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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년 가까이의 공백기 후, 오랜만에 나온 빅스의 새 미니앨범. 음원 발매일에 12시 정각 땡- 치자마자 멜론에서 구입해 들었고, 1시간 뒤 뮤비까지 보고 잤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섣불리 뭐라 말하기가 어려워서 일단 음방의 컴백무대를 다 보기로 했다. 그래서 이제야 신곡 리뷰를 씁니다^^
타이틀 "기적(Eternity)" 의 노래와 뮤비에 대한 첫 인상은 아쉬움이 컸다. 뭔가가 부족하고, 미묘하게 거슬리는 부분들도 있고, 무엇보다 기대했던 것과 다름에 실망감이 들었다. 우선, 빵 터지거나 몰아치는 싸비 부분이 없고 대중성을 정확하게 노린듯한 무난한 전개가 진행되어 부족함이 느껴졌다. 물론 이런 전략을 쓴 의도는 이해한다. '다준돼-hyde-저주인형'으로 이어지는 강렬한 노래와 컨셉으로 '자가복제'라는 평을 들어왔던 데다가, 이제는 특정 마니아 층을 유입하기보다는 대중에게 '빅스'라는 그룹을 각인시킬 때가 되었다는 판단도 있었으리라 본다. 그치만, 너무 무난해!!!!ㅠㅠ 기존의 이미지를 과감히 탈피하고 새로운 모습도 보여줄 수 있음을 증명해내는 것은 아이돌에게 있어 본인들의 가능성을 알리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하지만 빅스는 쾅쾅쾅 멋지게 두드리던 건반을 갑자기 힘을 확 빼버리고 그냥 꾹 눌러버린 느낌이라 변화의 임팩트가 조금 약한 것 같다. 너희들 이런 것도 잘 할 수 있구나, 라고 칭찬하면서도, 그래서 이게 끝이야? 라는 반응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았다. 그리고 실제로도 이런 반응이 많았고. 독특한 컨셉 때문에 빅스에 관심을 두고있던 라이트 팬들은 이번 앨범에서 흥미가 많이들 떨어진 것 같더라. 반드시 강하고 유니크한 걸 해야한다는 강박관념에서는 벗어날 필요가 있지만, 다른 아이돌은 따라할 수 없는 '마니악' 한 특징을 유지하는 게 오히려 경쟁력 있다고 보는데. 정말 아쉽다.
전반적으로 멤버들의 연기력과 표현력은 많이 향상됐다. 라비 랩 직전에 "다시 나 잠들래" 하면서 레오가 잠들듯 취하는 모션의 분위기가 이번 안무에서 가장 마음에 든다. 뮤지컬을 하더니 확실히 내보이는 감정이 풍성해졌다. 엔은 저 머리의 색과 스타일이 본인에게 참 잘 어울린다. 힘빼고 나른하게 풍기는 섹시함이 단연 돋보이고. 켄은 살 붙더니 잘생겨졌어!!! 깊은 눈빛 연기가 좋았다. 라비는 힘을 살짝 빼고 랩을 해봤으면 좋겠다. 혁이는 노래가 많이 늘었고, 홍빈이도 내가 '무섭다'고 표현했던 특유의 표정에서 벗어나 더 애절한 느낌을 만들 수 있게 됐다. 그런데 싸비 직전 '나 사랑하지' 부분은 왜때문에 홍빈이가 하죠....? 지난 곡들도 대부분 그러던데, 집중시키는 부분은 잘생긴 멤버 클로즈업 용인가요... 다른 멤버가 했다면 거슬리는 느낌이 덜 했을 것 같은데. 이것도 나만 느낀 줄 알았는데 동생도 그렇고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꽤 있더라. 홍빈아 보이스 조금만 더 가꿔보자...ㅠㅠ
사실 음원 나오고 꽤 자주 듣고 다녀서 비판적이었던 첫 인상과는 많이 멀어지긴 했다. 왜 팬들이 '세련됐다'고 평가하는지 이해는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노래 듣는데 부담 없이 무난하게 듣게 되는 것도 있고. 무대영상 많이 봐서 노래 들으면 안무 떠올라서 또 듣게 되기도 하고ㅋㅋㅋㅋ 이 시점에서 음방 영상 하나 띄워보자면,
카메라는 무조건 쇼챔!!! 이지만, 다 필요없고 의상이 80점을 먹고 들어간 이번주 엠카 무대를 올린다. 카메라도 과히 나쁘지 않았고. 그러나 이 의상이 정말 내 취향에 쏙 드는 건 절대 아니라는 거!!! 모든 음방 컴백무대에서의 정장st 의상들이 진짜 별로였다. 멤버 간 디테일의 차이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상, 하의를 동일한 색과 패턴으로 입힌 코디는 대체 무슨 생각이었던 걸까....... 게다가 그 색은 대체 누가 고른 걸까........ 그나마 와이셔츠 색이 다른 무대가 있어 다행일 정도였다. 이번에 애들 머리색도 다들 무난해서 팬이 아니라면 절대 구분 못할 것 같다. 원래 빅스 무대가 뮤지컬처럼 한 사람이 유난히 튀는 일이 없도록 각자의 개성을 묘하게 누르는 일관성이 있다는 특징은 잘 알지만, 그래도 무대를 몇 번이나 봤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각 파트마다 어떤 멤버가 정확하게 어디 서있는지 정확하게 기억을 못할 정도면 너무한 거 아닌가. 의상이 엠카 무대 정도만 됐어도 벌써 다 외웠겠다!!!
안타까운 건 지난번 중독 리뷰에서 지적한 것과 똑같은 문제가 빅스에게도 보인다는 점이다. 구성이 이전 곡들과 너무 똑같다. 데뷔년도 두 곡은 전혀 안 들어서 잘 모르겠고, 2013년도 활동곡만 뜯어보자. 다칠 준비가 돼 있어, hyde, 대.다.나.다.너, 저주인형 모두 '1절-싸비-2절-싸비-라비랩-메인보컬의 고음애드립 절정-마무리 싸비' 의 순서로 진행된다. 특히 절정 파트에서 화려하게 폭죽 터뜨리며 여섯 명이 일렬로 서서 별다른 안무를 하지 않는 것까지 완벽하게 똑같다. 도입부를 라비랩으로 꾸미고 마무리를 인상적인 안무로 끝내는 것 역시 모두 동일하다. 이번 노래인 기적이 흠잡을 데 없이 이전 곡들과 똑같아서 음방 무대에서 폭죽 터지는 순간 소름이 쫙 돋았다.... 무대에 올리는 신곡을 만들고 가사를 붙여 안무를 짤 때, 과거 노래와 동일한 구성을 취해 일관성을 보이는 방식. 과연 이 방식을, 그 가수만이 할 수 있는 '음악적 정체성' 이라 볼 수 있을까? 글쎄. 내 생각에는 아닌 거 같은데.
안무가 지금까지의 활동곡 중 가장 과격하고 어려워서 그런지, 컴백 무대는 전반적으로 AR을 많이 깐 것 같았다. 끝부분 후렴에서 메인보컬들이 내지르는 애드립만 라이브 같음ㅋ 무대가 익숙해지면 AR은 당연히 줄어들테니, 이건 걱정 안한다. 무대 보면서 새삼 느낀 건, 연습을 많이 하는 건가 아니면 서로에 대한 신뢰가 높아서 그런가, 빅스는 안무 합이 신기할 정도로 잘 맞아서 아이돌 중에서도 유난히 안무 흐름이 유려하다. 그래서 음원보다는 무대가 더 좋은가 보다. 지난 번에 말했듯, 퍼포먼스 아이돌이라는 명칭이 확실히 어울린다. 멋져!!!ㅋㅋ
이건 dance ver 뮤비다. 굳이 공식뮤비를 또 올리는 이유는, 언급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주말에 친구들이랑 놀러가느라 사건의 전말을 일요일에나 확인했는데, 어이가 없어 구구절절 포스팅을 적다가 아직 앨범 리뷰도 안한 라이트팬이 과하게 감정 실을 필요 있을까 싶어서 관두고 여기 짧게 적어볼까 한다.
전말은, 엠카 컴백무대를 본 일부 악개가 '두 번째 싸비는 우리 레오 파트인데 왜 엔이 가운데 서서 안무하냐!' 는 항의를 젤리피쉬에 강력히 피력했고, 믿기지 않게도 소속사가 발벗고 나서서 '일부 팬'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여 음중 무대부터 안무를 바꿔버렸다. 얼마나 급하게 바꿨는지, 그 파트 동선 꼬이고 난리도 아니더라ㅋ 다음 날인 인가에서는 보다 매끄럽도록 다시 바꿨고 지금은 그 체제로 유지 중이다. 팬이 아니면 안무가 바뀐 것을 알지도 못할 정도의 디테일한 수정은, 상처만 남긴 이 사건은 대체 누구를 위한 것이었나, 라는 의문만 강하게 남긴다. 악개의 '악성'이라는 수식어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서 붙은 거다. 개인팬이라서 나쁜 게 아니다. 악개는, 그룹 전체는 전혀 중요하게 보지 않고 오로지 내 오빠만 주목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감없이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로 강하게 표현하기에 '악성'인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이런 악개들은 연예인에 대한 '인격적인 배려'가 많이 부족하다. 더 보고 싶다는 자신들의 '욕심'으로 인해 상처받을 당사자와 그 동료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아이돌 팬으로서 나 역시 데인 게 많아 좀 과하게 얘기하긴 했는데, 아무튼 중요한 건 이번 사건으로 누군가들은 분명하게 '다쳤다'는 사실이다. 특히 학연이. 사건 관련해서 엔을 위로하는 포스팅을 꽤 많이 읽었다. 그 중에서 어떤 별빛 분이 이 말을 인용하더라.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 요새는 SNS 등 쌍방향 소통수단이 많이 발달한데다가 전반적으로 남친돌이 유행하는 추세라서, 아이돌이 스스로 팬들에게 가깝게 다가기 위한 노력을 보이곤 한다. 물론 팬 입장에서는 고맙지. 떡밥 던져주고 애정표현 받는 거 즐겁고. 하지만 아이돌은 단어 그대로 '우상'으로 남는 게 더 낫다고 본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이자 취향이긴 하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역사를 봤을 때, 아이돌의 정체성은 '실제가 아닌 환상 속의 그대' 정도가 아닐까. 정체성과 실제로 보여주는 행동 사이에 괴리가 보이니까, 일부 팬들이 착각 속에서 '인격체'인 아이돌을 함부로 대해도 된다고 믿고 사생짓을 비롯한 무개념인 행동들을 거리낌없이 한다고 생각한다. 음. 길어지고 있네. 이건 진짜 아이돌 팬문화 관련해서 길게 써보고 싶은 주제인데, 워낙 민감한 부분이 많아서 망설이고 있는 중이다.
아무튼 학연아, 공카 가지 말고 블로그 죄다 읽지도 말고. 뉴스 댓글도 다 읽는다고 했던 거 같은데, 그러지 마라. 인터넷 뉴스 댓글은 나도 절대 안봐. 제3자가 봐도 상처 받는 글들을 왜 자발적으로 읽어서 스스로 상처를 입니. 블로그나 카페에서 얻는 여론 중요한 거 아니까, 소속사에서 누굴 좀 고용하라고! 그런 거 다 읽고 쓰레기 수준의 악플 정도는 1차로 걸러서 전달해줄 수 있는 안목을 가진 알바라도 구하라고!!! 진짜 엔터 업계 답답하다......
특별히 학연이만 사진 한 장 올려줘야지ㅋㅋㅋㅋ 이번 앨범은 대중에 공개한 화보가 다 별로임... 앨범을 받아서 열어본 팬들의 공통적인 반응이, 이런 좋은 사진들을 냅두고 왜 그런 사진을.......?!!?? 이더라ㅋ 무대 보면 진짜 다들 외모 리즈던데. 훌륭한 자산을 왜 활용을 못하니...........!!!!
마지막으로 나머지 수록곡에 대해서 간단히 평해보자면, 일단 앨범 세 개의 곡 중 두 번째 트랙, Sad Ending 이 제일 괜찮았다. 빅스만의 분위기를 가장 강하게 풍기는데, 발랄한 멜로디에 가볍지 않은 가사를 끼얹으니 독특한 매력이 있다. 그리고 메인보컬들 목소리가 조화롭게 잘 어우러진다. 기적은 레오가 너무 무난하게 노래해서 많이 아쉬웠고, 나머지 멤버들 역시 곡의 컨셉 때문인 건지 다들 비슷한 느낌으로 불러서 파트 구분이 안 될 정도였다. Love, LaLaLa 는, 왜 이 곡이 이번 미니앨범에 다른 두 곡과 함께 담겼는지 이해가 안 간다. 뜬금없다는 느낌이 딱 맞는 듯. 그리고 얘네 노래 중에 의외로 야한 가사가 많다ㅋㅋㅋㅋㅋ 적나라하게 직구를 날리는 것이 아니라, 간접적으로 돌려서 말하는 류의, 뭔가 달달하고 풋풋한 유혹 같은 야함........?!ㅋ 여기서 고백하자면, 지난 빅스 포스팅에서 좋아하는 노래로 꼽은 곡 중에 '그만 버티고'가 있었는데, 그 땐 멜로디와 애들 목소리의 조화만 듣고 오 좋네- 한 거였음ㅋ 어쿠스틱이 아닌 노래를 들을 때는 첫 인상으로 멜로디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듣다 보면 가사가 귀에 들어오면서 나는 왜 이런 내용의 노래를 좋다고 듣고 있었던 거지....?! 싶을 때가 더러 있다. 그만 버티고 가 그렇더라고.........ㅋ... 그래서 요즘은 안 듣는다^_ㅠ.....
아 진짜 엄청 오래 걸렸네. 중간중간 옆으로 많이 새서 그런듯ㅠ 동생과는 이거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공개된 장소에 올리기는 어려운 사담이라 여러 부분을 쳐냈다. 음원 공개일에 내렸던 결론은, 일단 무대를 봐야 확언할 수 있겠지만 이 노래로 1등은 쉽지 않겠구나, 였는데 어제 엠카에서도 3등 하고 이번주 인가 1위 후보에 오르는 등 희망이 보여 놀랍고 기쁘다. 월드컵 직전이라 아이돌들이 쏟아지고 있는데, 그 경쟁 뚫고 1위 해내면 정말 좋지. 요새 행사 많이 뛰는 것 같던데, 컨디션 관리 잘 하고 계속해서 멋진 무대 보여주길 바란다♡
PS. 근데 왜 한국 제목은 '기적' 인데 영어 제목은 'eternity' 야.......? 영어 제목 왜 매번 그렇게 다르게 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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