운운하며 '박애 자본주의'를 추구하고 있는 행태는 기업의 필수적인 요소가 되었다. 지속가능경영에 CSR이라는 단어가 빠져 있는 것은, 근래 들어 단 한 번도 본 기억이 없다.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자본주의의 시장논리에 사회적 책임을 목표로 하는 사회적 기업이 함몰되어서는 결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시민그룹은 기업이 되지 못하는 것을 부끄러워 할 필요가 없다." 는 말이 궁극적으로 강조하는 주장이다.  



2013.11.01

86. 자본주의 특강 (Capitalism, 2008) - 제프리 잉햄

현재진행형인 수많은 자본주의의 문재점은 '철학의 부재'라는 근본적인, 그리고 결정적인 약점에서 야기되었다. 사회주의의 몰락 역시 마르크스의 '불완전한' 이론을 마치 성경처럼 여기고 단순히 독해 및 이해, 운용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타당하게 느껴진다. 심도 있는 고찰과 분석, 확장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론은 사멸한다. 철학이 없는 제도는 본래의 목적과 취지를 쉽게 망각한다. "'위기'라는 말은 지금껏 지나칠만큼 남용되고 오용되어 왔다."



2013.11.06

87. 빅 픽처 (The Big Picture, 1997) - 더글라스 케네디

현실의 벽에 부딪혀, 혹은 그저 안주하고 싶은 열망으로 인해 꿈을 포기하고 일상에 고착하게 되는 것이 대부분의 인생이다. 젊을 때는 나만은 다른 것이라며 아등바등 저항하지만, 끝까지 꿈을 고수하고 타협하지 않는 불굴의 열정을 보이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이 소설은 일상적이던 삶이 극단적인 사건을 계기로 삽시간에 전환되는 과정을 보여주며 이러한 현실을 보다 극적으로 보여준다. "누구나 인생의 비상을 갈망한다. (중략) 누구나 탈출을 바라지만 의무를 저버리지 못한다."



2013.11.13

88. 다운사이징 데모크라시 (Downsizing Democracy, 2004) - 매튜 크렌슨, 벤저민 긴스버그

"이제 시민의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중략) 현재의 경향이 '개인적'인 이유는 새로운 통치 기술들이 대중을 사적 시민들의 집합으로 해체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중략) 시민에서 '고객'이라고 불리는 존재로 변해왔다." 일반 군중들을 동원해야 했던 대중민주주의의 시대는 종언을 고하기 직전에 처해있다. 파편화된 개개인은 대중의 일원이 아닌, 일원화된 분자로서 전혀 결속력을 갖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엘리트를 중심으로 비민주적인(=민주주의가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 형식의 기반이 주류 계층을 든든하게 뒷받침하고 있다. 근대의 산물이라는 대중민주주의의 시대가 저물고, 새로운 시대가 요구되고 있다. 



2013.11.18

89. 두 도시 이야기 (A Tale of Two Cities, 1859) - 찰스 디킨스

결말을 향할수록, 역시 고전은 고전이구나! 하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긴 장편 서사극에서 허투루 보여주는 장면이 전혀 없고, 과거의 모든 순간들이 모이고 모여 후반부의 각 개인들이 취하는 행동에 개연성과 정당성을 부여했다. 또한 묘사가 얼마나 생생한지, 영화 <레미제라블>에서 목격했던 당시 파리와 그 시대의 런던 모습을 아주 선명하게 눈앞에 그려낼 수 있었다. 프랑스 혁명 당시의 그 지저분하고 광기에 사로잡힌 오싹한 분위기는 지금 내가 그 군중 속에 파묻혀 있는 것만 같은 섬뜩함을 느끼게 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건 모퉁이라는 보이지 않는 사각지대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통해 인물의 불안한 감정과 그들의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한 모호한 공포를 주는 장면이다. 필독 고전 소설이다.



2013.11.23

90. 혁명의 배반 저항의 기억 (2013) - 육영수

프랑스 혁명을 문화사의 측면에서 바라보며, 특히 사회의 소외된 계층에 집중하여 혁명을 분석한다. 여성 및 유색인종 등은 사회의 역할 및 계급으로 인해 '만인의 평등과 자유'를 부르짖었던 혁명에서 배제당했다. "혁명에 대한 사학사적 시시비비는 우리에게 과거는 숭배하거나 미워해야 할 무덤이 아니라 '끊임없이 다시 만들어지는 그 무엇'이라는 교훈을 가르친다." 



2013.11.24

91.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 (2010) - 노희경

너무나도 현실적인,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한 가족의 모습이 인상깊었다. "죽는다는 것, 그건 못 보는 것이다. 보고 싶어도 평생 못 보는 것. 만지고 싶은데 못 만지는 것. 평생 보지도 만지지도 못하고, 목소리도 들을 수 없는 것. 그것이 바로 죽음이라는 이름의 지독한 이별인 것이다." 언제나 죽음은 고통스러운 후회를 안겨주기에 더욱 아픈 것일 테다.



2013.11.30

92. 세계 지도로 역사를 읽는다 (2001) - 타케미츠 마코토

'민족'이라는 개념은 근대에서부터 여러 정치, 군사적 목적을 지니고 전방위적으로 활용된 인위적인 개념이다. 민족과 국가를 살펴보면 세계사가 보이고, 시대의 흐름과 사건의 인과관계가 드러난다. 여전히 민족 간, 종교 간 갈등이 세계의 구석구석에서 끊임없이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이 비극이다. 단순히 외교적 협상만으로 해결하는 것이 불가능한 주제이기에, 국가와 정부와 국경선이 존재하는 한 이러한 갈등의 근본적인 해결은 어렵지 않을까.



2013.12.08

93.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탄생 (2010) - 박병업(구술), 유영구, 정창현(엮음)

북한의 고위간부였던 박병업 씨가 겪은 당시의 시대상을 정리한 책인데, 재미나 정보보다는 사건의 흐름 및 개요에 집중하며 읽었다. 해방 직후 미군과 소견군의 주둔으로 38선이 그려진 이후, 어떠한 논의와 정당과 당파색이 진행되었는가가 세세히 구술되었다. "이 '적'은 냉전시대를 지배한 상대적 개념일 뿐이고, '우리'의 반대편에 서 있는 또다른 '우리'인 것이어서 냉전에서 진정으로 벗어나면 더 이상 '적'일 수 없는 존재이다.(p.7)"



2013.12.12

94. 사상이 필요하다 (2013) - 김세균 외 8인

단순한 교양서적이 아니라 준전공 참고서적 쯤 될 것 같다. "4년 혹은 5년 단위로 치러지는 선거는 흡사 그와 같은 단위 시간들로 단절된 것으로 인식케 하거나 연속성을 부여한다 하더라도 분리된 상태 그대로 결합하게 한다.(p.31, 홍세화)" 현재의 민주주의에 대한 걱정과 변화의 필요성은 날로 높아져만 가는데, 이 험난한 시국을 헤쳐나갈 만한 명확한 해답이 도무지 보이지가 않아 답답하기만 하다.



2013.12.13

95. 종이여자 (2010) - 기욤 뮈소

작가의 전작과는 다르게, 더 발랄하고 유쾌한 분위기의 소설이다. 세세하게 뜯어보면 극빈층에 가정폭력에 살인, 마약 등 온갖 부정적인 소재들이 가득한데도 말이다. 결말은 내 예상과 달라서 별로였음... "빌리는 어차피 허구의 인물이었다. 나와 독자의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인물, 즉 실체 없는 관념의 산물일 뿐이었다. (중략) 그런데 지금 피조물이 창조자에게 반기를 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p.147)"



2013.12.16

96. 하악하악 (2008) - 이외수

저자가 트위터를 많이 하셔서 그런지, 적은 글자수에 맞춰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을 잘 하신다.

(참고: http://tinuviel09.tistory.com/96)



2013.12.21

97.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1998) - 파울로 코엘료

'죽음' 그리고 '미쳤다는 것'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과 그에 대한 캐릭터 각각의 답변에 대한 이야기였다. 부모의 반대에 꿈을 포기한 베로니카와 에뒤아르의 사례가 한국 독자들에게 가장 와닿을 부분이 아닐까. 정신병원에 들어옴으로써 맞닥뜨린 문제로부터 '도피'한 '멀쩡한 사고를 할 수 있는' 환자들이, 병원에서 깨달음을 얻고 적당히 사회에 맞추면서도 본인들만의 방식으로 살아가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인간을 그 자신의 꿈에서 분리시키는 심연을 건너버려, 더이상 되돌아갈 수가 없었다. 그는 앞으로 나아갈 수도, 뒤로 물러설 수도 없었다. 무대를 떠나버리는 것이 더 간단했다.(p.272)"라는 말이 왜 극단에 몰린 사람이 '도피'를 선택하는가를 극명하게 보여줬다.



2013.12.24

98. 모반의 역사 (2001) - 한국역사연구회

역사는 승자에 의해 기록된다. '정사'라고 여겨지는 이야기들은 역사가와 통치권자에 의해 왜곡된 진실이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후대인은 삭제되고 감추어진 단서들을 조합하여 당시의 상황을 최대한 논리적으로 추론해내야 한다. "권력투쟁에서 이긴 사람은 자신의 권력을 정당화하는 기록을 남기고 불리한 기록은 없애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패자의 흔적은 사멸하지 않고 후대의 사가에 의해 되살아나기도 한다.(p.75~76)"



2013.12.28

99. 세계사 여자를 만나다 (2011) - 김정미

33명의 여성 중 모르는 인물이 꽤 된다는 것이 비극적이다. 대부분 비참하고 불행한 인생을 살았고, 그 기저에는 섹슈얼의 대상으로써 스스로를 팔아야했던 과거가 존재한다는 사실 또한 역사 속에서의 여성 지위를 통렬하게 드러내고 있다.



2013.12.29

100. 세상을 보는 열일곱개의 시선 (2007) - 김만권

"삶의 방식으로서 철학을 택했던 철학자들은 성숙한 자아를 통해 하나같이 자신이 살던 정치와 사회에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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